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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륭 아동문학가, 동심은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

  • 작성일 2025-12-08

"동심은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

아르코문학작가펠로우십 선정작가 인터뷰 – 김륭 아동문학가(인터뷰어 : 최다영 평론가)


2007년 신춘문예에 시와 동시가 모두 당선되면서부터 활동을 시작한 김륭 시인은 프라이팬을 타고 가는 도둑고양이(2009) 외 다수의 동시집과 청소년시집, 시집을 발간했다. 그중 엄마의 법칙(2014)은 제2회 문학동네 동시문학상 대상 수상작, 애인에게 줬다가 뺏은 시(2020)는 제5회 동주문학상 수상시집이기도 하다. 늘 아이들의 시선에서 바라보며 아이들의 내면을 정직하게 포착하고자 하는 그의 시는 경계를 넘나드는 신선한 상상력 속에 깃든 슬픔의 무게를 맞닥뜨리게 하고 다시금 희망을 환기할 수 있도록 이끈다. 주요 수상 이력으로는 2005년 김달진지역문학상, CJ문학상, 2012년 박재삼사천문학상, 2014년 지리산문학상과 문학동네 동시문학상 대상, 2019년 경남아동문학상, 2020년 동주문학상, 2024년 선경문학상과 서귀포칠십리문학상을 들 수 있다. 2021년과 2024년에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우수출판컨텐츠 제작 지원사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2022나의 머랭 선생님으로 문학나눔도서보급사업에 선정된 이력이 있으며 2025년에는 경기 평택시에서 김륭 작가의 그림책(펭귄 오케스트라)’ 전시 프로그램을 진행하였다.


동시란 어떠해야 하는가에 대한 믿음도 확고하다. 그는 동시는 상상하지 못했던 동심까지 발견해야 하며 마냥 쉽거나 교훈적이거나 유치한 발상을 내세우는 게 아니라 불편한 질문을 던질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렇기에 “동심이라는 문학적 공간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책임감을 강조하는 한편 어른이 아이의 목소리를 빌려 자기연민하는 일을 경계한다. 동심을 막연히 아이의 마음으로 단정하거나 무작정 예찬되어야 할 것으로 여기면 아이들을 어른의 시선으로 대상화할 수밖에 없다. 아이들의 세계와 어른의 세계를 분리하려는 편견이 없어져야 함은 물론, 아이들도 엄연히 슬픔을 느끼고 욕망을 가지며 자신만의 주관을 가지고 삶과 죽음을 고민하는 한 인격 주체이므로 아이들을 문학 향유 능력을 동일하게 갖춘 독자로 존중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런 고민과 현 동시단에 대한 진지한 문제의식이 그의 동시평론집 고양이 수염에 붙은 시는 먹지 마세요(2021)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번 아르코문학작가펠로우십에 선정된 것을 기념하여 김륭 시인과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누군가가 먼저 읽었던 세계와 언젠가 읽어야 할 세계의 재현이야말로 동시라는 장르가 우리에게 주는 최고의 선물”, “시는 고백의 장르지만 그 형식은 미래의 것”이라 말하는 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보자.


최근의 활동이나 출간한 작품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부탁드리겠습니다.

 

2025년은 창작에 집중한 해였습니다. 이미 계약이 완료된 청소년시집과 동시집 원고를 만지고 정리하는데 나름 최선을 다한 것 같습니다. 2019사랑이 으르렁(창비) 이후 거의 6년 만에 출간할 청소년시집 첫눈(가제)은 원래 올해 나올 예정이었지만 출판사 사정으로 출간이 내년으로 좀 미뤄졌습니다. 작가로서 저는 긍정적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만큼 작품의 완성도를 높일 시간을 얻은 셈이니까요. 가제를 첫눈혹은 첫사랑으로 생각하고 있는 이번 청소년시집을 작가의 말을 빌려간단히 소개를 하자면 어떤 아이가 비뚤비뚤 쓰는 일기장에 첫눈이 내리는 것으로 시작되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니까 내 속에 갇혀있던 아이가 도망쳐 눈사람이 되고 시인이 되는 이야기인데 보다 시적으로 말하자면 노란 눈송이 하나 콕, 집어 따라가면 눈사람 신부를 만날 것 같다고 썼다가 눈사람에게 혼나는 이야기입니다.” 그저 학교생활 등에 국한되기 일쑤인 이야기에서 벗어나 청소년들이 숨기고 있는 내면을 비춰내고 싶었습니다. 그것은 이즈음 청소년들의 마음을 정직하고 정확하게 담아낼 수만 있다면 그만큼 낯설고 흥미로운 작품이 될 거라는 믿음 때문이었습니다.

열 번째 동시집이 될 눈사람 체조(가제) 또한 아이들의 마음에 닿아보고 싶었습니다. 2022년 동시집 내 마음을 구경함(문학동네)을 통해 시도한 적이 있지만 아쉬움이 남아 이번엔 보다 깊고 아이들의 속마음을 살피고 보듬어보고 싶었습니다. 아이들의 행동이나 학교생활에서의 에피소드에 주목하는 동시집들은 많으니까요. 조금은 어렵다는 평을 들을지언정 아동문학을 통해 그동안 꿈꾸어온 시적 모험을 계속해나가고 싶었습니다. 창작 외의 활동이라면 창원시립마산문학관, 김해기적의도서관 등에서 창작 강의(시와 동시 쓰기)와 독자와의 만남 등을 통해 아르코문학작가펠로우십 선정작가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는 중입니다.


펠로우십 기간 동안 구체적으로 구상 중인 프로젝트나 작업 방향이 있다면 소개해 주실 수 있을까요?

