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곳으로 여행하기
- 작성자 송희찬
- 작성일 2025-05-30
- 좋아요 0
- 댓글수 0
- 조회수 720
열 여덟의 여름에 발이 더러워졌다
모래와 흙이 놀이터에서 끝나지 않고
신발 속에서 몸이 터지며 따라온다
친구들이, 한 줄로 서서 움직인다
기차놀이를 하고 있다
우리의 출발지는 가까운 곳이고
놀고 있는 놀이터고
우리의 정착지는 먼 곳이고
뿌연 창문 사이 보이는 지하터널이고
언젠가부터 모래가 비에 젖어, 어린 나처럼 내 발에 붙어 다닌다
기차 출발하기 전에 몸을 움직여야 잡히지 않는데 {몸이 일어나야, 욕먹지 않는데}
문 사이를 통과하기 전까지 내 물음을 모래에 기입 한다
신발에 묻은 모래를 몸으로 짓누른다
먼 곳으로 향하는 열차가 곧 정류장에 도착합니다
정거장 하나를 지나고
먼 곳에서 출발한 열차가 가까운 곳을 향해 가까워졌다
나는 몸을 일으켜, 전철을 향해 다가간다
발을 문틈에 넣어 문에 물을 묻힌다
탈선으로 향한다
발을 문틈에 넣지 말라는 안내 방송과 함께, 문이 닫히고
더러워진 발이 무릎까지 퍼진다
또 넘어졌다
열여덟의 여름에는 장마가 심했고
어린 내가, 물에 젖어 있고
빨리 잡혀, 멈췄다 탈선했다
나와 친구들은 탈선하는 여행을 했다
처음 가는 곳으로
더러워진 것을 떠나며
모래 위를 돌며
기차놀이를 한다
모두 한 줄 위에서 먼 곳으로 떠나고
그 자리에서 탈선하고
어린 모습을 밟으며 즐긴다
나를 달아난다
어린 나를 놀이터에 버리고
나는 탈선한 뒤 기차로 먼 곳으로 향한다
어린 나는 놀이터에서 터널로 이동하고
내가 탄 기차는 어두운, 정거장을 지나고
끝 칸에서 앞칸을 향해 나아간다
추천 콘텐츠
가습기와 에어컨을 모두 끈 채로, 맞이하는 여름은 생각보다 더 덥고, 꿉꿉하다. 습기가 가득 찬 여름의 공기, 나무와 바람이 만약 신이라면, 지금, 이 날씨를 견디는 우리를 보며 신이 날 것 같다. 축축한 벽지와 눅눅한 얼굴과 몸, 그들이 원하는 게 인간의 벌이라면, 인간은 살아가면서 그 벌을 모두 맞이하고 있지 않을까 싶은데. 사후 그들을 만난데도 나는 떳떳하다. 이번 여름은 작년 여름보다 더 한 것들을 안고 살아야 했다.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세대에서, 사람 한 명 한 명 더 깊은 곳으로 추락시키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기에. 방으로 들어오는 공기가 생각보다 차갑다. 여름인데, 이런 바람은 여름과 어울리지 않지만, 바람은 바람이다. 내가 공부를 싫어하는 것도, 그러면 안 되는 것을 알지만 수능 대비 대신, 글만 쓰는 것도 결국 나지만, 책임은 언제나 두렵다. 그러니까, 노트북을 들고 재빨리 거실로 나가자. 스스로에게 그렇게 말하면서도, 내 손은 휴대폰을 넘기고 있다. 이 쇼츠 하나만 더 보고 공부하는 거다. 그래, 딱 하나만 더 보고. 더 더워지기 전에 공부를 해야지 하면서도, 공부를 끝없이 밀어냈다. 손에 땀이 고이고, 아이들의 목소리가 앞 골목에서 집 쪽으로 내려오기 전까지. 현재 시각 14시다. 동생 희열의 하교 시간이 점차 다가온다. 그때부터 기침이 나도 모르게 갈비뼈를 짓누르고 목 밖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거부 반응. 오늘도 하루의 대다수를 휴대폰에 다 썼다. 초등학교 1학년 아이들은 언제나 빨리 학교를 나간다. 그러면서도 매일 학교를 빠지고 싶다고 희열이는 이야기한다. 물론, 내가 학교를 쉬기에 그 아이 입장에서는 내가 그렇게 보이겠지. 그러나 그에게도 지금 상황이 나쁘지마는 아닐 거다. 엄마, 아빠 출근해도 집에서 항상 반겨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 자체로. 그래도, 내가 미워 보일 수도 있을까. 아직 어리니까, 그런 상황은 일단 내버려두고 옷이나 껴 입자. 언제부터 녹아갔는지 모르는 벽지 위에 걸린 옷을 꺼내 입으며, 인간이면서 인간 다워 보이려고 했다. 