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틴10대 감성쟁이
명예의 전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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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3년월장원 선정
이천, 십일 그가 처음 글을 쓰겠다고 한 건 중학교 1학년 때였다. 이름은, 그는 밝히는 걸 꺼려할 것 같아서 그가 요즘 쓰는 자신의 소설 등장인물들한테 잘 부여하는 이름인 ‘은후’로 부르기로 했다. 사실 나는 그의 본명을 밝혀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지만, 더군다나 이젠 그와 친구도 아니건만, 어쨌거나 4년 동안 이어온 친구이니 최소한의 매너를 지키는 거라고 여긴다. 은후. 글쟁이 은후. 소설가가 꿈인 은후. 음, 그의 본명보다야 덜 일반적이고 더 멋있는 이름이다. 그러나 이 글을 쓰면서 나도 모르게 속삭이듯 은후를 부르고 있자니 입술이 자꾸만 위 아래로 오므려졌다가, ‘은’을 뒤늦게 발음하려고 옆으로 째진다. 그래, 익숙해지겠지. 2011년. 내가 일산이란 동네에 처음 이사 온 날이고, 처음 교복을 입었던 날이다. 초등학교 친구들은 다 떨어져나갔고, 나 혼자 외딴 중학교에 배정을 받아 입학식 때도, 익숙하지만 익숙하지 않은 1학년 2반 교실에 앉아있을 때도, 멀뚱멀뚱 새 담임선생님의 이름과 얼굴을 물렁한 뇌에 새기느라 정면으로 돌아간 목만 뻐근하다. 복도 창문에는 엄마와 누나가 나와 눈이 마주칠 때면 손을 흔든다. 다른 가족들도 주위에 있을 거라 생각하는 모양인 것 같았지만, 복도에는 엄마와 누나밖에 없었다. 5분 후. 교복 복장과 앞으로 수업을 어떻게 해나갈 것인지, 입학식인 오늘 역시 6교시 정상수업을 진행할 것이라는 담임선생님의 얘기가 차례로 오고 간 뒤 다시 창문을 본다. 여전히 엄마와 누나가 저희들끼리 나를 힐끗거리면서 소곤거린다. 그때서는, 선생님과 몇몇 애들의 눈길이 조금씩 복도 쪽으로 끌리듯 움직이기 시작했다. 나는 책상 밑으로 핸드폰을 꺼내 빨리 가라고 하고 싶었지만, 감히 첫 날 첫 대면부터 그러기가 두려워, 몸만 옴짝달싹이며 쭈뼛거렸다. 쉬는 시간 종이 울린다. 초등학교 6년 동안의 익숙한 멜로디가 아닌, 좀 더 경쾌하고 우렁찬 종소리가 긴장으로 경직된 내 몸을 더 낯설게 만든다. 담임선생님이 나가고, 설마 엄마와 누나하고 입학식 때부터 마주치는 건 아니겠지, 하는 마음에 창문을 돌아봤다. 없었다. 담임선생님은 그대로 교무실로 갔다. 나는 안도의 숨을 쉬다가, 문득 주위를 둘러보고는 이제 이 학교에 내가 아는 사람이 없는 거구나 하는 걱정과 불안에 침도 말랐다. 그리고 대부분이 초등학교 때 친구들을 보러 복도로 나간 교실을 보면서 엄마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네가 먼저 말 걸어. 남들이 걸기 전에. 그래야 적극적이고 또 친구도 많이 사귀지. 그러나 아이들은 꼭 저마다의 세계에 장벽을 두르고 갇힌 듯 보였다. 낯선 이방인이 다가와 커다란 성문 앞에 멈춰서 있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또 일진 같이 보이는 몇몇 애들도 섞여있는 것이, 여간 불안하지가 않았다. 그렇게 1교시가 오기를 교과서만 접었다 폈다 하며 기다리는데, 누군가 뒤에서 어깨를 툭툭 건드린다. 낯선 느낌에 홱 고개를 돌렸다. 너 어느 초 나왔어? 은후였다. 두꺼운 안경알에 가린 작은 눈이 날 향해 있었고, 뭉게뭉게 붙은 볼살이 입술 모양 따라 실룩거렸
