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갖 아래
- 작성일 2020-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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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갗아래
이용훈
탕 그릇에 수저 휘저으면 식구라 불렀다 킁킁 냄새 맡고들 기어 나오는지 어제 왔다는 걔 손놀림이 빠르다는 걔 장반장 밑에서 일 시작하는 걔 홀연히 사라지는 걔 그저 걔 너를 걔라 불렀다 목청껏 울었고 미친 듯이 짖었다 종종 내 옆에 존재 했다 했지만 보고 있자니 멀어서 형태만 가늠해 본다 저게 사람 새끼인지 건설되는 꼴
콘크리트 들보에 황혼이 깃든다 온통 붉어서 너까지 타오른다
너가 울었다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나는 재수없다 침을 뱉는다 신발을 세워 흙 바닥을 툭툭 내리쳤다 패이는 구덩이가 달 표면을 닮아서 한참을 바라본다 슬슬 돌아가자
수신호를 받는다 받았지만 너를 부를 수는 없었다 너는 승합차를 쫓아온다 차량의 불빛은 한 치 앞 노란 줄 선 하나를 쫓는다 아스팔트 길 옆 마른 넝쿨이다 타르 냄새 진동한다 코끝이 아프다 새들은 침묵했다 풀숲 사이 두 개의 흰 점 사라지지 않는다
나를 따라왔을까? 차 안에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숙소 주변을 가득 메운 소리가 사라졌다 그 밤에 사라졌을 거라 짐작한다 너는 몸을 뉘운다 성난 울음을 멈춘 지 오래돼서 숨쉬기조차 조심스럽다 아주 낮게 엎드렸다 진득한 어둠은 너의 허기를 조롱하듯 나뭇가지를 꺾는다 너는 이빨을 드러낼 거다 울음소리를 억누르고 싶지만
사람들은 너를 걔라 불렀다 승합차에 차곡차곡 오르는 사람들은 소리가 사라졌다, 듣지 못했다 한다 누군가는 창밖을 보고 있다 누군가는 하품을 한다 누군가는 시동을 걸고 누군가는 누군가는... 맞은편에 사내가 어깨를 으쓱인다 그런 녀석들은 돌아올 거라 한다 너를 알고 있다 기척 없이 다가온 너에게 돌을 던졌다 꼬리를 흔들어도 돌을 던졌다 괴사한 가죽으로 파리가 날고 있다 매질을 했다 흐르는 침 좀 봐라 목을 매고 매질했다 벌거벗겨진 너는 그슬린 그 밤에 악다물고 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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