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시
- 작성자 기능사
- 작성일 2025-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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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들에게
기차 브레이크에서 바람 빠지는 소리를 어떻게 설명해야할까?
얼마 후면
이 곳에서도 못 살 것 같다는 생각을 해
2호선 그 꽉찬 기차칸에서
사람들 사이에서 끼어있으면
덜컹거리다가도 몸이 가벼워지는 것 같고
그럴 때마다 잠이 드는데
내 아이들에게
우리가 나무 한그루 없는 설산을 그토록 좋아했던 이유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발자국 하나 남지 않은 것 같은 곧고 굳은 그 설산말이야
숲진드기에 물려서
독일어로 욕을 내뱉는 내 아이에게
키큰 침엽수림을 왜 내가 좋아했는지를
알 수 없는 단어들의 그라피티를
그리고 마르티니에서 브리그로 가는 계곡의 열차를
왜
좋아했는지 말이야
발리스 사람들에게 하이디를 아냐고 물으면 혼날테지만
나는 하이디가 썻던 말을 내 아이에게 가르칠거야
지푸라기 침대가
나무인 척하는 플라스틱 학원 책상보다 나으니까
알프스가 유럽의 지붕이라던데
나는 비행기 대신 엘리베이터를 타고 아무도 없는
텅빈 아파트의 옥상에 올라
여기도 재건축이 되면
옥상 문은 굳게 걸어 잠기겠지
내 아이들에게
과천에서도 롯데타워가 보인다는 걸 어떻게 설명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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