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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야(經夜)

  • 작성일 2022-12-31

경야(經夜)

장석주


사랑을 믿어 의심치 않는 사람들만이
사랑을 나눌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을 가르쳐준 너와 네가 사랑하던
돌아간 사람


물고기처럼 젖어 있던 너를 안고 돌아와
나는 슬픈 교훈을 완성한다, 완성되지
않는다, 슬픔 앞에서 미학은 모욕적이고


이럴 때 외는 기도를 가르쳐주십시오


이번 우주는 대체 몇 번째 버전입니까


나는 과학적인 척 현대인인 척
평행우주라는 이름의 내세를 믿으려는 참이지만


시는 자꾸만 침묵 쪽으로 빨려 들어가고
장난을 버리고 냉소를 버리고 내 얼굴을 본떠 만든
내 얼굴을 벗으면
그러고도 한 겹 더 금 간 얼굴 속에서
뜨거운 쇳물 같은 것이 새어 나온다, 네가


가르쳐준 사랑 너와 네가 사랑하던
돌아간 사람


검은 예절은 동여맨 옷고름처럼 단단해서
너는 정말 서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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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7-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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