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문경민 아동청소년문학가, 나는 돌보는 사람… 문장의 세계가 사람의 중심 잡아야
- 작성일 2025-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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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돌보는 사람… 문장의 세계가 사람의 중심 잡아야
아르코문학작가펠로우십 선정작가 인터뷰 – 문경민 소설가(인터뷰어 : 허 희 평론가)
2023년 한 해에만 SF의 미래(『엔서』), 특성화고의 현실(『나는 복어』), 한 교사의 존엄(『지켜야 할 세계』), 위태로운 아이들의 연대(『열세 살 우리는』)를 그리며 아동, 청소년, 성인 독자를 아우르는 놀라운 창작 에너지를 보여준 작가가 있다. 현직 초등학교 교사이자 소설가인 문경민이다.
2016년 단편소설로 등단해 9년 차 작가가 된 그는 교실과 서재를 오가며 동화, 청소년 소설, 일반 소설의 경계를 넘나들며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해왔다. 특히 『훌훌』로 제12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을, 『지켜야 할 세계』로 제13회 혼불문학상을 수상하며 평단과 독자의 주목을 받았다. 2025년도 아르코 펠로우십에 선정된 그에게 여러 세계를 쉼 없이 빚어내는 작가의 현재와 미래를 묻고 답을 들었다.
나는 돌보는 사람… 문장의 세계가 사람의 중심 잡아야
— 최근 1~2년 사이 SF, 청소년 소설, 일반 소설 등 장르와 대상을 넘나드는 왕성한 활동을 보여주셨습니다. 이토록 다양한 인물과 세계를 아우를 수 있었던 동력은 무엇이었는지, 여러 작품을 관통하는 메시지가 있다면 궁금합니다.
“저는 단편소설로 등단했고 첫 책으로 동화를 냈습니다. 한동안 어린이 소설을 발표하며 살았습니다. 소설도 계속 썼죠. 처음부터 어린이, 청소년, 일반 소설 영역을 아우르는 작가가 되려던 건 아니었어요. 살다 보니 이렇게 되었고 앞으로도 살아왔던 길을 이어 붙이게 될 겁니다.
올해로 9년 차 작가인데요, 소설의 원동력은 시기마다 달랐어요. 초반에는 살아남고 싶었고 중반에는 좀 더 잘 쓰고 싶었습니다. 요즘은 욕심을 내려놓고 내 할 일을 잘해야겠다는 마음으로 씁니다.
저의 세계를 살아오면서 품게 된 생각과 마음이 결국 소설로 이어지더라고요. 세상이 좀 더 나아졌으면 하는 마음으로 소설을 쓰기도 하고 나를 투영하는 소설을 쓰기도 합니다. 서사 자체가 좋은 소설을 쓰고자 애쓰기도 합니다. 메시지보다 인물과 사건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소설에는 메시지가 담길 수밖에 없죠. 소설은 사람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이니까요.
제 소설들을 관통하는 메시지가 있을 겁니다. 제가 그에 대해 설명을 하는 건 여러모로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다만 제가 소설을 쓰면서 늘 던지는 질문이 있다는 점은 말씀드려도 될 것 같아요. 저는 등장인물의 구원은 무엇인가, 그 구원은 어디에 있는가, 구원을 얻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나, 하는 질문을 반복하며 씁니다.
— 작가님의 소설에는 부조리한 세상에 맞서 자신의 소중한 것을 지키려는 인물들이 자주 등장합니다. 이처럼 ‘지키는 삶’의 가치에 주목하시는 작가님만의 이유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또한, 매일 교실에서 아이들을 만나고 그들의 세계를 지켜보는 경험이 작가님의 이러한 주제 의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돌보는 사람입니다. 교실에서 아이들을 돌보는 사람이고 집에서는 딸을 돌보는 사람입니다. 사랑하는 것이 저게 삶의 의미를 부여해 준다는 것을 일상에서 경험해요. 그래서 돌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자꾸 쓰게 되는지도 모르겠어요. 선한 사람들의 이야기, 사랑으로 이겨내려는 사람들의 이야기, 성실한 사람의 모습을 자꾸 그리고 있는 저를 보게 됩니다.
