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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그리움을 아는 이만이

  • 작성일 2013-02-01

   십년감수(十年感秀)_시

 

 

  다만 그리움을 아는 이만이

 

   조용미

 

 

 

 

   밤하늘에 난 저 무수한 상처들,

 

   저걸 다 만져보고 있노라면
   내가 파릇파릇 살아난다
   눈이 떠지는 이 환함……

 

   잔혹한 태양과 감미로운 바람,
   감미로운 햇살과 뼈가 삭아내리는
   잔혹한 바람 사이를 오가며

 

   오후 네 시,
   하루가 가진 모든 것을 다 함축해놓은 시간

 

   길에 미친 내 불안한 영혼을
   지그시 눌러주는 음악들

 

   꽃이 핀다
   현실만으론 충분치 않다

 

 

– 『일만 마리 물고기가 산을 날아오르다』(창비, 2000)에 수록

 

 

   추천하며

 

   불현듯 어떤 시간이 우리의 일상을 찢고 아프게 다가오는 순간이 있다. 굳이 그 시간을 ‘오후 네 시’라고 단정할 이유는 없다. 그것이 오후 한 시의 권태로움이든 밤 12시의 차가운 명징함이든 무슨 상관이랴. 중요한 것은 그렇게 불현듯 도래한 시간이 “모든 것을 다 함축해 놓은” 듯한 충만한 시간이라는 사실뿐이다. 그 시간에 불안한 영혼을 달래 주는 음악이 흐른다고 상상해 보자. 그 선율을 따라 피어나는 ‘꽃’이란 언제나 ‘현실’을 초과하는 것이 아닐까. 삶에는 ‘현실’이라는 단어로는 가리킬 수 없는 어떤 순간들이 있기 마련이다.

 

(문학평론가_고봉준, 김나영, 김영희, 양경언)

 

 

   《문장웹진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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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기획

내가 그리고 싶었던 詩

내가 그리고 싶었던 詩 조용미 장 그르니에가 『지중해의 영감』에서 사이프러스에 대해 쓴 부분이 있다. “사이프러스 나무는 곧게 뻗은 가지로 감지할 수 없는 시간의 흐름을 헤아려 보라고 손짓하는 것 같았다. 그때, 고독과 침묵의 한가운데서 사람들은 삶을 얼마나 즐겼던가! 그것은 하늘을 향해 올라가는 아주 곧고 순수한 하나의 불꽃이다.” 이탈리아에 가서야 알게 되었다. 고흐의 그림에 나오는 그 불타오르는 듯 하늘 높이 솟아오르는 나무가 우리가 알고 있듯 실편백나무나 삼나무가 아닌 오직 ‘사이프러스’일 뿐이라는 것을. 어릴 때부터 고흐의 그림을 볼 때 화집에는 우리말로 그런 제목이 붙어 있어서 항상 궁금했다. 내가 알고 있는 편백나무는 그렇게까지 뾰족하게 하늘을 찌를 듯, 정원사가 크레인이라도 타고 올라가 전지를 해 놓은 듯 높이 자라지는 않는데 고흐의 그림은 늘 그런 제목을 달고 있었다. 사이프러스는 우리나라에서 자라지 않는 생소한 나무여서 우리말로 번역되는 과정에서 측백나무, 실편백나무, 향나무 등 여러 이름이 생겨났다는 걸 뒤늦게 알게 되었다. 이들 나무 중 어떤 나무도 검은 빛이 나는 초록 잎을 가진 사이프러스와 같지는 않다. 고흐는 동생 테오에게 이런 편지를 썼다. “나는 사이프러스의 매력에 푹 빠졌다. 나의 해바라기 그림처럼 지금까지 시도해 본 적이 없는 새로운 방식의 그림을 창조해낼 것 같기도 하구나. 사이프러스는 마치 이집트 뾰족탑처럼 균형 잡힌 아름다운 나무다.” 고흐는 사이프러스가 등장하는 많은 그림을 그렸다. , , , 등이다. 고흐의 그림에 나오는 사이프러스의 정확한 이름은 Italian Cypress다. 사이프러스는 프랑스 남부에서 이탈리아 북부를 거쳐 터키에 이르는 지중해 연안에 주로 자라는데 정원과 묘지에 흔히 볼 수 있으며 보통 나무들과 달리 가지가 거의 옆으로 퍼지지 않는 뾰족한 모양을 하고 있다. 나는 이 나무를 겨우 “초록 불꽃을 활활 태워 올리는”이라고 표현했는데, 고흐는 이렇게 썼다. “그것은 햇빛 찬란한 풍경에 찍혀진 검은 얼룩이다. 그러나 그것은 내가 상상해낼 수 있는 가장 흥미롭고 어려운 검은 점이다. 이것은 파란색 바탕, 아니 더 정확하게 말해서 파란색 속에서 보아야 한다.” 사이프러스를 ‘햇빛 찬란한 풍경에 찍혀진 검은 얼룩’으로 인식했다니 놀랍다. 내가 사이프러스나 삼나무에 매혹된 것도 바로 다른 나무들이 가지고 있지 않은 그 특별한 검은빛 때문이었다. 고흐가 색채에 온 마음을 다 쏟아 갈구했던 것처럼, 그만큼을 아니, 그 이상을 나는 언어에 대해, 수사에 대해 고민해 보았던가. 그의 글들을 보면서 나의 일기를 들추어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는 또 나의 시론과도 같은 이런 말을 남겼다.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대상을 변형하고 재구성하고 전환해서 그리는 법을 배우는 거야. 그래. 그것을 거짓이라 할 수도 있겠

  • 조용미
  • 2008-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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