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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모는 서로 닮아있다

  • 작성자 신기루
  • 작성일 2025-10-12
  • 조회수 301
이 게시글은 트라우마를 유발할 수 있는 요소를 포함하고 있으니 주의를 요합니다. (폭력, 자살, 자해 등)

미하엘 엔데의 소설 모모 속 모모와 에밀 아자르의 소설 자기 앞의 생 속 모모를 아우르는 말이다. 


 미하엘 엔데는 1973년 독어로 세상에 모모를 알렸다. 작중에서는 나이가 정확히 명시되어 있지 않은 여자아이 모모가 나온다. 마을엔 회색 신사들이 등장한다. 회색 신사들은 사람들에게 시간을 저축해 놓은 다음 이자까지 받아서 쓰면 더욱 이득 아니겠냐며 시간 저축을 부추긴다. 그러나 이는 술수이며, 시간을 저축한 사람은 그 기억을 잊어버리고 까닭을 알지 못한 채 모든 일에 서두르게 된다. 회색 신사들은 많은 사람의 시간을 빼앗았다. 모모는 이 사실을 알아챘고 시간을 관리하는 호라 박사의 집으로 간다. 모모는 호라 박사의 도움을 받아 회색 신사들을 없애고 시간을 되찾는다.

 사람들이 회색 신사에게 시간을 저축하고 모든 일에 서두르게 될 때 모모를 비롯한 아이들은 시간을 저축하지 않는다. 시간을 아껴야 한다는 개념 자체를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는 어린아이의 시선을 통해 시간관념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라고 느껴졌다. 사람들은 시간을 아끼고 더 의미있는 일에 사용하려고 한다. 그리하여 회색 신사들의 말에 혹하고 시간 계약을 한다. 이는 결국 더 좋은 삶, 의미있는 삶을 살고싶다는 염원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결국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했고 사람들은 시간을 빼앗기게 되었다. 그러나 아이들은 시간을 아껴야 할 이유를 몰라서 저축하지 않는다. 이는 아이들의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지 못했다는 뜻이 될 수도 있지만, 결국 그것이 옳다는 말을 하는 것이라고 느껴졌다. 사람은 늘 더 나은 삶을 생각한다. 그 위치에 가면 더욱 나은 삶을 바란다. 그러나 나은 삶의 조건도 없을 뿐더러 그 한계도 없다. 결국 사람은 현재 삶의 형태에 불만을 품게 된다. 모모는 더 나은 삶을 위해 달려가는 것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 어쩌면 그 종착지는 순수한 아이의 마음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모모는 호라박사에게 가기 위해서 언제나 없는 거리를 거쳐야 했다. 이곳은 후퇴하거나 멈추어 있을 때만 전진할 수 있는 길이다. 이는 시간의 본질을 사람들과의 명확한 대비로 표현한 것이다. 그 후 모모는 사람들의 시간을 되찾기 위해 시간 창고에 다가가는 등 적극적 행보를 보인다. 

 모모의 순수한 마음은 그 가치를 높게 평가받아 한국에 도서관이 세워졌다. 전북 남원시에 위치한 모모에게말걸기작은도서관은 주변에 모모 닮은 한 사람만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담았다.


 자기 앞의 생은 프랑스 소설가 로맹 가리가 에밀 아자르 라는 필명으로 1975년 출간했다. 작품 주인공 모모는 프랑스 빈민가에서 창녀의 아이들을 돌보는 로자 아줌마와 살고 있다. 로자 아줌마는 악화된 건강으로 인해 거동이 어려웠고 돌봐야 할 많은 아이들이 있었다. 모모의 친부가 아이를 돌려달라고 말하지만 로자는 모모를 돌려보내지 않는다. 이 과정에서 모모는 자신이 10살이 아니라 14살임을 깨닫고 혼란에 빠진다. 로자 아줌마가 죽고 모모는 시체와 3주가량 동거한다.

 모모는 순식간에 4살을 먹게되자 정체성에 혼란이 온다. 그러나 결국 로자 아줌마가 자신을 더 오래 데리고 있고 싶어서 나이를 속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작품은 사랑의 상징을 4년이라는 시간으로 설정함으로써 사랑 앞에서 시간은 어떠한 의미를 가지는지 되새기게 한다. 

 김만준은 소설 자기앞의생을 바탕으로 ‘모모’ 노래를 발표했다. 가사는 모모의 태도를 빌려 삶을 말한다. 다음은 가사의 인용구다.


모모는 외로운 그림자 / 너무 기뻐서 박수를 치듯이 날개짓 하며 


기쁨. 모모와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단어다. 열악한 빈민촌에서 부모도 모르는 채 늙은 아주머니와 시끄러운 아이들을 돌보는 삶은 무엇이 기쁠까. 다음 가사는 이렇다.


