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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정선임 소설가, “상실 끝의 다정함을 믿으며, 인간을 다시 쓰기”

  • 작성일 2025-12-18

상실 끝의 다정함을 믿으며, 인간을 다시 쓰기

아르코문학작가펠로우십 선정작가 인터뷰_ 정선임 소설가(인터뷰어 : 성현아 평론가)

 

정선임 작가는 2018년 단편소설 귓속말이 중앙신인문학상 단편소설 부문에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첫 소설집 고양이는 사라지지 않는다(다산책방, 2022)의 원고로 2022년 대산창작기금을 수혜했다. 2023년에는 단편소설 요카타로 제 14회 젊은작가상을 수상하며 동료 문학인과 대중에게 주목받는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성장동화 '그 아이가 절대 궁금하지 않아'(풀빛미디어, 2019)와 공저인 '여름기담 순한 맛'(읻다, 2023), '가능하면 낯선 방향으로'(다람, 2025) '우리에게는 적당한 말이 없어'(해냄출판사, 2025) 등을 펴냈다. 상실과 실패를 빈번하게 경험하면서도 자기 존재의 가치를 잊지 않고 연대 정신을 잃지 않는 인물들을 그려내어 읽는 이들에게 다정한 온기를 전해주는 정선임 작가와 그의 문학관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눠 보았다.

 

*

 

최근의 활동이나 출간한 작품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부탁드리겠습니다.

 

올해는 두 권의 앤솔로지를 내고 한 편의 단편 소설을 발표했습니다. 관련해서 라디오도 출연하고 국제도서전도 처음 가보고 문학 주간 행사도 참여하고 북토크도 했어요. 청소년들에게 소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쓰는 시간보다는 소설에 대해 얘기하는 일이 더 많았던 것 같아요. 이주혜, 김이설 작가님과 함께한 '가능하면 낯선 방향으로'에는 해변의 오리배라는 작품을 실었는데 첫사랑의 장례식 때문에 딸과 함께 동행하는 이야기입니다. 이 소설은 시점을 다양화해서 확장할 계획을 갖고 있어요.

해저로월속삭이는 깃발들은 믿음에 대한 이야기인데 요즘 작업 중인 두 번째 소설집에 수록됩니다. 며칠 전 삼교를 보냈고 작가의 말을 쓰는 중입니다. 아마도 11월 안에 책이 나올 것 같아요.

 

작가님께 이번 펠로우십이 가지는 개인적·창작적 의미는 무엇인가요?

 

개인적으로는 든든했어요. 경제적인 것뿐 아니라 어떤 지원군이 생긴 기분이었어요. 지금도 예술위에서 지원받은 작업실에서 인터뷰 답변을 쓰고 있고요. 이 자리를 빌려 심사위원 선생님들께 감사드립니다. 덕분에 막막했던 시기를 잘 넘겼고요. 펠로우십 1회이기도 하고 이 사업이 잘 정착 되려면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했고요. 많은 동료 선후배 작가님들이 지원했었다는 걸 알고 있어서 작품을 쓸 때도 좀 더 책임감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한 것 같아요. 하지만 생각만큼 결과를 보여드리지 못한 것 같아 죄송한 마음입니다. 약속한 원고도 빨리 마무리해야 하는데…….

 

펠로우십 기간 동안 구체적으로 구상 중인 프로젝트나 작업 방향이 있다면 소개해 주실 수 있을까요?

 

구체적으로 프로젝트와 작업 방향을 정하기보다는 그날그날 주어진 대로 살고 있는 것 같아요.(거듭 죄송합니다) 오늘은 써야지, 라는 마음으로 아침을 시작하고 내일은 꼭 써야지, 로 다짐하며 하루가 끝나는 것 같아요. 그래도 독자들을 만날 기회가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고 관련 자리가 있으면 참석하려 애썼고요. 기후 위기 관련 소설과 인천을 배경으로 한 역사소설을 쓰고 싶다는 생각으로 몇 번 참석 못했지만 기후 위기 관련 스터디나 활동에 참여했어요. 두 번째 소설집이 나오고 나면 좀 더 속도를 내서 작업할 계획입니다.

 

허수경 시인님, 박소란 시인님을 좋아한다고 인터뷰하신 적이 있어요. 두 시인님의 시와 정선임 작가님의 소설이 분위기가 닮았다는 생각도 드는데요. 요즘 마음이 가는 시인이나 소설가가 있을까요?

 

닮았다면 너무 영광입니다. 존 버거의 벤투의 스케치북에 나오는 어떤 이야기에 감명을 받거나 울림을 얻으면 그 이야기는 우리의 본질적인 일부가 되어 이야기의 후계가 된다는 말을 좋아하고 또 믿거든요. 요즘은 한여진 시인 '두부를 구우면 겨울이 온다'라는 시집을 읽고 있습니다. 이름을 부여받지 못한 이들을 바라보는 시인의 시선이 좋아요. 작년에 알게 된 스페인의 작가인 엘레나 메델의 장편소설 '소유에 관한 짧은 관심'을 다시 한번 더 읽었어요. 계급과 돌봄 노동과 여성의 삶 등 동시대적인 문제들을 다룬 작품입니다. 시인이면서 에세이스트 라고 하는데 번역된 책이 한 권뿐이어서 다른 책들도 번역되길 기다리고 있고요. 신작 중에는 김혜진 작가님의 장편 소설 '오직 그녀의 것', 정이현 작가님의 소설집 '노피플존'을 인상 깊게 읽었습니다.

