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최치언 희곡작가, 공감의 힘으로 동시대성에 응답하며
- 작성일 2025-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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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의 힘으로 동시대성에 응답하며
아르코 문학 작가 펠로우십 선정 작가 인터뷰 – 최치언 희곡작가(인터뷰어 : 안세진 평론가)
최치언은 1999년부터 시, 소설, 희곡을 넘나들며 문화예술 전반에 걸쳐 다방면의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시집 『설탕은 모든 것을 치료할 수 있다』(랜덤하우스중앙, 2005), 『어떤 선물은 피를 요구한다』(문학과지성사, 2010), 『북에서 온 긴 코털의 사내』(걷는사람, 2018), 장편소설 『악의 쑈』(곰, 2013), 소설집 『색다른 이야기 읽기 취미를 가진 사람들에게』(낮과밤, 2025), 희곡집 『미친극』(평민사, 2012), 『숲속의 잠자는 옥희』(걷는사람, 2019), 『다른 여름』(낮과밤, 2023) 등을 발표했으며, 대한민국연극대상, 대산문학상, 서울연극제 희곡상 등을 수상했다. 2012년부터는 창작집단 ‘상상두목’을 이끌며 극작가 및 연출가로 「다른 여름」(2021), 「이상한 나라의, 사라」(2023), 「붉고 깊은, 파랑 – 머구리」(2025) 등 다양한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연말에 올릴 새로운 공연을 준비하고 있는 그와 서면으로 간단한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
최근의 활동이나 출간한 작품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부탁드리겠습니다.
올해 상반기에는 갑신정변을 소재로 한 희곡 「붕괴의 대무대」 집필을 위해 관련 자료 조사 및 트리트먼트 작업을 수행하였습니다. 8월 말에는 춘천 봄내극장에서 강원다운 작품 개발 사업의 일환으로 「붉고 깊은, 파랑 – 머구리」 작품을 쓰고 연출하였습니다. ‘머구리’는 사라져가는 직업군 중 하나로, 수심 30~40미터 해역에서 해산물을 채취하는 남자 잠수부를 뜻합니다. 희곡 「붉고 깊은, 파랑 – 머구리」는 지난 1년간의 자료 조사와 전·현직 머구리 종사자와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집필하였습니다. 9월부터는 독일 작가 롤란트 쉼멜페니히의 희곡 「황금용」을 직접 윤색하였고, 오는 12월 공연으로 선보일 예정입니다.
작가님께 이번 펠로우십이 가지는 개인적·창작적 의미는 무엇인가요?
이번 펠로우십은 안정된 환경에서 창작 활동을 지속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매우 유익한 사업이었습니다. 경제적 지원을 통해 오랜 기간이 소요되는 자료 조사와 인터뷰 등 연구 과정을 꾸준하고 체계적으로 수행할 수 있었으며, 이를 기반으로 집필 과정에 필요한 다양한 요소들을 심화·발전시킬 수 있었습니다. 그 결과 창작 과정 전반의 효율성이 향상되었고, 보다 생산적이고 지속 가능한 집필 체계를 확립할 수 있었습니다.
펠로우십 기간 동안 구체적으로 구상 중인 프로젝트나 작업 방향이 있다면 소개해 주실 수 있을까요?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갑신정변을 소재로 한 희곡 「붕괴의 대무대」의 트리트먼트 작업을 완료하고 초고 집필을 진행하였습니다. 올해는 장기적으로 「붕괴의 대무대」의 희곡 퇴고 과정을 주요 목표로 삼고 있으며, 몇 달 전 집필 및 공연을 마친 희곡 「붉고 깊은, 파랑 – 머구리」는 내년 재공연을 대비하여 서사적 측면의 보완 작업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아울러, 12월 공연 예정인 독일 희곡 「황금용」의 번안 및 윤색 작업을 현재 진행 중입니다.
약 25년간 시, 소설, 희곡을 가리지 않고 문화예술 전반에 걸쳐 다양한 활동을 이어 오셨습니다. 장르의 경계를 넘나들며 진행된 창작의 경험이 현재 작가님의 작품 세계를 형성하는데 어떠한 영향을 끼쳤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희곡을 통한 이야기 방식에서 비선형적 구조를 지닌 ‘포스트 서사극’ 형식을 주로 탐구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서사적 경향은 시의 파편적 이미지 활용 방식과 소설의 단락적 서사 전개 방식이 희곡에 영향을 미친 결과로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시는 소설과 희곡의 상호 영향을 받아 서사적 요소가 강화된 ‘이야기 시’ 형태로 발전하였으며, 소설은 연극적 공간 상상력을 바탕으로, 특히 장편의 경우 단편에 가까운 밀도감을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창작을 지속해 오면서 ‘쓰는 이유’나 ‘문학의 역할’에 대한 생각이 달라진 점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최근 몇 년간의 작품을 돌아볼 때, 작가님이 스스로 인식하는 창작의 변화 혹은 전환점을 말씀해 주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창작의 변화를 가져온 가장 큰 계기는 코로나 시기였다고 생각합니다. 사회적 단절과 소통의 부재를 경험하면서 예술과 문학이 어떠한 사회적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지에 대해 깊이 성찰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문학은 결국 타인에 대한 깊은 공감에서 출발한다고 믿으며, 코로나 시기 이후로는 ‘공감’을 주제로 한 작품들을 지속적으로 집필하고 있습니다.
2012년 이후 창작집단 ‘상상두목’을 이끌며 활발한 극작 활동을 이어나가고 계십니다. 창단 13년을 맞이하는 시점에서 이에 대한 작가님의 소회를 듣고 싶습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화한 부분, 또는 여전히 유지하고 있는 극단의 정체성이나 특성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연극은 언제나 변화를 시도합니다. 물론 13년 동안 극단이 추구해온 미학이 변하지 않았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그 변화의 원동력은 동시대성에 있습니다. 동시대의 문제는 늘 우리에게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그러나 그 변화 속에서도 변함없이 지켜지고 있는 정체성은 ‘좋은 텍스트에서 좋은 공연이 나온다’는 믿음입니다. 희곡 텍스트가 공연 현장에서 고유한 문학성을 유지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렇기에 더더욱 극단의 정체성을 지켜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최근에는 연극 「붉고, 깊은 파랑 – 머구리」(2025)를 작·연출하셨습니다. 소멸하고 있는 강원 지역의 잠수부 ‘머구리’의 전통을 아버지의 생애를 되짚어보는 아들의 플롯을 통해 그려낸 작품입니다. 집필에 앞서 약 1년 간 강원 고성 지역의 머구리업 종사자들과 심층 인터뷰 및 자료 조사를 진행하셨고, 이를 연계 전시로 선보이기도 하셨죠. 해당 작품을 기획하게 된 계기와, 창작 과정에서 주안점을 둔 부분을 청해 듣고 싶습니다.
제 거주 지역은 강원 고성입니다. 동해 바다를 거의 20년 동안 바라보며 살아왔습니다. 그중에서도 ‘머구리’라는 직업이 유독 제게 작가적 상상력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사라져가는 직업이면서, 머구리분들 스스로 “머구리는 선택하는 직업이 아니라, 선택받는 직업”이라고 말하곤 했습니다. 수없이 많은 직업이 존재하는 사회에서 ‘선택하는 직업이 아니라 선택받는 직업’이라는 말은 어떤 의미일까. 그 물음을 작품 속에서 탐구해보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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