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다이스 시티에 데려다줘*
- 작성자 데카당
- 작성일 2025-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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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ns N Roses-<paradise city>
죽어버린 밴드의 다큐를 보곤 했었는데 어느 순간 살아나 있었어. 아름다운 사람은 머문 자리도 아름답다.
밴드가 죽은 자리 남은건 나이 먹을 사람들, 아름다울까.
다 가짜야, 가짜.
비틀즈의 자식들이 프로젝트성 밴드를 결성했다. 조지 해리슨의 자식은 보이지 않는다. 자식이 딸밖에 없고 60년대 사람들이나 수요층을 형성할테니 뭐, 그런건가.
오아시스는 재결합 선언 후 칭총을 외쳤다, 리암이 했다지만 그게 뭐, 거기 가족기업이야. 리암은 트럼프-일론 복합체였던 것에는 뚱띠라고 외치지 않는다. 내정간섭을 하지 않겠다는 발상은 나올 수 없을 텐데 어떻게 참고 있는건지 몰라.
믹 재거는 죽은 적 없어서 할 말이 없네. 브라이언 존스는 관심이 가지 않는다.
블랙 사바스는 마약과 술에 쩔어도 기적적으로 사망자가 없기 때문에 원년멤버로 투어를 돈다. 일회성 공연이었던가?
디오는 마약도 하지 않았지만 일찍이 죽었다. 불공평하다고 생각하기에는 블랙 사바스가 운이 좋은 것이다.
에머슨 레이크 앤 파머는 재결합이 불가능한 상태이기 때문에 기분이 좋다. 권총자살은 너무 클리셰이지 않은가 싶지만 키스 에머슨은 클리셰가 어울린다.
그리고 위의 인물들은 모두 영미권에 포함된다. 디오만 아니었으면 모두 영국 밴드일 뻔했지.
로큰롤이 죽었다는 상태가 있음에 따라 차트인한 음악에 로큰롤스러운 진행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로큰롤이 부활했다고 떠든다. 로큰롤이 예수냐? 이상하잖아. 로큰롤은 58년 즈음의 비행기 사고로 죽었어. 죽은 상태로 부활과 죽음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난다면 성흔을 보여주든 탑수술 흔적을 보여주든 “나다” 라는 퍼포먼스로 증명하든 믿지 못할걸?
무대 위를 뛰어다니는 밴드맨이 있고 사실 노화로 인해서 걸어다니는 영상을 배속한 것이며 그건 아무런 변주도 없이 화면에서 반복되고 있다. 한쪽 끝까지 뛰어갔다가 다음 프레임에 반대쪽 끝으로 돌아가있고 다시 달려오지.
오지 오스본이 박쥐를 뜯어먹고 있지만 이미 익숙해진 이미지이기 때문에 시력에 지장은 없을지 고민하도록 한다.
오스본은 보컬이 구려진 건 아니니까, 진정한 퇴물들, 예를 들어 액슬 로즈, 라스 울리히가 일회성 라이브를 한다면 재밌을 것 같지 않아?
프로젝트 밴드 이름은 옛적의 영광을 최대한의 가치로 포장해 팔아먹기 위해 마스터 오브 어페타이트 정도로 지어질 것이다. 마스터 오브 어페타이트의 라이브를 위해서 라스는 한 달간의 드럼 특훈에 들어간다. 한 달간의 모든 연습을 녹화했지만 클립으로 만들 수 있는 총 분량은 1분 정도이기 때문에 홍보 영상에는 메탈리카의 1989년 토론토 라이브 또는 4집 앨범에서 긁어온 드럼 사운드가 더 자주 사용된다. 액슬은 라이브를 위해서 거의 계약이 성사된 미키 마우스 실사 영화를 엎는다. 그게 더 락스타 다울 것이라고 믿을 것이지만 액슬은 미키 마우스 자체가 락스타스럽지 않다는 사실을 모른다.
아무튼, 이들의 라이브 당일이 다가온다.
인터넷에는 라이브 홍보 게시물이 뜨자마자 미키-액슬-마우스 jpg.가 떠돌아다니고 라스가 본인이 작곡한 곡을 10초 동안 연주하며 몇 번의 실수가 있었는지 세는 영상이 퍼진다. 대강 세더라도 손으로 셀 수 없는 수의 실수가 있었고 영상은 곧 삭제되었으나 삭제를 예상한 사람들이 로스트 미디어 아카이브 계정에 전달해 백업되었다.
영상 삭제가 있은 후 발표된 티켓값은 이제껏 본 적 없는 비싼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게스트 밴드를 기대하며 예매가 열린 후 곧바로 매진된다.
