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9호선
- 작성일 2018-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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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9호선
김재근
그에게서 여자 얼굴이 보였다
해지는 들녘 노을이 몸을 누일 때
계절은 물속 낙서처럼 흔들렸다
흰 뼈만 남은 가지 사이
바람은 멀고
숲에는 적요가 흘러 그의 젖은 몸을 감쌌다
오늘의 이름과
내일의 얼굴과
그 틈을 비집고 기우는 숨결
이대로 밤이 검어진다면 어디쯤에서 몸은 식어 갑니까
그림자가 물을 때
대답할 말이 떠오르지 않아
입술을 감추고
말할 데를 몰라 혀를 숨기고
기도를 했다
누운 자의 목소리 들리십니까?
계곡을 떠도는 바람소리
빛들은 하나 둘 떨어지는데
죽은 새는 어디에 어디에 둘까
꽃병에 꽂아 둘까
잠들기 전 읽은 문장에는 내일의 우물은 맑아
허공에서 신발이 우박과 함께 떨어지고 주운 신발을 신고
젖은 채로 예배당을 가야 하는데
기도할수록 버림받은 얼굴이 된다
미리 버려진 거라면 버려진 장소쯤은 기억해야 하는데
어떤 연주법으로 이 행성을 연주해야 할까
기도할수록 짧아지는 손가락을 가난이라 말해도 될까
어떤 운지법이 이 계절의 숨소리를 두드리는지
기차는 지하에서 지하로 이어 달리고
칸칸마다 악몽을 꾸는 검은 창문들
문이 열려도 출구는 어렵다
미안해, 이제 그만 하자
왔던 길을 몇 번씩 되돌며
입술이 빨간 남자를 다시 보고 다시 지나치고 다시 마주치는
지하역,
출구를 찾으시나요?
물어볼 수 없었다, 그의 애인이 될까 봐
차가워진 뱀의 발개진 살갗에 내리는
지하의 짓무른 불빛
허공에 뜬 잎사귀처럼
얼어버린 태양의 긴 혀처럼
문 닫은 카페처럼
이대로 밤이 검어진다면
이대로 몸이 식어 간다면 젖은 영혼은 어디서 말릴까
기도할수록 흐려지는 목소리
기도할수록 혀는 엉키는데
죽은 나는 아무 말도 들려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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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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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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