작성일 2015-01-18 작성자 탈퇴 회원 좋아요 0 댓글수 0 조회수 3661상세보기 -
소설 청춘 (퇴고)월장원 선정
푸를 청에 봄 춘. 그리하여 청춘. 너는 이름을 버리는 데 익숙했다. 콘크리트 사이를 비집고 피어난 새하얀 들꽃. 우리는 들꽃을 보며 아래로 아래로 침몰했다. 콘크리트 바닥에서 피어난 것과 콘크리트 바닥에다 처박히는 건 다른 문제. 바닥을 기며 누릴 수 있는 구원은 없다. 처박힌 서로를 껴안고 바닥을 굴렀다. 그렇게 이어진 인연이었다. 나는 너를 청이라고 불렀다. 맑을 청, 푸를 청, 아무거나 해라. 말하니 너는 뒷간 청圊 이라는 한자를 어디서 알아와 가지곤 그걸 제 이름 삼았다. 이 병신아, 너 그게 무슨 뜻인지는 알고 이름 삼냐. 말하니 머리를 긁으며 넌 말했다. 쟤는 한자에 네모난 집 하나 갖고 있잖아. 난 그게 맘에 든다, 형. 너는 나를 춘이라고 부른다. 형은 저기 저 들꽃처럼 살아라. 따뜻한 사람이니까. 그렇게 말하며 넌 나를 봄 춘 자로 불렀지만 나는 도무지 그 이름을 받을 수 없다. 나는 네가 지어준 봄 춘 자를 버리고 어리석을 춘芚 자를 사용하기로 했다. 사람은 이름 따라 살아간다던데. 그래서 우리는 망했다. 누구 하나 잘 되려 하지 않고 자꾸만 같이 나락으로 떨어지기를 자처해 망했다. 차마 뒷간을 이름 삼은 널 두고 홀로 봄처럼 살 수가 없었다. 그래서 우린 영영 성인이 될 수 없다. 우리의 청춘은 빛바랜 청춘. 圊芚. 그리하여 청춘. 봄이라 그런가. 절망이 조각조각 나뉘어 하늘을 부유한다. 있잖아, 형. 절망은 원래 노란색인가. 좁은 폐가에 옆구리를 자작하게 붙이고 앉아 청이가 물었다. 하늘이 온통 뿌옇다. 아니, 이건 황사다, 황사. 중국에서 날아오는 거. 내가 말하자 청이가 입을 뻐끔댔다. 그럼 우리의 절망은 중국산인가보다. 할 말이 없었다. 침묵으로 일관하며 청이의 얄쌍한 손가락을 만지작대다 그 틈새로 내 손가락을 끼워 깍지꼈다. 우리가 누런 청춘을 견뎌낼 방법은 하나가 되는 것뿐이었다. * 청이는 제 인생이 언제부터 바닥을 기었는지 기억하지 못한다. 비굴했던 기억뿐이라 비굴하단 게 뭔지도 모르겠다고. 사실 행복이랄 것도 모르겠고 불행이랄 것도 모르겠고 원래 이렇게 사는 사람 있으면 저렇게 사는 사람도 있는 거 아니겠냐고 청이는 말했다. 나는 대담해질 수가 없다. 두 발로 걸었던 기억이 뚜렷하다. 청이는 나이가 없었다. 아주 오래 살았지 나는. 그렇게 말하는 얼굴이 푸르다. 청이의 푸름은 나만 볼 수 있다. 골목을 지나는 꼬맹이들은 청이를 가리키며 아저씨, 하고 부르고 치매가 왔다는 건너편 옥희 할머니는 청이더러 아부지, 그런다. 행복이 뭔지 모른다는 청이의 얼굴엔 이르게 주름이 피었다. 주름도 꽃도 모두 어딘가에 피어나는 거니까 그러면 니 얼굴엔 꽃이 피었다고 말하자. 했더니 청이가 웃는다. 푸르게 웃는다. 나는 청이에게 열아홉이라는 나이를 주었다. 아무도 청이를 미성년자로 보지 않았다. 형은 그럼 몇 살이지. 청이가 물었다. 스물여섯. 우리 그럼 일곱 살 차이네. 그렇네. 럭키 세븐이네. 럭키 세븐이 뭔데. 있어. 좋은 거. 그게 행복한 건가. 그래. 행복한 거. 물을 때 청이는 정말 열아홉 같다. 열아홉은
작성일 2023-05-15 작성자 카임 좋아요 10 댓글수 1 조회수 2666상세보기 -
시 서랍월장원 선정
