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대한민국 태극기이 누리집은 대한민국 공식 전자정부 누리집입니다.

공식 누리집 주소 확인하기

go.kr 주소를 사용하는 누리집은 대한민국 정부기관이 관리하는 누리집입니다.
이 밖에 or.kr 또는 .kr등 다른 도메인 주소를 사용하고 있다면 아래 URL에서 도메인 주소를 확인해 보세요.
운영중인 공식 누리집보기

자꾸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 작성일 2026-09-01

  자꾸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김효나


  그는 얇은 회색 잠바를 입고 있었다.

  아니다.

  그의 시신은 얇은 회색 잠바를 걸치고 있었다.

  아니다.

  그의 얼어붙은 육체는 얇은 회색 잠바 속에 내동댕이쳐 있었다.



  내가 모르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잠바였다.

  아니다.

  내가 모르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잠바였을 뿐 아니라 한 번도 본 적 없는 체크 남방, 한 번도 본 적 없는 추리닝이었다.

  아니다.

  내가 모르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잠바, 남방, 추리닝이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모르는, 가장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것은 얇은 회색 잠바였다.



  그의 얼어붙은 육체가 내동댕이쳐진 잠바, 남방, 추리닝 사이에서 내가 가장 모르는, 가장 한 번도 본 적 없는 것은 얇은 회색 잠바라고 썼지만 실은 가장 모르는, 가장 한 번도 본 적 없는 것은 그였다.

  아니다.

  실은 가장 아는, 가장 여러 번 본 적 있는 것은 그였다.

  아니다. 

  실은 가장 아는, 가장 무수히 본 적 있는 그였지만 이런 모습의 그는 아니었으므로 나는 그를 알아볼 수 없었다.



  알아볼 수 없었을 뿐만 아니라 볼 수 없었다.

  아니다.

  볼 수 없었을 뿐만 아니라 다가갈 수 없었다.

  아니다.

  다가갈 수 없었을 뿐만 아니라 차갑게 얼어붙은 그에게서 뒷걸음질 쳤다.



  흰 가운을 입은 직원은 가까이 와서 보시라고 말했다.

  아니다.

  흰 가운을 입은 직원은 가까이 와서 보고 확인해 주셔야 한다고 말했다.

  아니다. 

  흰 가운을 입은 직원은 가까이 와서 확인해 주지 않으면 무연고자 처리가 될 거라고, 시신이 안치된 지 닷새가 지났는데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다고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나는 알았다고 대답했다.

  아니다.

  나는 알았다는 식으로 입술을 웅얼거렸다.

  아니다.

  나는 다만 고개를 주억거리며 여전히 그에게서 멀리, 가능한 한 멀리 뒷걸음질 치고 있었고 흰 가운을 입은 직원 역시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는데 이곳에서는 이런 일이 적지 않은 것 같았다.



  즉, 이곳에서는 시신에게서 뒷걸음질 치는 사람이 적지 않은 것 같았다.

  아니다. 

  이곳에서는 시신에게서 옆걸음질 치는 사람도 적지 않을 것 같았다.

  아니다.

  이곳에서는 시신에게서 뒷걸음질이나 옆걸음질 치는 사람이 적지 않지만 그 사람들 모두 결국에는 시신 곁으로 바짝 다가가야 하는 것 같았다.



  흰 가운을 입은 직원은 가까이 와서 보셔야 한다고 반복하여 말했고 나는 그렇게 했다.

  아니다.

  그렇게 하려고 했다.

  아니다.

  반만 그렇게 했다.



  그러니까 반만 가까이 다가갔고, 반만 보았다.

  아니다.

  겨우 두 걸음 다가갔고, 눈의 초점을 흐리게 하여 그를 보았다.

  아니다.

  초점을 흐리게 하여 본 것은 그의 얼굴이었고, 얼굴을 제외한 나머지만 분명히 보았다.

  아니다. 

  의도적으로 초점을 흐리게 한 것은 아니었다. 그의 얼굴에 시선이 닿을 때마다 초점은 저절로 흐려졌다. 나는 내 눈이 자동 초점 기능을 가진 카메라 같다고 생각했다.

  아니다.

  고장 난 자동카메라 같다고 생각했다. 초점을 맞추어야 할 데는 맞추지 못하고 쓸데없는 것만 맞추는.

  아니다.

  문득 사진을 찍는 기분이 들었다. 20년 전 사진을 찍던 때로 돌아간 것 같았다. 대상을 정확히 담기 위해 온 신경을 집중하여 렌즈의 초점을 맞추던.

  아니다.

  피사체를 정확히 담기 위해.

  아니다.

  사체.



  피사체를 담고 싶었던 거지, 사체를 담고 싶었던 것은 아니야, 나는 생각했다.

  아니다.

  그토록 찾은 것은 피사체였는데, 결국 사체만 발견하게 되었군, 나는 생각했다.

  아니다.

  사체니 피사체니 하는 단어는 떠오르지 않았다. 그의 얼굴을 향해 초점이 흐려질 때마다 머릿속도 빠르게 흐려져 갔다.



  머릿속에 안개가 차오른 듯 아득한 와중에도 흰 가운을 입은 직원은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아니다.

  인내심 있게 바라보고 있었다.

  아니다.

  뭐라 말하고 있었다.



  “시청에서 연락받으신 거 맞죠? 고인 성함이 OOO 님이고요.”

  아니다.

  “닷새 전 안치 됐는데 그동안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어요. 안치 비용이 만만찮으니, 하루라도 빨리 장례를 치르는 게 좋아요.”

  아니다.

  “고인과는 어떤 관계세요? 다른 가족은 없으세요?”



  “없어요.” 나는 우물거렸다.

  아니다.

  “안치 비용이 얼만가요.” 나는 우물거렸다.

  아니다.

  “고인의 소지품을 볼 수 있나요.” 우물거렸다.



  우물거리며, 그를 ‘고인’이라 지칭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아니다.

  그를 ‘고인’이라 지칭할 수밖에 없음을, 그를 부르는 다른 단어는 존재하지 않음을 깨달았다.

  아니다.

  그의 얼굴이나 소지품을 확인하지 않았지만 그가 ‘고인’이라는 걸, 저 고인이 ‘그’라는 걸 이미 확신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어째서?’ 나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아니다.

  ‘어째서?’ 스스로에게 묻지 않았다. 물을 필요도 없었다.

  아니다.

  ‘어째서?’ 묻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저 얼어붙은 육체가 걸치고 있는 얇은 회색 잠바를 보면 알 수 있었다.

  아니다.

  저 얼어붙은 육체가 내동댕이쳐진 얇은 회색 잠바를 보면.

  아니다.

  저 차갑고 기다란 철판 위에 함께 내동댕이쳐진 얼어붙은 육체와 얇은 회색 잠바.

  아니다.

