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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SEMBLE24』 감상평

  • 작성자 joomen
  • 작성일 2025-04-25
  • 조회수 476

글을 시작하기에 앞서 고백하자면 나는 K-pop 음반에 대한 감상을 쓰기에는 그들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 특히 4세대나 5세대라고 불리는 아이돌들의 음악은 친구들이 알려주거나 SNS에서 마주하지 않는 이상 따로 찾아 듣지 않는 편이다. 그러나 24인의 다인원으로 화제가 된 tripleS의 첫 완전체 정규 앨범, 「ASSEMBLE24」는 나에게도 소식이 닿을 정도로 흥행에 성공했고 내 취향에 맞았다. 나는 K-pop에 대한 지식이 모자라도 그들의 음악을 즐길 방법을 제안하며 이 앨범을 리뷰하려고 한다. 그 방법은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트랙의 사운드와 앨범의 구성이다.


[사운드]

나는 음악 감상에서 세계관이나 내러티브를 덜 중요하게 여긴다. 특히 그들이 팀을 결성한 경위와 지금껏 겪은 역경 등에 대한 가사의 출처를 거슬러 올라가는 일은 나에게 흥미롭지 않다. (이것은 앨범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와는 구분된다) 대신 사운드의 디테일을 추구하는데, 이는 단순히 좋은 음색과 적절한 볼륨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소리의 압축과 (스테레오 오디오에서) 악기의 배치, 공간감의 변주 등의 완성도를 기대한다는 의미이다. 물론 이는 음악의 장르와 뮤지션의 스타일에 따라 얼마든지 느슨해질 수 있지만, 요지는 그 타이트함과 루즈함을 컨트롤할 수 있는 능력이다. 이러한 사운드의 관점에서 「ASSEMBLE24」를 바라보면 아쉬운 점이 눈에 띈다. 


본 앨범의 7번 트랙 「24」를 예시로 들겠다. tripleS는 다인원 그룹이고, 데뷔 후 2년 만에 발매한 첫 완전체 앨범의 무드를 웅장하게 가져가고 싶었을 수 있다. 그런데 「24」는 웅장함을 목소리로 표현하는 데에 있어 다소 미숙했다. 「24」의 벌스에 사용된 드럼은 완전히 앞에 나와 있다. 벌스에서는 드럼과 베이스, 그리고 몇 가지의 효과음만 사용되고 있기 때문에 공간이 압축되고 집중되는 효과가 생긴다. 프리코러스에서는 킥을 빼고 스네어만 연주하고 있어 타격감이 줄어든 드럼이 코러스에 달해서는 아예 사라지는데, 이때 베이스는 저음역대를 부스트하고 박자를 쪼개서 드럼의 역할을 수행한다. 이와 동시에 공간감의 확장을 위해 신스와 브라스, 그리고 여러 플러그인이 도입되는데 이들이 음역대의 관점에서 보컬과 부딪힌다. 웅장함보다는 밀도만 높은 지저분한 음악으로 전락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결국 보컬의 퍼포먼스다. 24인의 다인원 그룹의 멤버들이 (특히 앨범명 ‘assemble’의 의미를 고려하여) 단 한 명도 소외되지 않게 파트를 분배하려면 많은 더블링과 코러스, 애드리브가 필수적이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보컬의 볼륨이 작고 파워가 약하다. 이것은 공간감에 있어 뒤로 빠진 소리가 난다는 의미이고 여기서 몇 가지 문제점이 생긴다. 첫째로, 원하는 소리를 명료하게 구현할 수 없다. 보컬보다 뒤에 배치되어야 하는 악기들과 보컬이 충돌하며 소리가 정돈되지 않는다. 둘째로, 멜로디의 임팩트가 없다. 물론 풍성한 코러스는 음악의 높은 완성도에 기여하지만, 적어도 「24」에서 표현된 보컬은 멜로디를 코러스가 받쳐주는 것이 아니라 단지 여러 사람의 목소리를 합친 것에 불과하다. 게다가 여러 효과를 위해 보컬에 튠이나 리버브를 강하게 걸었는데, 개인적으로는 편곡에서 플러그인에 룸사운드를 거의 사용하지 않았으므로 보컬에서도 리버브를 줄이는 게 나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24」뿐만 아니라 앨범 전체적으로 기대에 미치지 못한 사운드가 들린다. tripleS의 가창력을 비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모든 아이돌 멤버의 가창력이 수준급일 수 없으며, tripleS처럼 극적인 퍼포먼스를 추구하는 그룹은 댄스에 비교적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 그러나 스튜디오에서 디렉터의 지시에 따라 녹음하고 수차례의 수정과 보정을 거친 음원은 완벽을 지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아쉬운 결과물이 비단 멤버들만의 문제가 아니며, 이 앨범에 영향을 미친 여러 관계자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뜻이다.


