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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와 나 나무 나

  • 작성일 2018-04-01

나무와 나 나무 나

김지녀


잎이 돋을 때였다 잎들이 다 떨어질 걸 알면서
격앙된 목소리로 나무, 를 불렀다
새들이 날아갔다


공원에는 아무도 없다
나무와 나 나무 나무 사이에 나뿐이어서
하늘이 빙글빙글 돌았다


나무, 가 된다는 상상이 문학적으로 실패란 걸 알지만
나무, 가 된다면 적어도 오늘은 성공이라고 생각했다


나무와 나무 나 나무 사이에 나무는 나와
아는 사이 안경알을 닦고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새 잎들이 더 넓어졌다 하늘이 조금 보인다
누군가 걸어오고 있다
이 장면은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는다


나무와 나무 나무 사이에 나 나무가 흔들렸다
언제 와 앉았는지
새들이 또 날아갔다


나무, 라고 불렀지만
나무를 말하려고 한 건 아니었다


바닥까지는 아니지만 나는 나무를 천천히 만졌다
손끝에서 얇은 가지 하나가 쑥 돋아났다
기차가 떠날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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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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