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뉘앙스

  • 작성자 방백
  • 작성일 2025-09-21
  • 조회수 541

호수의 뉘앙스와 바다의 뉘앙스를 생각한다 - 강에 사는 물고기는 정말 아름다울 것 같지. 강하고, 강하고,


물가 가까이를 걷다 보면

펜스 너머 지나가는 자동차와

둥글고 단단한 몸체에 기대어 비스듬히 질주하는 햇빛이 있었고


모자를 쓴 남자의 이마, 꼭 잡은 우리의 손등

그림처럼 흰 선이 그어졌어


얇고 긴 다리를 박고 서 있다가

몸을 비틀며 날아가는 흰 새는 모서리같은 면이 있지


강과 한몸인 것처럼, 큰 수초의 그림자인 것처럼, 오랫동안 서 있다가

다가오는 물고기 중 한 마리를 낚아챘어

나는 그 안에서 깊이를 느끼고

절반만 꾼 꿈속처럼 영원한 감정을 느끼는 걸까


우리를 쓰다듬는 것처럼, 아닌 것처럼

한 줄기로 밀고 가는 빗금은 없는 것만 못했어


나는 형의 손을 맞잡았다가, 다시 놓았다가

불안하게 반복하면서 거리를 계속 좁히고


어제 본 꿈속에서는 강가를 찾았지

커다란 거울을 들고 가느라 눈이 부셨어

기울어지는 햇빛의 기세는 엄청났고

돌아온 흰 새는 멀뚱히 그것을 쳐다봤지

나는 거울을 결국 던져버리고

진흙으로 뛰어들며 흰 새를 껴안았어

마침내 작아지는 꿈의 환각들

아무리 때려도 날지 않는 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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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y Glow*

사탕의 겉면을 핥고 있으면달콤하고약간 씁쓸한 인공 오렌지 향감미료가 찬 물풍선만한 세계우리가 손을 집어넣을 때마다 주황색으로 물들었지 별이라고 말해야만 별이 되는 별빛하늘이 너무 밝아 열대야의 어둠에 뺨을 대고 잠들면 오렌지 별빛이 쏟아졌어 그건 마치사탕을 오랫동안 녹여 먹으려는 것처럼살면서 한 번도 어금니와 어금니 사이에 사탕을 두고 씹어본 적 없는 것처럼왼쪽 눈은 꼭 감고 두 손은 동그랗게 쥐고 똑바로 정면을 바라보고 자 쏘세요!그네를 타고 있으면 하늘이 영화 속 장면을 일시정지한 것처럼 다른 세계에 빠진 것처럼 또는 이대로 극장 밖으로 튕겨져 나갈 것처럼사탕을 깨물면이가 깨질 것 같아서...미안해아 그래도 우리가 이렇게 바라보고 있으니까 다 현실 같았지여름에는 인공위성에게도 별자리를 붙여줬어이름표를 하나씩 대어주니 보기가 좋았어구멍이 생긴 사탕이 입천장에 붙었어손바닥에 뱉어 두니 투명하고 작은 설탕 덩어리가 왠지 안쓰러웠어여름이 조금씩 작아질 때별이라고 부르자 정말로 밝아지는 꿈을 꿨다*인공 조명으로 인해 밤하늘이 밝아지는 현상

  • 방백
  • 2025-06-18
미래의 얼굴

미래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다. 미래의 물 빠진 청바지와 다 헤진 가죽 장화와 물방울무늬 머리핀에 대해서. 미래가 가지고 있는 여러 색의 모자와 미래의 힘 있는 춤에 대해서. 나는 미래가 걸어갈 때 미래의 등 뒤에서 장마 직전의 흙 냄새를 맡을 수 있다. 미래가 우산을 들고 맑게 갠 하늘이 든 웅덩이를 때릴 때 물방울에서 빠져나오는 어제 저녁의 먹구름 냄새도 맡을 수 있다. 그럴 때 책상과 의자는 습기를 먹어 흐물거리고 겁먹은 우리 양말 속 애벌레가 어디로 갔는지는 오래 생각하지 않고 나는 척추를 마디마디 말아 천천히 미래의 몸을 안으면서 미래를 통해 우리 학교 바깥의 산을 볼 수 있다. 입사각과 반사각이 같은 유리벽이 낮선 동물을 비춘다. 미래가 산으로 걸어들어갈 때 나는 발걸음을 경쾌하게 통통 퉁퉁 빵빵 자동차 경적 야산으로 향하는 우리의 스텝을 막아선다 그러면 나는 소리를 가볍게 툭 차버려야지. 미래야. 미래가 방글방글 웃으면서 물 빠진 청바지를 입고 다 헤진 가죽 장화를 신은 채 탭댄스하는 영국 신사처럼 우산을 빙글빙글 휘두른다 나는 미끄러운 이면도로에 미래와 나의 둥근 모습을 조금씩 흘려두고 탁타다다닥 탁다라닥다 몸을 이리저리 흔들거리며 가드레일을 뛰어넘어 미래의 투명한 유리몸처럼 깨지기 쉽게 달려간다.