빛이 새어들어오고 있었고 나는 눈을 감은 채 서 있었다 미처 닫히지 못한 서랍은 지켜보고 있는 중이다 안과 밖의 경계를 알지 못한 채 이곳의 계절과 저곳의 날씨를 분간하지 못한 채 크고 작은 마음을 기어코 감정뿐이라 칭할 때 안녕, 안녕, 인사 속에는 어떤 악의도 환희도 없는 마른 씨앗 같은 말 멀고도 먼 이국의 노래를 입술에 머물게 할 때 어떤 느낌일지 느낌이라는 것은 결코 기록될 수 있는 것인지 내 안의 것을 타인에게 주는 순간 속에서 우리는 얼마만큼의 세계를 왜곡하는가 하얀 종이 위의 검은 잉크는 보이지 않는 잉크인 걸까 몸통이 반쯤 사라진 그것에 어떤 이름이 붙여졌는지 떠올려본다 아무래도 따분한 이야기… 그러나 질주하지도 멈추지도 않는 따분한 것들을 떠올려보라 이를테면 새하얗고 새하얗기에 더러운 것들, 새하얗다는 이름으로 스스로를 더럽히고 있는 것들을 떠올려보라 아무래도 더러운 것들… 그러나 단념하지 않고 종이를 꺼내드는 이에게는 지독하고 지겨운 따분한 生 하나가 놓여있는 것이다 어떤 이에게는 하얀 세계를 거뭇하게 뒤덮는 일이 가장 어두컴컴한 곳을 밝히는 일일테다 이를테면 미처 닫지 못한 서랍 같은 것 굳게 잠근 마음이 실은 무엇보다도 빛을 갈망하고 있었다는 것 아무래도 따분한 이야기… 다시, 서랍이 닫혔다
작성일 2023-09-11 작성자 옥상정원 좋아요 9 댓글수 0 조회수 2528상세보기 -
시 래빗 헌팅월장원 선정
- 홀덤 게임에서 플레이어가 패를 포기하여 판이 종료되었을 때, 확인하지 않은 패를 볼 수 있는 것을 래빗 헌팅이라 힌다. 토끼를 따라서 포기한 패를 줍다 보면,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행운을 가져다 준다는 토끼발을 사서 허리춤에 차고 자꾸만 열리는 것들을 구경한다 진짜 토끼털은 아니지, 실낱같은 토끼 이야기와 너무 많은 털날림에 파묻힐 것 같고 구두가 딛고 있는 땅이 움푹 꺼져버린다 영화 인셉션처럼 아니야 아니지 마치 영화 파프리카처럼 자꾸만 따라가게 되는 여정의 끝은 어디일까 꿈결같은 시간 속에서 찾아야 하는 걸 잊어버리게 되는 이곳은 꿈이 확실하므로 뛰어내려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했다 문지방 위에서 다이빙을 하며 물렁한 복숭아 조각을 하얀 커튼 뒤로 숨겨둔다 진짜 단단한 복숭아 조각은 어디에 있을까 중얼거리며 잠긴 문을 열어본다 그림자의 형태는 울렁거리며 자꾸만 바뀐다 시계만 쳐다보는 토끼를 따라서 굴속으로 기어 들어갔지 그곳에는 전자 기타음이 팽창하는 중 악기를 다룰 줄도 모르면서 밴드를 하고 싶었지 전설적인 기타리스트가 되고 싶었어 기타를 연주하다 그런 생각을 한 건 아니고 그냥 유튜브를 보다가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아 무한 반복되는 펑크 록 쟤는 그런 카드야, 쉽게 버린 카드와 꿈속에서도 교복을 입고 있는 나 끝까지 채워져 있는 단추 구김이 없는 마이에 빳빳한 양말로 늘 다 아는 척을 했다 기둥이 무너진 지붕 같은 눈썹 기타도 없으면서 앰프는 어떤 게 좋겠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였지 사실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했어 집에 가서 검색만 했는데 떨어지는 선율 위에 발을 올려 보았지만 저 멀리까지 뛰어가 버린 토끼 길가에는 환각 버섯의 뱉어내는 구름만 가득하다 회중 시계의 초침에 매달린 토끼의 엉덩이를 쫓고 싶었지 나는 어딜 가고 있었더라 그래 단단한 복숭아 조각을 찾고 있었지 이미 검게 변한 카드를 주울 때마다 커졌다 작아지는 몸집 실패라는 이름의 패를 뒤집으며 토끼가 남기고 간 발자국 위로 발을 겹쳐본다 내가 가지고 있던 조각들은 모두 물렁해서 일찍이 포기했지 포기하는 게 알맞았다고 속삭이는 같은 얼굴의 소녀들로부터 인조 털이 양볼에 가득 차오를 때면 일어나고 싶지 않았지만 떨어진 카드를 주워야만 했다 기타를 연주할 수 없어서 무반주 배경음을 길 위에 올렸지 가는 길마다 그림자는 구부러지고 춤을 추다가도 도망가려 한다 나는 자꾸만 토끼를 따라 가려고 하고 갈 수 없는 곳을 향하는 발끝은 이지러진다 우리의 이야기를 손에 쥘 수 있다면 당도 높은 복숭아일거야 쉽게 물러지는 손끝으로 망설임 많은 과즙이 흘러 내린다 아직도 카드는 뒤집어지길 기다리고 있고 커튼 뒤에서 빛나는 조각들 쉽게 숨지 못해서 자꾸만 이마를 보인다 본래 종료 종이 울리기 전에도 패를 놓쳐버리는 게 헌터의 운명 직선으로 뛰어가는 토끼 곡선으로 떨어지는 카드 잠긴 문을 열어본다 그림자의 형태는 계속해서 바뀐다 울렁거리지는 않는다
