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숭아 아이스크림에는 껍질이 들어가지 않는다
- 작성자 눈금실린더
- 작성일 2025-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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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댓글수 2
- 조회수 1,172
이따금 겉이 푸석해진 과일을
바닥에 굴리며 말했다
비가 오지 않는 동네에 사는 네 모습을 상상한 적이 있다고
나츠, 하고 부르면 젖어드는 양말 끝자락과
배차 간격이 긴 버스 노선도
쏟아버린 슈크림 라떼나
건조가 다 된 빨래, 꺼내는 걸 까먹었어!
그런 얘기를 할 때면 네가 작게 웃곤 했는데
사실 이런 모습을 좋아했을지도 모르겠어
채도 높은 인디 음악을 들을 때처럼
마음 한 켠이 간질거렸다, 왜 산성비 알러지는 없는 걸까
우산 하나를 나눠 쓰고 걷고 싶었던 날들이
분명히 있었다 하늘색 분홍색 어떤 색이어도 좋아
푸석푸석한 과일도 한 군데 갈아 넣으면 꼭 같은 맛이 났다
그게 우리만 알고 있던 사실이 맞지? 다시금 물으면
튜브 대신 하드형 아이스크림을 물고 있던 나츠
네가 말 대신 다 먹은 나무 막대 끝을 보여준다
잘 닦고 잘 말려서 밀봉해갈 것
때로는 하나 더, 라는 문구보다 한 입 베어 물은 표면이
모든 걸 먼저 말해줄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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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정말 잘 읽었습니다. 달콤한 과일에 껍질이 빠졌다는 표현이 참 좋은 것 같아요. 완벽한 사랑 속에서 어긋난 부분들을 애써 잘라내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푸석해진 과일, 젖은양말, 배차 간격이 긴 버스 같은 미묘하게 어긋난 순간들이. 멀어진 관계 속 달라진 온도를 섬세하게 보여주시는것만 같아 인상 깊게 읽었습니다. 복숭아 아이스크림 안에 껍질이 없다 라는건 관계 속애서 현실의 불완전한 감정들을 지워낸 달콤함뿐인 시간인거겠죠? 복숭아를 베어물면 마냥 달콤하기보단 안에 감춰진 쌉싸름함이 씹히는 것 처럼요. 사랑이 끝난 뒤 남는 건 겉으로 드러나는 흔적뿐이라는 게… 왜인지 씁쓸하게 다가오네요. 달콤함 뒤에 남은 서늘한 여운이 오래도록 맴도는 시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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