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의 노래
- 작성일 2017-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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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의 노래
김안
늦은 아침, 술 덜 깬 옛 애인은 늘 슬픔으로
몸이 둥글어지곤 했는데, 햇살은 그 둥긂 위에서
깨지곤 했는데, 여전히 말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이 아침, 말의 형태를 어떻게 만들고 있을까.
말하지 못하는 비극과 말하지 않는 비겁 사이에서
그 많던 이데올로기의 우상들은 어디로 사라졌나.
그 이름들이 내 기억 속에서
옛 애인의 몸뚱이를 지우며 걸어갈 때,
그 둥글었던 등에 그어지는 비극과 비겁 사이,
그 날카로운 틈을, 그것을
정의라 부를 수 있다면,
정의는 무슨, 그저 사랑이었다고 부를 수 있다면,
다행한 아침. 안온한 망각의 빛살.
이상하게 아름답고 이상하게 추악한
이 늦은 아침식탁에서
술 덜 깬 눈으로, 멸시와 극지 사이에서
달아오르는 눈으로 바라본 이 몸뚱이야,
헛된 소리만 내는 공장아,
의미 없는 소리라곤 하나도 없던 시절은 끝나고,
어느 사이에 나는 암사슴 같던 발도 없이
둥글어질 몸도 없이 우상도 없이,
그렇게 기다랗게 망각하며 망해 가고 있구나,
혀끝을 가르는 깨진 햇살의 노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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