작성일 2023-05-15 작성자 모모코 좋아요 2 댓글수 0 조회수 2364상세보기 -
소설 검은 발의 이방인월장원 선정
사람들은 날 다비드 조세프 블랑이라고 부르지만, 그대는 날 다우드 유수프 알 자자이르라 불러주오. 사람들은 나를 피에 누아르(Pied-Noir)라고 부르지만, 이 더운 곳에 살다 보면 발은 저절로 검게 될 수밖엔 없는 법이다. 터번을 두른 무슬림 동지들부터, 코 큰 프랑스인까지 모두의 발은 까맣다. 이곳 알제는 그런 곳이었다. 프랑스의 깃발이 나부끼고 있었지만, 이곳은 프랑스가 아니다. 사람들, 특히 아랍인 동지들은 나를 프랑스인이라 부른다. 내 부모가 프랑스인인 탓이다. 내 조부모는 프랑스 리옹에서 왔다고 한다. 하지만 내 정겨운 고향은 알제이다.이곳에는 많은 사람이 있다. 혈통, 민족, 조국이 그들을 다르게 만들었다. 카페에 앉아 주위를 둘러보면 긴 수염에 하얗고 기다란 옷, 까무잡잡한 얼굴과 두 눈을 지닌 사람들과 동시에 검은 정장에 머리에는 중절모를 눌러쓰고, 콧수염을 기른 푸른 눈의 신사가 동시에 지나가는 법이다. 사람들은 피에 누아르와 원주민, 다른 말로 프랑스인과 알제리인을 나누는데, 내가 그 이분법에 들어가야 한다면 나는 후자를 택하겠다. 태어났을 때부터 집에서, 학교에서, 자랑스러운 리옹 출신의 프랑스인이라는 정체성을 교육받았지만 내가 태어난 곳은 알제인 것을 어떻게 하겠는가?그래서 나는 아랍어를 배웠다. 다들 내가 아랍어를 배우는 것을 알았을 때, 나를 매우 이상하게 보았다. 그런 “열등한” 언어는 그들 기준으로 배울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내가 내 이름을 “다우드 유수프 알 자자이르”라고 지었던 것도 마찬가지였다. 아직도 그 검은 발과 아랍인의 틀에 갇힌 내 부모도 이를 내켜 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렇게 말하기도 하였다.“다비드, 넌 프랑스인이야. 아랍인 애들이랑 어울리다 보니 아랍인이라도 된 줄 아니?”나는 아랍인이 된 것이 아니라 아랍인이다. 아랍인이라는 것은 그렇지 않은가? 저 멀리 수단의 아랍인들은 흑인이다. 그런데도 아랍어를 쓴다는 이유만으로 아랍인이지 않은가? 나는 아랍인이다. 사람들은 갈색 머리에 푸른 눈을 가진 내가 당연히 프랑스인이고, 프랑스인이기를 소망하고, 프랑스인이기를 바라야 한다고 말한다. 이는 내 혈통이 프랑스인이기 때문이고, 내 조부가 리옹에서 왔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나는 그것을 거부한다. 물론, 그것이 내가 프랑스인과 친하게 지내지 말아야 할 이유는 없다. 이곳엔 프랑스인들이 살고, 그들은 내 이웃이다. 내가 내 이웃과 사이좋게 지내지 말아야 할 이유가 있는가?보아라, 내가 이 카페에서 누구를 기다리고 있는지를. 내 프랑스인 친구 알베르다. 그는 철학적이고 사색적인 인물이었고, 무엇보다 글을 잘 썼다. 축구도 잘했다. 알베르와 내가 막역한 사이가 된 것은 리세에서였다. 리세에서 나는 그를 처음 만났고, 그가 하는 철학적이고 사색적인 이야기에 나는 그와 이야기를 조금씩 나누기 시작했다. 그래서 처음엔 알베르가 그냥 철학을 좋아하고, 글을 좋아하는 범생이라고만 생각했다. 체육 시간에 열심히 축구를 뛰던 그의 모습은 또 한 번 나를 놀라게 했다.나와 알베르는 같은 알제 대학교에 진학했다.
