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를 읽고
- 작성자 유리아
- 작성일 2025-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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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댓글수 2
- 조회수 651
나는 존재한다.
그러나 나라는 존재는 고정된 것이 아니다.
과거의 나와 지금의 나는 다르며, 미래의 나는 또 지금과 같지 않을 것이다.
인간은 시간을 따라 흐르는 존재이며, 그 흐름 속에서 자신과 타인을 끊임없이 이해하고 해석한다.
[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 는 이러한 존재론적 흐름 속에서 "나"와 "너", "과거"와 "현재", "기억"과 "이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소설이다.
이 작품은 중학생 은유가 느리게 가는 우체통을 통해 1982년의 은유와 편지를 주고받는 이야기로 시작된다.
이 설정은 단순히 판타지적 장치를 넘어서서, ‘시간을 건넌 대화’라는 구조적 장치를 통해 과거와 현재가 어떻게 상호작용하며 나라는 정체성을 형성해 나가는가를 보여준다.
시간이 흐르며, 두 은유는 점차 가까워지고, 결국 독자는 이 둘이 단순히 동명이인이 아닌, 실제 모녀관계임을 알게 된다.
이 반전은 단지 드라마틱한 전개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과거의 은유, 즉 엄마는 미래의 딸에게 ‘엄마’라는 이름이 아닌 하나의 ‘개인’으로서 다가온다.
우리는 보통 부모를 하나의 고정된 정체성으로만 이해하려 한다.
그러나 이 작품은, 부모 역시 과거의 감정과 갈등을 겪던 개인이었음을 상기시킨다.
결국, "엄마"라는 존재는 시간 속에서 만들어지는 하나의 역할이며, 그 안에도 ‘나’와 같은 고민과 성장의 흔적이 담겨 있음을 작가는 섬세하게 그려낸다.
편지라는 매체는 특히 중요한 장치다.
디지털 커뮤니케이션이 주를 이루는 오늘날, 편지는 느리다.
그러나 그 느림은 단점이 아니다. 느림은 사유를 낳고, 사유는 진심을 담는다.
이 작품의 은유들이 주고받는 편지는 단지 정보 전달이 아니라, ‘이해받고 싶은 마음’, ‘공감하고 싶은 마음’이 녹아 있는 감정의 덩어리다.
그리고 그 감정은 결국 시간과 공간을 건너, 존재와 존재를 이어주는 유일한 다리 역할을 한다.
작품 속에서 나는 ‘이해’라는 키워드에 오래 머물렀다.
우리는 쉽게 타인을 이해한다고 말하지만, 사실 이해는 대단히 복잡하고 어려운 일이다.
특히 가족 간의 이해는 더욱 그러하다.
왜냐하면 우리는 가족을 너무 ‘가깝다’고 여기기 때문에, 오히려 진심을 말로 풀어내지 않기도 하고, 고정된 이미지로 상대를 판단하기 때문이다.
현재의 은유가 엄마에 대해 갖고 있던 오해와 감정은, 시간이 흐르며 편지를 통해 자연스럽게 해소된다.
이해는 ‘시간’을 필요로 하며, 때로는 직접적 대면보다 더 깊은 매개(편지)를 통해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또한, 이 작품은 ‘삶과 죽음’, ‘선택’이라는 철학적 주제도 은근히 품고 있다.
마지막 장면에서, 과거의 은유는 자신의 생명을 바쳐 미래의 딸을 낳는다.
이 장면은 단지 희생이라는 말로만 표현할 수 없는 복잡한 감정이 뒤섞여 있다.
누군가를 살리기 위해 누군가가 죽는다는 것은 단순한 교환이 아니다.
그것은 존재의 연속성과 순환성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나라는 존재는, 나 하나만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선택, 희생, 사랑에 의해 만들어지고 이어진다.
그렇기에 [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 는 단순히 시간 여행을 다룬 청소년 판타지가 아니다.
이 소설은 철학적인 구조를 갖고 있으며, 인간 존재의 형성, 감정의 전달, 관계의 회복, 삶의 선택에 대해 묻는다.
작가는 독자에게 명확한 해답을 주지 않는다. 다만 그 질문들 사이를 걷게 하고, 독자 스스로 자신의 삶과 관계를 돌아보게 만든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나’와 ‘너’, ‘우리’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
나 역시 지금 이 순간에도 과거의 어떤 선택과 감정들로 인해 만들어지고 있으며, 내 곁에 있는 누군가도 마찬가지다.
서로를 이해한다는 건 단지 ‘지금의 모습’을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거쳐온 시간과 상처를 함께 느끼는 일이다.
그리고 그 감정을 담은 말들이, 그 시간이 담긴 편지들이, 비로소 우리를 연결한다.
결국, 이 작품의 제목처럼, 우리는 모두 언젠가 누군가를 향해 "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라고 말할 순간을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 세계는 시간일 수도 있고, 마음의 거리일 수도 있으며, 말하지 못한 진심일 수도 있다. 중요한 건, 그 마음이 진심일 때, 우리는 결국 서로에게 닿을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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