[구성]

앞서 말했듯 나는 디스코그래피에 걸친 서사에 크게 관심이 없으며 앨범 단위의 감상을 즐기는 사람이 아니지만(그것의 기쁨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규 앨범이라면 모름지기 트랙 간의 유기성이 강하게 존재해야 하며 각각의 트랙이 앨범 안에서 하는 역할과 그에 따른 신중한 배치가 중요하다는 주장에는 이견이 없다. 그런 관점에서 「ASSEMBLE24」는 구성적인 면에서 높은 완성도를 갖추었다고 볼 수 있다. 1번 트랙 「S」는 앨범의 컨셉을 소개하는 인트로의 역할을 완벽히 수행하고 있다. 타이틀곡이자 바로 다음 곡으로 재생되는 「Girls Never Die」를 셀프 리믹스해 어떤 성격으로 앨범을 전개할지 암시한다. 이어지는 수록곡들은 최근 K-pop에서 성공한 바 있는 장르들(뉴잭스윙, 이지리스닝, 드럼앤베이스 등)로 구성되어 있지만 그것의 레퍼런스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알아보기는 어렵다. 즉, 장르만 빌려왔을 뿐 tripleS만의 색을 확실히 보여주었다는 의미이다. 이는 유행에 민감해야 하는 동시에 오리지널리티를 강조하는 아이돌 음악 씬에서 tripleS가 리스너를 확보할 수 있었던 요인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이들이 소위 말하는 중소-신생 기획사 출신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이러한 음악적 성취가 인기에 영향을 미쳤으리라 짐작할 수 있다. (대형 기획사의 아이돌 그룹의 경우 데뷔만으로도 주목받는 것이 사실이므로) 또한 사운드의 퀄리티와 별개로 각 트랙이 악곡적으로 매력이 있기 때문에 앨범 전체의 완성도도 올라갔다. 예를 들어 「24」, 「이면의 이면」, 「Non Scale」, 「Dimension」의 네 곡은 개인적으로 정규 앨범이 아니었다면 타이틀로도 손색없었으리라 생각한다. 다시 말해, 타이틀감인 곡을 수록곡으로 삽입했다는 것이다. 회사와 프로듀서가 이 앨범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고 전력을 다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적절한 곡의 수와 재생 시간을 고려해 단 한 트랙도 무의미하게 소모하지 않는 것도 긍정적이다. 물론 28분 26초의 재생 시간이 아쉽다고 생각하는 청자도 있을 것이다. 다만 나는 규모를 키우고 청자의 집중력을 잃게 만드는 것보다는, 비교적 무게를 덜어내고 간결하게 진행한 것이 더 나은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트랙의 개수나 재생 시간을 늘리는 것과 앨범의 영양가는 완전히 다른 문제이다. 「ASSEMBLE24」의 장점은 앨범 전체를 통틀어 콘셉트가 일관적으로 유지되고 있다는 것이다. 본 앨범을 관통하는 테마는 ‘쓰러져도 다시 일어나기, 그 과정을 함께하는 tripleS’인데 이 테마에서 거리가 너무 멀어지지 않으면서도 완급 조절을 능숙하게 해내는 것이 매력적이다. ‘포기하지 말고 다시 해 보자’는 주제 의식을 드러내는 「Girls Never Die」부터, 친구 이상의 ‘보다 깊은 존재’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하는 「가시권」, 지금 나에게 닥친 고난과 역경이 지나면 봄이 올 것이라는 「치유」, 먼 듯하고 아득해 보여도 눈을 뜨면 ‘내‘가 여기 있다는 「Non Scale」 등 연대하는 소녀들의 이야기를 다양한 장르와 스타일의 곡으로 풀어내고 있다. 취향에 달린 것이겠지만, 인트로를 포함한 「ASSEMBLE24」의 10개 트랙은 나에게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이렇게 「ASSEMBLE24」에 대한 리뷰를 마무리하도록 하겠다. 글을 전개하며 모든 트랙을 상세히 분석하지 못한 것에 아쉬움이 남지만, 오랜만에 즐거운 청취 경험을 선사한 K-pop 앨범에 대해 나름의 성의를 담아 리뷰를 작성했다고 자신한다. 어떤 리스너들은 내가 간과한 시각 요소들, 즉 컨셉 포토와 뮤직비디오, 안무 등에 집중해서 앨범을 감상할 것이다. 혹은 이 그룹이 모이게 된 여정과 멤버들 개인에 집중할 수도 있다. 막대한 자본과 인력이 투입된 음반을 다양한 각도로 감상하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그러나 아이돌 그룹의 팬이 아닌 이상 그들의 스토리텔링을 이해하기는 어렵고, 내가 「ASSEMBLE24」를 리뷰했듯이 tripleS의 역사를 모르더라도 우리는 충분히 앨범을 깊이 있게 감상할 수 있다. 이 앨범을 청취하며 느낀 기쁨을 독자들과 나누려는 나의 시도가 이해하기 어렵지 않았기를 바라며 글을 마친다.

joom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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