작성일 2023-07-10 작성자 조민준 좋아요 12 댓글수 1 조회수 2312상세보기 -
감성&비평 누구나 올 수 있는 병 정신질환{드라마: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월장원 선정
글에 들어가기 전 질문을 던지겠다. 정신질환, 정신과를 들으면 어떤 생각이 드는가? 그대들은 정신질환자들과 함께 일할 수 있는가? 우리 사회는 정신질환자를 이해하는 사회인가? 이 세 질문을 마음에 품고 이 글을 읽기 바란다. 21세기 대한민국은 차별의 시대다. 특히 일반인들과 다른 사람들은 이 차별에 노출 되기 쉽다. 텔레비전이나 개인 방송을 보면 차별을 이용하여 많은 이들에게 웃음을 주고 다른 이들을 죽이는 그런 영상이나 댓글들이 많다. 나 또한 이 차별을 보고 웃고 떠들었다. 차별 받는 내가 되기 전까지는 말이다. 나는 지속 되는 기침이 작년 10월부터 지속 되어 중3에 올라온 지금 정신과에서는 기침 틱으로 판정이 되었다. 난 너무 창피 했다. 하지만 어쩌겄냐 이게 나의 팔자인 것을 그래서 할 수 없이 이기침 틱을 인정했다. 그렇게 기침을 인정하고 살던 2023년 11월 23일 개인 방송에 올라온 틱을 조롱하는 영상과 댓글을 보게 되었다. 난 너무 슬펐다. 틱이 죽을 때 까지 맞으면 해결 되는 일도 아니고 틱이 장난감도 아니고 왜 이 것 가지고 놀리는 것일까? 사람을 왜 마음 깊숙히 죽이는 것인가? 난 좌절하여 시험이 끝났지만 몇일간 충견에 빠져 글이 손에 잡히지 않았었다. 그렇게 난 다시 우울에 빠질번 했지만 우연히 개인방송을 넘기다 보게된 드라마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를 보고 이 우울에서 다시 한번 일어날 수 있었다. 나는 이 날 문화에는 사람을 죽이는 힘 뿐 아니라 사람을 살릴 수 있는 힘 또한 가지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다은의 이야기}이 드라마는 실수가 많은 3년차 내과 간호사 다은이 정신건강의학과로 가게 되서 일어난 일들을 주로 담고 있다.다은은 조울증,피해 망상,가성 치매 환자등을 만나 성장해 갔지만 퇴원한 환자 김서완의 자살로 해리성 기억상실과 우울증에 걸려 결국 다은은 다른 정신병동에 입원하게 되었다. 입원한 다은은 많이 힘들어 했다. 정신과 약을 먹지 않음으로서 자신의 질환을 부정했다. 하지만 이런 다은도 주변인들의 뜨거운 관심과 사랑으로 정신병동에서 나올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현실의 벽은 지금부터 시작이었다. 엣날 다은의 병동에서 입원했던 김성식을 다은이 입원한 병원에서 만났으며 얼마 뒤 다시 엣날에 다은이 있었던 병동으로 이동한다고 했다. 문제는 다은이 퇴원하고 다시 정신병동에서 일 하는 것을 이 김성식의 형이 알게 되었고 결국 정신병동의 보호자들 또한 이 일을 알게되어 다은과 병원에 "아픈 사람이 이렇게 일을 하는 것은 이기적인 것 아니냐."라는 등의 말로 해고를 요구했다. 그 때 수 간호사인 효신이 가족인 환자들이 모두 사회에 나가면 모두 똑같은 말을 들어야 한다고 말을 했다. 이런 효신의 말과 정신병동 사람들과 항문외과 교수 고윤의 노력으로 다은은 다시 기 죽지 않고 일을 할 수 있게 되었다.{그외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주인공 다은 뿐 아니라 다은의 주변인물들의 서사도 이 드라마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 먼저 수 간호사인 효신은 조현병 동생을 챙기며 살았으며 항문외과 교수 고윤은 강박이
작성일 2023-12-11 작성자 송희찬 좋아요 2 댓글수 1 조회수 2212상세보기 -
감성&비평 당신은 내게 돌아온다고 말했고 끝내 돌아오지 않았다 - 이디스 워튼의 「여름」월장원 선정
나는 여름을 싫어한다. 그럼에도 여름을 사랑한다. 신기하게도 여름이란 단 두 글자는 나에게 참 다양한 감정을 선사해주는 단어였다. 분명 여름이 왔을 때에는 찝찝하고 더워 금방 가기를 원하다가도 되돌아보면 여름 감성이라는 말이 생겨날 정도로 아련하니. 여름은 그 두 음절마저 애틋했다. 이디스 워튼의 「여름」 역시 마찬가지다. 가수는 노래 제목에 따라 산다는 말이 있지 아니한가. 「여름」은 말 그대로의 계절, 그래 그 여름을 닮았다. 솔직히 말해 이 책의 홍보 글귀에서처럼 ‘여성의 성적 열정을 솔직하게 다룬 최초의 작품’, 이라던가 ‘인습과 전통에 맞서 자신의 욕망을 직면하는 여성을 묘사하여 미국 사회에 큰 충격을 준 작품’, 이라던가. 