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와 함께, 평론가는 어떻게 읽는가?
- 작성일 2026-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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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위원 기획 – AI와 문학]
AI와 함께, 평론가는 어떻게 읽는가?1)
노대원
AI 이후, 해석의 미래는?
평론가는 문학 텍스트와 평론뿐만 아니라 문학 이론을 비롯해서 여러 인문학 저서나 논문을 읽어야 할 일이 많다. 특별히 새롭고 다양한 관점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기 위해서는 외국어로 된 책과 논문도 읽어야 한다. 구글 번역이 나오고서 글과 책을 번역해 읽는 일에 큰 도움을 받아왔다. 하지만 완벽하지 않았다. 엉뚱한 번역 표현이 자주 발견되었다. 그러다 ChatGPT가 나오기 전, 지금으로부터 거의 십여 년 전에 구글 번역의 성능이 상당히 향상되었다. 당시로서는 놀라운 느낌이었다. 그때 처음으로 평론가로서 AI를 진지하게 걱정했다.
구글 번역이 혁신되었다고 한다.
이것도 '특이점'이라 불러도 좋을지 모르겠으나,
기계번역의 한 획을 긋는 사건이 벌어지고 있는 것 같다.
해석자로서, 다만 번역의 미래만을 생각할 것은 아니다.
번역과 해석은,
1차 텍스트에서 2차 텍스트로의 작업이란 점에서 같다.
그렇다면, 인공지능 이후 해석의 미래는 어떨까?
해석은 예술이지만 번역 역시 예술이지 않았던가?
텍스트와 해석(비평)의 풍부한 '병렬 코퍼스'가 인공지능에게 주어진다면 해석의 자동화도 어느 정도 가능할 것이다.
번역가들은 번역의 미래를 고민한다.
해석자들은 해석의 미래를 고민하고 있는가?
(2016년 11월 19일)
이 글을 쓰면서, 링크를 걸어 인용한 글은 번역가 노승영의 「알파고와 번역의 미래」였다. 그 글은 이렇게 끝난다. “물론 지금도 그렇지만, 앞으로는 광고를 보거나 개인 정보를 제공하는 대가로 웹 문서뿐 아니라 잡지, 단행본도 번역본으로 읽을 수 있게 될 것이다. 인간 번역가의 번역은 인쇄술 등장 이전의 책이 그랬듯 소수의 전유물이 될 것이다. 물론 이때가 되면 극소수의 번역가만 살아남을 것이다. 기계번역과 별로 다르지 않은 결과물을 내놓는 번역가는 설 자리가 없을 것이다. 기계로 대량 생산되는 저렴한 제품이 수공예로 소량 생산되는 고급 제품이 구별되듯 기계번역과 인간의 번역이 구별될 것이다. 이런 시대에는 어떤 번역가가 살아남을까?”2)
이 예상은 거의 정확하게 실현되었다. 그가 걱정했던 것처럼, 번역가가 생각보다 사라지지 않았다는 점을 제외하고. 어쩌면 그 예상은 아직도 현재 진행형인지도 모른다. 여전히 AI 번역은 점점 더 발전을 거듭하고 있으니까. 이 글을 페이스북에 남기면서, 친구와 대화를 나눈 것도 여전히 생생히 기억난다. 원고료는 너무 싸기 때문에 인간 작가를 상회하는 탁월한 AI를 개발하는 비용이 더 들 것이다. 그러므로 나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그런 자조적인 농담을 던졌다. 그러면서도 내심, AI가 문학을 위협한다 해도, 나는, AI와 문학이 만나는 접점에서 새로운 작업을 도전적으로 수행하는 쪽이 되길 바랐다.