그게 방과 후가 끝난 희열과 본인의 자식들을 데리러 오는 부모들에 대한 일종의 예의이자 안심이기에. 기침과 함께 튀어나오는 아쉬움을 감추기 위해, 홀스를 입에 물고 흰색 마스크를 입가에 걸쳤다. 이제, 날 그저 학부모 같은 청소년으로 봐 줄 수 있겠지. 오늘도, 작년 여름처럼 습기가 창문을 적셨고, 도로에는 물웅덩이가 깊게 파여 있다. 인공적으로 다시 타임 루프 한 것도 아니면서. 감기기가 아닌 기침이 작년 초 학교를 다닐 때와 비슷했다. 그러나, 딱 하나 다른 점이 있다. 나를 잡을 수 있는 타인은 없지만, 유일한 내가 나를 잡을 수 있는 것. 최대한 배에 힘을 주고, 원조 고등학교에서 열공을 하고 있을 나를 지지한 친구들과 나를 고교에서 내 쫓은 친구와 선생님의 얼굴에 대하여 올해는 어떻게 지낼지 생각한다. 그들이 결코 행복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런 마음 자체가 나도 모르게 마음으로 죄를 짓는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들을 미화하거나, 좋은 추억을 꺼내 되새김질
- 송희찬
- 2025-12-23
*주의: 본문에는 이물 표현이 있습니다. 식사하시면서 보지 않는 것을 추천합니다. 며칠 전, 고등학생 시절 친구를 만났다. 그를 마지막으로 본 게 6개월 전이었지. 못 본 지 반년 동안 그와 나는 많은 것을 이루어냈다. 그는 2학년 1.2학기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를 모두 마쳐 고3을 마주해 있고, 나는 검정고시와 수시 합격 그리고 수능을 치르는 등의 경험과 성취를 이루어 냈다. 그래, 우리 모두 올 한 해 수고했지. 또한 내년에도 우리는 우리의 방식대로 온 힘을 다해 뒤척이겠지. 그런 뒤척임이 한 해 한 해 쌓이며, 우린 나이를 먹어갔다. 그러다 보니, 금세 열아홉을 바라보게 되었으며, 청소년이 유효한 시간이 1년밖에 남지 않게 됐다. 일 년, 일 년 지날 때마다 몸은 매해 바뀌었다. 키와 몸무게가 늘기도 하지만, 어릴 때 좋아했던, 매운 음식을 먹으면 속이 더부룩해지는 등 체질에도 많은 변화가 생겼다. 특히 작년에는 그 변화가 빠르게 진행됐다. 평소에 즐겨 먹던 얼큰한 찌개와 매콤한 닭발을 몇 입 먹지 않았는데, 먹은 뒤에 속이 끓거나, 변을 자주 보는 등의 행위가 심해졌고, 매운 음식을 거부하게 됐다. 그렇기에 옛날에 바라보지도 않았던, 사리곰탕과 튀김우동이 제일 좋아하는 라면으로 변했다. 계속 이러다가, 이들조차 맵다고 느끼면 어떻게 해야 할지, 함께 매운 것도 못 먹는 맵질이 어른이 되는지 해가 거듭될수록 음식에 대한 걱정이 커진다. 하지만, 매운 음식과 반대로 어릴 적 못 먹었던 비빔밥은 한 해가 지날수록 고추장, 다시 먹을 수 있게 됐다. 내가 지금 껏 비빔밥을 먹지 못한 이유는 네 글자로 요약할 수 있다. 트라우마. 평범했던 초등학교 1학년 1학기 급식으로 비빔밥을 먹었던 그날 급식이 속에서 얹혀 기절했다. 나는 태권도에 들어가자마자 출입문에서 토를 내뱉고, 나도 모르게 쓰러져 버렸다. 일종의 침묵, 어쩌면 소란스러운 환경에서의 고요만이 내 몸을 짓눌렀다. 그런 짓누름에 눈은 점점 감겼다. 어둠이다. 어렸을 때 나는 어둠을 참 무서워했는데, 그 당시에는 어둠이 무섭다고 느껴지지 않았다. 그저 편안한 휴식이 다가오는 것 같았다. 얼마나 어둠 속에서 쉬었을까? 내가 다시 눈을 떴을 때, 구급 대원들이 있었고, 태권도 학원 원장이었던, 위층의 미술 선생님과 태권도 사범님 등 학원 관계자들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나에게 여러 질문을 했다. 그중 가장 또렷이 기억나는 것은 미술 선생님의 질문. "희찬아, 100까지 세어볼까?" 그녀의 질문에 몇 까지 세었을까? 한 사십까지는 말했던 것 같지만, 결국 100까지 세지 못했다. "그다음에는 모르겠어요." 사실, 내가 숫자 100까지 셀 수 있는지 궁금해한 것이 아니다. 아마도, 내가 다시 정신을 잃지 못하게 집중할 수 있는 것을 찾은 거겠지. 이후 몇 가지 질문을 받은 뒤, 나는 앰뷸런스를 타고 태권도 사범님과 병원으로 이송됐다. 그것이 그날의 마지막 기억이다. 그러나, 이는 그 상황의 마지막은 아니었다. 이후, 각종 검사를 받았다. 뇌파와 CT 등 뇌에 문