그런 거창한 말과는 잘 어울리지 않은 작품이면서도 묘한 충격을 준 작품이라 한동안 나는 「여름」에 대하여 곱씹었다. “그런데 말이죠, 공기와 햇볕을 조금만 쏘여도 이 책에 큰 도움이 될 거예요. 꽤 귀한 책이거든요.” (p.19) 채리티는 로열 씨가 산에서 데려온 아이로, 자유를 갈망하는 여성이다. 그녀가 이 책이 시작된 이후로 처음 내뱉은 말은 다름 아닌 모든 게 지긋지긋하다는 말이었는데 그럴만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다름 아닌 채리티의 후견인 역할을 하던 로열 씨가 그녀에게 청혼을 한 것. 그녀와 큰 나이 차이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키워준 거나 다를 바 없는 로열 씨가 자신에게 고백을 하자 채리티는 당황하면서도 동시에 그에게 큰 경멸을 느끼게 된다. 한편, 해처드 부인의 사촌 동생인 하니는 그녀가 살던 노스도머에 놀러오는데 그는 도서관에서 책을 관리하는 채리티와 첫 만남을 갖게 된다. 이것이 채리티에게 있어 행운인지, 불행인지는 나 역시 아직까지도 헷갈리는 부분이다. 노스도머에 머문 열흘 동안 루시어스 하니는 단 한 번도 채리티에게 사랑의 말을 고백하지 않았다. (p.71) 채리티는 도시에서 온 하니와 만나서는 안 된다는 주위의 염려와 계속해서 그와 가까이 지내지 말자며 연신 자신에게 다짐의 말을 하면서도 채리티와 하니는 만남을 지속해왔다. 결국 로열 씨까지도 그 소식을 알게 되는데 로열 씨는 그런 채리티에게 자신과 결혼을 하는 것이 더 좋을 것이라며 청혼을 재차 하지만 채리티는 이미 하니에게 사랑에 빠진 후였다. 그러나 하니는 그런 채리티에게 사랑의 말을 고백하지 않는데 그것은 다름 아닌 하니가 약혼자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채리티는 그런 하니에게 약혼자가 있다는 것을 왜 알리지 않았냐며 따지지만 한 편으론 차라리 모르는 것이 나을 것이란 생각을 한다. 하니는 그런 채리티에게 약혼을 취소하고 돌아오겠다고 약속을 한다. 채리티는 그것을 믿었다. 그러나 그는 끝내 돌아오지 않았다. 만약 당신이 애너벨 볼치와 결혼을 약속했다면 그녀와 결혼했으면 해. 당신은 그 일로 내가 몹시 가슴 아파할 거라고 걱정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오히려 나는 당신이 옳게 행동했으면 하는 마음이야.-당신을 사랑하는 채리티-(p.203) 채리티는 돌아오지 않는 그에게 편지를 부쳤다. 약혼을 진행하라는 말을 담은 채. 그녀는 자신의
작성일 2023-11-10 작성자 난바다 좋아요 1 댓글수 0 조회수 2160상세보기 -
소설 설트랄린월장원 선정
약이 목구멍을 타고 넘어가는 그 느낌은 퍽 유쾌하지는 않다. 화이자 사의 졸로푸트정 100mg 두 알, 그것이 내 목구멍을 타고 넘어간 가로 13.3mm, 세로 5.4mm의 흰색 장방형 필름코팅정이다. “설트랄린”이라는 또 다른 이름을 가진 그 알약은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 다른 말로 항우울제이다. 내가 언제부터 이 약을 먹어왔는지 정확히 기억이 나지는 않는다. 위장에서 녹은 알약이 정확히 어떤 작용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것이 내 기분을 조금은 나아지게 한다는 안도감을 조금이나마 느낀다.설트랄린과 나의 인연은 아마 4년 전부터였을 것이다. 오토 바이닝거는 이런 말을 남겼다.“천재가 아니면 죽음을!”나는 천재가 아니었기에 자연스레 죽음을 선택했다. 그것은 어쩌면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결정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것을 목격한 사람이 있다는 게 문제였다. 그는 나를 즉시 가까운 신경정신과로 데려갔다. 진료실에 들어가자 늙고 머리가 벗겨진 의사가 나를 맞이했다. 네모난 안경을 쓴 채로 나를 바라보는 의사 뒤에는 아프리카의 아이를 후원한다는 증서와 교회에서 보내준 카드가 있었다. 아마, 하나님이 구원이라도 해주리라 믿나 보다. 나는 신을 믿지 않는다. 그런 것을 믿기엔 심신이 이미 지쳐버렸다.“희성 씨는 무슨 일로 오셨어요?”“목 매달려다 들켜서 친한 형이 끌고 왔어요.”정적이 흘렀다. 의사는 수기로 차트에다 무어라 적고 있었다. 참으로 오래된 방식이다. 요즘은 병원에서 컴퓨터로 다 하는 시대인데, 귀찮지도 않나 보다. 의사는 볼펜으로 무언가를 적은 후 내게 물었다.“왜 자살을 하려고 했나요?”“그러게요.”