 

우리가 흔히 말하는 행복이나 불행은 문학이 가장 먼저 발견한다고 하잖아요. 세상을 처음으로 인식하는 아이처럼, 새롭고 좋은 동시는 우리가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던 동심까지 재발견하고 재해석하기 때문이겠죠. 이때 동심은 우리가 살았던 과거, 지금 당장 살고 있는 현재 그리고 앞으로 살아야 할 미래에 관한 은밀하고 아름다운 텍스트가 된다고 생각해요. 누군가가 먼저 읽었던 세계와 언젠가 읽어야 할 세계의 재현이야말로 동시라는 장르가 우리에게 주는 최고의 선물임을 믿기 때문이죠. 나는 그래서 이 믿음을 구현해낼 텍스트(동시집)를 출간하고 나아가 무대 위에 올려놓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쉽게 말해 동시집 한 권을 연극무대 위에 올려놓고 독자들과 함께 아주 특별한 여행을 떠나보고 싶다고나 할까요. 예컨대 예순 할머니 독자가 아홉 살 소녀로, 일흔 할아버지가 열 살 소년으로 떠나는 프로젝트는 어떨는지 모르겠어요. 어쩌면 모든 인간은 엄마 뱃속에 있을 때부터 비행기를 꿈꾸었는지 모르는 일이니까요.


창작을 지속해 오면서 쓰는 이유문학의 역할에 대한 생각이 달라진 점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상투적인 이야기지만 시는 죽은 지식 자랑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동시라고 다를 게 없을 것입니다. 동심을 막연하게 아이들 마음으로만 여길 때 생기는 오류는 작가나 독자 모두에게 철학적 부재를 불러올 것입니다. 아동문학이란 이름으로 아이들을 무시하게 되는 아찔한 일을 자연스럽게 벌이게 되는 것일지도 모르죠. 어쩌면 동시는 성인 시보다 더 위험한 모험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요즘은 확신으로 다가오는 날이 많아졌습니다. 이즈음 우리 시가 그렇듯이 동시 또한 조금은 불편하고 조금은 황당해도 모험을 감행할 때가 되었다고, 아니 어쩌면 늦었는지 모른다고. 현실과 환상을 결합시키고 보다 새로운 이야기를 들려주기 위한 모험이어야만 한다고 믿습니다. 시보다 동시가 더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도 있을 것입니다. 문학은 근본적인 질문일 뿐입니다. 따라서 결백한 것이 아니라 어쩌면 비난받아야 마땅한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시가 그렇다면 아동문학이라고 뭐가 다르겠는가, 하고 독자들의 만남을 통해 머리를 끄덕이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어차피 서로 답 없는 이야기라면 안아주는 일보다 안겨주는 일이 더 어려운 건지 모른다는 생각은 덤으로 얻었고요.


지금의 젊은 작가 세대후배들에게 건네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세상의 모든 질문은 답이 없는 동안 시가 된다는 말부터 하고 싶습니다. 이를테면 사랑은 느낌표보다 물음표가 많아야 되지 않을까요? 이런 질문으로부터 진심을 다해 건네고 싶은 말은 새로운 이야기입니다. 동시에서 새로움은 외적 의식적 세대론적 차이로서의 새로움도 있지만 창작자 스스로 넘어서야 하는 새로움 즉 내적, 무의식적, 자기 갱신을 위한 실천적 의미의 새로움입니다. 이것이 동시를 통해 꿈꿀 수 있는 이야기의 시작이자 끝일 것입니다.

 

독자들이 앞으로 만나게 될 작가님의 작품에서 특히 주목해 주었으면 하는 지점이 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우선 물음표투성이인 세상을 물음표투성이 그대로 남겨두는 일이라고 말하고 싶네요. 그건 우리가 말하는 동심은 세상이 모르는 이야기로 가득 차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동시를 쓰는 창작자들은 동심을 빙자해 유치한 말장난이나 순간적인 재치가 아니라 자기 갱신을 통해 세상이 모르는 이야기들 중 어떤 이야기가 재미있을까 혹은 어떤 이야기로 그들의 우주를 넓혀줄 수 있을까를 늘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동시는 아직 말해지지 않은 아이들의 몸입니다. 동시를 쓰는 어른 작가들은 이 아이들의 몸을 빌려 마음을 꺼내야 하는 거죠. 눈사람 속에서 사람을 꺼내듯……. 아이들의 몸을 빌린 시의 언어는 그 어느 순간에도 자기연민을 옹호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런 믿음으로 만들어낸 낯설고 새로운 이야기에 주목해주면 좋겠습니다.


그간 정말 많은 동시집을 출간하셨는데요, 그중 특별히 기억에 남거나 아끼는 시집이 있다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사랑하는 마음을 잃지 않는 일은 참 어려운 것 같아요. 뜬금없는 이야기 같지만 제가 지금까지 낸 동시집을 떠올리면서 문득 든 생각이에요. 첫 동시집부터 지금까지, 출간 당시의 마음을 너무 쉽게 잃어버리는 것 같아서 스스로 미워하는 날도 많은 것 같고요. 솔직히 그만큼 아끼고 사랑하는 시집이 없다는 말도 되지 않을까요? , 앞으로 나올 시집은 정말 온 마음을 그리고 사랑을 꾹꾹 눌러 담아 누구에게도 부끄럽지 않았으면 좋겠다, 싶지만 어디까지나 바람일 뿐일 것 같고요. 그나마 기억에 남는 작품은 역시 제2회 문학동네 동시문학상을 받은 엄마의 법칙이 아닐까 싶어요. 개인적으로 아끼는 동시집은 이야기 동시집인 달에서 온 아이 엄동수(문학동네)인데 안타깝게도 독자들의 사랑을 많이 못 받은 것 같아 안타까워요. 그래도 이건 좀 덜 부끄럽다 싶은 동시집은 역시 내 마음을 구경함(문학동네)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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