- 송희찬
- 2025-12-19
*:본문에 들어가기 전, 싱어게인3 1호(이바다).25호(강성희) 듀엣곡인 최백호의 의 가사와 멜로디를 듣고 본문을 감상하시면 좋겠습니다. https://youtu.be/FArnw42Z2NA?si=KEO65YTtYfJuUtk_ ㅡ 책을 덮고, 밖을 바라봤다. 눈이 내린 뒤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나무는 아무것도 맺지 않은 가지에 눈꽃 같은 얼음꽃을 피웠다. 또한 주변에 있는 학교 근처 무덤과 논밭을 이루는 토지 역시 제 기능을 잃은 것처럼 얼어 있었다. 위 모습은 2025년 12월에 본 필자의 동네 풍경인 동시에, 겨울마다 봤던 모습이기도 하다. 이처럼 12월은 찬 바람이 불고, 눈이 내리는 등 추위와 관련된 것들을 마주하게 된다. 이런 시기가 다가오면, 몇몇 학교에서는 겨울 방학과 졸업식이 이루어진다. 그 이유는 12월이 지난 1월부터 우리는 한 살씩 더 먹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필자에게 12월은 추운 겨울인 동시에 이별에 달이기도 하다. 함께 1년을 보냈던, 친구들과 교실에 이별을 고해야 하기에. 그러나 이와 반대로 새로움을 맞이하는 시작의 계절이기도 하다. 한 학년이 올라가고, 새로운 사람과 새로운 공간을 만나게 되기에. 이처럼 12월은 끝없는 만남과 끝없는 이별에 달이다. 이러한 시간의 성격은 권누리 시인이 쓴 시집 속 유령 같은 화자들은 이런 모습을 보여준다. 떠난 이에 대한 깊은 슬픔과 명랑한 기대 같은 것들이 차곡차곡 쌓이면서 여러 인간일 수도 있는 한 인간의 삶을 진솔하게 보여준다. 이는 시집의 첫 시편 에서부터, 마치 윤회를 기억하는 존재처럼 존재를 드러낸다. ㅡ 죽지 마 명령하면 안 되니 어제는 피아노를 샀어 가끔 치려고 명랑하게 창문 너머 비행기가 밥그릇은 언제나 비어 있고 천장에 달라붙은 열기가 깔깔 웃으면 이 이상 살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구르기 위한 언덕을 갖고 싶어 처박힐 우물도 자랑 없이 칭찬도 없이 청소기 헤드로 빨려들어가는 정오 함께 있을까 조금만 더 울어보고 ㅡ 전문-12~13p Beginner 한국어 해석으로는 초심자라는 뜻이다. 이 제목처럼 위 시의 화자는 이별의 초심자처럼 묘사된다. 떠난 이, 특히 죽은 사람에게 "죽지 마"라는 말로 붙잡아 명령하고 싶지만, 화자는 결코 명령하지 못한다. 역으로 떠난 이에게 "안 되니"라고 물어본다. 그러면서도 화자는 "어제 피아노를 샀"고 창문 밖을 날고 있는 "비행기"와 자신의 빈 "밥그릇"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눈다. 이는 조심스럽게 타자를 붙잡고 싶은 화자의 욕망을 그려낸다. 하지만, 이는 "청소기 헤드"가 이물질을 빨아들이듯, 하루 중 제일 밝은 "정오" 즉 밝음과 관련된 것들을 빨아드리게 된다. 대표적으로 삶의 에너지, 웃음 같은 것들을. 그렇기에 타자와 화자는 함께 있으면, 서로 빛을 갉아먹을 것 같았기에, 초심자처럼 조심스럽게 이야기하며 타협한다. 이런 타협은 시에서 화자가 조금 더 나아지게 만드는 배경이 된다. 시의 마지막에서 화자는 타자에게 "함께 있"기를 청한다. 동시에 화자가 우는 모습으로 마무리 맺어진다. 하
- 송희찬
- 2025-12-16
저번까지 읽은 이후로 이어보시겠어요?
선택하신 댓글을 신고하시겠습니까?
저번까지 읽은 이후로 이어보시겠어요?
이 누리집은 대한민국 공식 전자정부 누리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