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얼굴
- 작성자 방백
- 작성일 2025-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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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회수 538
미래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다. 미래의 물 빠진 청바지와 다 헤진 가죽 장화와 물방울무늬 머리핀에 대해서. 미래가 가지고 있는 여러 색의 모자와 미래의 힘 있는 춤에 대해서. 나는 미래가 걸어갈 때 미래의 등 뒤에서 장마 직전의 흙 냄새를 맡을 수 있다. 미래가 우산을 들고 맑게 갠 하늘이 든 웅덩이를 때릴 때 물방울에서 빠져나오는 어제 저녁의 먹구름 냄새도 맡을 수 있다. 그럴 때 책상과 의자는 습기를 먹어 흐물거리고 겁먹은 우리 양말 속 애벌레가 어디로 갔는지는 오래 생각하지 않고 나는 척추를 마디마디 말아 천천히 미래의 몸을 안으면서 미래를 통해 우리 학교 바깥의 산을 볼 수 있다. 입사각과 반사각이 같은 유리벽이 낮선 동물을 비춘다. 미래가 산으로 걸어들어갈 때 나는 발걸음을 경쾌하게 통통 퉁퉁 빵빵 자동차 경적 야산으로 향하는 우리의 스텝을 막아선다 그러면 나는 소리를 가볍게 툭 차버려야지. 미래야. 미래가 방글방글 웃으면서 물 빠진 청바지를 입고 다 헤진 가죽 장화를 신은 채 탭댄스하는 영국 신사처럼 우산을 빙글빙글 휘두른다 나는 미끄러운 이면도로에 미래와 나의 둥근 모습을 조금씩 흘려두고 탁타다다닥 탁다라닥다 몸을 이리저리 흔들거리며 가드레일을 뛰어넘어 미래의 투명한 유리몸처럼 깨지기 쉽게 달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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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완벽한 진검승부를 벌이자. 그런 순간은 없다는 것처럼 꾹 눌러 말하면서 친구는 운다. 강가를 걷는다 운동장을 한 발짝 벗어난다 강의 표면은 툭툭 빛이 흘리고 간 알갱이처럼 쉽게 반사하고 흔들 수 있는 것 언제든지 우리가 떠났다가 되돌아올 수 있는 것 물가에 손을 비추면 강에는 여러 동물의 발이 함께 비쳤다 강을 거쳐간 동물들 작은 물새의 발부터 들개의 발, 길 잃은 사람의 발, 아직 오지 않은 미래의 발까지 이대로 손을 넣어 건져올리고 싶은 꿈속의 뒤섞인 발들 친구는 아직 저녁이 바람처럼 들어오는 석식 시간 빈 교실에 남아 있다 누군가 구멍도 내고 낙서도 한 책상 위에 뺨을 대면 듬성듬성 엮인 마음으로 무언가 잡는 꿈을 꾼다고 횡설수설하던 친구 강가를 걷는다 주머니에 손을 넣고 좀 더 빠르게 지나치는 방법은 없을까 물어봤을 뿐인데 수를 쓴다는 양 우리를 아프게 지나치는 자동차 헤드라이트 그래도 만약 이대로 화면의 속도를 손쉽게 조절할 수 있다면 손을 강물에 비추고 오거나 오지 않은 일에 대해서 생각한다 우리 모두가 뒤섞인 하나의 풍경을 타고 달콤한 잠을 자는 꿈을 꿨어 버스가 오지 않는 버스 정류장에서 오랫동안 기다리던 친구 1시간에 2만원이라는 검정 포스터를 그냥 오랫동안 바라보고 있었지 검 없이도 검을 맞대는 것처럼 싸울 수 있을까 우리가 빈 교실에 남아 세상에 남은 마지막 사람인 것처럼 많은 잠을 잔다 손등에 그린 의미 없는 낙서를 귓가에 베고 잠을 잔다 책의 모든 페이지를 접는다 종이를 접을 때 과거와 미래가 한 번에 겹쳐지는 곳에서 마치 모든 길을 동시에 걷는 것처럼 ㅡ *놓는 연습-모모코(글틴)
- 방백
- 2025-12-03
