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배우는 교실, 그리고 은하수 같은 무대
- 작성일 2025-11-01
- 댓글수 0
[문장서포터즈]
시를 배우는 교실, 그리고 은하수 같은 무대
― 글티너 대리석, 멘토 성현아·서윤빈 인터뷰
문장서포터즈 2기 이시우
학교 동아리실 같은 공간 ― 글티너 ‘대리석’
“문학광장 글틴에서 주로 시를 쓰고 있는 대리석이라고 해요.”
인터뷰의 첫인사는 담백했다. 글틴에서 활동하는 십 대 창작자로서, 대리석은 자신을 ‘학교 동아리실 같은 공간에서 시를 배우고 있는 학생’이라 소개했다. 그는 글틴에서 시를 통해 자신을 표현하고, 또래들과 소통하며 글을 발전시키고 있었다.

사진1. 문학광장 글틴(https://munjang.or.kr/teen)
글틴은 한글 ‘글’과 영어 ‘TEEN’이 만나 붙여진 이름으로, 문학에 관심 있는 청소년들의 자유로운 창작 활동과 소통을 연결하기 위하여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2005년부터 운영해 오고 있는 국내 유일한 청소년 온라인 문학 플랫폼이다. 글틴의 ‘쓰면서 뒹글’은 글틴 친구들이 쓴 시, 소설, 수필, 감상&비평 장르의 작품을 직접 올리고 공유하는 창작 공간이다. 이곳에 글을 올리면 분야별 멘토들이 각 작품에 댓글로 작품에 대한 의견을 작성한다. 이후 다음 달 중순이 되면 담당 멘토들이 월 장원을 뽑아 주시고 월 장원으로 뽑힌 작품들은 이후 문장청소년문학상 후보작들이 된다.
대리석에게 글틴은 우연히 찾아왔다. 먼저 활동하던 친구의 권유가 계기였다. 학교 내신과 시험 속에서 ‘시’는 언제나 어렵고 난해하게만 느껴졌지만, 글틴에서 만난 다양한 작품들은 그의 시각을 바꾸었다. “처음엔 장난처럼 쓴 시였는데, 멘토님께서 정성스럽게 피드백을 주셨고, 그 작품이 월 장원 후보에 오르기도 했어요. 그 순간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사진2. 월 장원 후보 선정 공지
멘토링 경험은 그에게 글을 대하는 태도 자체를 바꾸어 놓았다. “양안다 멘토님께서 현대 시 독서가 부족하다고 말씀해 주셨을 때, 머리가 띵해졌어요. 그전에는 시를 시험공부처럼만 접했거든요. 그때 이후로 시를 더 진지하게 읽고 쓰게 되었습니다.”

사진3. 대리석의 시에 대한 멘토링 의견
글틴 속 또래들과의 관계는 아직 서툴다. “카톡방이 있긴 한데 활발히 이야기를 나누진 못했어요. 대신 글틴을 알려 준 친구와 가끔 만나 같이 글을 쓰곤 합니다.” 하지만 그는 이미 여러 사람들의 작품에서 각기 다른 색을 발견하고 있었다. 어떤 이는 자기 신념을 담아내고, 어떤 이는 고전 시가 같은 문체로 글을 쓰기도 한다. “매일 올라오는 다양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는 게 좋아요. 여러 스타일을 접하면서 시 쓰는 재미가 커졌습니다.”
대리석에게 글틴은 단순한 사이트가 아니라, 문학을 처음 제대로 배우게 해 준 공간이다. “학교 동아리실 같아요. 교과서에 없는 것들을 경험하듯, 글틴에서는 시를 배웠습니다.” 그는 언젠가 자신도 월 장원에 오르고 싶다고 말했다. “아직은 멀게 느껴지지만, 좋아하는 시인을 찾고, 마음에 새길 시 한 편을 외울 수 있을 때까지 계속 쓰고 싶어요.”