  저 차갑고 기다란 철판 위에 내동댕이쳐진 것은 비단 얼어붙은 육체와 얇은 회색 잠바만이 아닌 체크무늬 남방, 회색 추리닝, 감색의 속옷, 한 짝만 남은 양말이었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얇은 회색 잠바를 보면.



  그것은 내가 모르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잠바였으나 내가 아는, 여러 번 본 적 있는 잠바를 떠올리게 했다.

  아니다. 

  오래전 내가 알았던, 여러 번 본 적 있었던 잠바를 떠올리게 했다.

  아니다.

  오래전 알았고 여러 번 본 적 있으나 까마득히 잊고 있었던, 잊은 줄도 모르고 잊고 있었던 잠바를 불쑥 떠올리게 했고 그것은 얇은 푸른색 잠바였다.

  아니다.

  푸른색의 얇은 잠바였다.

  아니다.

  청록색의 얇은 잠바였다.

  아니다.

  녹색의 얇은 잠바였다.

  아니다.

  에메랄드 녹색의 얇은 잠바였다.

  아니다.

  빛바랜 에메랄드 녹색의 얇은 잠바였다.

  아니다.

  퇴색한 에메랄드 녹색의 얇은 잠바였다.

  아니다.

  창백한 에메랄드 녹색의 얇은 잠바였다.

  아니다.

  허름한 에메랄드 녹색의 얇은 잠바였다.

  아니다.

  초라한 에메랄드 녹색의 얇은 잠바였다.

  아니다.

  쇠락한 에메랄드 녹색의 얇은 잠바였다.

  아니다.

  퇴락한 에메랄드 녹색의 얇은 잠바였다.

  아니다.

  황량한 에메랄드 녹색의 얇은 잠바였다.

  아니다.

  적막한 에메랄드 녹색의 얇은 잠바였다.

  아니다.

  싸늘한 에메랄드 녹색의 얇은 잠바였다.



  그렇다. 그 잠바는 싸늘했다. 보기에 싸늘할 뿐만 아니라 실제로도 보온 기능이 전혀 없는 얇은 비닐 잠바였다. 한겨울에도 그는 그 얇은 잠바를 입고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나타나곤 했는데 나는 그 얇기에 항상 주목하곤 했다.

  아니다.

  그 얇기에 항상 의문을 가지곤 했다.

  아니다.

  그 등장에 항상 의문을 가지곤 했다. 


 

  ‘그는 왜 항상 저 얇은 잠바를 입고 나타나는가?’

  아니다.

  ‘그는 왜 항상 저 얇은 잠바를 입고 어디선가 불쑥 나타나는가?’

  아니다.

  ‘그는 왜 항상 저 얇은 잠바를 입고 어디선가 불쑥 나타나 어디론가 불쑥 사라지는가?’



  그리고 의문은 수십 년을 건너뛰어 불쑥 이어지는 듯했다. 

  ‘그는 왜 또다시 저 얇은 잠바를 입고 불쑥 나타났는가?’

  아니다.

  ‘그는 왜 또다시 저 얇은 잠바를 입고 불쑥 나타나 불쑥 사라졌는가?’

  아니다.

  ‘오래전에는 불쑥 나타남과 불쑥 사라짐 사이에 시간차가 존재했는데 지금은 왜 그렇지 않은가? 그는 왜 불쑥 나타난 채로 사라졌는가? 또는 불쑥 사라진 채로 나타났는가?’



  그것이 그의 상태에 대한 적합한 표현인지 아닌지 확인할 길 없이 의문에 의문을 거듭하는 와중에도 흰 가운을 입은 직원은 인내심 있게 기다리고 있었다.

  아니다.

  인내심 없이 뒤지고 있었다.

  아니다. 

  인내심이 바닥난 듯 고인의 몸 구석구석을 거칠게 뒤지고 있었고, 그의 몸은 마치 살아 있는 사람처럼 연신 들썩이고 있었다. 



  나는 그 모습에 좀 충격을 받아 나도 모르게 넋을 놓다가 하마터면 그 얼굴을 볼 뻔했다.

  아니다.

  하마터면 그 얼굴을 분명히 볼 뻔했다.

  아니다.

  반쯤 분명히 보았다.



  차가운 철판 위에 놓인 좌측 얼굴의 윤곽과 색을 분명히 보았다. 

  아니다.

  좌측 얼굴의 깡마른 윤곽과 불쑥 튀어나온 광대, 검버섯이 무성한 피부를 분명히 보았다.

  아니다.

  분명히 보는 즉시 다시 초점을 흐렸다.



  분명히 보는 즉시 초점을 흐리며, 그가 아닌 것 같다고 웅얼거렸다.

  아니다.

  그가 아닌 것 같은데, 실은 오랜 시간 그를 만나지 않았기에 그의 얼굴을 잘 모른다고 웅얼거렸다.

  아니다.

  오랜 시간 만나지 않았더라도 그의 얼굴을 기억하는데, 내가 아는 그의 얼굴이 아니라고 웅얼거렸다.



  내가 아는 그의 얼굴은 이렇게 썩은 나무토막 같은 얼굴이 아니라고 웅얼거렸다.

  아니다.

  내가 아는 그의 얼굴은 이렇게 움푹 파인 구덩이 같은 얼굴이 아니라고 웅얼거렸다.

  아니다.

  썩은 나무토막 같다느니 움푹 파인 구덩이 같다느니 하는 표현은 떠오르지 않았다. 그저 아니라는, 자꾸 아니라는 생각만 들었고 아니라는 생각이 거듭될수록 머릿속은 더욱 아득해졌다.



  짙은 안갯속을 헤매는 듯 몽롱한 와중에도 흰 가운을 입은 직원은 내 웅얼거림을 - 또는 웅얼거리지 않음을 - 분명히 듣고 있었고, 대체 얼마 동안 만나지 않은 거냐고 물었다.

  아니다.

  말기 암 환자의 얼굴은 끝에 가서 많이 변형되니 충분히 몰라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니다.

  아무리 뒤져봐도 소지품이 없는데 고인이 사망한 응급실에서 보관하고 있을 수 있으니 가서 찾아보라고 지시했다.



  나는 깜짝 놀라 그가 응급실에서 사망했냐고 물었다. (하지만 묻는 즉시 내가 깜짝 놀랄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는 응급실에서든 길에서든 바다에서든 사망할 수 있었기에.)

  아니다.

  나는 깜짝 놀라 그가 말기 암 환자였냐고 물었다. (하지만 묻는 즉시 역시 내가 깜짝 놀랄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는 말기 암 환자였을 수도, 말기 폐렴 환자였을 수도, 말기 신부전 환자였을 수도 있기에.) 

  아니다.

  나는 여전히 안갯속을 헤매는 얼굴로, 10년……? 아니, 11년……? 혼자 웅얼거렸다.



  그러나 흰 가운을 입은 직원은 내 웅얼거림을 역시 분명히 들었고 어째서 10년이나 만나지 않았냐고 물었다.

