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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버스림부스

  • 작성일 2023-06-01

리버스림부스

김종연


돌을 깎아 만든 집과 정원에서
미래가 파쇄되는 광경을 보았다

빛이 닿는 자리마다 윤곽이 끊어져
형상이 넘쳐흘렀다

엎질러진 것만으로도 새 공병을 채울 수 있어서

두었다

작은 것이 되어 보다 작은 것에 깃드는 믿음으로
누구도 마지막에 대해 미리 생각하지 않으면서

유리 너머로 차오르는 사랑의 색이 이토록 어둡단 걸
여기서 시작되는 밤은 영원히 넘치고 만다는 걸

처음 알게 되었을 때

소재가 고갈되었다

우리에게는 불필요한 게 더 필요해요
낮 동안 한 번도 뜨지 않은 눈이 필요해요

감은 눈으로
돌을 감춘 눈으로

읽지 말고 보세요
보이는 걸 보세요

두 주머니에 숨겨 주고 싶어져

나는 너를 숨겨 주고
너는 나를 숨겨 주면

우리 행복하게 살겠지 누구의 눈에도 띄지 않게 사라져서

영도 아래의 마음으로

가슴에서

숨이 얼어붙는다
입을 벌릴 때마다

큐빅이 쏟아진다

검은 빛을 훔쳐가 줘요
저 빛을 꺼줘요 내가 영원히 잠들 수 있도록

그 거울을 부숴 줘

너는 네가 깨진 조각이야
슬픔의 대륙이야

돌을 깎아 만든 집과 정원에서

둥글게 모여 앉아 연장되는 몸과
서로 붙잡은 손에 점점 힘이 들어가는 한밤

이것은 조용해지는 과정입니다
무릎에 앉혀 놓고 유한히 빗겨보는 텍스트의 질감

첫 피아노 콩쿠르 연주를 앞두고 의자를 조정해 보는 어린이처럼

높지도 낮지도 않아서
이제 변명할 수도 없는 채로 혼자 빛 속에 앉아

검은 건반 뚜껑을 들어올리고

무한히 수정되는 파도를 바라보면서
눈을 감으면 모두 다 가져갈 수 있을 때까지

너무 많은 미래에 노출되면서
돌은 돌인데

시간이 지나지도 않는
여름을 보냈다

돌은 영원히 머무를 수 없는 이미지
돌은 구겨진 자리부터 펼쳐지고 마는 것

여기부터는 모두 달라지고 마는 것

이 모래는 쥐려고 하지 마세요
누구도 디테일에 살 수는 없어요

시효가 다한 공간을 위해 평생분의 기억을 요약하는 사람
다른 한 사람분의 자리가 날 때까지

그러면 문장은 다음 문장으로 이어지고

지나간 나날과 연대하여
부끄러움까지 잊을 때까지

모르는 걸 더 알 수는 없어요
아는 것을 더 아세요

무른 돌
파쇄되고 있는 돌

한 번 열면 도저히 닫을 수가 없는
미래의 끝

상상하지 않는 삶

미래에도 사냥을 할까요
지옥에도 사람이 살아요

흔들리는 걸 한 번에 멈출 수 있는 정지가 있다면
우리는 출발선에 서 있게 되겠지만

정적 속에서
아주 작은 소리가

무언가 긁히는 소리가

알아들을 수 없도록 작은 소리가

작은 소리가 계속

작아지는
작은

소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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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연
  • 2023-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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