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 작성일 2020-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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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김명리
새벽에 잠들고 해 뜨기 무섭게 일어난다
해진 입술의 포말
모자란 잠의 덤불에서
백파의 바다가 넘실거릴 때도 있다
이 시각에
지리산 내원사 비로자나불이 보고 싶어지는 건 왜일까
겨울 마당에 내린 서리 밟고
고양이 향기 밥 주고
뒷숲 서성이다
쪽문 열고 들어서니
백동백처럼 생긴 가슴이 희고 통통한 새 한 마리
장항아리 위에 앉았다
그예 어디론가 날아가고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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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 꺼진 눈불 꺼진 눈 김명리 마당 한 귀퉁이 얼어붙은 죽은 길고양이 한 마리를 묻어 주었을 뿐인데 온몸에 마른 잎사귀 돋아나고 있네 눈은 영혼이 들고 난 창구였는지 죽은 짐승은 눈부터 썩어 들어간다 한때 사랑의 욕망이 한때 살육의 욕망이 넘나들었을 눈 언제 폐쇄되었는지 알 수 없는 이 우체국 창구에서 돌연 건재약 냄새가 난다 내 고통 나의 괴로움에 그 누구도 손대지 말라는 듯 지금은 다만 불 꺼진 눈 두 눈이 움푹 팬 잿빛고양이가 은단풍나무 아래
- 김명리
- 2020-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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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벚나무의 시간산벚나무의 시간 김명리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산벚나무의 꽃잎 중에는 미묘하게 물소리를 내는 꽃잎들이 있다 낙담한 사람의 애간장을 쓸어 담으려고 들릴 듯 말 듯 적요한 물소리로 범피중류의 꽃잔치를 열어 주는 산벚나무 꽃잎들 겨우내 해거름 물소리로 빚은 범종을 나뭇잎 사이마다 걸어 두었으니 사월 산벚나무 아찔한 높이에 용케도 녹지 않은 마른 눈발들이 있다 짓무르고 움푹 팬 상처들도 눈발 인 나뭇결 속으로 고요히 잠겨 가는 걸까 산그늘 오부 능선에선 부르르 떨며 꽃이 꽃그림자의 봉합선 속으로 들어가는 소리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슬픔에도 저마다의 생로병사가 있다는 듯 물소리 붐비는 저녁의 문간엔 제 꽃잎 지우고서도 잎 틔우는 산벚나무 어디로 갈 거냐고 묻지는 않으면서 아득히 먼 곳으로부터 흘러오는 생의 기척들
- 김명리
- 2010-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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