그리고 얼마 뒤(ChatGPT 출시 몇 해 전에), 제주도에 AI 관련 서머 스쿨이 있어 방문한 홍콩과학기술대학교 김성훈 교수를 만나 점심 식사를 하며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그는 국내 최초의 한글 검색 엔진을 개발했고, 네이버에서 AI 개발에 참여했고, 현재는 업스테이지 대표로 독자적 파운데이션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한 마디로 한국 AI 분야에서 가장 유명한 연구자 가운데 한 명이다. 나는 김 교수에게 구글 번역의 사례를 들어 문학을 해석할 수 있는 AI가 언제 나올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그는 그런 작업은 매우 어렵기 때문에 수년 내로는 불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그의 예상과는 달리 ChatGPT와 GPT-4 등 발전된 거대 언어 모델(LLM) AI는 그 후 몇 년이 안 되어 우리 앞에 당도했다. LLM이 여러 글쓰기 과업을 보통 사람 이상으로 수행해 내듯이, 짧은 소설을 그럴 듯하게 해석해 내는 작업 역시 보통 사람 이상으로 잘 수행해 내는 정도이다.3) 현재도, 최고 수준의 LLM은 전문적인 작가 수준에 못 미치지만, 보통 사람들이 수행해는 글쓰기 이상, 적어도 상위 10~5% 이내에 해당하는 수준의 글쓰기를 수행해 낼 것이다. AI의 발전 속도는 최고의 전문가가 예측하기도 어려울 만큼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것이다.
AI 이후, 읽기 방식의 다변화
나는 몇 년 전부터 단행본 분량의 외서를 구글 번역, 네이버 파파고 번역이나 DeepL과 같은 번역 사이트에서 몇 분 만에 뚝딱 번역해서 읽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주로 구글 제미나이와 같은 LLM AI를 이용해 쉽게 번역해서 읽고 있다. 먼저 책의 목차에 따라 장·절별로 체계적인 요약과 중요 대목의 인용을 제공하는 Gems(챗봇)를 만들어 두고 책을 대략적으로 파악한다. Gems로 요약해서 읽고 번역하는 것은 챗봇을 만들어 더 정교한 프롬프트를 반복해서 사용하기 위해서다. 또한 AI 요약을 할 때 핵심 내용을 발췌하여 번역하라고 명령하는 이유는 요약만으로 책과 논문의 실제 문장의 결을 포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렇게 독자 개인이 필요한 기능을 맞춤형으로 만들어 놓고 반복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AI 요약 내용은 옵시디언4)과 같은 개인지식관리(Personal Knowledge Management, PKM) 앱에 마크다운(md) 형식의 파일로 기록해 두면 나중에 다시 찾아보기 좋다. 일종의 디지털 독서 기록 노트로 사용하는 것이다. 마크다운 파일은 ChatGPT가 생성한 글에서도 자주 보이는 ‘#’(제목)이나 ‘**’(굵게) 같은 기호들이 사용되는 형식의 글이다. 즉 AI가 방대하게 학습했고, 생성해 내는 형식의 글이다. 따라서 AI가 읽고 쓰기에 적합하다. 에이전트 AI를 사용한다면, AI에게 기록 내용을 정리하거나 연결시키거나 통계를 내도록 하는 것도 가능하다. 테슬라, 오픈AI를 거쳐 현재는 앤스로픽에서 AI를 개발하고 있고, 바이브 코딩이란 신조어를 제안하기도 한, 안드레 카파시는 LLM Wiki라는 AI 지식 관리 시스템을 제안하기도 했다. 나 역시 문학 연구를 위한 LLM Wiki를 만들고 테스트해 보고 있다.5)
AI 요약으로 문헌을 확인한 뒤 전문을 읽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논문이나 책의 챕터를 AI 번역을 거쳐 읽는다. 책을 번역할 때 챕터 단위로 분절해 번역하는 까닭은, LLM이 방대한 분량의 텍스트를 처리할 수 있지만, 큰 분량의 텍스트에 대한 프롬프트에는 상대적으로 답변 품질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책 파일을 장별로 분절해 주는 간단한 웹 앱 ‘PDF Chapter Splitter’6)를 ‘구글 AI Studio’7)에서 직접 제작해 사용하기도 했다. 직접 코딩을 하는 것이 아니라 AI에게 글로 코딩을 요청하는 방식이었다. 최초의 프롬프트는 “PDF 파일을 업로드하면 목차를 확인해서 챕터별로 분절하는 앱을 만들어 줘.”였다. 그 후 앱의 기능이나 디자인 등을 확인해 가면서 적당히 ‘느낌에 따라’ 수정 요청을 하면 된다. 이제는 이렇게 바이브 코딩(Vibe Coding)으로 앱 개발이 가능하기 때문에 자신의 업무에서 필요한 앱을 직접, 즉시 만들어 사용할 수 있다. 최근에는 심지어 소프트웨어 유료 구독료가 아까워서 바이브 코딩으로 자신에게 필요한 앱의 기능을 복제하여 사용하는 사례조차 생겨나고 있다.

