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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에어컨 아래서

  • 작성자 아기호랑이
  • 작성일 2025-07-01
  • 조회수 224

따사로운 햇볕은 들어오시되, 후끈한 여름 공기는 환영하지 않아요. 창을 닫고 커튼을 엽니다. 선풍기로는 부족할 테니 간만에 에어컨을 틀어볼까요. 이제 산뜻하게 아침을 맞이할 수 있겠어요.

분명 아무것도 하지 않았지만, 온몸이 나른해져요. 주말이라서 그럴까요. 여름이라서 그렇다고요? 이유가 있기는 한 걸까요. 돌이켜보면 어느 계절이건 이불 속에 파묻히고 싶은 날들이 있어요. 오늘은 채광이 참 좋네요. 하늘이 맑아요. 이렇게 좋은 날, 언제나처럼 공원을 산책할 엄두는 나지 않습니다. 가을이었다면 나갔을 텐데. 어림도 없는 상황을 가정하며 의자에 앉아봅니다.

닫힌 창틈으로도 음악 소리가 새어 나와요. 항상 같은 노래, 보이지 않는 분수마저 그려집니다. 흩날리는 물방울을 맞는 사람들을 상상하며 사뭇 그들이 대단하다고 느껴요. 나라면 쉽게 나아가지 못할 자리에서 누군가는 미소를 띠네요. 여름이 선사하는 해방감. 그 웃음이 부러워요. 

온도와 습도를 확인한 후에도 목적 없이 SNS에 접속해 봅니다. 새로운 이야기는 없습니다. 모두가 같은 나날이에요. 속으로 몇몇 친구의 안부를 물어보다가 무의미한 걱정인 걸 알고는 핸드폰을 덮습니다. 이토록 자연이 밝은 날, 반짝이는 화면은 어울리지 않아요.

자연스레 책장으로 향합니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들만의 세계입니다. 대부분 소설이에요. 작은 책장 속에 얼마나 많은 이야기가 잠들어 있을까요. 그곳에 내가 있을까요. 무심코 책을 꺼내어 작가의 말을 읽습니다. 이야기는 허구여도 그들의 말에는 꾸밈이 없어요. 모두가 진심을 다하고 있어요.

가볍게 읽기 좋은 책 하나를 들춰봅니다. 작가의 말이 길어서 좋아요. 아껴두었다가 소설을 마치고 천천히 곱씹어야지. 그런 생각을 합니다. 재작년 겨울에 읽었던 책이에요. 소설의 배경은 봄입니다. 어째서 아무것도 들어맞지 않을까요. 상관하지 않습니다. 침대로 향해요. 

베개를 둘 쌓아 올리고 살포시 이불을 덮습니다. 에어컨을 거쳐 간 이불이 맨살에 닿는 느낌이 좋아요. 오랜만에 느껴보는 감촉입니다. 괜히 두 다리의 모양을 자꾸만 바꿔봅니다.

다리를 반쯤 접고 책장을 넘깁니다. 연두색 속지가 마음에 들어요. 마치 봄인 것만 같은 여름입니다. 짧은 소설은 금방 읽어요. 시간은 순식간에 흘러갑니다. 오후의 햇살이 조금은 약해집니다. 작가의 말이 쓰인 시점은 9월입니다. 아무것도 들어맞지 않지만, 모두가 제자리를 찾아간 듯합니다. 봄과 가을 사이에 잠든 여름을 깨워봅니다. 꿈만 같아요. 


P.S. 제가 좋아하는 여름날을 그려보았습니다. 반쯤 허구라는 소리에요.



2025. 05.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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