아마도 애틋해서 일 거예요.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주지 못해서 미안하기도 하고요. 어린이와 청소년이 주인공인 소설을 쓸 때마다 그 애들에게 힘든 짐을 얹는 일에 저항감이 들어요. 꼭 이렇게 해야 하나, 이렇게까지 힘들어야 하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씁니다.
저는 소설이 세상의 정의로움과 선량함을 지켜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사람은 연약해서 어디로든 쓸려갈 수 있어요. 더 악랄해질 수도 있고 더 이기적으로 살아갈 수도 있죠. 문장의 세계가 사람의 중심을 잡는 일을 감당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 초등학교 교사로 아이들과 함께 호흡하면서 동시에 치열하게 소설을 써 오셨습니다. '아르코 펠로우십'이 작가님게 갖는 개인적·창작적 의미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전업 작가로 살고 싶은 마음도 있었죠. 낮에 글 쓰고 밤에는 쉬면 좋겠어요. 그런데 저에게는 가르치는 일도 중요해요. 학교가 좋습니다. 소설이 제게 주는 행복보다 교실에서 얻는 행복이 더 커요. 낮에는 학교에서 살고 밤에는 쓰는 지금의 일상을 앞으로도 이어갈 듯합니다.
작년 중반부터 소설가로서의 두 번째 시절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아르코 펠로우십 사업을 신청하면서 이 두 번째 시절을 아동청소년 문학에 쏟고 싶다고 했습니다. 선정 소식을 들으면서 그 계획을 공적으로 인정받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르코 펠로우십 사업 선정은 응원이었습니다. 그 계획대로 살아가고 있어요.
하늘을 나는 사람, 『앤서』를 새로이 완성할 것
— 펠로우십 기간 동안 구체적으로 구상 중인 프로젝트나 작업 방향이 있으신지요? 최근작 『엔서』를 통해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계관을 선보이셨는데, 앞으로도 장르적 상상력을 통해 현실을 조명하는 작업을 계속해 나가실 계획이신지 여쭙고 싶습니다.
“2025년에 저는 <브릿지>라는 예술고등학교 2학년 학생의 이야기를 발표했습니다. 2025년에 탈고한 소설이 내년에 두 권 나옵니다. 1월에는 비장애형제인 고등학교 2학년 학생이 주인공인 소설이, 5월에는 양궁을 하는 초등학교 6학년 학생이 주인공인 소설이 출간될 겁니다. 지금 쓰는 고등학교 입시 문제를 다룬 소설도 청소년 소설입니다. 12월에는 초고를 마무리해서 출판사에 검토를 요청하고자 해요. 제게는 다섯 번째 청소년 소설이 되겠어요. 잘 완성해보겠습니다.
2025년을 보내면서 무엇보다 의미 있었던 건 하늘을 나는 사람의 이야기를 다시 출간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는 겁니다. 세 권 정도로 생각하고 있는데 청소년이 주인공인 소설로 쓸 생각입니다. 어쩌면 영어덜트 느낌으로 쓸 수도 있겠어요. 서사 자체가 중요한 이야기입니다.
내년에는 하늘을 나는 사람 이야기를 쓰면서 살게 될 것 같아요. 그 작업이 끝나면 <앤서>를 다시 쓰는 작업을 하려고 합니다. 여러모로 안타까운 소설입니다. 소설로 쓴 이야기가 청소년 소설로 나온 것도 속상했고(2쇄부터는 소설로 분류했습니다만) 충분히 완성되지 않은 결말도 아쉬워요. 실은 쓸 때부터 2권을 염두에 두었던 소설이었습니다. 지금 계획한 작업이 끝나면 <앤서>를 두세 권 분량으로 다시 쓰려고 합니다. 둘 다 장르성이 강한 이야기네요.”
