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대한민국 태극기이 누리집은 대한민국 공식 전자정부 누리집입니다.

공식 누리집 주소 확인하기

go.kr 주소를 사용하는 누리집은 대한민국 정부기관이 관리하는 누리집입니다.
이 밖에 or.kr 또는 .kr등 다른 도메인 주소를 사용하고 있다면 아래 URL에서 도메인 주소를 확인해 보세요.
운영중인 공식 누리집보기

모든 사람은 누군가의 시인이다

  • 작성자 금안백
  • 작성일 2026-07-30
  • 조회수 50

1. 선물은 증표이다.

 

지난 1월 20일 글틴 캠프 참여를 위해 서울로 올라가던 날대전역에서 열차를 기다리며 나는 보았다성심당 앞에 죽 늘어선 대기 줄을역 안을 오가면서도 사람들 양손에 쥐어진 성심당 종이가방이 보였다대전인으로서 의문이었다성심당 빵이 값싸고 맛있긴 하다그래도 저렇게 한 시간 동안 줄 서서 먹을 정도는 아닌데그리고 이 의문은 뜻밖이게도 지지향에서의 경험으로 풀렸다.

 지지향은 글틴 캠프가 열리는 장소다글틴이란 것은 대한민국 공식 전자정부 누리집으로 청소년들이 자유롭게 자신의 문학 작품을 올리고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공간이다그런 글틴을 운영하는 한국문화예술 위원회는 매년 청소년을 대상으로 문학 캠프를 개최하는데 그것이 글틴 캠프다.

 지지향에서 맞는 두 번째 밤나는 1층에서 다른 애들과 서로의 글을 읽고 감상을 나누고 있었다글틴에 올린 내 글을 보여줄 때마다 가슴이 떨렸다이상했다어떤 애도 그랬는지 나보고 왜 그렇게 긴장했냐고 웃으며 물었다덕분에 긴장이 조금 풀렸던 기억이다하지만 감상을 기다리면서 왜 긴장이 됐는지 궁금증은 풀리지 않았었다그날 새벽침대에 누워 그것을 생각했다전에도 이랬던 적이 있었나저녁에 괜히 커피를 마셔 잠이 안 온 턱에 온갖 기억이 떠올랐다예상외로 내겐 그런 경험이 많았다오래간 준비한 과제를 발표하거나기말고사가 끝나고 성적표를 받았을 때가 대표적이겠다그러나 저 두 경험보다 이 글과 화제에 더욱 알맞을 경험이 있다바로 사랑 편지다좋아하는 여자애한테 마음을 고백하는 사랑 편지 말이다.

 재작년에 처음으로 사랑 편지를 쓰고 짝사랑했던 애한테 전해줬다전해주며 나는 바로 앞에 있던 그 아이의 눈을 마주 보지도 못했다그랬다면 아마 심장이 터졌을 것이다결과는 안 좋았다친구들은 모르는 사이서 냉큼 고백부터 하기보다는 말부터 걸고 친해지는 게 우선이 아니겠냐고뇌는 비상식량이냐고 놀려댔지만 아무래도 좋다그 얘기를 하자고 이 글을 쓰는 건 아니니까중요한 것은 내가 그 편지를 쓰면서 시간을 들였다는 점이다단순히 연필로 편지를 썼던 시간뿐 아니라 어떻게 적어야 할까애타다가도 징그럽게 헤벌쭉 웃었던 시간이 그곳에 담겨있었다지지향서 다른 애들에게 보여줬던 글도 마찬가지다쓰기까지 고민했던 시간그리고 썼던 시간 그 정성의 시간이 글 하나하나에 담겨있었기에 보여주면서 나는 긴장했던 것이었다편지를 건네며 그리 떨었듯이 말이다.