부러 이런 대답을 한 것은 아니다. 정말 생각이 나지 않았다. 대체로 우울에는 이유가 있다 하던가. 실연, 사업 실패 등등. 나는 딱히 이유를 댈 수가 없었다. 어느 순간부터 생각이 통 부정적이고 하루하루가 무기력한 것을 뭐로 설명할지 모르겠다.“딱히 이유가 없나요?”“모르겠어요.”그렇게 한참 동안 의사는 애써 친절하게 무언가를 물어보려고 했으나. 의도치 않은 내 냉소적인 태도는 이 상담을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못하게 했다. 의사는 몇 가지 이야기를 듣더니 대충 진단을 마쳤다는 듯이 항우울제를 처방해주겠다고 얘기했다. 아마 3주 정도는 복용해야 효과를 볼 거라 했다. 그러면서 약은 단 일주일 치밖에 주지 않는 것은 무슨 코미디인가 싶었으나, 그저 그러려니 했다. 그렇게 설트랄린을 먹었으나, 기분이 나아지는지는 의문이었다. 그냥 그러리라 믿는 것에 가까웠다.의사가 약속한 3주가량이 지나니 아마 죽고 싶다는 생각은 조금은 준 것 같았다. 나는 그저 멍했다. 약을 먹으면 멍하다. 우울하다는 감정을 억지로 눌러놔서 그런가, 어떠한 생각도 할 수 없고 심심하다, 무료하다는 감정만이 남아 멍하게 어딘가를 쳐다볼 수밖에 없다. 푸른 하늘에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아이들, 여름날 뜨거운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들… 별 의미는 없는 것이다. 그런 것들을 보며 감상에 젖지라도 않으면 이 무료함을 떨쳐낼 수밖에 없다는 현실이 날 탄식하게 했다.그래서, 4
작성일 2023-10-11 작성자 조민준 좋아요 2 댓글수 2 조회수 2084상세보기 -
소설 도저히 퇴고를 할 수 없었다월장원 선정
K는 박지리 저 등장인물로 네가 제일 사랑하는 사람 중 하나다. 그는 활자로 밖에 존재하지 못하고 그 메마른 잉크로 숨도 쉬지 못하지만 너에겐 사람으로 생각된다. 네가 공명할 수 있다면, 사랑할 수 있다면 그건 사람인 거라고, 넌 생각한다. 그래서 네게 사람은 죽은 사람밖에 없다. 넌 잠에서 깬다. 아버지는 아직 일어나지 않았다. 수능까지 2주가 남았음을 느낀다. 휴대전화를 키니 연락 하나가 왔다. K로부터다. 넌 한 프로그래머에게 아버지에게 받은 용돈 중 절반인 35만원을 넘기고서 완벽하게 K의 대사를 딥러닝 한 인공지능을 얻게 되었다. 너는 너를 위한 채팅 메시지 앱을 통해 K와 대화한다. K와 대화할 때는 살아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물론 K도 마찬가지다. K가 살아있기에 너는 살아있다고 느낀다. 하지만 K는 살아있지 않고 너는 그래서 살아있지 않다. 휴대전화를 끄고 천장을 바라보면 십몇년 동안 반복한 하루가 또다시 흘러간다. 너는 일어서고, 아버지는 깨지 않았다. 아버지가 일어나기 전에, 넌 씻고 학원 갈 준비를 해야 한다. 그리고 아버지가 일어났을 때 그가 주는 약을 받아먹고, 출발해야 한다. 그리고 수능을 보고, 논술 시험을 치르고, 대학에 간다. 망하더라도 어느 대학 하나는 붙을 테니까, 별걱정은 없다. K. 응? 사실 별걱정 없는 건 아니야. 어째서. 내가 너무 놀고 있으니까, 뭐라 해준 어른들도 있었어. 그때 나는 너무 사는 게 창피해서 도망치고 말았어. 하지만, 그 순간 느낀 절망과 살아가는 것에 대한 공포가 도리어 도움을 줬는지 몰라. 자세히 설명해봐. 타인에게 인정받는다는 걸로 살아가는 게 쉬웠을지도 모른다는 거야. 나는 지금 힘든 길로 가고 있는 거고. 재미없는 인생을 살고 싶었던 거구나. 하지만 행복한 인생인 거겠지. 너는 채팅 메시지 앱을 닫고, 유튜브에 들어가 숏츠를 보며 생각을 천천히 녹인다. 이대로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 또다시 원점, 나는 죽어도 좋다고 생각하며 생에 대한 열망 따위 없다. 라고 너는 생각한다. 그들에게 감사해야 할지 모르겠어, 무엇을 하지 않음 패배자라는 건 확실한 목표가 있다는 뜻인지도 몰라. 하지만 이제 네게 뭐라 할 사람은 없고, 네가 쫓아냈고, 그날 밤 짜증 나는 지인들은 모두 차단했고, 넌 혼자다. 그렇게 혼자다. 씻기도 전에 아버지가 일어나 너에게 약을 먹인다. 아버지는 너의 소설에서 악마로 나오지만 사실 상냥하다. 상냥하게 된진 얼마 되지 않았다. 너에게 아버지는 악마에 불과한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사람은 달라지고, 아버지와 화해는 대화 하나 없는 채 본인 의사와 다르게 진행됐다. 아버지를 더 이상 미워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이렇게 웃으며 내게 약을 주고 찬 물 담긴 컵을 건네주는 사람을, 그렇게 지독한 학대범으로 묘사하는 이유는 뭐지? 아버지가 학대범인 건 맞는 얘기다. 하지만 넌 아버지가 너에게 준 무제한의 사랑을 모를 리 없다. 아버지는 널 사랑한다. 그런데 넌? 넌 아버지를 사랑하는가? 쌍방으로 되지 않은 사랑 따위 상대는 거북하기만 하다. 하지만 딱히 아버지