그런데 왜 모모 앞에 있는 생은 행복한가


이번엔 한층 더 고차원적인 감정을 들어 질문을 던진다.


인간은 사랑없이 살 수 없단 것을 / 모모는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답은 사랑이었다. 모모의 사랑은 삶의 원동력이자 행복의 이유가 되었다. 모모는 작품 초반에 친한 할아버지에게 사람이 사랑없이 살 수 있는지 묻고 그렇다는 대답을 듣는다. 그러나 본인이 살아가면서 그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다. 

 사랑은 삶의 목적에서 그치지 않는다는 것을 나는 모모를 통해서 배웠다. 목적이라 함은 도달해야 하는 고지가 아닌가. 그러나 나는 종종 사랑을 느끼지 못하고 주지 못한다. 어쩌면 끝내 사랑을 이뤄내지 못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결국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는 것이 된다. 사랑하지 못한다고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다고 하면 그 삶은 가치가 떨어지지 않는가. 그렇기에 사랑은 목적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러면 사랑을 무엇으로 받아들여야 할까. 삶을 사랑 그 자체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모모는 외치는 것 같았다. 그리하면 삶을 잃지 않는 이상 언제든 타인을 사랑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다양한 삶의 문제 앞에서 존재를 존재 그 자체로 받아들이기 힘들 때가 많다. 가령 지나친 우울감이나 불안감 앞에서 새삼스럽게 왜 살지? 란 질문을 던지게 된다. 나름대로 이유를 붙이는 것이다. 삶이 힘들고 괴로울수록 더 사랑하려고 하는 것도 그 이유를 만들기 위함이다. 생존이란 한 방향을 향해있다는 뜻이다. 그것을 직시하지 않으려 나는 생존의 목적을 행복을 비롯한 가치들로 규정하고 그 안에서 의미를 찾아내려는 시도도 한다. 죽음에 대한 공포-나 그에 준하는 무언가- 를 직시하는 것 역시 삶의 단편을 마주하겠다는 뜻이니 그로부터 도망치려는 심리가 작용한 것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이렇듯 생존을 전제로 깔아두고 그 위에서 삶을 영위하려고 한다. 

 그럼에도 살아간다는 것은 삶을 사랑하겠다는 무언의 서약 아닐까. 밝은 면만 보려 애쓰고 어둠 앞에서 눈을 감는 것은 그렇게라도 삶을 사랑하고 싶다는 의지가 아닐까. 이 둘 중 무엇이 우선인지는 어쩌면 그다지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겠다. 살아야 해서 사랑하려 애쓰는 것이든, 사랑해서 살려는 것이든. 사랑이란 이름을 앞세워 현실을 애써 무시하는 일. 모든 걸 가리고 행복하는 일이나 불편한 사실을 직시하고 행복 앞에서 주춤거리는 일. 이 모든 것이 각자 삶의 방식대로 사랑해가는 일일 테니까. 

 이유없이 행해지는 생존을 정당화하는 것 또한 어찌 사랑이라 칭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공포심이나 자기 세뇌로부터 비롯된 사랑도 사랑이다. 사랑을 지속하기 위해서 사랑스러운 것만을 마주하는 것이다. 그것을 옳지 않은 사랑이라 할 수 있을까? 난 이 말에 수긍하기 어렵다. 단적인 것을 보고 섣불리 결론짓는 것. 존재하지도 않는 이유를 찾겠다고 덤비는 것. 그 이유를 억지로 끼워맞추는 것. 스스로 행복하다 단정짓는 것. 이것들이 틀렸다고 말하기엔 내 삶은 너무도 가치가 미미하다. 그리고 그 가치는 개개인 그리고 그들의 상호작용에서만 발휘되는 것이다. 다시 말해 내 삶은, 그것을 재단하고 사랑하며 살아가도 아무런 문제가 없을 정도로 가치가 없다. 삶이 미미할수록 그 삶을 살아가는 나도 미미하다는 것이고 결국 작은 자는 작은 것도 중하게밖에 여길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삶은 큰 의미를 지닌다.


 두 모모(구분을 위해 자기 앞의 생 모모는 이하 모하메드로 기술합니다.)가 닮았다고 말하는 이유는 시간의 특수한 작용을 받았고 그 앞에서 순수한 아이의 마음으로 자신의 상황을 바라보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시간을 위해 거친 모험을 마다하지 않는 모모와 4년이라는 혼란스러운 시간 앞에서 기꺼이 사랑하는 모하메드. 두 모모는 서로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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