헛된 상처를 향기로 감싸며-고선경 <샤워젤과 소다수>를 읽고
- 작성자 송희찬
- 작성일 2025-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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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마다 떠오르는 이미지와 온도가 있다. 봄과 가을은 온화함. 겨울은 차가움으로 확고한 감각을 지닌다. 그러나 사계절 중, 여름만큼은 다르다. 더움과 차가움이라는 서로 다른 감각을 동시에 품고 있기에.
그런 감각이 공존하는 이유를 생각해 보면, 여름은 '폭염, 햇살, 삼계탕' 같은 뜨거움과 '아이스크림, 에어컨, 얼음물' 등 시원함을 상징하는 단어들이 함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여름은 사람들에 따라 다르게 느껴지고, 자주 그 물성이 바뀐다.
이런 가변성과 양면성으로 인해 시인들은 여름을 청춘의 시간대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대표적인 시인과 작품으로 고선경의 <샤워젤과 소다수>, 권누리의 <한여름 손잡기>, 최백규의 <여름은 사랑의 천사> 등이 있다. 나는 그들의 여름 중, 고선경 시인의 <샤워젤과 소다수>가 가진 습기가 가득 찬 감각을 믿으며, 건강상의 이유로 고등학교를 자퇴해야만 했던, 지난날들을 습하고 향기로운 고선경의 시와 함께 품고 나아갔다. 그녀의 여름에는 상처와 함께 향긋함이 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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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향기로운 헛것을 암시하는 시작
시인의 말ㅡ{5p}
너에게 향기로운 헛것을 보여주고 싶다
시집을 여는 시인의 말은 시인이 시집에서 가장 전하고 싶은 것을 이야기한다. <샤워젤과 소다수>를 고선경은 우리의 헛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이야기한다. 그렇기에 위 시집 전반에는 물안개 같은 습기가 가득 끼어 있다. 마치 독자들이 이른 새벽 해변가를 걷게 하는 감각으로 시를 읽게 만든다.
또한 헛것 앞에 '향기로운'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여, 습기들 사이에 부드러운 질감과 따뜻한 질감을 더했다. 그 덕분에 위 시집은 여름의 축축함과 포근함 같은 양면성을 새롭게 독자에게 암시했다.
이런 '향기로운 헛것' 에서 '헛것'은 서시인 <우리는 자주 목이 마르고 자주 등이 젖지>에서부터 잘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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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청춘의 헛것들
ㅡ 우리는 목이 마르고 자주 등이 젖지 {12~13p}
전문 옥상의 페인트 빛깔이 어둠에 섞일 때
어떤 믿음은 난간 같았어
야경이라는 건 어둠이 밀려날 수 있는 데까지를 말하는 걸까
이 도시는 사람들의 소원으로 빼곡해
아무도 없는 곳으로 놀러 가자
내 손바닥에 밴 아오리 사과 향기
그러나 압정을 한 움큼씩 쥐고 있는 기분
우리는 목이 마르고 자주 등이 젖지
리듬을 이해하지 않으면서
리듬에 대해 얘기했어
등이 젖은 사람을 따라 걷다가
저마다 웅덩이가 있구나
퐁당퐁당 생각했어
아무것도 훼손하지 않으면서 훼손되지 않고 싶다
너와 손을 맞잡고 싶지만
내 손안의 압정을 함께 견디고 싶지는 않다
깊은 바다로 다이빙하는 것과
작은 물웅덩이로 다이빙하는 것
어느 쪽이 더 위험할지
그딴 건 모르겠고 물수제비나 뜨자
나는 요령이 없어
내려다본 골목에 채소를 가득 실은 푸드 트럭이 서 있다
누군가가 몰래 무 하나를 훔쳐 간다
희고 싱싱해서 그냥 먹어도 맛있을 것 같다
방수가 잘 되는 페인트를 엎지르고서
우리는 온몸이 젖고 있었다
시속 화자는 높은 건물에서 타자와 함께, '채소를 실은 푸드 트럭'과 '작은 물웅덩이'를 바라본다. 그러나 '우리'라는 이름으로 타자와 함께하고 있으니 '압정을 한 움큼씩 지고' 있는 느낌을 받고 있다. 하지만, 화자는 그렇게 말해 놓고, 뒤에 나오는 연에선 '너와 손을 만지고 싶다.'라고 이야기한다. 이를 볼 때 화자의 정서를 직관적으로 알아볼 수 없지만, 그의 마음이 혼란스럽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특히 '리듬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리듬을 말하거나, '깊은 바다로 다이빙하는 것'과 '작은 물웅덩이에 다이빙하는 것' 중 '어느 쪽이 더 위험할지' 같은 문장들이 이를 암시하고 있다.
