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그리움을 아는 이만이
- 작성일 2013-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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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년감수(十年感秀)_시
다만 그리움을 아는 이만이
조용미
밤하늘에 난 저 무수한 상처들,
저걸 다 만져보고 있노라면
내가 파릇파릇 살아난다
눈이 떠지는 이 환함……
잔혹한 태양과 감미로운 바람,
감미로운 햇살과 뼈가 삭아내리는
잔혹한 바람 사이를 오가며
오후 네 시,
하루가 가진 모든 것을 다 함축해놓은 시간
길에 미친 내 불안한 영혼을
지그시 눌러주는 음악들
꽃이 핀다
현실만으론 충분치 않다
– 『일만 마리 물고기가 산을 날아오르다』(창비, 2000)에 수록
추천하며
불현듯 어떤 시간이 우리의 일상을 찢고 아프게 다가오는 순간이 있다. 굳이 그 시간을 ‘오후 네 시’라고 단정할 이유는 없다. 그것이 오후 한 시의 권태로움이든 밤 12시의 차가운 명징함이든 무슨 상관이랴. 중요한 것은 그렇게 불현듯 도래한 시간이 “모든 것을 다 함축해 놓은” 듯한 충만한 시간이라는 사실뿐이다. 그 시간에 불안한 영혼을 달래 주는 음악이 흐른다고 상상해 보자. 그 선율을 따라 피어나는 ‘꽃’이란 언제나 ‘현실’을 초과하는 것이 아닐까. 삶에는 ‘현실’이라는 단어로는 가리킬 수 없는 어떤 순간들이 있기 마련이다.
(문학평론가_고봉준, 김나영, 김영희, 양경언)
《문장웹진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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