이윽고 2시간으로 예정된 라이브에 게스트 밴드가 없다는 소식이 발표된다.
티켓 환불 러시가 일어나고 예매 당시보다 많은 트래픽이 몰린다. 결국 예매처는 환불 창구를 없애버리고 암표 가격은 하염없이 내려간다. 어떤 사람은 1980년대 락에 미쳐있는 친구의 생일 선물로 마스터 오브 어페타이트의 라이브 티켓을 사줬는데 뺨싸대기를 몇 번을 맞았는지 모른다고 푸념하는 글을 올리고 그 게시글은 해당 커뮤니티 내의 ‘단기간에 가장 많은 비추천’ 기록을 가뿐히 갱신한다. 가장 많은 추천을 기록한 댓글들은 한결같이 뺨싸대기 정도면 친구의 의지가 대단하다는 내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이브가 이루어지는 공연장은 가득 찼다. 기자들은 레드 제플린이 메디슨 스퀘어 가든 공연에서 비틀즈의 최다 관객 동원 기록을 갱신한 사건을 끌고 오지만 테일러 스위프트의 기록을 넘지는 못한다. 리허설에 참여한 스탭들의 떨떠름한 표정과 함께 어느 여름날의 밤이 깊어간다.
-경보, 경보. 이 라이브는 망했다.
공연은 라스의 드럼과 퍼커션, 액슬의 보컬과 피아노로만 진행됐다.
도대체 라스가 왜 퍼커션을 연주한다는 말인가? 이건 S&M 라이브가 아니다! 도저히 더블 베이스로는 템포를 맞출 수 없으니 퍼커션 트리거로 떼우겠다는 건가?
객원 멤버가 하나도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됐더라도 사람들은 놀라지 않았다. 남은 것은 2시간을 살아남는 것 뿐이었으니까. 처참한 라이브,라이브라고 할 수 있는지는 이론의 여지가 있지만,를 지켜본 사람들이 공연장을 떠나지 않고 계속 미키 마우스 성대모사와 두 박자씩 밀리고 당기는 드럼의 공연을 지켜본 이유를, 아니 애초에 공연장에 찾아온 이유를 온전히 파악할 수는 없을 것이다.
상상 가능한 최악의 라이브보다 별로였기 때문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있고 연주가 어떻든 보컬이 어떻든 음량은 충분하기 때문일 수도 있었다. 80년대에 청춘을 모두 소모했던 사람들이나 왔을 것이기 때문에 라이브가 청춘을 다시 떠올리게 할 수만 있다면 상관없었을 수도 있다.
간혹 인증 사진을 공유하며 라이브 현장에 있었다고 자랑스러워하는 사람들이 있고 라이브에 가지 않고서 라이브가 쓰레기였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마스터 오브 어페타이트 공연을 본 것이 자랑스러운 사람들은 라이브를 촬영한 클립으로 자신들의 자랑스러움을 증명하려고 하기 때문에 라이브를 영상으로만 접한 사람들을 설득하는데 실패한다. 라이브에 가지 않은 사람들은 그런 라이브에서 자리를 지키고 앉아있었다는 사실부터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열대야로 사람들의 기억이 왜곡된 것은 아닐지 걱정하기도 한다.
라이브는 액슬의 목 상태가 좋지 않다는 당연하디 당연한 사실이 밝혀지며 시작했다. 밝히고 싶진 않았을 것이지만 목 상태를 보면 금방 알 수 있는 것이었다. 라이브를 준비하면서도 미키 마우스 실사 영화를 향한 꿈을 접지 않았던 걸까, 오프닝은 노킹 온 헤븐즈 도어. 체력을 생각하지 않는건지 라스는 블라스트비트를 4분 내내 두들겨댔고 이후로 드럼 bpm이 100을 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스탠딩석의 사람들은 액슬보다 액슬같다는 평을 얻는다. 그들이 부르는 노벰버 레인, 웰컴 투 더 정글 덕에 공연이 유지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두 곡이 셋리스트에 없었기에 더 효과적이었다. 피아노를 들여다놓고 노벰버 레인이 셋리스트에 없었다는건 신기했지만 슬래시의 기타가 중요한 곡들이니 기타 없는 공연의 셋리스트에 없는건 당연한 일이다.