 다시 대전역으로 돌아왔던 날마찬가지로 성심당 앞은 긴 줄이 늘어섰고사람들 양손에는 빵 가방이 들려 있었다그때도 잠깐 들었던 의문왜 저걸 사려고 한 시간씩이나 기다릴까그러나 예전과는 달리 나름의 해답을 구할 수 있었다사람들이 사가는 빵에는 마음과 함께 기다렸던 한 시간이 같이 들어있을 것이다그 한 시간이 사람에 따라서 가치가 다르겠지만적어도 그 선물을 받을 사람에게는 어떤 보석보다 귀하리라 믿는다또한 그렇기에 그 선물은 증표이기도 하다나는 너를 위해 내 한 시간쯤은 희생할 수 있어그것을 보여주는 증표이는 물론 다른 선물에도 적용된다다만 시간의 희생만이 아니라이 정도의 돈쯤은정성쯤은 기꺼이 바칠 수 있어라는 것들로 그 메시지가 바뀌는 것이다그러므로 선물은 증표이다.

 

2. 덕후는 아기다.

 

글틴 캠프에서 있었던 일화다주최 측이 준비한 일과 중에는 작가들이 참여할 공개 방송을 방청하는 활동이 있었다방송이 시작하길 기다리며 나는 그곳에서 친해진 동생과 나란히 앉아 대화를 나눴다대화 중 고선경 시인의 얘기가 나왔는데 유독 기억에 남는다그 애는 고선경 시인의 열혈 팬이었다왜 그 시인이 좋냐고 물었는데 숨도 쉬지 않고 이유를 설명해 줬다이유는 크게 시가 좋은 것과 용모가 아리따우신 걸로 구분됐다그러나 설명은 언제나 아 몰라 그냥 그분이 좋아라는 말로 귀결됐다그걸 두 번은 더 그 자리서 얘기했다귀여웠다.

 내가 알기론 귀엽다는 느낌은 보통 그 대상이 아기와 비슷하다고 느낄 때 드는 것이다진화 심리학적으로 그렇다고 한다가만 보면 소위 덕후란 것은 아기와 유사하다서양 철학자 에리히 프롬의 저서 <사랑의 기술>에 따르면보편적으로 아기는 엄마를 그 존재 자체를 이유만으로 사랑한다고 한다그런 면에서 덕후는 어떤 대상을 그저’ 좋아하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기에 아기와 비슷하다다만덕후는 그 대상에 빠져들 때 특정한 이유로 그 대상을 좋아하게 된 다음에 조건 없는 사랑으로 향한다면보편적으로 아기와 엄마의 사이는 태초부터 조건 없고 본질적인 사랑이 오간다는 점에서 차이점이 존재한다이를 이유로 내세운다면 내가 그 애를 귀엽다고 느낀 것은 그리 이상하지 않다덕후는 아기 같고그 애는 덕후 같았으니 되려 자연스럽다고도 할 수 있다.

 덕후라는 것이 나쁜 뜻인 건 절대 아니다어느 분야에 열정을 갖는다는 건 좋은 일이다일이나 취미학업 등에 올바른 열정을 쏟는 사람들을 보면 좋은 자극을 받곤 한다또한 경외감이나 존경심이 들기도 하며 아주 가끔은 귀엽다고 느끼기도 하는 것 같다이번 캠프로 알게 됐다.

 비슷한 나이인 사람에게 귀여움을 가진 경험은 난생처음이다그래서 이 일화가 기억에 남는 것일 수도 있겠다또한 단순히 좋아하는일종의 팬심뿐만 아니라 다른 열정 또한 순수하다면 보기만 해도 긍정적인 영향을 받곤 한다그런 것 역시 내가 이 일화를 기억하는 이유 중 하나임이 분명하다.

 열차를 타고 대전으로 돌아오며 생각했다그 여자애가 부럽다고내 열정은 아직 세상에혹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 적이 없지 않은가나는 인터넷을 켜 고선경 시인의 시집을 찾아봤다그 뒤엔 노트 앱을 켜고 예전 고때 썼던 시를 훑어보다 짧은 시를 끄적였다그러나 오랜만에 써봐서 그런가스스로 보기에 형편없는 시가 나왔다그러므로 이 글에 싣지는 않겠다하지만 나름의 수확도 있었다그 시를 쓰고 나서 올해에도 글을 써야겠구나생각이 들었다원래는 수능 공부를 하는 동안엔 글을 안 쓸 계획이었다지금은 시간이 남을 때마다라도 한 문단혹은 한 문장씩 쓰려고 한다쓰고 싶은 이야기도 생겼고 말이다.