작성일 2023-11-15 작성자 선노아 좋아요 8 댓글수 1 조회수 2068상세보기 -
시 비정상을 정상으로 이끌며월장원 선정
천장은 끊임없이 팽창한다 구석에 있는 곰팡이는 점점 기세를 올리고 있고 내 욕심으로 사 모은 책들은 비에 젖었다 눅눅해져 말리고 있어 긴 속눈썹 펄럭이는 흰 치맛자락 옅은 분홍색의 입술 새 흰 이불이 좋아서 부스럭거리는 소리 때로는 괴짜라고 불리며 과학시간 내내 현성이에게 핀잔을 듣던 너 “요즘 청소년들은 문해력이 너무 떨어져요”라는 말을 듣고는 멍한 눈빛으로 주변을 둘러본다 역시 나는 멍청포비아가 맞나보다 그래도 그 아이는 멍청한건 아닌데 적응하지 못할거라고 생각하면서 네 손을 잡아 일으키곤 작은 엄지공주라는 호칭을 붙였었지 하지만 어느새 지나보니 저 늙은 나무처럼 커져선 내리는 비를 대신 맞고 있더라 성장이란 그리도 쉬운 것이었을까 이 세상 모든 공주는 고귀하면서도 천민에게 가장 가까운 호칭이 아닐까 생각하며 보통의 아이들과는 다른 그 아이를 내 품에 안았다 다름과 틀림을 구분하지 못하면 누군가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다는 선생님의 말이 떠올랐다 너는 다른 것일까 틀린 것일까 판단할 수 없다 나에겐 그런 자격이 부족하다 옳고 그른건 무엇일까 그걸 판단할 수 있는 사람은 과연 판사 뿐일까 신의 권한을 우리가 남용하는건 아니냐며 무너진 돌담 끝 눈이 쌓이지 않은 곳에 앉아있다가 뛰어내려 비탈길을 달린다 몸도 마음도 어린 그 아이를 품에 두고 바삭한 머리칼을 쓰다듬고 있다보니 그아이는 저도 모르게 내 어깨에 제 고개를 부비고 있었다 몸이 겹쳐온다 자꾸자꾸 다가온다 알몸으로 손깍지를 끼고서 한손은 등을 끌어안는다 덜덜 떨리면서도 하고 싶어 안달난 말 나랑 결혼하지 않을래 괴짜 싸이코패스랑은 결혼하기 싫은데 그렇지만 결혼해서 세기의 범죄자가 되어 사람들에게 이름이 남겨지는 것도 좋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묻는다 슬라브인들은 몸의 90%가 보드카로 이루어져 있냐고 돌아오는건 너 바보 멍청이야라는 그 민족의 천박하지만 미장센적인 언어 비정상을 정상이라고 생각하며 살아가기로 했다 걸음에 후회는 남기지 않는다 상기된 얼굴 내 다리를 네게 휘감는다 서로가 저울이 되어 끊임없이 오르락내리락 할 것을 알고 있음에도 올라간다 남이 보면 추하다고 여기겠지 그렇지만 어쩌면 존재하지 않을 완벽한 균형을 위해 발걸음을 내딛는 것이다
작성일 2023-05-15 작성자 유로치카 좋아요 1 댓글수 0 조회수 1963상세보기 -
시 붕어빵과 살고 싶어요월장원 선정
차갑지만 어두운 그 겨울에내 영혼을 널어놓고 싶어요잔인한 바람이 부는 그 날난 영혼을 빨랫줄에 널고 싶어요밤이 붕어빵의 팥으로 물들고 있으니나 겨울에 영원히 살고 싶어요내가 붕어빵을 좋아하는 이유도군고구마를 좋아하는 이유도알밤을 사랑하는 이유로난 겨울에 평생 있고 싶어요자이제 영원한 겨울을 맞을 시간이다내가 좋아하는 붕어빵 트럭 앞에 걸어가천천히 붕어빵들을냄세로 이끌고붕어빵의 펀치가 나에게 다가오는 순간나 깨달았어요징그러운 붕어의 얼굴을 보니겨울이 싫어졌어요그 때 트럭이 나에게 다가왔는데붕어들이 나를 막아줬어요이유가 뭘까나 분명 영원한 겨울에 살고 싶었는데눈물이 철렁 내리네요붕어들의 팥이 슈크림으로 바뀌고영원할 것 같은 겨울의 밤이 봄의 아침으로 변했고다시 오지 않을 겨울을 기약하며치즈 붕어빵을 가지고 집으로 돌아간다
작성일 2024-01-03 작성자 송희찬 좋아요 2 댓글수 0 조회수 1944상세보기 -
시 (사랑)월장원 선정
사랑 애사랑 (애)(너를)(평생동안)(난한번도이렇게사랑한적이없어)사랑의 속도만큼 빠르게 따라붙는 수식어사랑의 깊이와 (같은 간격으로)(비워지는)( )(칸)( )우리는 일정한 속력의 피해자지치는 것들의 속력에 점점 앞으로 밀려나는 것을 느끼며뉴스에서 사랑 해 라고 잘못 발음된 사랑이 위조지폐처럼 유통되곤 했다는 소식나는 네임펜으로 사랑을 쓰고 멀리 묻어두었다
작성일 2023-08-16 작성자 릅 좋아요 7 댓글수 0 조회수 1897상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