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부조리에 관하여-이방인을 읽고
- 작성자 서벽
- 작성일 2025-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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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엄마가 죽었다. 아니, 어쩌면 어제, 사실 잘 모르겠다.'
소설은 알베르 카뮈의 가장 유명한 문장으로 시작된다. 프랑스 알제리의 거주민 뫼르소는 엄마의 죽음을 경험하고도 어떠한 우울이나 슬픔도 느끼지 않는다. 되려 주인공 뫼르소는 다음날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평범한 일상을 보낸다. 하지만 이후 주인공 뫼르소의 삶은 점점 독자가 이해할 수 없을 만큼 냉담하고 끔찍하게 이어져 간다. 그러나 뫼르소는 결코 절망하지 않는다. 그곳이 비록 죽음 앞 일지라도. 아랍인을 살해하고 법정에 서기까지 그는 자신과 세상에 무관심한 태도를 보인다. 그 과정 속 담담하면서도 강렬한 묘사는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나는 지금까지 행복했고, 지금도 행복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알베르 카뮈가 이 소설을 통해 말하고자 한 것은 무엇일까. 뫼르소의 무감수성적인 모습은 현대인의 모습을 반영한 실존주의의 면모를 나타낸다. 이는 인간에게 가치란 오로지 실존이며, 자신의 선택으로써 채워나가는 생만이 의미 있다는 것이다. 뫼르소가 엄마를 사랑하면서도 그녀의 죽음은 별개로 인식했듯이, 장례식을 치르고도 아무일 없듯 해수욕을 하고 또 다른 사랑을 찾듯이. 카뮈는 뫼르소에게 의미란 오로지 그뿐이며, 우리 모두가 그러하다는 것을 말한다.
또한 알베르 카뮈는 이에 더해 삶의 부조리를 논한다. 뫼르소는 죽음을 맞이하게 되어서야 세상에 마음을 열어 진정한 삶을 마주하고, 새로운 시작을 받아들인다. 어쩌면 그는 변호사가 제안했듯 진실을 왜곡하고 거짓을 말해 죽음에 다다르지 않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는 아랍인을 쏜 것은 한 여름의 뜨거운 태양 때문이라고 주장하며 죽음이자 정의를 따른다. 이는 인간 사회의 억압적인 관습과 모두가 이방인이 되어버린 모순에서 유일하게 눈을 뜨고 세상에 대치하는 인간상을 보여준다. 즉, 삶의 부조리란 의미를 갈망하는 인간의 욕구와 현실의 불일치로부터 비롯되며 이는 인간이 피할 수 없는 필연적인 운명과 같다는 것이다. 이로써 알베르 카뮈는 말한다. 부조리의 세상 속 우리는 모두 이방인이라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운명의 부조리를 직시해야만 한다는 것을.
'나는 내 삶과 다가올 내 죽음에 대해 확신이 있어. 그래, 내가 가진 건 이것뿐이야.'
결국 뫼르소의 여름, 살이 탈듯한 뜨거운 열기의 태양 아래 드러난 생의 본질은 부조리이다. 이는 거대한 불합리의 세상을 구성하는 불합리성의 실체이자, 모든 결말이 도달하게 될 곳이기도 하다. 어쩌면 카뮈가 말하고자 하는 인간의 본질은 이곳에 있다. 부조리에 반항함으로써 우리는 비로소 진정한 삶을 살아갈 수 있다는 것. 그것이야말로 이방인인 우리를 살아가게 하는 힘이라는 것을.
-시지프 신화를 참고하여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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