 

3. 걱정은 사랑이다.

 

대전역에서나는 위에 두 생각(선물과 덕후)을 정리하며 간단하게 수필 작성 계획을 짜고 있었다점심을 못 먹었지만용돈을 아껴야 하니 집에 가 먹을 작정이었다오랜만에 찾은 김에 대전역을 구경했다떠나기 전그래도 배는 고프니 군것질거리 삼아 약국에서 박카스 맛 젤리를 집었다계산하려 지갑을 찾았다주머니에 손을 쑥 하니 영수증만 만져졌다반대쪽 주머니엔 그것조차 없었다가방을 찾아봐도 나오질 않고 캐리어까지 열어 샅샅이 살폈으나 헛일이었다아무래도 기차에 두고 내린 듯했다.

 나는 삼성페이도 뭣도 쓰지 않았기에 집에 갈 수도(걸어서 한 시간 반교통카드가 지갑에 있었기에 버스도 못 탔다없었다일단 분실물 보관소에 신고를 넣었다얼마 안 가 동대구역쯤에서 지갑을 찾았다는 소식이 전화로 알려졌다그러나 대전역으로 전송될 때까지 빨라야 오늘 안이라는 것이었다자세한 도착 시각은 알려 줄 수 없다고 했다.

 언제 올지도 모를 지갑을 기다릴 바에야 일단 집으로 가는 게 최선이었다그러나 지갑도 없고 설상가상 계좌 이체도 안 돼서 택시를 잡기가 막막했다분실한 사실을 안 직후 지레 겁을 먹어 카드 정지를 시켰기 때문이다정지를 풀려면 카드가 있어야 한다그렇게 택시 승차장에서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는데 내 모습이 안쓰러웠던지 어느 기사님이 말을 걸어주셨다여기서 왜 똥 매려운 강아지마냥 그러고 있냐고나는 거의 울면서 사정을 설명했다.

 택시 안에서 나는 가시방석에 앉은 채였다택시비는 냈다내 아버지께 기사님 계좌번호를 보낸 다음 만 원 정도 이체하기로 얘기됐다다만 기사님의 쓴소리 때문이었다기사님이 날 자식같이 보셨는지 정말 집으로 향하는 내내 쓴소리하셨다. “이럴 땐 성급하지 말고 차분히 마음가짐을 해야 하는 겨.”, “그르게 왜 카드를 정지시켰어쉽게 쉽게 해결할 수 있는 걸로 갖다.”, “요즘은 카드 주워도 절대 안 써그거 뭐갖다 써서 우뜨케 안 걸리게.” 하시면서 말이다그러면 나는 순순히 아이구제가 성급했죠.”, “담부턴 안 그럴라 구유.”, “생각해 보니 그릏네요.” 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집으로 돌아오고 저녁상에서도 가시방석인 건 매한가지캠프 가기 전 걱정하시던 엄마에게 곧 고올라가는데 뭘 걱정하시냐고 아버지랑 누나랑 잘 계시라고 말했던 게 무색했다심하게 꾸중을 듣진 않았지만그날은 눈치껏 엄마 말씀을 잘 들어야 했다.