  아니다.

  어떻게 10년이나 만나지 않을 수 있느냐고 묻는 표정이었다.

  아니다.

  묻기 직전이었고, 대답하기 직전이었다. 

  아니다.

  캐묻기 직전이었고, 변명하기 직전이었다.

  아니다.

  내가 왜 변명해야 하는가? 돌연 억울해지기 직전이었고, 쏟아내기 직전이었다. 무엇을? 10년 동안 그를 만나지 않은 이유를.

  아니다.

  10년 동안 그의 연락을 피한 이유.

  아니다.

  그에게서 종종 문자가 왔지만, 읽지 않은 이유.

  아니다.

  읽었지만, 이해하지 않은 이유.

  아니다.

  이해했지만, 이해했다고 말하지 않은 이유.

  아니다.

  가까운 몇몇 사람에게는 말했지만, 오직 그에게는 말하지 않은 이유.

  아니다.

  입을 닫아버린 이유.



  그 말이 목 끝까지 치밀어 올랐을 때 공교롭게도 폰이 울렸고, 통화 버튼을 밀자마자 그녀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귓속을 파고들었다. 

  “맞아?”


  아니다.


  그 말이 목 끝을 넘어 입안까지 범람했을 때 기다렸다는 듯 폰이 울렸고, 통화 버튼을 밀자마자 그녀의 의심 가득한 목소리가 고막에 밀려들었다.

  “죽은 거 맞아?”


  아니다.


  그 말이 입안에 터질 듯 가득 찼지만 절대 터져버리지 않을 것을 알았을 때 아무 상관 없이 폰이 울렸고, 통화 버튼을 밀자마자 그녀의 적나라한 표현이 심장을 찔렀다.

  “죽은 사람 니네 아빠 맞아?”


  아니다.


  “아니지? 니네 아빠 아니지? 죽은 사람 니네 아빠 아니지?”


  아니다.


  “아닐 거야. 니네 아빠 아닐 거야. 죽은 사람 니네 아빠 아닐 거야.”


  아니다.


  “절대 아니야. 니네 아빠 절대 아니야. 니네 아빠 죽은 거 절대 아니야. 한 달 전만 해도 멀쩡하던 인간이 죽을 리가 없어. 내가 말했지, 한 달 전에 나한테 전화해서 당장 죽여 버리겠다고 소리소리 질렀다니까? 목소리가 아주 쩌렁쩌렁했다니까?”


  아니다.


  “니네 아빠 사기 치는 거야, 또 사기 치는 거야. 거기 어디라고? 언제 죽었대? 어떻게 죽었대? 뭐? 응급실? 말기 암? 말기 암 환자 목소리가 그렇게 쩌렁쩌렁했다고? 니네 아빠 진짜 일 꾸미는 거 아니야? 어제 시청에서 연락 온 것부터 다 거짓말 아니야? 자기 죽었다고 하고 나 찾아와서 죽이려는 거 아니야?”

  그녀 역시 아니라는, 자꾸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 것 같았는데 아니라고, 자꾸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은 그녀의 오래된 습관이라는 걸 나는 그 순간 깨달았다.


  아니다.


  “거기 직원이라는 사람도 가짜 아니야? 거기 영안실도 가짜 아니야? 거기 시체도 가짜고, 비슷한 노숙자 하나 구해서 갖다 둔 거 아니야?”

  그녀 역시 아니라는, 자꾸 아니라는 생각을 넘어 모든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 것 같았는데 아니라고, 자꾸 아니며 모든 게 아니라고 생각하는 습관은 실은 그에게서 비롯된, 과거 그와의 삶에서 비롯된 사고의 패턴임을 나는 그 순간 상기했다.


  아니다.


  그녀 역시 아니라는, 자꾸 아니라는 생각을 넘어 모든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 것 같았는데 아니라고, 자꾸 아니며 모든 게 아니라고 생각하는 습관을 내가 부지불식간에 닮아버렸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소름이 끼쳤다.


  아니다.


  그녀 역시 아니라는, 자꾸 아니라는 생각을 넘어 모든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 것 같았는데 아니라고, 자꾸 아니며 모든 게 아니라는 말을 듣자 나는 또 그것이 아니라고, 그러니까 그녀가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어졌고 곧 그렇게 했다.

  “아니야, 그런 거 아니라고.”

  그러자 여지없이 의심 가득한 목소리가 고막을 찔렀다.

  “얼굴 봤어? 얼굴 제대로 봤어?”


  아니다.


  “확실히 봤어? 확실히 니네 아빠 맞아?”


  아니다.


  “똑똑히 본 거 맞아? 비슷한 노숙자 하나 구해서 뒀을 수 있다니까? 너 정말 똑똑히 봤어?”

  그녀는 내가 그의 얼굴을 반만 정확히 보았다는 것을, 그러니까 완전히 명료하게 보지 못했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는 듯했다. 역시 그녀를 속일 수 없다는 사실에 잔뜩 움츠러들어 아무 말도 못 하자, 그녀는 그 어느 때보다도 엄격한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 봐, 지금 똑똑히 보라고.”


  아니다.


  그 어느 때보다 초조한 목소리로 말했다.

  “빨리 봐, 지금 당장 가까이 가서 보라고, 빨리.”


  아니다.


  그 어느 때보다 집요한 목소리로 말했다.

  “당장, 당장, 당장 보라니까.”


  아니다.


  그 어느 때보다 강압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보라고.”


  아니다.


  그 어느 때보다 폭력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봐.”


  아니다.


  그 어느 때보다 가차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봐!”


  아니다.


  그 어느 때보다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봐라.”

  그녀가 보라고 할 때마다 나는 정말 보려고 했다. 하지만 그의 얼굴에 시선이 닿을 때마다 여지없이 초점이 흐려졌고, 나중에는 시선 자체가 미끄러졌다. 내 눈은 고장 난 카메라가 맞았다. 내 눈은 고장 났다. 나는 거의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

  “못 보겠어…….”


  아니다.


  그녀가 보라고 할 때마다 나는 정말 보려고 노력하는 한편, 보기를 강요당하는 이 상황이 믿어지지 않았다. 몹시 비현실적이며 소설적이란 느낌이 들었는데, 그런 단어가 정확히 떠오른 것은 아니었다. 머릿속은 새하얀 진공 상태가 되어 다른 무엇도 떠올릴 수 없었다. 나는 거의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

  “못 보겠어…….”


  아니다.


  그녀가 보라고 할 때마다 나는 정말 보려고 했으나 볼 수 없었다. 반복되는 실패에 좌절감을 피할 수 없었고, 나는 처음으로 눈이 좌절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한편, 흰 가운을 입은 직원은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로 그런 나를 바라보고 있었는데, 내 시선의 바닥을 들킨 듯 부끄럽고 처참한 기분마저 들었다. 나는 거의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

  “못 보겠어…….”