이런 모습은 다른 시들에서도 자주 나타난다. '너와 감기를 나눠 마시는 생각'{<여름 오후의 슬러시> 14p} 같은 문장과 손님이 버리고 간 얼음물을 보고 '알프스'를 생각하는 모습 {<알프스산맥에 중국집 차리기> 52~54p} 등이 시집 <샤워젤과 소다수>에서 자주 나온다. 이로 볼 때 고선경의 첫 시집은 청춘의 불안함을 선명한 이미지와 정적인 화자로 보여주는 것이 아닌, 안개같이 객관적으로 보이지 않는 이미지와 정신없는 화자로 표현하고 있다.
이는 곧, '너에게 향기로운 헛것을 보여주고' 싶다는 시인의 말에서 헛것과 관련되어 있다. 어딘가 흔들리고, 압정을 견디는 화자가 독자에게 직접적으로 선명하게 보여주지 않음으로써. 고통과 관련된 헛것을 암시와 은유로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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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기억의 잔향은 향기롭고 아파
ㅡ 방과 후 우리의 발생 {36~37p} 中
알록달록한 친구들을 몽땅 깨트리고서
우리는 뾰족해진 발걸음으로 걸었어
빈 교실을 찾아서
둥글게 모여 앉아 식물도감을 읽었지
파릇파릇 해지려고
이곳은 책으로 지은 정원이야
물 끓는 소리만 들러봐도 퉁퉁 불어
어둠 속에서도 울음을 정확하게 읽는 너는
알전구의 짭짤함을 아니
와작와작 씹히는 음절들 말이야
한쪽 뺨이 투명한 너는 색감을 좀 아니
상처가 어떤 농도로 변해가는지
{중략}
우리의 종아리는 수시로 흘러내렸고
땀방울이 죽죽 빗금을 그었지
왜 그렇게 맹렬해야 했을까
졸업이 가까워지자 정원으로 향하는 계단은 저절로 허물어졌다
우리는 식물도감에 적히지 않은 내용을 어렴풋이 알게 되었다 불 없이도 타들어가는 법을 알게 되었다 유리창으로 달려들었다가 시체가 된 것들을 발견했을 뿐인데 반성문을 적어야 했던 일과 우리가 자발적으로 우리가 된 일에 대해
의심하기 시작했다
위 시는 서시인 <우리는 목이 마르고 자주 등이 젖었지>와 더불어 헛것을 보여준다. 그러나 그곳에서 그치지 않고, 향기로운 잔향을 전달한다. <방과 후 우리의 발생>도 그녀의 다른 시처럼 평범한 이미지는 아니다. 이번 시에서도 '뾰족해진 발걸음'이라든지, '책들의 정원'이 '물 끓는 소리만 들어도 퉁퉁' 불어버린다는 진술이 그러하다. 처음 읽었을 때, 앞에서 본 다른 시처럼 이미지를 논리화해서 쉽게 그릴 수 없다. 알 수 있는 것이라고는 화자는 누군가를 의심하며 '빈 교실을 찾고 있다는 것' 뿐이다. 그렇기에 독자는 학교와 그 주변의 풍경을 쉽게 알지 못한다. 하지만, 위 시는 논리로는 이해할 수 없어도 읽고 난 뒤 묘한 잔향이 남는다. 땀방울과 함께, 무언가 타들어 가는 냄새, 학용품 냄새 등 우리의 감각을 자극한다.