 사실 주변 어른들 말씀이 걱정에서 나오고 그런 걱정이 곧 사랑이라는 것은 어렴풋이나마 알고 있다위 일화에서도 기사님과 부모님은 사랑으로 나를 꾸중하신 것이다하지만 그걸 알고도 평소에 나는 부모님 말씀을 경청해서 듣거나 하지는 않는다아무리 헤아려봐도 부모님 말씀 중에는 그리 타당하지 않은 말들이 많기 때문이다사촌 형이 말하길 나이 먹으면 달라진다는데 과연 정말 그럴까 궁금하다다만감사할 뿐이다앞서 말했듯 기사님이나 부모님이나 다들 나를 걱정해서 굳이 말씀하셨다그리고 그 걱정은 각자의 사랑이 작용한 형태겠다그것이 가까운 사랑이든 먼 사랑이든 간에 나는 감사해야 함을 안다알지만 그걸 어떻게 해야 낯부끄럽지 않게 표현하고 보답하고 할지는 글을 아무리 써봐도 모르겠다.

 그나마 생각나는 게 있다면 이 글을 나중에라도 보여드리는 것이다내가 등단하고 독립까지 했을 때이 글의 링크를 가족 단톡방에다가 딱 올리는 것이다아마 좋아하실 것이다엄마가 특히 좋아하실 것이다.

 

4. 모든 사람은 누군가의 시인이다.

 

캠프에 다녀오고 내가 얻은 수확 중 하나는 두 명의 시인을 알게 된 것이었다고선경 시인과 양안다 시인이었다.

 나는 시집을 살 때는 늘 서점에서 산다서점에서 책을 사는 게 좋은 이유는 그 전엔 알지도 못했던 글들을 접하게 된다는 것이다그래서 가끔은 책을 산다는 목적이 아니라 구경한다는 마음으로 서점에 들르곤 한다.

 서점서 소설을 고를 때는 첫 페이지를 읽고 다음에는 아무 페이지나 펴 읽는다그러면서 그 글에 잠시나마 몰입이 됐다 싶으면 구매 후보 목록에 넣는다소설은 대개 이러한 방식으로 고르는데 이따금 좋아하는 작가의 책을 골라 사기도 한다반면 시집은 사실 여러 시인의 작품이 묶인 걸 더 선호한다하지만 막상 서점에서는 문학상 당선 시집 말고는 잘 보이질 않아서 어쩔 수 없이 단일 시인의 시집을 구매할 때가 많다.

 시집을 고르는 일에는 힘이 꽤 든다소설과 비슷한 방법으로시인의 말을 읽고 아무 페이지를 펴 읽어보는 방법으로고르는데도 그렇다시를 읽는다는 건 개인적으로 소설보다 더 어렵다고 느낀다특히 수능을 공부할 때 시를 문제의 지문으로써 마주할 때가 더욱 그렇다수능식 문학 감상에서는 작품 외적 요소(작가독자시가 쓰인 배경 등)들을 일반적으론 배제해야 하기 때문이다평소에 내가 그런 절대론적인 관점으로 자주 시를 읽지는 않는다그래서 평소 시를 감상할 때보다 더욱 많은 힘이 든다.

 한 가지 방식만 고집하지도 감상법을 의식하지도 않지만굳이 따지자면 나는 효용론적으로(시가 내게 어떤 울림 혹은 변화를 불러일으켰느냐시의 언어들도 시인의 의도는 배제한 채 내가 어떻게 받아들였느냐를 중심으로읽는 편이다그러나 내게 맞지 않는 시들은 울림도 변화도 주지를 못한다그러면 아무리 효용론적으로 읽으려 해도 수능식으로 읽는 것처럼 표현과 문장을 분석할 수밖에 없다그렇게 시를 읽으면 딱히 즐겁지도보람차지도 않고 힘들기만 하다물론 그 시들이 안 좋다기보다는 단지 내게 맞지 않을 뿐이다생활하다 보면 성향 자체가 안 맞는 사람이 존재하지 않던가.