[여성혐오: 사회학자 앨런 G. 존슨(Allan G. Johnson)에 따르면, “여성혐오란 여성을 여성이란 이유로 혐오하는 문화적 태도”이다.] 천손, 니니기노미코토가 하계에 내려온 일을 오오야마츠미는 기쁘게 여겼다. 대대로 미와 영속을 더불어 누리길 바라는 마음에서 그는 천손에게 두 딸을 시집보냈는데, 나란히 니니기의 동반자를 자처한 이들은 꽃의 신 코노하나사쿠야히메와 바위의 신 이와나가히메였다. 그러나 니니기는 둘을 모두 아내 삼는 대신 미모의 코노하나사쿠야히메만을 취하고, 이와나가히메는 추하다는 이유로 곧장 돌려보냈다. 오오야마츠미는 진노하여 니니기의 어리석은 행동을 꾸짖었다. ‘이와나가히메가 있어 바위와 같이 영원하고, 코노하나사쿠야히메가 있어 꽃과 같이 번영할 수 있기에 나는 여식을 나란히 바쳤다. 만일 둘을 함께 맞아들였다면 천손은 피고 지지 않는 영광에 싸이었을 것이다. 천손의 선택으로 후생은 눈부시게 피어나되 찰나에 쇠하여 질 운명이다.’ 이리하여 영원을 내친 천손 내리의 생은 그저 피고 지는 꽃을 닮게 되었다. 이것을 인간의 삶이 꽃처럼 덧없는 세계의 시발점이라고 한다. -* 중 도입부 일본 신화, 를 차용함 1. ’남성적 언어‘ 일부다처제란 무엇인가? 오래되지 않은 과거에 하나의 제도로까지 자리 잡고 있었던 이 구도는, 단순히 부부간의 개인적인 권력 차이로 인해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일부다처제를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사회에 만연한 성별 권력 격차에서 시작해야 한다. 이미 여성과 남성 사이의 권력 구도가 무너져있는 곳에서부터 이 기묘한 세계는 출발한다. 한 남성이 여러 여성을 거느릴 수 있는 일부다처제는 단순히 이것을 행하는 한 부부 관계뿐만 아니라 사회의 모든 균형을 무너트린다. 결혼과 동시에 부부 사이의 관계는 전혀 동등한 형태를 띠지 못하고, 성적, 경제적, 권위적인 지배권이 모두 남편에게 속하게 된다. 이때 여성은 배우자가 아닌, 남성의 재산 혹은 번식 수단으로 종속되고, 정립된 여성의 권위는, 그 사회의 모든 여성에게로 이어진다. ㅡ 에서 나오는 두 여성(꽃의 신, 바위의 신)은 천손의 동반자를 ”자처“했다고 서술된다. 하지만 오요야마츠미가 두 딸을 천손에게 “시집보“낸다는 표현과 “바친다”는 표현을 살펴보면 ”자처“라는 단어 자체가 모순적이라는 것을 바로 알 수 있다. 소설은 두 딸이 아버지-남편으로 넘어가는 자리에서 가부장제 구도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여성들은 자신이 한 남성의 두 배우자로 들어가기를 ”자처“했다고 생각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자신들의 고유한 신적 성질(꽃과 바위의 성질)은 ‘아버지가 남편에게’ ‘넘겨줄 수 있는 것’으로 설정되기 때문이다. 여기서 “바친다”는 표현을 통해 아버지는 두 딸
- 방백
- 2025-10-31
호수의 뉘앙스와 바다의 뉘앙스를 생각한다 - 강에 사는 물고기는 정말 아름다울 것 같지. 강하고, 강하고, 물가 가까이를 걷다 보면 펜스 너머 지나가는 자동차와 둥글고 단단한 몸체에 기대어 비스듬히 질주하는 햇빛이 있었고 모자를 쓴 남자의 이마, 꼭 잡은 우리의 손등 그림처럼 흰 선이 그어졌어 얇고 긴 다리를 박고 서 있다가 몸을 비틀며 날아가는 흰 새는 모서리같은 면이 있지 강과 한몸인 것처럼, 큰 수초의 그림자인 것처럼, 오랫동안 서 있다가 다가오는 물고기 중 한 마리를 낚아챘어 나는 그 안에서 깊이를 느끼고 절반만 꾼 꿈속처럼 영원한 감정을 느끼는 걸까 우리를 쓰다듬는 것처럼, 아닌 것처럼 한 줄기로 밀고 가는 빗금은 없는 것만 못했어 나는 형의 손을 맞잡았다가, 다시 놓았다가 불안하게 반복하면서 거리를 계속 좁히고 어제 본 꿈속에서는 강가를 찾았지 커다란 거울을 들고 가느라 눈이 부셨어 기울어지는 햇빛의 기세는 엄청났고 돌아온 흰 새는 멀뚱히 그것을 쳐다봤지 나는 거울을 결국 던져버리고 진흙으로 뛰어들며 흰 새를 껴안았어 마침내 작아지는 꿈의 환각들 아무리 때려도 날지 않는 새
- 방백
- 2025-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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