위 시를 읽고, 우리가 이런 감각을 느낄 수 있는 이유는 개인적인 경험을 보편적인 잔상으로 치환했기 때문이다. 위 시와 글을 읽고 있는 독자들은 대부분 학교생활을 했다. 나 역시 했었고, 위 글을 고선경 시인도 했다. 졸업식도 경험하고, 수시 탈락이나 합격도 경험했을 것이다. 그렇기에 시를 읽으면서, 우리의 모습을 시 속에 대입시킨다. 졸업식 때의 공기, 수업 시간의 모습을 느끼면서, 시 속 화자의 아쉬움과 아픔 그리고 한때의 기쁨을 감정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이는 곧 흐릿한 감정의 향기다.
그렇기 때문에 이미지가 자세히 보이지 않아도, 우리는 선명하게 그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우리 또한 하나의 청춘을 나아가고, 나아갔기에. 그 그리움과 아픔을 공감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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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농담은 기쁨과 슬픔을 품은 것
그러나, 청춘은 결코 아픔과 슬픔 같은 불안한 감정들만 있지 않다. 유쾌함과 경쾌함 같은 것들 또한 청춘이다. 그런 의미에서 고선경 시인의 시집인 <샤워젤과 소다수> 역시 청춘의 우울만을 강조하지 않는다.
그녀의 시는 앞에서 계속 언급했듯, 쉽지 않다. '새로운 혼잣말을 하고 싶다'{<토마토 젤리> 50~51p}던가, 몬스터에게 '너는 엄마가 있냐?" {<몬스터의 유품> 128~129p}라고 묻는 농담 같은 표현들이 자주 등장한다. 이는 언뜻 보면, 말장난 같아 보이면서도 청춘의 불안함을 표현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를 그냥 말장난으로 생각해 보자. 시 속 화자는 매우 통통 튀는 상태이다. 기분 또한 매우 좋은 상태일 것이다.
하지만, 그 문체와 반대로 화자가 처한 상황은 <알프스산맥에 중국집 처리기>의 화자처럼 '실직 위기'거나 <일요일 오전의 짜파게티>의 화자처럼 이별을 받아들이는 순간들이다. 절대 밝지 않는 상황에서 화자들은 웃음을 만들라고 한다. 실없는 말장난 같은 농담으로 그들의 감정을 포장한다.
이는 곧 밝음으로 가려진 우울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이를 반대로 생각해 보면, 우리가 생각하는 우울 속에서도 밝음이 있다는 뜻이다. 나의 경험에 이를 빗대어 보면, 고등학교 자퇴라는 우울감이 몰려왔을 때, 진정한 친구와 진정한 스승을 찾을 수 있게 되었던 것을 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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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청춘의 역설을 품는 여름의 시
그런 내 경험처럼, 서로 다를 것 같은 감정들이 결국 한 사람의 한 시절 기억으로 뭉친다. 이를 고선경은 '향기로운 헛것'이라고 이야기한다. 결국 이는 과거의 잔 감정들은 향기롭다 하면서도, 한 종류의 감정과 기억만 있는 것을 헛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따라서 고선경의 <샤워젤과 소다수>는 청춘의 역설을 포착하여 시적 감각으로 상처를 감싸는 시집이자, 우리의 한 시절을 품는 향기로운 보호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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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희찬
- 2025-08-05