 시는 삶과 삶을 연결해 준다꼭 시인과 독자만이 아니라 화자와 독자시 속 대상과 독자가 연결될 수 있다이게 내가 생각하는 사람들이 시를 읽는 이유이다애초에 인간은 이야기를 사랑할뿐더러 시로써의삶이란 이야기끼리의 연결은 소설에서의이야기로의 몰입보다 더 큰 울림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그러면서 독자는 마치 실제 사람과 교류하듯이 다양한 감정을 느끼고 영혼과 삶에 영양분을 쌓게 된다그리고 이는 개인에 따라 맞지 않는 시와 시인이 있음이 당연하다는 말이기도 하다각자가 살아온 삶이 달라서 생기는사람들과 만나다 보면 생기는 불가피한 일 중 하나일 뿐이다.

 다행히 양안다 시인과 고선경 시인의 언어는 나와 잘 맞았다양안다 시인의 시집 <천사를 거부하는 우울한 연인에게>는 책의 첫 번째 시를 읽자마자 간직해야겠다고 결정했다. ‘저글링이라는 이 시집의 첫 시는 나를 반성하게끔 하는 계기가 됐다나도 의도치 않게 누군가에게 상처 준 적이 있었나그 뒤에 용서를 구한 적이 있었나 하고고선경 시인의 시집 <심장보다 단단한 토마토 한 알>도 인상 깊게 읽고 있다양안다 시인의 시집과는 다른 매력이 있다시를 읽으면서 매번 고선경 시인이 어떤 사람인지 아주 잠깐이지만 또한 극히 일부분이지만 엿볼 수 있었다엿본 감상을 말하자면왜 고선경 시인의 덕후가 생기는지 알게 됐다수능 공부하느라 1부도 다 못 읽었지만아마 한동안은 이 시집이 내 수험 생활을 위로해 주지 않을까 싶다.

 양안다 시인과 고선경 시인의 시집은 캠프에서 돌아오고 그다음 날에 샀던 걸로 기억한다그때도 지금도 그 두 시집을 보면 글틴 캠프에서 즐겁게 보냈던 시간이 새록새록 떠오른다그곳에서 만났던 아이들 한 명 한 명이 다 떠오른다시집을 사고 서점을 나선 뒤카페에서 수능 공부를 하려 했다그러나 도저히 문제집 글씨가 눈에 읽히지를 않았다나는 포기하고 그 자리서 한동안 캠프에서 있었던 일들을 회상했다애들과 밤새워 놀았던 일밤새워 촌극 대본을 썼던 일밤새워 문학 얘기를 했던 일 등을회상하면서 참 수면 부족한 시간이었구나 싶으면서도 동시에 내 안에 작은 구슬 같은 것들이 느껴졌다어느 순간부터 생겨나 있던그것들을 이리저리 굴리고 만져보다가 문득 이 문장이 생각났다. “모든 사람은 시인이다.” 아마 기억 한구석에 있던 김종삼 시인의 누군가 나에게 물었다라는 시의 문구에서 변형됐지 않았나 싶다. (저작권 문제로 이 글에 그 시를 실을 순 없으니 채널문장에서 검색해 찾아보기 바란다생각해 보니 말이 됐다삶과 삶을 연결해 주는 게 시고 그런 시를 쓰는 사람이 시인이라면 세상 사람들 모두가 시인인 셈이다선물로써걱정으로써글로써행동과 말로써 의도했든 아니든 우리는 삶을 공유하고 감정을 주고받고 어떨 땐 더 큰 영향을 끼치면서 살아가는 이유에서이다빵을 사 가던 사람들캠프에서 만난 아이들가족들모자란 내 친구들택시 기사님학교 선생님들심지어 미장원 선생님까지 생각해 보면 모두 내게 크고 작은 보물들을 줘왔고 나 또한 사람들에게 그래왔을 것이다계속 생각해 보면 볼수록 이 세상 모든 사람은 다른 누군가의 시인이다틀림없다.