  • 방백
  • 2025-05-23
K

우리가 ‘작업’을 할 때. 피부는 투명하게 마르고 있었고 심장에 귀를 가져다 대면 찌릿거리며 정전기가 옮을 것 같았다. K는 인어. 상체는 로봇이고 하체는 진짜 물고기 꼬리였다. K는 반투명한 눈동자로 나를 바라봤다. 우리집은 K에게 불법적으로 수조를 제공했으며 필요할 때 배터리를 갈아끼워주웠다. 대신에 때마다 K의 살점을 조금씩 떼어내서 횟감에 섞어 팔았다. 그것을 우리 가족은 ‘작업’이라 불렀다. 비린내. K 앞에선 어떤 비린내도 나지 않았다. 투명해서 기분 나쁜 수산시장 소독약 물 냄새만 주위를 둥둥 떠다녔다. 어떻게 K같은 존재가 우리집에 있는지, 애초에 K같은 존재가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게 가능하기나 한 것인지 K를 아는 사람들 중, 그러니까 엄마나 아빠, 이모나 이모의 외동아들 중... 아무도 그것을 알지 못했다. 알고 있어도 자신이 알고 있다는 걸 인지하고 싶어하지 않을 것이다. 나도 그 비밀을 알고 싶지 않았다. K는 감정이 없는 눈동자로 이층 창문 바깥을 바라보았다. K의 그런 취미 때문은 아니지만 창문에는 썬텐지가 짙게 발려 있었다. 걸어다니고 싶은 건가. 그렇게 생각했을 때 K가 물 위로 둥둥 떠올랐다. 나는 계단을 내려가며 아빠를 불렀다. 아빠는 횟감을 뜨는 것처럼 K를 물에서 건져내 수건을 깐 바닥에 눕혔다. 엄마가 공구 상자를 가져왔고 녹이 슨 곳을 대충 살펴본 뒤 인공 피부를 가르고 철로 된 흉곽을 열었다. 아빠의 손놀림은 빠르고 효율적이었다. 물기를 닦아냈고, 구석구석 방수 스프레이를 뿌렸다. 우리 가게는 호황이었다. 각종 인터넷 매체도 여러번 타 돈을 많이 벌었다. 나는 K의 꼬리지느러미에 여태껏 발견되지 않았던 종류의 마약 성분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아빠가 일련의 행위를 거의 마무리하는 동안 나는 관심 없는 척 철과 살이 맞닿아 있는 이음새를 여러 번 살펴보았다. 심장에서 피가 흐르지 않는데 어떻게 꼬리가 살아있을 수 있는지, 도대체 어떤 구조를 이루고 있는 것있지 너무나도 궁금해 머리가 아플 지경이었다. 그때 허공을 바라보던 K와 눈이 마주쳤다. K가 입을 뻐끔거렸다. 그것은 분명히 말을 하는 모양이었다. 나는 순간적으로 뻗뻗하게 굳어버렸다. K의 지능은 당연히 평균적인 로봇의 학습 프로그레밍과 비슷할 것이었다. 언뜻 보기에도 너무 구형이라 요즘 시장에 나오는 것들과는 비교할 수 없겠지만 인간형 로봇의 지능은 원래 수준이 높았다. 기업에서도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굳이 돈을 들여 인간 형태를 만들 이유가 없기 때문이었다. 지능이 높은 로봇은 좋다. 지능이 낮은 로봇도 그 형태에 따라 쓸모가 있다. 하지만 지능이 낮은 인간형 로봇을 누가 원하겠는가. 아니, 그런데 기업에서 양산형으로 만든 것이라고 확신할 수 있나? 아무튼 중요한 건 K가 말을 했다는 것이다. 그것은 정말 말이었다. K가 또다시 눈동자를 굴렸다. 내가 움직이려고 움찔거리는 입으로 시선을 집중할 때 풍덩 소리와 함께 K가 수조로 던져졌다.ㅡ가족 외의 누군가 K를 알고 있다는 생각이 든 건 지난 여름이었다. 폭염주의보로 인해 아무도 거리로 나

  • 방백
  • 2025-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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