관객들은 라스의 드럼 필을 듣지 않았고, 기타솔로를 입으로 흉내내 불렀다. 한국에서는 2006년 메탈리카 내한 당시 마스터 오브 퍼펫의 기타솔로를 따라부른 기억을 떠올렸지만 라스의 드럼은 그시절보다 난해해졌기에 그걸 여기다 갖다 댈 수는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공연이 시작하고 1시간쯤 지난 후 라스가 드럼을 박차고 나왔다. 액슬의 마이크를 빼앗고 앰 아이 이블을 부른다. 액슬은 마이크가 연결되지 않은 피아노를 두들기고 라스의 보컬이 액슬의 보컬보다는 들을 만했다.
그러나 이런 식의 비교는 액슬에게 공평한 것이 아니다. 앰 아이 이블은 액슬이 부른다고 해도 별 차이가 없을 정도의 곡이기 때문인데, 가령 라스도 노벰버 레인을 부른다고 하면 미키 마우스 정도의 결과가 나올 것이었다.
액슬이 라스의 마이크 강탈에 반응하지 않았던 이유는 베일에 가려져 있다. 스탭들은 리허설에서는 하지 않던 짓을 저지른 라스에게 벙쪄있었고 액슬의 표정은 슬픈 개구리 페페 같았다.
마이크를 잡은 김에 몇 곡을 더 불렀고, 그중에는 크리핑 데스도 있었으나 기타가 없었기 때문에 호응은 후렴구 외에는 없다시피 했다. 가사를 따라 부르는 것이었지만 몇만의 사람들이 60대 밴드맨에게 죽으라고 외치고 있었다.
공연이 끝날 때쯤 액슬이 드디어 피아노에 마이크를 연결했다. 피아노에 앉은 사람을 위한 마이크는 없었지만 표정은 밝아보였다.
투자자들은 처음 마스터 오브 어페타이트를 만나고 mr도 틀지 않겠다는 선언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티켓값을 이해시킬 수 있겠냐는 것인데 둘은 그런 것에는 관심이 없었던 것 같다.
어떤 관객들은 이 밤이 지나면 또다시 늙어야 하나 고민하고 있었다. 투자자들의 우려는 기우였다. 아마 투자자들의 평균 연령은 40대 정도일 뿐이었기에 공포에 질렸을 것이다. 태어나지도 않았던 때 유명했던 밴드가 배짱장사를 해도 돈을 내고 결과물에 만족하는 현상에는 역시 설명할 길이 없었다.
공연이 끝나고 몇달 뒤 하나의 소식이 보도되었다.
한 스탭의 내부 폭로에 의하면 방치된 드럼 키트의 베이스 드럼에는 트리거가 설치돼있었고 자칭 메탈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그것을 모욕으로 받아들였다.
불문율이 하나 있다. 데스코어 정도를 표방하는 밴드가 아니면 트리거는 용납될 수 없다. 메탈의 순수성이 위협받는다는 식이었고 밥 딜런이 일렉기타를 들고 나왔을 때를 떠올리도록 했으나 그때와 같이 그들만의 리그였다. 풀어 설명하면, 아무 문제 없었다.
대체 메탈의 순수성이 무엇이라는 말인가? 슬레이어는 순수하게 메탈인가? 주다스 프리스트가 하는 음악은 순수하게 메탈한가? 그와는 별개로 공연에서 라스의 드럼은 별로였다.
라스의 드럼은 참을 수 있었지만 그 참을 수 없는 드럼에 트리거가 달려있었다니, 트리거를 달고도 템포가 밀렸던 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라이브를 준비할 때 트리거 사용에 적응하기나 했던 걸까.
돌아오는 길에는 라스와 액슬의 관계를 다각도로 파악하는 포스타입을 읽었다. 미감상 80년대의 모습이었지만 놀랍도록 마스터 오브 어페타이트 라이브에서 일어난 사건들과 유사했다. 라스가 왼쪽에 서고 액슬이 오른쪽에 섰고 곧 바꿔서는 것도 비슷했다.
메탈리카를 듣자니 라이브가 겹쳐들릴 것이었기에 메가데스를 들었다.
죽어버린 밴드가 남기고 간 자리에는 미키 마우스와 할아버지의 고장난 메트로놈이 있었다. 아름다운 광경은 아니었고 청춘의 추억이라고 할 수도 없는 것이었다. 한 시대가 지나갔고 다음 시대는 눈에 보이지 않았다.
죽어버린 밴드는 아름답지 않았어도 밴드의 죽음은 아름다울 수 있었다.
마스터 오브 어페타이트는 다시 활동하지 않을 것이지만 어떤 조합이든 이루어질 수 있다는 증명이 되었다.
..그래도 라스의 드럼은 구렸다. 다시 늙어가게 된 사람들이 자신감을 얻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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