  그러자 그녀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곧장 튀어나왔다.

  “대체 왜? 왜 못 봐?”

  “…….”

  “응? 왜 못 본다는 거야?”

  “…….”

  “왜?”

  “…….”

  “무서워? 무서워서 그래?”


  아니다.


  “대체 왜? 왜 못 봐?”

  “…….”

  “응? 왜 못 본다는 거야?”

  “몰라…….”

  “모르다니? 왜 몰라?”

  “…….”

  “응? 왜 몰라? 뭘 몰라? 모르다니 말이 돼?”

  “몰라, 모르겠어…….”

  “모르니까 봐야지! 지금 당장 봐! 죽었는지 보라고!”


  아니다.


  “대체 왜? 왜 못 봐? 왜 못 본다는 거야?”

  “몰라…… 나도 몰라…….”

  “무서워? 죽은 사람 보는 게 무서워서 그래?”

  “아니야, 그런 거 아니야…….”

  “그럼 왜? 왜 못 봐?”

  “…….”

  “그냥 보면 되는 거잖아! 그냥 봐!”

  “…….”

  “봐! 봐야지! 니네 아빠가 진짜 죽었는지 봐야지! 그거 보러 거기까지 간 거잖아!”

  “맞아, 맞는데, 못 보겠어…… 근데 그가 맞아.”

  “뭐? 맞다고?”

  “응. 맞아.”

  “보지도 않고 어떻게 알아?”

  “…….”

  “응? 어떻게 알아?”

  “…….”

  그가 얇은 회색 잠바를 입고 있기 때문이라는 말이 혀끝까지 차올랐지만 나는 내뱉지 않았다. 차가운 철판 위에 내동댕이쳐진 시신이 얇은 회색 잠바를 걸치고 있기 때문에 그가 맞다고 말하면 그녀가 뭐라고 대꾸할지 뻔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좀 하지 말라고, 너는 중요한 순간에 꼭 이상한 소릴 한다고.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냐고. 문득 그때가 떠올랐다. 아주 오래전, 내가 그녀에게 도망가라고 얘기했을 때. 그냥 가면 그가 어떻게든 찾아내 죽여 버릴 테니까 도망가서 사망신고를 하라고 했을 때, 그녀는 픽 웃으며 그렇게 말했었다.


  아니다.


  문득 그때가 떠올랐다. 그가 아니고, 아니고, 너무 아니었을 때. 끔찍할 정도로 아니라는 결론에 도달해 마침내 그 방법을 고안해 냈을 때. 나는 그녀에게 사망신고를 하라고 했다. 그리고 도망가라고. 아니, 도망을 가고, 그다음 사망신고를 하라고. 아니, 도망을 먼저 가든 사망신고를 먼저 하든 사망신고는 무조건 하라고. 그리고 자유롭게 살라고. 나랑 오빠는 걱정하지 말고, 이젠 다 컸으니까. 면회를 다녀오는 차 안이었다. 일요일 오전마다 우리는 서울외곽순환도로를 타고 의정부교도소에 갔고, 싸늘한 에메랄드 녹색의 수의를 입고 있는 그를 10분씩 마주했다. 그렇다. 그때도 그는 싸늘한 에메랄드 녹색의 옷을 입고 있었던 것이다. 한겨울에도 그 얄팍한 옷 한 장만 걸치고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나타나곤 했는데…….


  아니다.


  면회를 다녀오는 카니발 안이었다. 그녀가 운전하는 올리브색 카니발을 타고 나는 일요일 오전마다 의정부교도소에 갔다. 오빠는 늦잠을 자서 거의 가지 않았다. 나도 그러고 싶었다. 하지만 나는 갈 수밖에 없었다. 우리 둘 중 한 사람은 꼭 데려오라는 그의 지시가 있었기 때문이다. 말은 하지 않았지만 나는 일요일 오전에 일찍 일어나는 것이 싫었고, 교도소에 간다는 사실을 누가 알까 무서웠다. 차에 타고 가는 중에도 혹시 같은 반 아이가 길에서 나를 알아볼까 봐 창밖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 동네를 벗어나서야 비로소 고개를 들고 창밖을 바라봤다. 교도소 가는 길은 늘 스산하고 황량했다. 다른 세상으로 가는 것 같았다. 거기서 보는 사람들도 모두 다른 세상의 사람들처럼 굳고 어두운 얼굴을 하고 있었는데, 오직 그녀만이 발그레했다. 그녀만이 곱게 화장을 하고, 꽃무늬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아름다운 여자였다. 어디서든 아름다움을 숨길 수 없는 여자였다. 나는 이 아름다운 여자가 왜 이러한 생활을 지속하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자신을 하찮게 대하는 남편의 옥바라지를 왜 하고 있는지, 이 기회에 왜 도망치지 않는지 알 수가 없었다. 면회를 가서도 그녀는 혼이 났고, 그의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 쩔쩔매야 했다. 어느 날 돌아오는 차 안에서 나는 그녀에게 말했다. 도망가, 그리고 사망신고를 하라고. 그에게서 벗어나라고. 그러자 그녀는 픽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좀 하지 마. 너는 중요한 순간에 꼭 이상한 소릴 하더라.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니? 내 걱정은 말고 니 앞가림이나 잘해. 계속 냄새나잖아. 니 발에서. 아휴, 창문 좀 열어야겠다.”

  그러고 보니 전날 빗속을 걸어 다녀 흠뻑 젖은 운동화를 나는 그대로 신고 있었다. 발에선 내가 맡아도 역겨운 구린내가 났다. 나는 심한 수치심을 느끼고 입을 꾹 닫았는데, 문득 그때가 떠올랐다.


  아니다.


  문득 그 냄새가 났다. 수치심의 냄새.


  아니다. 


  문득 그 냄새가 난 것은 지금 글을 쓰는 이 순간이다.


  아니다.


  문득 그때가 떠오른 것도 지금 글을 쓰는 이 순간일지 모른다. 기억은 점점 흐릿해진다. 이 글을 쓰면서 그날로부터 점점 멀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날, 그의 시신을 확인하기 위해 S대 병원 장례식장의 영안실을 찾았던 날로부터 벌써 수개월이 지났다. 정확하다고 생각되는 사실을 좀 더 정확하게 쓰려는 노력은, 부정확한 사실을 그나마 덜 부정확하게 쓰려는 노력으로 바뀌었다.


  아니다.


  어떤 사실도 정확하게 여겨지지 않는다. 그나마 덜 부정확한 사실이라 판단돼 지면에 옮기는 즉시, 문장은 미끄러진다. 그날의 그 장면에서 미끄러진다. 그의 얼굴 앞에서 자꾸 미끄러졌던 내 시선처럼. 그날, 나는 결국 그의 얼굴을 보지 못했다. 시신이 얇은 회색 잠바를 걸치고 있기 때문에 그가 맞다고 말하지도 못했고, 그렇게 말했다 해도 아무 소용 없었을 것이다. 그날, 그의 신원을 확인한 이는 그녀였다. 수화기 너머로 나의 불능 또는 무능을 확인한 그녀는 갑자기 자신이 가겠다고 했다. 