변명이라는 단어를 보면, 많은 생각이 든다. 약속 시간을 지키지 않는 친구나, 위험한 행동을 하는 동생을 보면 훈수라고 불리는 잔소리를 하는 경우가 있다. 그럼 ,그들은 뭐 때문에 늦었다고, 뭐 때문에 이것을 했다고 변명한다. 나 역시 변명을 하는 사람 중 한 명이다. 그렇기에 나는 위 단어를 좋아하지 않는다. 특히, 명백한 잘못을 한 상황에서 변명하는 사람을 싫었다. 또한 위 생각은 나에게도 적용이 되었다.그러나, 변명이 나오는 상황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일 경우가 많았다. 내 경험으로 이야기하면, 작년에 담임 선생님께서 "희찬이가 학교에 남아 있으면, 좋은데 기침 때문에 다른 아이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어. 선생님은 네 담임이기도 하지만, 다른 친구들의 담임이기도 하니까."라는 변명으로 내게 자퇴를 권했던 지난여름과 같은 상황이 있다. 처음에는 그의 행위가 이해되지 않았다. 역으로 화가 나고, 억울했다. 한 사람만 마음 편하게 지자고 하는 말인 것 같았다. 그렇기에 변명이라는 행위 자체를 좋게 볼 수 없었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나아가던 중 조성래의 을 선물 받았다. 이렇게 나에게 온 그의 작품은 변명 덩어리였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위 작품에서 말하는 변명은 밉지 않았다. 역으로 그의 말에 동요되었다.안개를 걷으려고칼을 휘두르며{시인의 말}시집을 열면 제일 먼저 보이는 말이 있다. 시인이 위 시들로 이야기하고 싶은 것. 즉 시인의 말이다. 그러나 위 시집의 시인의 말은 안개를 벗기 위해 칼을 휘두른다는 조금은 날이 선 문장이다. 안개를 걷기 위해 칼을 휘두르는 시인은, 안개 속을 걷는 존재처럼, 춥고 무서울 것이다. 그럼에도 안개를 걷기 위해, 칼을 휘두른다는 표현은 위 추위에서 벗어나기 위한 수단으로 읽힌다. 따라서, 위 시집은 시인이 자신에 고통을 잊게 하려고 쓴 시들이라는 것을 어림잡을 수 있었다. 그러나 뒤에 나오는 차례를 보면 위 시집은 단순한 사회적 고통이 아닌, 시인이 살아오면서 느꼈을 고통에 하여 이야기 하고 있다.위 시집의 챕터는 총 여섯 챕터로 이루어져 있다. 1부인 부터 2.3.4부인 , 5부인 와 6부인 까지로 구성되어 있다. 이를 보면 하나의 질문이 생긴다. 왜 하필 6일까? 서양에서 6은 죽음을 뜻하기도 한다. 그렇기에 그의 시집 은 시인의 삶에서 지금까지 느끼고 있는 것. 특히 죽음과 관련된 무언가를 이야기하는 것을 암시 시켜준다.무엇이든 용서할 수 있을 것처럼흰 것들이희구나언젠가부턴가착한 사람을 만나면미안할 일이 닥쳐올 것만 같은하얀 구름하얀 파도아무런 악의도 미움도 없었는데심지어 사랑도 없었는데한 사람이 자신의 시신을 끌고해안선을 따라가네:전문위 시는 시집을 열고 처음으로 만나게 되는 시이다. 제1부의 제목이자, 1부의 첫 글의 제목인 위 시는 무엇을 전달하고 있을까? 아마도, 처음 나오는 시이니, 시인이 하고픈 말이 가장 많을 것이다. 일단 의 화자는 착한 사람을 보면 미안할 일이 닥쳐올 것 같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를 뒤 따르듯 하늘 위의 구름도, 바다 위의 파도도 전부 흰색이다. 시인은 흰 것을 순수의
- 송희찬
- 2025-07-31
저번까지 읽은 이후로 이어보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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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누리집은 대한민국 공식 전자정부 누리집입니다.
참, 기분이 묘하네요^^; 여름이 지난 가을에 여름 시집 관련 글을 올리다니^^; 사실 위 감상.비평은 작년 글틴 리딩클럽 <샤워젤과 소다수> 추천사를 제대로 쓰지 못했던 것을 이번에 풀어서 글을 썼어요.^^ (리딩클럽 북토크가 끝난 작년 9월 10월에 올리려고 했지만, 그 당시 감정 때문에 못 올렸고, 올해 올리려니 고선경 前멘토님께서 멘토님으로 오셨고해서, 이제야 다시 쓰고 올리네요^^; 아, 그리고 최백규 前멘토님의 신간 좋아요. 추천합니다. ㅎㅎ 전 멘토님의 시집을 감상.비평 하거나, 언급을 하는 것은 늘 부담스럽고 떨리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