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파에서의 삶
- 작성자 유로치카
- 작성일 2023-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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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회수 1,645
거대한 빅뱅 속 안드로메다 존재하는 건 우리가 사는 안드로메다은하
또한 그 속에 존재하는 건 태양계 태양을 도는 건 그의 지구 그리고 나의 유로파
나는 자주 꿈꾸곤 했다 목성이 가진 얼음 바다에 가는 것을 그곳에 가서 거대한 물고기와 함께 헤엄치는 꿈을
혈관처럼 퍼진 갈색의 균열 창백한 표면에 흐르는 아직 닿지 않은 미지의 물 그리고 어쩌면 평생 알 수 없을 그들의 깊이
과학자들은 그곳을 갈릴레이 행성이라고 분류했다 인간이 어쩌면 살 수 있을 행성 중 하나라고 입을 모아 이야기했다
그곳 바다의 깊이는 100km 지구의 마리아나 해구의 깊이는 약 11km 지구에서도 탐사하기 힘든 11km보다 더 깊은 바다는 어떤 모습일까 감히 상상해 보았다
먼 미래 유로파로 가게 된다면 가장 먼저 그 소식을 알려주어야지 다짐했던 순간들
해가 뜨면 달은 지고 눈이 쌓이면 꽃잎은 으스러지는데 어째서 같이 공존하려 하는가 둘 중 하나는 유로파가 되어 지구보다 먼 목성의 궤도를 돌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
6월 15일
있잖아 믿기 힘들겠지만 사람의 몸은 70%가 수분이니까 그곳으로 돌아가는 건 당연한 일일지도 몰라
아쉽겠지 그래도 내게 익숙한 곳으로 돌아가서는 말할 게 또 자랑할 게 너는 가장 사랑스러운 아이라고 또한 내가 놓고 싶지 않은 아이였다고
언젠가 내가 그곳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지구가 그 꿈의 바다와 맞닿게 되는 날일 테지 그러니 그땐 눈물을 닦고 나를 보내주렴
사랑의 거리는 알 수 없지만 우리가 있는 거리는 알 수 있으니까 그 거리를 알 때쯤이면 너도 지구를 싫어하게 될 거야 그러니 내가 사라져도 싫어하지는 마 적어도 지금은 말이야
헤져서 아린 오른쪽 손목을 붙잡고 마지막 선의 말을 끝맺는다 언젠가 유로파에 가게 된다면 연락은 하지 못할 거야 그렇지만 항상 바라볼 게 많이 볼게
*
6월 30일
그곳은 석류가 열린 여름이겠지 여기는 아직 겨울 외롭고 춥지만 슬프지는 않아
가끔 네가 그리워지면 남겨준 6번 칸*의 DVD 블루레이를 틀어서 보곤 해 그래도 슬프다면 얼음 바다에서 수영하고 물고기들과 춤을 추다가 돌아와
밤이 길기에 낮은 더는 돌아올 수 없지만 태양이 존재하는 것은 알고 있어 가끔 지구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느껴지니까 말이야
알 수 없는 순백색의 도시는 검은색의 옷만 입고 다니는 내가 살기는 벅찬 곳이야 그래도 괜찮아 이곳에서 천문학을 공부하는 건 재밌거든
지금쯤이면 너도 그 거리를 깨달았을까 인제야 외로워졌을까
못된 마음을 먹고 있는 건 아닌지 후회가 되기도 하지만 나는 너를 좋아하고 사랑하는 사람인 걸 너도 알잖아 이건 우리의 성장통이야 그렇게 포장하자
맥 드마르코의 노래를 들으며 우리가 꾸몄던 리미널 스페이스**를 추억하고 있어 가끔 그곳이 더 좋다고 생각했던 적도 있었는데 말이지
아마(Maybe) 우린 올해도 만날 수 없을 거야 현실을 직시하는 방법을 이제는 배웠을까?
완전한 이별은 아니지만 때로는 네가 더욱 큰 사람이 되길 바라고 있어 혹시 그곳에 올 종말을 위해
*
한 달 두 달 석 달이 지나도 답장은 오지 않았다 가지도 않은 행성 보내지 않은 편지에 답장을 기다리는 것은 역시 어리석은 일이다
녹아내리는 사랑을 굳히는 수단은 오로지 머리맡에 먹던 과자를 두고 이부자리에 엎드려 편지지에 글을 쓰며 유로파가 만든 바다에 빠지는 것이었다
서로 존재하는 것을 확인함으로써 우리는 그저 살아가고 있었다 판도라의 상자는 열지 않는 것이 맞는다는 것을 확인시켜주는 열쇠가 바로 우리였다
언젠가 서로가 만날 그날을 기다리면서도 또한 한동안은 멀어지기를 너에게 또 다른 모순이 생기기를 고대한다
비 내리는 반지하 옥탑방 축축한 장판 밑 기우가 편지를 쓰던 곳에서 자신의 말을 남기며 지구의 짝은 그렇게 잠들었다 그때는 나의 거리를 너도 걷게 되었으면 했다
*핀란드, 러시아 등의 국가에서 제작한 로맨스 영화.
** 영어 번역대로 한계 공간. 즉, 우리가 일반적으로 경험하는 공간과 다소 차이가 있는 공간을 마주했을 때 괴리감과 두려움을 주는 공간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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