  “내가 지금 갈게! 내가 가서 확인할게! 기다리고 있어!”

  그렇게 말하는 그녀의 목소리는 문득 신나 보였다. 최근 몇 년간 들었던 목소리 중 가장 활기찬 것도 같았다.


  아니다. 


  어떤 사실도 정확하다고 할 수 없다. 그나마 덜 부정확한 사실이라 판단돼 지면에 옮기는 즉시, 문장은 미끄러진다. 그날의 그 장면에서 미끄러져, 구멍이 생긴다. 미끄러진 문장을 따라가고, 또다시 미끄러진 문장을 따라가다 보면, 당시 현장에 분명히 존재했고 내가 선명히 인식하였으나 전혀 서술되지 못하고 있는 구멍들을 발견하게 된다. 이를테면 영안실에서 내가 습관적으로 흘긋거렸던 작은 화이트보드, 그 보드의 좌측에 세로로 배열된 사망자들의 이름, 맨 아래 홀로 뚝 떨어진 그의 이름, 그리고 그 이름 옆에만 괄호 처리되어 덧붙여진 네 글자의 단어 ‘무연고자’, 내가 그의 얼굴을 보지 못해 시간이 지체되자 흰 가운을 입은 직원이 했던 말 “시신을 상온에 오래 두면 부패가 빨라지고 다른 시신들에도 영향이 가기 때문에 가능하면 빨리 확인을 해주셔야 합니다.”, 그때 직원이 손가락으로 가리켰던 냉동창고의 열린 문과 그 사이로 보이던 냉동창고의 어둠, 겉으로는 시신 별로 구획이 나누어져 보이지만 내부는 통으로 연결되어 있던…… 수십 구의 시신을 감싸고 있던 그 거대한 어둠과 어둠 속 어슴푸레 보이던 누군가의 발……


  아니다.


  문장이 미끄러지는 것은 당연하다. 왜냐하면 아니라는, 자꾸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아니라는 생각은 문장을 미끄러지게 하고 시선을 미끄러지게 한다. 미끄러진 자리엔 어두운 구멍이 뚫리고 그날의 내 시선은 어두운 구멍 그 자체다. 그날, 나는 결국 그의 얼굴을 보지 못했다. 대체 왜? 왜 못 보는 거냐는 그녀의 질문에 쩔쩔매며 아무 대답 못 했고 그런 나 자신이 한심하기 짝이 없었다. 그날, 그의 신원을 확인한 이는 그녀였다. 수화기 너머로 나의 불능 또는 무능을 확인한 그녀는 갑자기 자신이 가겠다고 했다. 

  “내가 지금 갈게! 내가 가서 확인할게! 기다리고 있어!”

  그리고 그녀는 왔다. 정확히 2시간 뒤. 검은 롱패딩에 꽃무늬 스카프를 두르고.


  아니다.


  그날, 그녀가 확인한 것은 그의 얼굴일 뿐이었다. 정확히 2시간 뒤 영안실에 등장한 그녀는 아무 거리낌 없이 곧장 그에게로 다가가, 그의 얼굴을 보았다. 길게 누운 그의 오른쪽으로 가 오른쪽 얼굴을 보고, 왼쪽으로 가 왼쪽 얼굴을 보고, 다시 오른쪽으로 가 오른쪽 얼굴을 보고, 다시 왼쪽으로 가 왼쪽 얼굴을 보았다. 이미 가까이서 보고 있는데 더 가까이 다가가 보고, 더욱더 가까이 다가가 보고, 거의 코가 닿을 듯 밀착해서 보았다. 


  아니다.


  그녀의 코가 그의 코에 닿을 듯 밀착하였는지 정확히 볼 수 없었다. 그녀가 그에게 다가갈수록 나는 또다시 초점을 흐리며 뒷걸음질 쳤기에, 내 눈에 들어온 것은 그녀의 검은 실루엣뿐이었기 때문이다. 검고 부연 실루엣은 길게 누운 회색 실루엣의 오른쪽으로 가 오른쪽 얼굴을 보는 것 같았고, 왼쪽으로 가 왼쪽 얼굴을 보는 것 같았고, 다시 오른쪽으로 가 오른쪽 얼굴을 보는 것 같았다. 이미 가까이서 보고 있는데 더 가까이 다가가 보는 것 같았고, 더욱더 가까이 다가가 보는 것 같았고, 거의 코가 닿을 듯 밀착하여 보는 것 같았다. 그 밀착의 순간 나는 급기야 뒤를 돌았고, 눈을 감았다. 그의 얼굴을 보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그의 얼굴을 보는 그녀까지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아니다.


  그녀의 눈에 들어온 그의 얼굴이 너무도 정확히 보였고, 그것을 참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감은 눈 속에서 그 얼굴은 더욱 선명해져 다시 눈을 떠야 했다. 그러자 영안실 바깥의 흰 복도가 보였고, 문득 이대로 나가고 싶다는 충동이 일었다. 환한 백열등이 켜져 모든 것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이 방을 나가고 싶었고, 이 방이 있는 이 건물을 나가고 싶었고, 이 건물이 있는 이 지역을 떠나고 싶었다. 왜 그러면 안 될까, 그녀도 왔으니 모든 걸 그녀에게 맡기고 그래도 되지 않을까, 바로 지금이 그럴 수 있는 순간이지 않을까, 지금 바로 한 걸음만 내디디면 되지 않을까, 갈등에 갈등을 거듭하는 순간 특유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귓속을 파고들었다.

  “아닌데? 니네 아빠 아닌데? 이 사람 니네 아빠 아닌데?”


  아니다.


  특유의 의심 가득한 목소리가 귓속을 파고들었다.

  “아닌데? 니네 아빠 아닌데? 이 사람 니네 아빠 아닌데?”


  아니다.


  유난히 활기 넘치는 목소리가 귓속을 파고들었다.

  “아닌데? 니네 아빠 아닌데? 이 사람 니네 아빠 아닌데?”


  아니다.


  “아니야. 니네 아빠 아니야. 이 사람 니네 아빠 아니야.”


  아니다.


  “턱을 보니 니네 아빠인 것도 같은데, 눈썹을 보니 니네 아빠 아닌데? 니네 아빠 눈썹이 이렇게 짙었니?”


  아니다.


  “입술을 보니 니네 아빠인 것도 같은데, 코를 보니 니네 아빠 아닌데? 니네 아빠 코가 이렇게 낮았니? 응? 이렇게 낮았어? 지연아? 너도 좀 와서 봐.”


  아니다.