부디 사람을 살리는 소설이 되기를
— 『엔서』에서 황폐화된 미래를 배경으로 설정하신 것은 어떤 질문을 던지기 위함이었는지요?
“버튼이 등장하는 이야기를 쓰고 싶었어요. 찰칵, 하고 누르는 단순한 그 행위가 거대한 변곡점이 되는 이야기요. 가까운 미래의 디스토피아가 그 이야기의 배경으로 현실감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세상이 다 무너진다고 해도 살아남은 이들이 지켜야 할 것이 있을 거라 생각해요. 지키는 그 행위가 남은 이들을 회복시킬 거라고 생각합니다.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 역시 마찬가지예요. 우리는 우리 공동체의 윤리적인 태도를 잘 가꿔나가야 합니다. 평등과 공존을 지향하는 방식으로요.
옳음과 정의와 친절함과.... 우리가 떠올릴 수 있는 선량한 모든 것을 더 나빠지게 두어서는 안 됩니다. 사람은 무슨 짓이든 저지를 수 있고 더 이기적일 수 있고 다른 사람의 고통과 사회의 구조적인 악을 더 외면할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소설과 문장의 세계가 필요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저는 도서관이 보루처럼 보이기도 해요. 인류의 가치를 문장으로 간직한 작은 성, 도서관. 도서관이라는 건물이 있고 그 안에서 일하는 사람이 있고, 문장의 세계를 삶의 터전으로 삼아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잖아요. 그분들께 감사하다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 『지켜야 할 세계』에서 “부디 사람을 살리는 소설이 되기를 빈다”고 쓰셨습니다. 작가로서 궁극적으로 그리고 있는 소설가의 모습과 작품의 미래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저는 장애인 가족의 아버지입니다. 딸을 돌보고 지키는 것보다 제게 중요한 건 없어요. 소설을 쓰는 삶을 살아가다 보면 자신과 아주 가까운 이야기를 쓰게 되는 일이 몇 번은 찾아온다고 생각해요. 어쩌면 자신을 투영한 소설을 쓰는 것이 소설가의 가장 중요한 일일지도 몰라요.
2025년에 마무리한 저의 네 번째 청소년 소설의 가제는 <이토록 완벽한>입니다. <지켜야 할 세계>에 이어 다시 한번 장애인 가족의 이야기를 발표하는 거예요. 구원에 대한 이야기라는 점에서는 같습니다만 <이토록 완벽한>은 <지켜야 할 세계>와 다른 식으로 완성되기를 바랐습니다. <지켜야 할 세계> 초고를 썼던 2016년의 저와 2025년의 저는 살아가는 방식이 다르거든요. 지금의 제가 살아가는 방식이 소설에 투영되었으면 했습니다.
소설가로서의 일, 교사로서의 일, 아빠로서의 일을 감당하며 사는 게 현재 저의 삶입니다. 셋을 다하려니 좀 벅찬데, 소설은 만만하지 않고 저의 깜냥도 대단한 게 아니라서 겨우겨우 씁니다. 제 소설에서 좋은 것이 있고 의미있는 반향이 있다면 그건 유산 덕분이라고 생각해요. 사람들이 오랜 세월 구축해 온 감정의 전통과 문장의 세계가 작동한 것이라 여깁니다. 저는 문장의 힘을 빌어 길을 조금 텄을 뿐이죠.
제가 하는 일이 소설이어서 다행입니다. 소설은 노력으로 되는 게 있거든요. 완성되는 그때까지 열심히 하면 괜찮은 것을 만들 수 있어요. 언젠가는 장애인 가족의 이야기를 한 번 더 쓰고 싶어요. 그 일을 시작하는 건 아마도 <앤서>를 새로이 마무리한 뒤가 되겠죠. 쓰는 사람으로서 조금 더 살아가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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