사진4. (좌) 서윤빈 소설가 / (우) 성현아 문학평론가
글틴은 꿈으로 만든 은하수 – 서윤빈 소설가(글틴 소설 분야 멘토)
서윤빈 소설가는 2022년 한국과학문학상 대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청소년 작품과 어린이책, 비평과 칼럼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글틴 멘토로서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다.
멘토링을 맡게 된 계기는 뜻밖의 순간이었다. “찜질방에 가던 길에 담당자님 전화를 받고 멘토 제안을 받았습니다. 청소년이 스스로 작품을 올리고 피드백을 주고받는 공간이라고 하셨는데, 정말 놀랐습니다.” 그때까지 서윤빈 멘토님도 십 대에 글을 쓸 생각조차 해 본 적이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더 응원하고 도와주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멘토링에서 가장 즐거웠던 순간은 학생들의 글이 점점 발전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었다. “꾸준히 글을 올리는 학생들의 경우, 글이 점점 좋아집니다. 그럴 때 ‘조금은 내 덕도 있지 않을까’ 싶은 마음에 뿌듯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청소년 글에서 걱정되는 부분도 있었다. “자살을 주제로 한 글이 많습니다. 저 역시 학창 시절 우울증을 겪었기에 그 마음을 이해하지만, 요즘 학교가 더 슬픈 곳이 된 건 아닌지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글틴의 가장 큰 힘은 ‘우정’이라고 강조했다. “글쓰기는 외로운 일입니다. 자기 글을 보여줄 사람을 찾는 것도 어려운 일이죠. 글틴은 그 외로움을 덜어 주는 공간입니다. 글을 올릴 때는 친구에게 보여 준다고 생각하면 더 좋겠습니다.”
멘토님은 글틴을 이렇게 표현했다. “꿈으로 만든 은하수 같은 곳입니다. 자유롭고 다양한 글이 자기 독자를 찾아가는 아름다운 일이 여기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오래 즐겁게 글을 쓰시길 바랍니다. 인생은 생각보다 길어요.”
또한, 한국문학의 현주소와 미래에 대해 묻자, 서윤빈 멘토님은 기후 위기를 중요한 쟁점으로 꼽았다. “문학이 기후 위기를 어떻게 적절히 다루고,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많은 작가가 고민하고 있습니다. 저 역시 고민하고 있습니다.” AI 시대와 문학의 관계에 대해서도 “이미 세상에는 엄청난 텍스트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AI가 새로운 화자로 등장한다 하더라도 문학의 존망을 결정짓지는 않을 겁니다. 다만 글을 읽고, 쓰고, 생각하는 방식을 완전히 바꿀 가능성이 큽니다. 미래에는 작가들의 주요 독자가 AI가 될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문학은 어떻게 달라질까요?”라며 흥미로운 전망을 남겼다.
글을 완성한다는 건 대단한 용기예요 - 성현아 평론가(글틴 감상&비평 분야 멘토)
글틴에는 청소년 창작자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 곁에는 든든한 멘토들이 함께하며, 작품을 읽고 피드백하며 성장의 길을 안내한다.
문학평론가 성현아 멘토는 감상·비평 게시판을 맡아 작품을 읽고 조언하며, 월 장원을 선정하는 역할을 하고 계신다. 멘토링을 맡게 된 소감에 대해 멘토님은 “이렇게 중요한 일을 맡겨 주셔서 영광이었습니다”라며 웃었다.
특히 글틴 캠프에서 학생들과 직접 마주했던 순간이 기억에 남는다고 한다. 평론이라는 장르가 십 대에게 낯설게 다가갈 것을 예상했지만, 학생들은 적극적으로 질문을 하고 피드백을 받아들였다. “제 글을 읽고 좋은 점을 말해 주고, 평론을 어떻게 쓰면 좋을지 묻는 모습이 정말 반가웠습니다. 저에게도 큰 배움이었습니다.”
글틴 작품에서 예상치 못한 점도 있었다. “솔직히 더 밝고 희망적인 글을 기대했어요. 그런데 실제로는 어둡고 힘든 경험을 담은 글이 많았습니다. 그럼에도, 학생들이 글을 통해 자신을 붙들고 견디고 있다는 사실에 깊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글틴의 장점으로는 ‘청소년이 문학으로 서로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 존재한다는 점’을 꼽았다. 다만, 개방성은 때로 문제를 만들기도 한다. 혐오 발언이나 폭력적인 표현이 그대로 게재될 때가 있는데, “청소년 독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줄지 우려스럽기도 합니다. 그래서 멘토님들과 함께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성현아 멘토님은 글을 올리는 학생들에게 이렇게 전했다. “한 편의 글을 완성하고, 누군가에게 보여 주는 것은 큰 용기가 필요한 일입니다. 글틴에 글을 올린 여러분은 이미 대단한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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