  “코를 보니 니네 아빠인 것도 같은데 몸집을 보니 니네 아빠 아닌데? 니네 아빠가 이렇게 작았니? 이렇게 작고 볼품없었어? 정말 노숙자 데리고 온 거 같은데? 보니까 딱 노숙잔데? 지연아, 거기서 뭐 해? 너도 와서 보라니까! 가까이 와봐, 이 사람 모르는 사람이야. 이 사람 우리는 몰라요, 처음 보는 사람이에요.”

  그녀는 문득 방향을 꺾어 옆에 서 있던 직원에게 말했다.

  “이 사람 노숙자 아니에요? 노숙자 데려다 놓기도 하죠? 노숙자 데려다 놓은 거 아니에요?”

  직원은 순간 당황한 얼굴로 나를 흘끔 바라보았는데, 이곳에서 이런 질문은 흔치 않은 것 같았다. 


  아니다.


  “이 사람이 OOO인지 어떻게 알아요? 어떻게 확인해요? 확인한 거 맞아요? 지문 인식했어요?”

  직원은 당황한 눈으로 나를 흘끔 보고는 다시 그녀에게로 시선을 돌렸는데, 한없이 무표정하던 눈동자가 흔들리며 반짝이는 것을 나는 그 순간 보았다.


  아니다.


  “이 사람 지문 인식한 거예요? 네? 지문 인식했어요? 정확히 지문 인식해서 OOO인지 확인한 거 맞아요?”

  직원은 당황스러움과 흥미로움이 뒤섞인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면서 고인이 이곳 S 병원 이력이 있어 지문 인식할 필요가 없다고 대답하였다. 그리고 문 앞에 서 있는 나를 다시 바라보고는 물었다.

  “그런데 이분은 고인과 어떤 관계시죠? 아까 다른 가족은 없다고 하셨는데……?”

  내가 여전히 멀찍이 떨어진 채로 굳어 서 있는데 그녀의 단호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전(前) 와이프.”


  아니다.


  “이 사람 지문 인식한 거예요? 네? 지문 인식했어요? 정확히 지문 인식해서 OOO인지 확인한 거 맞아요?”

  직원은 당황스러움과 흥미로움이 뒤섞인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는데 그 시선은 흡사 연극무대 위 배우를 바라보는 관객의 그것과 같았고, 그러자 그녀가 내게도 연극배우처럼 보였다. 검은 롱패딩에 꽃무늬 스카프를 두른 여배우는 질문을 쏟아내면서도 끊임없이 시신의 이쪽저쪽을 오가며 과장된 몸짓으로 얼굴을 들여다보았고, 급기야는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찰칵, 찰칵, 찰칵.

  나는 깜짝 놀라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엄마! 뭐 하는 거야! 사진을 왜 찍어!”

  그러자 그녀 역시 소리 질렀다.

  “맞는지 확인해야 할 거 아니야!”

  “찍어서 뭘 어쩌려고!”

  “니 오빠한테 보내려고! 니 오빠가 가장 최근에 만났을 거 아니야!”


  아니다.


  찰칵, 찰칵, 찰칵.

  나는 깜짝 놀라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엄마! 뭐 하는 거야! 사진을 왜 찍어!”

  그러자 그녀 역시 소리 질렀다.

  “맞는지 확인해야 할 거 아니야! 너는 못 보잖아! 너는 보지도 못하잖아!”

  “…….”

  “너는 가까이 오지도 못하잖아!”


  아니다.


  찰칵, 찰칵, 찰칵.

  “엄마! 뭐 하는 거야! 사진을 왜 찍어!”

  버럭 소리를 내질렀지만, 속으로는 심장이 내려앉는 느낌이었다. 찰칵, 하는 소리와 함께 그녀의 휴대폰 갤러리에 저장된 그의 얼굴이 보였고, 위아래로 기다란 직사각형 프레임 모양으로 정확히 보였다. 그의 얼굴을 정확히 본 적도 없는데 어떻게 정확히 떠오르는 건지 알 수 없었지만, 그것은 분명 그의 얼굴이라고 여겨졌고, 눈을 감아도 떠오르는 그 얼굴에는 초점을 흐릴 수도 없었다. 나는 그 얼굴을 참을 수 없었다. 그러나 찰칵 소리가 날 때마다 그 얼굴은 새롭게 떠올랐으므로, 참고 참다 도저히 참을 수 없어 가슴이 터져 버릴 것만 같았다.


  아니다. 


  찰칵, 찰칵, 찰칵.

  뒤통수를 얻어맞은 느낌이었다. 그 얼굴을 사진 찍을 수 있다고는 생각해 본 적 없었고, 사진이란 그런 거라고 생각해 본 적 없었다. 불현듯 또다시 20년 전 사진을 찍던 때로 돌아간 것 같았고, 사진의 본질에 대해 강렬히 고민하던 순간으로 돌아간 것 같았다. 사진이란 무엇인가? 이 사진은 윤리적인가? 사진은 윤리적이어야 하는가? 무수한 질문이 휘몰아쳤고 어떤 대답도 할 수 없었지만, 하나의 생각만큼은 분명히 들었다. 이건 아니다. 찰칵 소리가 반복될 때마다 그 생각 역시 반복되었고, 찰칵 소리가 계속되었으므로 그 생각 역시 계속되었다.


  찰칵, 찰칵, 


  이건 아니다.


  찰칵, 찰칵, 찰칵,


  이건 아니다.


  찰칵, 찰칵, 찰칵, 찰칵, 찰칵,


  이건 정말 아니다.


  찰칵, 찰칵, 


  정말 아니고, 아니다. 


  찰칵, 찰칵, 찰칵,


  아니고, 아니고, 아니다.


  찰칵, 


  정확히 무엇이 아니라는 말인가? 그건 잘 모르겠지만 자꾸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찰칵, 찰칵, 찰칵,


  자꾸 아니라는 생각이 따라붙는다.


  찰칵, 찰칵, 찰칵,


  자꾸 아니라는 생각이 나를 추적한다.


  찰칵, 찰칵, 찰칵,


  자꾸 아니라는 생각이 나를 집요하게 미행한다.


  찰칵, 찰칵, 찰칵,


  자꾸 아니라는 생각이 나를 옴짝달싹 못 하게 한다.


  찰칵, 찰칵, 찰칵, 찰칵,


  자꾸 아니라는 생각이 나를 꽁꽁 묶는다. 


  찰칵, 찰칵, 찰칵,


  자꾸 아니라는 생각이 나를 발목 잡는다.


  찰칵, 찰칵, 


  자꾸 아니라는 생각이 나를 둘둘 휘감는다.


  찰칵, 


  자꾸 아니라는 생각이 나를 사로잡는다.


  찰칵, 찰칵, 찰칵, 찰칵, 찰칵,


  자꾸 아니라는 생각이 나를 포착한다.


  찰칵, 찰칵, 


  자꾸 아니라는 생각에 나는 포착된다.


  찰칵, 찰칵, 찰칵,


  자꾸 아니라는 생각에 나는 무력하게 포착된다.


