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 기획
[시극특집] 화장실극
[시극 특집] 화장실극 석지연 ㆍ등장인물 여장 남자 1 여장 남자 2 남장 여자 1 남장 여자 2 청소부 ㆍ무대 현대식 여자 공중화장실 1장 막이 오르면 남자1이 무릎에 레이스 팬티를 걸친 채 변기에 앉아 있다. 무슨 생각이 떠올랐는지 얼굴을 붉히며 두 주먹을 부르르 떨다 이내 고개를 푹 떨군다. 남자1 지독한 고독이군. 얼마나 잔인한 고독인지 항문이 찢어질 지경이야. (훌쩍이듯 코를 킁킁거리며) 악취 때문에 살 수가 없어……. 무대 오른편에서 힐을 신은 남자2 빠르게 등장. 그는 매우 초조한 표정으로 바지 지퍼를 내린다. 남자2 (잠긴 문손잡이를 잡아당기며) 빨리! 빨리! 빨리! 남자1 (안쪽에서 문을 두 번 두드린다) 남자2 한 개밖에 없는 칸을 잠가 두면 어쩌자는 거야, 썅! (발로 문을 세게 찬다) 남자1 안에 사람 있어요. 노크하는 법 몰라요? 남자2 어머, 죄송해요. 너무 급했어요. 부디 용서하세요. (문을 쾅쾅 두드리며) 빨리! 빨리! 빨리! 남자1 재촉하지 마세요. 재촉하면 항문이 긴장해서 말을 못 해요. 내 항문은 조지 6세라고요. 남자2 어머, 그런 줄도 모르고……. 제가 큰 실례를 범했네요. (배를 움켜쥐고 천천히 머리를 조아리며) 존경하는 국왕 폐하, 언제쯤 문 밖으로 나오시겠습니까? 미천한 이 몸을 위해 속히 자비를 베푸소서. 남자1 지, 짐의 고독이 꽤, 꽤, 깊구나……. 미, 미천한 내, 네가 이 고독을 어찌 아, 알겠느냐. 괴로움, 외로움, 그리움, 괴로움, 외로움, 그리움, 괴로움, 외로움, 그리움……. 남자2 (바닥에 완전히 엎드려) 오래 걸릴 것 같아요? 남자1 노력해 볼게요. 여기서 평생 살 순 없죠. 조명이 남자1에게만 비춰지고 그는 최선을 다해 엉덩이에 힘을 준다. 짐승처럼 포효하고, 벽을 긁고, 발을 동동 구르다 별안간 변기에 앉은 채로 사지를 늘어뜨린다. 다시 무대 전체에 조명이 켜지면 남자2가 서 있다. 남자2 해치웠어요? 남자1 (숨을 헐떡이며) 만만치 않네요. 곤욕스럽군요. 아, 내가 굳센 대장이었다면! 남자2 희망을 잃지 마세요. 똥이 나올 만한 생각을 해봐요. 남자1 희망이 나를 매일같이 변기에 앉힌 거예요. 오늘은 반드시 똥이 나올 거라고 악착같이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남자2 그럼 똥이 나오지 않을 만한 생각을 해봐요. 신문을 본다든가. 남자1 (쓰레기통 속 휴지를 집어 신문을 읽듯이) 윤 일병 가해 병장에 징역 45년 선고, 제2롯데월드 실내서 금속 부품 떨어져 방문객 다쳐, 40대 원 모 씨가 남몰래 찾아간 강남 고급 주택에선……. (방귀소리) 세상에, 방귀가 나왔어요! 남자2 거봐요. 하면 되잖아요. 방귀가 잦으면 똥 싸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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