놓는 연습
- 작성자 모모코
- 작성일 2024-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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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댓글수 1
- 조회수 1,633
마음을 오래 쥐었다가 놓으면
손금이 깊어진다는 걸 알기 전
그러니 내가 아직 어린아이였을 때
창문을 열면 골목이 길게 쏟아졌다 넘쳐흐르는 아이들의 웃음 뒤엉켰다가 다시 흩어지는 동안 흙먼지처럼 피어오르는 즐거운 비명 누군가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 모두 모여서 길이 되었다
커튼 아래 숨어 버렸던 그때 펄럭이는 정오가 나를 휘감고 아이들의 옆으로 나를 데려다 놓을까 봐 나는 아직 아무 겉옷도 챙겨 입지 못했는데
내 겉옷은 서랍 가장 안쪽에 살고 있었다 긴 소매는 팔을 접어둔 채 잠들었고 마음에 드는 외투는 늘 계절과 맞지 않았다 쉽게 잠들고 말던 어린 날 눈을 감을 때마다 새로운 길을 상상했다 내일은 내게 어울리는 날씨가 찾아올 수 있도록 꿈을 꾸며 깊어졌다
외투의 주름이 스치는 곳에
손금이 자라났고
상처처럼 골목처럼 선명해져갔다
들었다가 내려놓는 일 사이에는 얼마나 많은 기분들이 손끝으로 모일까 나는 자주 굽는 어깨를 가지게 되었다
겉옷을 쥐었다 놓으면 결국 나는 놓아버린 사람 창문처럼 반쯤 열린 귓구멍 사이로 야 너도 나와 왜 안 나오는 거야 하는 소리가 들려올 때마다 나는 조금씩 깊숙해졌다
그러니 그때
내가 아직은 놀이터에 가지 않고 바깥으로 걷지 않고 서랍 속을 방처럼 맴돌고 있을 때
시간의 주름을 놓아주며
무수히 뻗어나가는 꿈을 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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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시 읽고 많은 위로를 받았어요.~^^ 공감가는 구절들도 많이 있었어요. 좋은 시 감사합니다.^^ 늘 그렇듯 화이팅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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