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수동 수화물 터미널
- 작성일 2020-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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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수동 수화물 터미널
이용훈
그렇게 펄펄 끓고 있으면 어찌하랴 물어보면 왜 우스운 건지 우는 건지 우그러진 상자들 시큼한 냄새 숨이 멎는다 사내들 여전히 짐을 나른다 주임은 속도 모르고 느려 터져 속 터진다 고래고래 지른다 땀에 쩔어 윗도리 벗어재낀 장정들 입 모아 목 타들어간다 말해도 상자는 이리저리 옮겨지겠지 이국 청년들 안취엔, 안취엔 * 읊으면 그래, 그래 취하려면 멀었다 누워버리면 갈 곳도 없다
소매 접어 올리고 바짓단 추켜잡고 접고 무릎까지 접는다 형씨, 그거 알아? 테트리스, 뭐 하다 이곳까지 오셨어? 저거 봐라 무너지겠네, 형씨, 오락실도 안 가보셨어? 무너지면 어떻게 되는지 알아? 물어본들 아나 물 한 모금 마시고 오라 해라 넘어가겠다
머리 돌아간 선풍기 날개 달고 돌고 수레 끄는 사람들 돌아버리기 전에 먼지바람 일고 무너지고 그는 화물 꾸러미에 깔려 일어날 수 없다 화물차는 달리고 싣고 나른다 컨베이어 벨트는 쓰러진 그를 흘려보낸다 분류되면 옮겨지고 수레에 싣고 실리고 그를 짐짝 사이에 잠시 낑가 놓는다 벨트 가동되면 벨 소리 징하게 울린다 미친 듯이 밀려온다 달려들고 돌고 돌고 분류하고 분류되고 쌓여 있는 상자들 육면체 모서리 구겨지고 짜부라지고 주소지 불명이라 한켠으로 내동댕이쳤다 누락된 짐짝 돼서 서로 원수지지 말자 찌그러지지 않게 옮겨라 주임도 한 마디 던진다
그나저나 오늘 왔다는 사람은 어디 있는지 인사 신고는 왜 없는지 벌써부터 노랗다 안 봐도 보인다 이렇게 묻기라도 하면, 말 걸지 말고 가던 길 가소 어서 보내고 오소 쩍쩍 갈라진 갈색 소파 선수 대기실에 교대 시간 기다리는 수화물 노동자는
* 직업소개소에서 알려주는 말은 안전이다. 그들도 안취엔 하고 소리 낸다. 숙련공은 누가 쓰러질지 알고 있는 눈치지만 오늘은 쉬-쉬 한다. 멀리 이국에서 건너온 노동자가 화물차 안으로 이끌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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