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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심연

  • 작성일 2026-07-01

  시간의 심연1)


신혜정


  여기, 사방이 닫힌 세계

  입이 무거운 것들이 있다


  안으로 언어를 가두고 

  긴 침묵이 키워낸 것들


  찢기고 패이고 갈라지고 

  매끈하게 다듬어진 흔적 사이로

  입을 퇴화시킨 것들 


  영원이라 불러도 좋을까 


  신들의 시간에서 떨어져 나온

  부스러기 같은


  우리는 모두 느슨히 엮였거나 엉킨 존재


  멀리서도 보일 것이다

  천천히 달리는 기차 안에서 

  같은 속도로 멀어지던 기억

  자꾸만 따라붙던


  단단하게 뭉쳐진 채

  그리고 입을 열면 벽, 

  벽일 것이다


  목구멍 가득 돌덩이가 박힐 것이다


  나와 당신의 이야기가 뭉쳐

  하나의 존재로, 결국

  사라진 이야기가 될 것이다


  안으로 안으로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1) 18세기 말 존 플레이페어가 스코틀랜드 ‘식카 포인트’에서의 지질학적 발견 앞에서 남긴 말. 그 발견이 현대 지질학의 ‘Deep Time’ 개념으로 발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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