 

작가님의 단편집 '고양이는 사라지지 않는다'에 실린 몰려오는 것들을 굉장히 인상적으로 읽었어요. 기후변화로 인해 대한민국 국토의 1/3이 잠긴 미래 사회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요. 기후위기나 주거난과 같은 사회 문제를 심도 있게 다루어 주셨어요. 최근, 작가님이 특히 문학으로 응답하고 싶은 현실의 문제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감사합니다. 기후위기는 관심을 갖고 있는 문제고 특히 몰려오는 것들은 확장해서 쓰고 싶은 소설이어서 공부 중인데 작업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환경과 관련해서 유해 동물에 대한 관심도 생겨서 책이나 자료를 찾아보고 있고요. ‘일잘러’ ‘일못러라는 말이 있던데 모두가 일을 잘하는 사람으로 인정받으려 애쓰는 사회에서 일 못하는 사람을 화자로 단편을 써 보고 싶어요. 그밖에 청소년들, 교육과 관련된 문제도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습니다.

 

올해 9, ‘글틴수필 게시판의 멘토가 되셨어요. 수필은 소설과 또 다르게 느끼시리라고 생각하는데요. 에세이를 쓸 때 더 고민을 많이 하게 된다고 말씀하신 글도 보았습니다. 수필과 소설은 어떻게 다른지, 또 서로 어떤 영향을 주는지 여쭙습니다.

 

소설에서는 실제로 가본 곳도 변형시키고 다른 사람이 되어보기도 하는데 수필은 그럴 수가 없잖아요. 숨을 곳이 없다고 해야 할까요. 온전히 나 자신이어야 하니까 더 어려운 것 같아요. 사유의 크기도 한계도 더 투명하게 드러나고. 일기에도 경험과 생각을 정리하긴 하지만 청탁받은 에세이는 읽는 사람이 분명 존재하는 글인 만큼 더 많은 고민을 하게 되는데요. 그렇게 풀어낸 사유와 질문이 소설로 이어진 경험이 몇 번 있어서 틈틈이 에세이 작업을 해두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하지만 청탁받지 않아도 소설은 쓰게 되는데 에세이는 잘 쓰지 않게 되네요. 이것도 수필과 소설의 다른 점이 될지는 모르겠지만요.

 

디지털 플랫폼 시대, 독서 환경 역시 빠르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작가님은 오늘날 문학이 어떤 방식으로 독자와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일 때문에 읽어야 하는 책들은 보통 이북을 통해 많이 구입합니다. 책을 보관한 공간이 부족하기도 해서 이북이 처음 등장했을 때는 유용하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종이책으로 읽었을 때와 이북으로 읽었을 때 몰입 정도가 다르더라고요. 책을 한 장 한 장 넘기는 감각과 밑줄을 긋고 귀퉁이를 접어두는 것도 모두 독서 활동에 포함되기 때문인 것 같아요. 제가 옛날 사람이어서라기보다 요즘 늘어나는 교환 독서를 보면 그런 감각을 많은 분들이 여전히 원하고 있는 것 같아요. 책을 주고받느라 시차도 생기고 손으로 쓰는 것이 번거롭기도 할 텐데 오히려 그 과정을 즐기시더라고요. 앞으로도 문학을 만날 수 있는 방식이 더 다양해지겠지만 종이의 질감을 느끼는 전통적인 독서 방법도 계속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무언가를 얻는 것보다 무언가를 상실해 가는 것이 삶인 것 같아 자연스레 상실에 대해서 소설에서 많이 다루게 되었다고 인터뷰하신 것을 보았어요. ‘상실애도에 집중해 오셨는데 앞으로 소설에서 꼭 다루고 싶은 주제나 테마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전에는 작가로서 평생 동안 천착할 수 있는 테마를 만나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조급해지기도 했는데요. 저는 지금은 그저 인간에 대해 쓰고 싶은 것 같아요. 말씀하신 상실과 애도뿐 아니라 사람과 사람사이의 연결과 공유, 사랑과 믿음, 실패와 성공 등등. 인물을 떠올리고 그 인물은 어떤 하루를 보낼까? 상상하는 일이 제일 즐겁거든요. 그러다 보면 언젠가 정말 다루고 싶고 천작하고 싶은 주제를 만날 수 있겠죠.

 

독자들이 앞으로 만나게 될 작가님의 작품에서 특히 주목해 주었으면 하는 지점이 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정말 어려운 질문인데요. 곧 두 번째 소설집을 만날 수 있으실 텐데요. 낮에도 나만 혼자 밤과 같은 시간을 보낼 때가 있잖아요. 또 내일은 달라지리라 잠을 청하는 밤도 있고 내일이 영 오지 않았으면 하는 밤도 있고요. 제 소설을 읽으시면서 그런 밤들을 떠올릴 수 있었으면 하고요. 여전히 고양이도 나오고. 이름이 같은 인물들도 등장하는데요. 각각 다른 이야기를 담은 단편들이지만 이어져 있기도 해서 연결고리를 찾아내며 읽어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그다음 책은 언제 나올지 모르지만 지면에서 혹은 서점에서 만나게 되면 아직 계속 쓰고 있었네, 라고 기억해 주시고 반가워해 주신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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