  찰칵, 찰칵,


  무력하게 포착되는 그의 얼굴처럼.


  찰칵, 찰칵, 찰칵,


  무력하게 포착되는 그의 이마처럼.


  찰칵, 찰칵,


  무력하게 포착되는 그의 코.


  찰칵,


  무력하게 포착되는 그의 눈.


  찰칵,


  무력하게 포착되는 그의 눈썹.


  찰칵,


  무력하게 포착되는 그의 뺨.


  찰칵, 


  무력하게 포착되는 그의 광대.


  찰칵, 


  무력하게 포착되는 그의 관자놀이.


  찰칵,


  무력하게 포착되는 그의 귀.


  찰칵,


  무력하게 포착되는 그의 턱.


  찰칵,


  무력하게 포착되는 그의 입술.


  찰칵,


  무력하게 포착되는 그의 살짝 벌어진 입술.


  찰칵,


  무력하게 포착되는 그의 살짝 벌어진 입술 사이 고인 죽음.


  찰칵,


  무력하게 포착되는 그의 죽음.


  찰칵,


  그의 죽음.


  찰칵,


  죽음.


  찰칵,


  죽음.


  ……


  죽음.


  ……


  촬영은 끝났고, 그녀는 사진을 빠르게 전송했다. 답장 역시 빠르게 왔다. 오빠는 자신도 지난 일 년간 그를 본 적이 없어 그의 최근 얼굴을 모른다면서 사진을 삼촌에게로 보냈고, 삼촌은 얼마 전 그를 만났다면서 그가 맞다고 했다. 맞다고 했다고 오빠가 전했고, 그 말을 그녀가 내게 전했다. 하지만 전하는 동시에 다시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지 그녀는 한 번 더 물어봐달라는 문자를 오빠에게 보냈고, 정확히 그가 맞다는 답변을 받았다. “맞대.” 어쩐지 힘이 쭉 빠진 목소리로 그녀는 내게 말했다. “맞대요.” 흰 가운을 입은 직원에게도 똑같이 말했다. 그런 그녀는 조금 전 연극무대를 장악하던 활기 넘치던 여배우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피로하고 초췌한 노파가 되어 있었고, 그녀를 흥미롭게 바라보던 관객 역시 온데간데없었다. 흰 가운을 입은 직원은 다시 한없이 무표정한 얼굴로 나와 그녀를 번갈아 보며 이제 시신을 확인하였으니 장례를 치를 건지 물었다. 잠시 침묵이 흐르자, 하루가 지날 때마다 안치 비용이 누적되기 때문에 가급적 빨리 결정하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나는 여전히 멀찍이 떨어진 자리에서 비용은 어떻게 계산이 되냐고, 그리고 지금까지 총 얼마냐고 물었고 직원은 하루에 8만 4천 원으로 오늘까지 5박으로 치면 총 42만 원에 부가세 10퍼센트가 붙는다고 말했다. 그 계산을 듣자 죽은 사람에게도 숙박비가 매겨지는 것 같아 조금 우습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의 밀린 숙박비 정도는 흔쾌히 내줄 수 있다는 생각으로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동시에 이 모든 상황이 괜찮게 여겨져 나는 재빨리 눈을 들었다. 지금까지의 모든 어려움을 문득 가볍게 넘어설 수 있을 것 같았기에 재빨리, 그의 얼굴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보았다. 아니다. 보지 못했다. 시선은 여지없이 미끄러져 차가운 바닥 위에 처참히 내동댕이쳐졌다. 차가운 철판 위에 처참히 내동댕이쳐진 그의 시신처럼. 시선이 마침내 시신으로 가 닿은 건 그로부터 사흘이 지난 뒤였다. 장례지도사는 보라고 했다. 한 명씩 그에게 다가가 얼굴을 마주하고 마지막 인사를 나누라고 참석자들에게 말했다. 오빠와 b 모두 아무렇지 않게 그 일을 했으므로 마지막으로 남은 나 역시 그렇게 했다. 나는 보았다. 봤는데, 이상하게도 본 것 같지 않았다. 아니다. 봤는데, 이미 본 것 같았다. 아니다. 봤는데, 이게 단가 싶었다. 내가 그토록 볼 수 없었던 그 얼굴이 이게 단가, 눈과 코와 입이 달린 낯선 노인의 얼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이 얼굴이 전부인가. 겨우 이게 전부인 건가. 그럴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코 그럴 수 없고, 그래서도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언가 볼만한 것이 더 있을 것이고 그것을 봐야 한다는 생각이. 그것이 무엇인지는 몰라도 반드시, 지금 반드시 봐야만 했다. 지금 보지 못하면 앞으로 영영 보지 못할 것이기에. 바로 지금이 그것을 볼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이기에. 그래서 나는 눈을 크게 떴다. 이미 크게 뜨고 있던 눈을 한 번 더 크게 떴다. 이미 감고 있던 눈을 한 번 더 감았던 듯이. 감고, 감고, 감았던 지난 10년을 돌이키려는 듯이, 박살 내려는 듯이, 눈을 떴다. 더, 더 크게, 이를 악물고 커다랗게, 눈을 떴다.