추천 콘텐츠

한여름을 베어물며

가습기와 에어컨을 모두 끈 채로, 맞이하는 여름은 생각보다 더 덥고, 꿉꿉하다. 습기가 가득 찬 여름의 공기, 나무와 바람이 만약 신이라면, 지금, 이 날씨를 견디는 우리를 보며 신이 날 것 같다. 축축한 벽지와 눅눅한 얼굴과 몸, 그들이 원하는 게 인간의 벌이라면, 인간은 살아가면서 그 벌을 모두 맞이하고 있지 않을까 싶은데. 사후 그들을 만난데도 나는 떳떳하다. 이번 여름은 작년 여름보다 더 한 것들을 안고 살아야 했다.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세대에서, 사람 한 명 한 명 더 깊은 곳으로 추락시키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기에. 방으로 들어오는 공기가 생각보다 차갑다. 여름인데, 이런 바람은 여름과 어울리지 않지만, 바람은 바람이다. 내가 공부를 싫어하는 것도, 그러면 안 되는 것을 알지만 수능 대비 대신, 글만 쓰는 것도 결국 나지만, 책임은 언제나 두렵다. 그러니까, 노트북을 들고 재빨리 거실로 나가자. 스스로에게 그렇게 말하면서도, 내 손은 휴대폰을 넘기고 있다. 이 쇼츠 하나만 더 보고 공부하는 거다. 그래, 딱 하나만 더 보고. 더 더워지기 전에 공부를 해야지 하면서도, 공부를 끝없이 밀어냈다. 손에 땀이 고이고, 아이들의 목소리가 앞 골목에서 집 쪽으로 내려오기 전까지. 현재 시각 14시다. 동생 희열의 하교 시간이 점차 다가온다. 그때부터 기침이 나도 모르게 갈비뼈를 짓누르고 목 밖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거부 반응. 오늘도 하루의 대다수를 휴대폰에 다 썼다. 초등학교 1학년 아이들은 언제나 빨리 학교를 나간다. 그러면서도 매일 학교를 빠지고 싶다고 희열이는 이야기한다. 물론, 내가 학교를 쉬기에 그 아이 입장에서는 내가 그렇게 보이겠지. 그러나 그에게도 지금 상황이 나쁘지마는 아닐 거다. 엄마, 아빠 출근해도 집에서 항상 반겨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 자체로. 그래도, 내가 미워 보일 수도 있을까. 아직 어리니까, 그런 상황은 일단 내버려두고 옷이나 껴 입자. 언제부터 녹아갔는지 모르는 벽지 위에 걸린 옷을 꺼내 입으며, 인간이면서 인간 다워 보이려고 했다. 그게 방과 후가 끝난 희열과 본인의 자식들을 데리러 오는 부모들에 대한 일종의 예의이자 안심이기에. 기침과 함께 튀어나오는 아쉬움을 감추기 위해, 홀스를 입에 물고 흰색 마스크를 입가에 걸쳤다. 이제, 날 그저 학부모 같은 청소년으로 봐 줄 수 있겠지. 오늘도, 작년 여름처럼 습기가 창문을 적셨고, 도로에는 물웅덩이가 깊게 파여 있다. 인공적으로 다시 타임 루프 한 것도 아니면서. 감기기가 아닌 기침이 작년 초 학교를 다닐 때와 비슷했다. 그러나, 딱 하나 다른 점이 있다. 나를 잡을 수 있는 타인은 없지만, 유일한 내가 나를 잡을 수 있는 것. 최대한 배에 힘을 주고, 원조 고등학교에서 열공을 하고 있을 나를 지지한 친구들과 나를 고교에서 내 쫓은 친구와 선생님의 얼굴에 대하여 올해는 어떻게 지낼지 생각한다. 그들이 결코 행복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런 마음 자체가 나도 모르게 마음으로 죄를 짓는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들을 미화하거나, 좋은 추억을 꺼내 되새김질

