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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시

  • 작성자 송희찬
  • 작성일 2026-02-02
  • 조회수 444

숲을 걷고 있으면

숲이 나를 가둔 것처럼 나무들이 나를 감싸고

들어오면 안 될 곳에 내가 들어온 듯 나무는 휘청인다

 

피아노 반주 소리가 들려온다

말라가는 나뭇잎을 밟고 있으면

아작, 무너져 내리는 소리

숲이 서서히 내려간다

 

스크린에 비쳤던 수많은 나무

스크린 주변을 걷는 관람객

 

숲을 흉내 내는 기계가 기계를 흉내 내는 숲으로 보일 때

단 한 명처럼 보이는 피아니스트들이 온몸으로 음악을 만들고

우린 만들어진 숲에서 항상 헤맸다


비상구가 어디 있는지 알아도

더 이상 보이지 않는 비상구를 찾아

어둠을 더듬으며 걷는데


피아노 건반 여러 겹이 동시에 울린다

화음

스크린에 나타난 여러 명의 이름


숲을 탈출할 수 있었던,

숲을 너무 사랑해 묻어질 수밖에 없던 이름들


빈 영화관에서 홀로 상영된다


의자를 모두 바라본다

피아노를 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전등이 하나씩 켜진다


상영관은 비어 있고

우리의 껍질도 비어 있는 거 같은데


기계는 숲을 보여주는 척

나무의 밑동도 없었다


매 몰려고 하는 몸과

매 몰리고 싶어 하는 몸이

잔잔했던 반주와 함께 휘청인다

많은 이름이 빠르게 무뎌질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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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벽
    최고에요

    너무너무 좋아요.. 전체적인 분위기도 좋고 특히 '숲을 너무 사랑해 묻어질 수밖에 없던 이름들'이라는 표현이 정말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아요 잘 읽었습니답

    • 2026-03-18 23:25:46
    서벽 최고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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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송희찬

      @서벽 님 좋게 읽어주셔서 고마워요~^.^~ <황혼>도 진짜 잘 읽었어요~^^

      • 2026-03-19 06:51:19
      송희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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