추천 콘텐츠

문장웹진 소설

남자여자

[단편소설] 남자여자 김효나 그는 셀카를 찍었다. 나는 눈썹을 그렸다. 그는 드립용 전기포트를 검색했다. 나는 눈썹을 그렸다. 그는 배를 깎았다. 나는 눈썹을 그렸다. 그는 떨어진 머리카락을 주웠다. 나는 눈썹을 그렸다. 그는 노트북의 디스크 공간을 확보했다. 나는 눈썹을 그렸다. 그는 웃었다. 나는 눈썹을 그렸다. 그는 오래된 장롱을 노려보았다. 나는 눈썹을 그렸다. 그는 전구를 갈았다. 나는 눈썹을 그렸다. 그는 작은 드로잉북에 움푹 들어간 모양을 그렸다. 나는 눈썹을 그렸다. 그는 가만히 서 있었다. 나는 눈썹을 그렸다. 그는 아랫집이 이사하는 소리를 들었다. 나는 눈썹을 그렸다. 그는 아랫집에 이사 오는 소리를 들었다. 나는 눈썹을 그렸다. 그는 등을 긁었다. 나는 눈썹을 그렸다. 그는 뉴스를 보았다. 나는 눈썹을 그렸다. 그는 어떤 기사를 보다 얼굴이 붉어졌고, 온몸이 붉어졌다. 나는 눈썹을 그렸다. 그는 콜린 증후군을 검색했다. 나는 눈썹을 그렸다. 그는 사라진 삼촌의 이마를 떠올렸다. 나는 눈썹을 그렸다. 그는 땅콩을 오물거렸다. 나는 눈썹을 그렸다. 그는 창가에 귤껍질을 말렸다. 나는 눈썹을 그렸다. 그는 지진을 느꼈다. 나는 눈썹을 그렸다. 그는 국어사전에서 '연루되다'라는 단어를 찾아보았다. 나는 눈썹을 그렸다. 그는 '잠'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는 모든 노래를 찾아 들었다. 나는 눈썹을 그렸다. 그는 이사를 하겠다고 말했다. 나는 눈썹을 그렸다. 그는 바닥에 납작 엎드렸다. 나는 눈썹을 그렸다. 그는 미처 줍지 못한 머리카락을 발견했다. 나는 눈썹을 그렸다. 그는 사라진 삼촌의 조카들을 생각했다. 나는 눈썹을 그렸다. 그는 '동물들은 떠났어'라는 가사를 흥얼거렸다. 나는 눈썹을 그렸다. 그는 금연을 검색하다 금연하는 사람의 블로그 일기를 오랫동안 읽었다. 나는 눈썹을 그렸다. 그는 1분 동안 숨 쉬지 않았다. 나는 눈썹을 그렸다. 그는 스팸을 오물거리며 "네가 없는 동안에도 내게 자아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니?" 우물거렸다. 나는 눈썹을 그렸다. 그는 눈썹을 그리지 않았다. 나는 눈썹을 그렸다. 그는 침대의 끄트머리에 놓인 책을 오랫동안 바라보았다. 나는 눈썹을 그렸다. 그는 창밖으로 백파킹하는 은색 소나타를 끝까지 바라보았다. 나는 눈썹을 그렸다. 그는 주운 머리카락을 크리넥스에 모아 버렸다. 나는 눈썹을 그렸다. 그는 로션을 발랐다. 나는 눈썹을 그렸다. 그는 삼촌이 주었던 외투를 입고 셀카를 찍었다. 나는 눈썹을 그렸다. 그는 외투 주머니 속에서 레고 인형의 오른 귀 한 짝을 발견했다. 나는 눈썹을 그렸다. 그는 이사하지 않았다. 나는 눈썹을 그렸다. 그는 꿈을 꾸었다. 나는 눈썹을 그렸다. 그는 그녀가 눈썹을 그리는 꿈을 꾸었다. 나는 눈썹을 그렸다. 파란 눈썹이었다. 파란 눈썹을 그렸다고 그에게 말했다. 그는 왜냐고 물었다. 회전

  • 김효나
  • 2019-09-01

문장웹진 소설

2인용 독백

[단편소설] 2인용 독백 김효나 이 사 비가 내리고 있었어. 겨울비. 이미 삼월 하순인데, 비는 겨울비라고 여겨졌어. 겨울비? 응. 쌓인 눈이 비에 추적추적 녹아 가는 장면이 머리에서 떠나가지 않게 만드는 그런 비였어. 이사 전날 밤이었어. 마지막으로 이삿짐을 싸는 내내 머릿속에서 눈이 추적추적 녹아 가고 있었어. 마치 뇌가 녹아 가는 것처럼…… 피곤해서였을까. 아마도. 넌 이삿짐을 거의 한 달 동안 꾸렸다고 했잖아. 맞아, 큰 집이었으니까. 방이 세 개나 되는. 네가 이사 다닌 집 중 가장 큰 집이었지. 그래. 그럴 수밖에. 누군가와 함께 살았었으니까. 이 년? 응. 이 년. 그리고 넌 일 년을 더 살았지? 응. 일 년. 그러면 총 삼 년을 산 거네. 그런데 마치 삼십 년을 산 집처럼 그 집이 지겨워졌었어. 도망치듯 떠나야 했어. 그럴 수밖에. 누군가와 함께 살았었으니까. 그가 먼저 떠났었으니까. 그래 삼십 년을 산 집에서 떠나기 전날이었구나. 밤, 깊은 밤이었어. 시간도 짐작할 수 없는. 이불 한 장과 수건 한 장, 셔츠 한 장만 빼고 모두 짐을 꾸렸지. 그런데 꾸려도 꾸려도 자꾸만 새롭게 물건이 나왔어. 박스와 박스 사이에서, 소파 뒤에서, 베란다 어둠 속에서. 끝이 없었어. 마치 사물들과 영원한 술래잡기 놀이를 하는 것 같았어. 사물들을 이기긴 힘들지. 그 애들은 어찌나 묵묵히 숨죽여 머무는지. 백 년, 천 년…… 시간이 늙어도 그 애들은 늙지 않아. 2005년 6월 21일 오후 4시 28분이라고 찍혀진 동물원 입장권의 시간은 2005년 6월 21일 오후 4시 28분에 멈춰져 있어. 그때 만났던 낙타와 사자, 노란 오리들은 이미 딴 세상 동물이 되었을 텐데. 책도 그래. 글은 여전히 새근새근 살아 숨 쉬지만, 그 글을 쓴 작가는 지금 어떻게 되었을지 몰라. 알코올중독, 행려병자, 혹은 행복을 추구하게 되었을지도. 사진도 그래. 사진 속 나는 여전히 어리고, 무작정 밝다. 길에서 주운 작은 유리병, 어쩐지 줍지 않을 수 없었던 녹슨 못, 불에 탄 라이터, 솔방울, 버려진 연애편지, 잘린 필름 조각, 오른 귀가 떨어져 나간 레고 인형 역시. 그 애들의 시간은 너의 눈에 발견된 순간, 그 길 위에서 멈춰져 버린다. 하지만 나는 늙어. 그래. 너도 늙어. 그 말은 어느 나이 많은 독일 사내의 프로포즈 대사였다지. 결혼할 이유를 찾지 못하는, 한 젊고 매력적인 한국 여자에게, 한국말로 그렇게 구혼했다고 한다. 너도 늙어. 그래 나도 내가 늙을 줄 몰랐지. 하지만 그 집에서 사는 삼 년 동안 삼십 년을 먹었고, 삼십 년 산 집에서 떠나는 전날 다시 십 년을 먹었어. 그러면 총 일흔 살이네. 끝없이 작은 사물들을 찾아다니느라 등은 둥글게 굽고, 목은 딱딱하게 굳고, 머리는 하얗게 새었어. 머릿속에선 하염없이 눈이 추적추적 녹아내리고, 벽시계나 라디오 모두 박스에 꾸렸기에 도무지 알 수 없는 시간 속에서, 티브이는 진작 케이블사와 계약을 해지해 두었으므로 불가능한 소음, 허옇게

  • 김효나
  • 2017-04-01

댓글 남기기

로그인후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여러분의 생각을 남겨 주세요!

댓글남기기 작성 가이드

  • 서로를 존중하는 마음으로 댓글을 작성해 주세요.
  • 욕설, 비방, 혐오 표현 및 과도한 홍보성 내용은 제한될 수 있습니다.
  • 운영 정책에 위반되는 댓글은 사전 안내 없이 숨김 또는 삭제될 수 있습니다.
0 / 1500

댓글0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