  • 송희찬
  • 2026-07-30
긁어 부스럼

나에게는 비유적인 표현이 아니다. 생의 기억이 시작될 무렵부터 아토피 피부염을 달고 살았던 것 같다. 태어난 지 얼마 안 될 무렵 아토피를 앓았던 언니와는 달리, 내 경우 한동안 피부에 아무런 이상 증세가 없었다고 한다. 부모님은 그런 날 보며, &lsquo;얘는 괜찮구나&rsquo; 하고 안심했다고 하셨다. 그러다 네 살 무렵 찾은 한 소아과에서 나에게 아토피 판정이 내려진 건, 부모님께 청천벽력 같았을 것이다. 언니는 아기 때 이후로 발현되는 일이 없었던 반면, 나는 성인을 앞두는 지금까지 줄곧 아토피에 시달리게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어릴 적엔 붉게 달아오르고 피딱지가 앉은 피부를 거리낌 없이 내보이고 다녔다. 그로 인한 관심이 불쾌하게 다가온 적은 없었다. 또래 아이들은 가벼운 호기심 이상의 관심을 내보이지 않았고, 어른들은 어린 나이에 고생한다며 동정 어린 시선을 보내곤 했는데, 그걸 받는 기분이 그다지 나쁘지 않았다. 하나 기억에 남는 것이라면, 아이들이었는지, 무지한 어른들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종종 내가 가진 피부염에 전염성은 없는지 물어왔던 것 같다. 아무래도 만성 질환에 전염성이 있었다면, 세상 모두와 거리를 두며 살아가야 하지 않을까. 식구들에게마저도&hellip;. 나에게 너무 당연한 사실이었기에 크게 신경을 쓰진 않았다. 오히려 누군가가 내 곁에 있길 꺼리는 눈치라면, 필시 피부 때문이리라 넘겨짚고는 묻기도 전에 해명하곤 했다. 옮기는 거 아니니까, 괜찮다고. 남이 오해를 하더라도 내가 풀어주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다. 돌이켜 보니 그 시절의 나는 무던했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이라면 그리 가볍게 넘기지는 못할 것 같다. 청소년기로 접어들면서 아토피가 일어나는 양상이 바뀌었다. 팔다리 접히는 부위나 목, 손목과 손등과 같은 부위에만 상처가 났던 이전과는 달리, 얼굴부터 시작해서 몸 곳곳으로 넓게 번지기 시작했다. 언젠가부터는 피부가 심하게 일어났다가 아물기 시작할 때면 하얀 가루 같은 각질이 떨어졌다. 그 무렵 밖에 나갔을 때, 특히 등교했을 때가 관건이었다. 긁지 않아도 온몸에서 각질이 눈이 오듯 쏟아져 내려서, 어쩔 수 없이 남들의 시선을 많이 의식하게 되었다. 그때부터 각질이 잘 보이는 어두운 옷을 피하기 시작했다. 교복 조끼와 치마가 군청색이라, 아무리 더워도 위에 흰 외투라도 덧대 입는 것이 최선이었다. 곱지 않은 눈길이 느껴져도 나로서는 별수 없다고 생각했다. 더는 그런 시선을 외면하지 못하는 계기가 생긴 일이 있었다. 기말고사를 하루 앞두고 종일 자습을 하던 고등학교 2학년, 작년의 어느 겨울날이었다. 나는 그 와중 아토피가 악화되어, 공부에 집중하기는커녕 그냥 버티자는 심산으로 자습 내내 멍하니 시간만 흘려보냈다. 그러다 쉬는 시간이 되었다. 당시 내 짝으로 앉은 아이가 그의 대각선 앞자리, 즉 내 앞자리에 앉은 자신의 친구에게 다가가선 저들끼리 이야기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당사자를 가까이 두고 말할 리는 없다고 생각할 수 있겠으나, 들을수록 나를 향한 이야기

