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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절한 안부

  • 작성일 2026-07-01

  간절한 안부


마종기


  요즈음도 잘 지내지?

  건강하게 나들이도 자주 하고?

  오랜만에 보내는 안부 메일에

  답장이 당장 오면 반갑지만

  어떤 친구는 한동안 소식이 없어

  이 친구 게을러졌나, 할 수 없이

  다시 메일을 보낸다, 어째 말이 없냐?

  잘 지내지? 소식 알려라.

  그래도 한 열흘 또 소식이 없으면

  그때는 별안간 상황이 달라진다.

  다시 메일 보내기가 망설여진다.

  외면하고 모른 척할 수도 없고

  나이 탓이겠지만 아무리 뒤척여도

  자꾸 겁이 나려고 한다.

  행여 많이 아픈 건 아닌지

  힘든 사정이 생긴 건 아닌지

  몇 자리 남지 않은 내 친구,

  그래, 메일도 보낼 필요 없으니

  그냥 탈 없이 잘만 살아다오.

  연락을 못한다 해도

  다시 만나지 못한다 해도, 그래,

  그래도 좋으니까 그저,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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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이슬

제주도 이슬 마종기 얼마 전 한 열흘 제주도에 머물 때 눈을 반짝이며 노래하는 이슬들을 만났지. 몸통이 보통보다 작기는 했지만 누구를 기다리면서 안 기다리는 척하는 일찍 잠이 깬 그 눈들이 얼마나 반갑던지. 그 섬에는 내가 아는 친구가 많아서 그런가, 음악가도 있고 시인도 있고 죽은 화가도 있는데 이슬 때문에 깨끗한 삶을 살고 있는 것인지 이슬 때문에 젖은 삶을 여미며 살고 있는 것인지 모두들 바람 속의 큰 바다처럼 살고 있었다. (중국의 삼오역기에는 1만 8천 년을 잠만 자다가 깨어난 반고의 눈물이 바로 이슬이라는데 자기 몸을 죽여 세상을 만들었다는 반고는 왜 세상을 보면서 눈물을 흘리며 하염없이 울었을까.) (뉴질랜드에서는 생시에 눈치 보여 울지 못하던 아버지가 죽어서 자식 위해 밤새우는 눈물이 이슬이라는데. 그 이슬들 너무 많아 풀밭의 고사리가 모두 나무로 자라 숲이 되었다는데….) (그리스 새벽의 여신 에오스가 죽은 아들을 슬퍼하며 흘리는 눈물이 또 이슬. 이슬이 누군가의 눈물이라는 것은 전부터 알았지만 저 많은 제주도 이슬은 도대체 누구의 눈물이란 말인가.) 아침이 활짝 피어나기도 전에 도망가듯 말없이 세상에서 사라지는 이슬이여, 이슬 앞에서 내 시는 할 말을 다 잊었지만 그건 원래 혼자서 떠돌던 내 피였고 꿈이었어. 힘들었던 일 어려웠던 시간 모두 지났다지만 그래도 눈물이 끝까지 나를 이끌어주기를. 더러워진 평생을 당신의 이슬이 늘 씻어주기를.

  • 마종기
  • 2026-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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