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간
- 작성자 강완
- 작성일 2026-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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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댓글수 1
- 조회수 394
나뭇잎이 떨어지고 있어, 누군가가 말한다.
당신이 그 말을 듣고 있다.
떨어지고 있어, 떨어지고 있다. 당신은 길을 걸으며, 그 말을 곱씹는다.
떨어지다는
탱탱볼이 문방구 뽑기 기계의 사면을 따라
둔탁하게 튕기는 모습이 아니다. 떨어지다는
빗방울이 가속도를 더해 가며 낙하하다가 결국
터지는 모습이 아니다.
나뭇잎은
벽돌처럼 투박하게 땅을 만나지 않는다. 꽝ㅡ
소리를 내지 않는다.
아무 소리도
없다. 아래로 떨어진다.
누군가는 나뭇잎이 듣는다, 고 말한다. 빗방울이 듣듯이.
살점처럼 떨어지는 수도꼭지의 마지막 물방울은
나뭇잎과 조금도 닮은 게 없는데도요. 집요하게 굴면
큰 차이가 보인다고
당신은 느끼지만
말하지 않는다.
나도
침묵한다.
나뭇잎은 사방에서 흘러내리고 있다.
계절은 봄이다.
동그란 호수를 따라 난 둥그런 산책로를 걷고 있다.
공원의 빨간 트랙에는
비눗방울을 부는 어린 아이들이 있다.
여자애가 머리를 땋고 있다. 앞머리가 아주 적고 얇아서
이마가 비친다.
비친다?
당신은 묻는다.
나는 고개를 젓는다.
비친다는 오래 전 어느 순간이 아니다.
세로로 박음질된 하얀 여름 이불을
처음으로 농에서 꺼내 세탁하고, 아파트 난간 너머로 빗겨 털었을 때
이불에 여과되고 있던
반투명한 크림색이 아니다.
난간이 빛을 막아서서 횡단보도를 만들고 있었는데.
비친다...
바람이 불었고. 빨래 냄새가 났다. 둥그런 비눗방울을 만진다면
터져 버릴 것 같았지. 그러나 어디로든
질주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비친다?
당신은 다시 묻는다. 이번에는 당신이
고개를 젓는다.
아이의 이마는 번진다.
해가 지고 있다.
당신이 걷고 있다. 그래서
나도 걷고 있다. 나뭇잎이 바닥에 있다. 해는 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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