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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상을 정상으로 이끌며

  • 작성자 유로치카
  • 작성일 2023-05-15
  • 조회수 2,768

천장은 끊임없이 팽창한다 구석에 있는 곰팡이는 점점 기세를 올리고 있고 내 욕심으로 사 모은 책들은 비에 젖었다 눅눅해져 말리고 있어

긴 속눈썹 펄럭이는 흰 치맛자락 옅은 분홍색의 입술 새 흰 이불이 좋아서 부스럭거리는 소리 때로는 괴짜라고 불리며 과학시간 내내 현성이에게 핀잔을 듣던 너

“요즘 청소년들은 문해력이 너무 떨어져요”라는 말을 듣고는 멍한 눈빛으로 주변을 둘러본다 역시 나는 멍청포비아가 맞나보다 그래도 그 아이는 멍청한건 아닌데

적응하지 못할거라고 생각하면서 네 손을 잡아 일으키곤 작은 엄지공주라는 호칭을 붙였었지 하지만 어느새 지나보니 저 늙은 나무처럼 커져선 내리는 비를 대신 맞고 있더라 성장이란 그리도 쉬운 것이었을까

이 세상 모든 공주는 고귀하면서도 천민에게 가장 가까운 호칭이 아닐까 생각하며 보통의 아이들과는 다른 그 아이를 내 품에 안았다 다름과 틀림을 구분하지 못하면 누군가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다는 선생님의 말이 떠올랐다 너는 다른 것일까 틀린 것일까 판단할 수 없다 나에겐 그런 자격이 부족하다

옳고 그른건 무엇일까 그걸 판단할 수 있는 사람은 과연 판사 뿐일까 신의 권한을 우리가 남용하는건 아니냐며 무너진 돌담 끝 눈이 쌓이지 않은 곳에 앉아있다가 뛰어내려 비탈길을 달린다

몸도 마음도 어린 그 아이를 품에 두고 바삭한 머리칼을 쓰다듬고 있다보니 그아이는 저도 모르게 내 어깨에 제 고개를 부비고 있었다 몸이 겹쳐온다 자꾸자꾸 다가온다 알몸으로 손깍지를 끼고서 한손은 등을 끌어안는다

덜덜 떨리면서도 하고 싶어 안달난 말 나랑 결혼하지 않을래 괴짜 싸이코패스랑은 결혼하기 싫은데 그렇지만 결혼해서 세기의 범죄자가 되어 사람들에게 이름이 남겨지는 것도 좋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묻는다 슬라브인들은 몸의 90%가 보드카로 이루어져 있냐고 돌아오는건 너 바보 멍청이야라는 그 민족의 천박하지만 미장센적인 언어

비정상을 정상이라고 생각하며 살아가기로 했다 걸음에 후회는 남기지 않는다

상기된 얼굴 내 다리를 네게 휘감는다 서로가 저울이 되어 끊임없이 오르락내리락 할 것을 알고 있음에도 올라간다 남이 보면 추하다고 여기겠지 그렇지만 어쩌면 존재하지 않을 완벽한 균형을 위해 발걸음을 내딛는 것이다

유로치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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