그림 . PDF Chapter Splitter
번역을 완료한 논문이나 북 챕터는 인쇄해서 읽거나, 때로는 pdf 파일로 변환한 뒤 각 온라인서점 앱에 있는 TTS(text to speech) 기능을 통해서 오디오북처럼 듣기도 한다. 그런데 아무래도 오디오북을 청취하는 환경은 집안일, 운전, 이동을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집중할 수 없는 경우가 확실히 많다. 따라서 전혀 듣지 않는 것보다는 낫지만 인쇄한 글을 집중해서 읽는 독서보다는 얻는 것이 많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오디오북 청취 환경 특성상 글에 밑줄을 긋거나 기록을 하는 것이 어렵고, 듣는 속도를 조절하거나 앞뒤로 이동해가면서 다시 읽는 것도 불편하다. 하지만 읽기 어려운 환경에서도 시간을 절약해 정보와 지식을 얻을 수 있게 하는 장점은 있다.
오디오북으로 논문이나 책을 읽으려면, 팟캐스트 형식의 오디오가 훨씬 더 좋다. 구글의 NotebookLM에는 AI 오디오 오버뷰라는 팟캐스트 생성 기능이 있다. 여기서 생성한 팟캐스트 방송은 대화가 자연스러워 인간의 대화처럼 느껴질 정도이다. 어려운 논문이라도 쉽게 대화로 설명해 주기 때문에 흥미를 갖게 되며, 논문의 이해에 큰 도움을 얻을 수 있다. TTS 방식의 오디오북 듣기보다는 정보의 밀도가 높지 않은데 대화 속에 비유와 예시가 포함되고 감정적 반응 등 인간적인 요소들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그러나 AI 팟캐스트 청취 역시 원문을 그대로 읽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온전한 독서라고 보기엔 어렵다. 또한 LLM의 특성상 원문의 내용을 정확하게 반영하거나 설명하지 않고, 특유의 그럴듯하지만 정확하지 않은 내용을 만들어 내는 환각(hallucination)이 발생할 수 있다. 가장 큰 문제는 팟캐스트 방송이 재미있고 쉽게 설명을 해주기 때문에, 오히려 독자가 원문 내용을 모두 읽었다는 착각, 모두 이해했다는 착각을 할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AI 팟캐스트는 논문 전문과는 다른 버전이다. 글의 전문을 읽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AI 요약이나 AI 팟캐스트는 새로운 읽기 방식이다. 유용하지만 한계도 분명하다. 독서를 보조하는 새로운 읽기 방식이지만, 독자의 깊이 읽기, 전문 읽기를 방해할 수 있는 읽기의 적이 될 수도 있다.
NotebookLM에는 동영상 개요, 슬라이드 자료나 인포그래픽, 마인드맵을 생성할 수 있는 기능도 있다. 원문만으로 이해가 쉽지 않을 때 이러한 기능으로 시청각 자료를 생성해 읽는다면 큰 도움을 얻을 수 있다. 요약이나 팟캐스트 읽기로 놓친 부분을 시각 자료로 보완할 수도 있다. 슬라이드 기능을 응용하면, 스캔한 소설을 업로드해서 어렵지 않게 웹툰으로 변환해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이 다양한 방식의 읽기가 여전히 원문 읽기와는 다른 경험이라는 점은 강조해야 한다. 물론, 원문 읽기만이 가장 우월한 읽기라는 단순한 논리는 아니다. AI는 읽기의 다양한 방식을 열어젖혔다. 그러나 그것은 다만 가능성과 잠재력의 출현일 뿐이다. 독자는 새로운 읽기 방식을 시도하고, 조합하고, 문제를 발견하고, 그 가능성을 최대화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새로운 기술과 새로운 방식에는 언제나 새로운 노력과 새로운 문제가 뒤따르는 법이다.
독자의 쇠퇴, 혹은 기술-공진화?
AI 기술을 활용하는 독서 방식들은 독자의 시간을 단축시켜 주고 어려운 내용을 쉽게 이해시켜 주며, 시청각의 다양한 모드와 미디어 환경에서 읽을 수 있도록 돕는다. 오디오, 영상, 슬라이드는 다른 방식으로 읽는 재미를 준다. 그러나 요약이나 패러프레이징은 원문을 단순화하거나 왜곡시킬 수도 있고, AI 특유의 오류가 개입될 여지도 많다. 평범한 독자가 이러한 장단점을 모두 정확히 파악하고 적응하기란 쉽지 않을 수 있다. AI 기술을 활용한 독서에 따르는 효과적인 방법론도 널리 알려지지 않은 상태다. 고백하자면, 나 역시 새로운 독서 방식에 환호하면서 동시에 혼란을 느끼기도 한다. 기술은 앞서 나가지만, 사람은 그 속도를 따라가기 쉽지 않다.