  • 김희윤
  • 2026-07-30
사회가 서술하는 ‘남성적 언어’: <꽃처럼>을 읽고

[여성혐오: 사회학자 앨런 G. 존슨(Allan G. Johnson)에 따르면, “여성혐오란 여성을 여성이란 이유로 혐오하는 문화적 태도”이다.]천손, 니니기노미코토가 하계에 내려온 일을 오오야마츠미는 기쁘게 여겼다. 대대로 미와 영속을 더불어 누리길 바라는 마음에서 그는 천손에게 두 딸을 시집보냈는데, 나란히 니니기의 동반자를 자처한 이들은 꽃의 신 코노하나사쿠야히메와 바위의 신 이와나가히메였다.그러나 니니기는 둘을 모두 아내 삼는 대신 미모의 코노하나사쿠야히메만을 취하고, 이와나가히메는 추하다는 이유로 곧장 돌려보냈다.오오야마츠미는 진노하여 니니기의 어리석은 행동을 꾸짖었다.‘이와나가히메가 있어 바위와 같이 영원하고, 코노하나사쿠야히메가 있어 꽃과 같이 번영할 수 있기에 나는 여식을 나란히 바쳤다. 만일 둘을 함께 맞아들였다면 천손은 피고 지지 않는 영광에 싸이었을 것이다. 천손의 선택으로 후생은 눈부시게 피어나되 찰나에 쇠하여 질 운명이다.’이리하여 영원을 내친 천손 내리의 생은 그저 피고 지는 꽃을 닮게 되었다.이것을 인간의 삶이 꽃처럼 덧없는 세계의 시발점이라고 한다.-* 중 도입부일본 신화, 를 차용함1. ‘남성적 언어’일부다처제란 무엇인가? 오래되지 않은 과거에 하나의 제도로까지 자리 잡고 있었던 이 구도는, 단순히 부부간의 개인적인 권력 차이로 인해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일부다처제를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사회에 만연한 성별 권력 격차에서 시작해야 한다. 이미 여성과 남성 사이의 권력 구도가 무너져있는 곳에서부터 이 기묘한 세계는 출발한다.한 남성이 여러 여성을 거느릴 수 있는 일부다처제는 단순히 이것을 행하는 한 부부 관계뿐만 아니라 사회의 모든 균형을 무너트린다. 결혼과 동시에 부부 사이의 관계는 전혀 동등한 형태를 띠지 못하고, 성적, 경제적, 권위적인 지배권이 모두 남편에게 속하게 된다. 이때 여성은 배우자가 아닌, 남성의 재산 혹은 번식 수단으로 종속되고, 정립된 여성의 권위는, 그 사회의 모든 여성에게로 이어진다.ㅡ에서 나오는 두 여성(꽃의 신, 바위의 신)은 천손의 동반자를 ”자처“했다고 서술된다. 하지만 오요야마츠미가 두 딸을 천손에게 “시집보”낸다는 표현과 “바친다”는 표현을 살펴보면 ”자처“라는 단어 자체가 모순적이라는 것을 바로 알 수 있다. 소설은 두 딸이 아버지-남편으로 넘어가는 자리에서 가부장제 구도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여성들은 자신이 한 남성의 두 배우자로 들어가기를 “자처”했다고 생각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자신들의 고유한 신적 성질(꽃과 바위의 성질)은 ‘아버지가 남편에게’ ‘넘겨줄 수 있는 것’으로 설정되기 때문이다. 여기서 “바친다”는 표현을 통해 아버지는 두 딸이 자신의 소유물임을 알고 있다. 천손 또한 두 여성을 인생의 동반자로 함께할 사이로 생각하지 않는다. 소설 속에서 꽃의 신은 천손의 배우자가 되지만, 그것은 천손과 같은 위치에서 생을 함께 살아갈 동반자적 관계가 아니다. 꽃의 신이 천손의 배우자가 되었다는 사실은 “취”했다고 서술되며, 이로 인해 부인은 그저 “취”해지는

  • 방백
  • 2026-07-30

댓글 남기기

로그인후 댓글을 남기실 수있습니다.

여러분의 생각을 남겨 주세요!

댓글남기기 작성 가이드

  • 서로를 존중하는 마음으로 댓글을 작성해 주세요.
  • 욕설, 비방, 혐오 표현 및 과도한 홍보성 내용은 제한될 수 있습니다.
  • 운영 정책에 위반되는 댓글은 사전 안내 없이 숨김 또는 삭제될 수 있습니다.
0 / 1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