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어를 배우는 기분
- 작성자 앉은
- 작성일 2026-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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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회수 352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온 편지예요
덧발라진 유화 물감처럼 눈물 자국이 남은 편지지엔
수취인 불명 발행인 불명
단순히 내용만 적혀 있었죠
꼬부랑 글씨로 된 것은 의도한 걸까요?
노어 필기체는 러시아인들도 알아보기 힘들다던데
정갈한 필기체로 쓰인 문장 여러 송이
편지는 석양과도 같아서
저 너머로 보낼 때 가장 예쁜 법이라고들 하죠
한 자 한 자 꼭꼭 지르밟아 써낸 이 편지가
누구인지 모를 당신에게는 가장 소중한 것
그렇게 감히 믿어 봐요
이 편지가 왜 저에게 온 걸까요?
노어를 배우지 못한 제게 언어라도 하나 배우라는 뜻
그런 뜻일까요
단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일일 거야
그렇게 말한 것 같기도 하고요
사실 잘 모르겠어요
아직도 이 편지가 왜 제게 왔는지
Е는 에, Ж는 제.
키릴 문자 한 묶음이 정수리에 들어올 때마다
뇌를 턱 치는 새로운 기분이 들어요
즈드라스뜨부이쪠, 하라쇼.
기본 회화는 할 수 있어야겠죠?
언젠가 블라디보스토크에 갈 날이 온다면
이 편지에 직접 답을 적어
누군지 모를 당신의 손에
쥐여 드릴게요
노어를 배우는 기분은
이런 것이라고
말씀해주셨으면 좋을 텐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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