나를 포함해 많은 독자들이 느낄 법한 집중력의 쇠퇴는 인터넷, 디지털 미디어의 확산에 AI까지 가세해 점점 심각한 문제로 대두될 수 있다. AI를 활용해 어떻게 새로운 방식으로 읽을 것인가가 문제가 아니라 독서 자체가 위축되는 현상이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N. 캐서린 헤일스는 디지털 매체 환경에서 독자의 인지는 깊은 주의력(Deep Attention)에서 하이퍼 주의력(Hyper Attention)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인간과 기술이 상호 변화하며 공진화한다는 기술발생(Technogenesis) 관점에서 기술 매체 환경의 변화가 독자의 인지 구조와 독서 프로토콜의 변모를 수반한다는 것이다.8) 쏟아지는 수많은 정보를 취사선택하고 수용하기 위한 독서 방식이기 때문이다. 헤일스의 주장은 주의력 결핍에 대한 위안의 논리를 제공해 주지만, 온전히 받아들이기 어려운 점이 있다는 것 역시 부정할 수 없다. 깊이 읽을 수 있는 독자가 되기 위해, 독자와 깊이 대화를 나누는 똑똑한 AI가 필요할까? 그렇지 않다면, AI와 디지털 기기를 피하는 것이야말로 깊은 독서로 나아가는 길일까? 아니면, 그 모두가 필요한 것일까? 우리는 가보지 않은 길을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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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호 기획 콘텐츠 ‘AI와 문학’에서는 AI와 작가가 맺고 있는 관계를 들여다봅니다. 우리는 어떤 방법으로 AI를 사용하고, 때로는 사용하기를 주저할까요? 그 선택들이 작가의 작업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이번 기획에서는 변화하는 창작 환경에 놓인 작가들의 고민과 작업 방식에 대해 청해 듣고자 합니다. |
1) 이 글은 처음에 ‘AI와 함께, 평론가는 어떻게 읽고 쓰는가?’라는 제목으로 기획했다. 하지만 결국 지면과 시간 문제로 AI와 함께 읽기에 관해서만 쓰게 되었다. 다른 지면이나 올해 출간 예정인 주제 평론집 『프랑켄슈타인 텍스트: AI와 문학의 미래』(가제, 역락)에서 쓰기에 대해서도 다룰 수 있기를 희망한다.
2) 노승영, 「알파고와 번역의 미래」, <번역가 노승영의 홈페이지>. (https://socoop.net/AlphaGo/?fbclid=IwY2xjawSuF1NleHRuA2FlbQIxMQBzcnRjBmFwcF9pZBAyMjIwMzkxNzg4MjAwODkyAAEeTfWjHMuTJrTyZH8LdhlBzUkErqvrg_WamoOTE0m2HhCnHKnF3lAwTeiSFJw_aem_gmZOQGlncsdcU2wdEi8_Ow 2026.06.29. 접속)
3) 「인공지능의 복음서와 묵시록 — 듀나의 SF를 ChatGPT와 함께 읽다」, 『문학광장』, 한국문화예술위원회, 2024.04.01. (https://munjang.or.kr/board.es?mid=a20900000000&bid=0004&act=view&list_no=100802 2026.06.29. 접속)
4) https://obsidian.md/ 2026.06.29. 접속
5) https://daewonnoh.github.io/LLM-Wiki-Agent/ 2026.06.29. 접속
6) https://ai.studio/apps/a65f3e81-9b05-4e5e-8f90-15b0b3784f6a 2026.06.29. 접속
7) 무료로 사용 가능하다. https://aistudio.google.com/ 2026.06.29. 접속
8) N. Katherine Hayles, How We Think: Digital Media and Contemporary Technogenesis, University of Chicago Press, 2012, Chapter 3. 노대원, 「AI는 문학 이론을 어떻게 다시 쓰는가? - 기술공생 시대의 포스트휴머니즘 미학」, 『영주어문』 제62집, 영주어문학회, 2026에서 재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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