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황하는 청춘에게 전하는 이야기-내 심장을 쏴라를 읽고
- 작성자 서벽
- 작성일 2025-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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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정의 내 심장을 쏴라는 2009년 제5회 세계 문학상 수상작으로, 수리희망병원을 배경으로 삶의 운명에 맞서 자신만의 자유를 찾아가는 두 청춘의 이야기이다. 조현병으로 강제 입원한 이수명과 탈출을 갈망하는 류승민. 둘은 너무나 극과 극의 성격을 가지지만 점차 비밀을 터놓으며 서로의 삶을 향해 길을 찾아가게 된다.
‘시간이 없어. 그래서 미치겠어.’
탈출 시도에서 실패한 승민은 과거를 회상하며 어디론가 가야 한다는 욕망에 휩싸인다. 자유롭던 패러글라이딩. 광활한 안나푸르나. 그는 유산 상속 다툼에 휩쓸려 잃게 된 자유를 되찾고자 한다. 비록 약물 투약으로 인해 시력이 악화되어 갈지라도. 운명의 억압에서 벗어나려는 승민의 이러한 발버둥은 수명에게 숨기만 하던 자신을 마주할 용기를 준다.
‘와, 다 와. 날 죽여보라고, 자식들아!’
눈이 모두 먼 것처럼 연기하던 승민은 수명과 함께 보트장으로 뛰어들어 짜릿한 추격전을 벌인다. 승민은 차가운 안개비에 사방이 보이지 않아도 멈추지 않는다. 되려 휘청거리는 보트 위에서 그는 소리친다. 이제껏 참아왔던 모든 욕망을 토해내듯이. 혹은 다신 없을 자유를 만끽해 보듯이. 자신을 조준하고 있는 세상의 총구들을 향해 내 심장을 쏘라고, 그래야만 나를 가둘 수 있을 것이라고. 하루하루 없어져 가는 희망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달리는 승민의 모습은 다가올 미래에 불안해하는 청춘에게 깊은 울림을 선사하며 결말로 이끈다.
‘이제 빼앗기지 마. 네 시간은 네 거야.’
수많은 실패와 도전 끝에 활공장에 도착한 승민은 수명에게 마지막 말을 전한다. 병의 진실을 마주한 그에게 이제 더는 목소리에 흔들리지 말라고. 아프고 쓰라린 과거가 있을지라도 앞으로 다가올 삶을 향해 나아가라고. 곁에 있는 수명에게 제 시계를 넘겨준 그는 드디어 부조리한 세상에 있는 힘껏 발버둥을 치며 꿈을 이룬다.
‘제게도 활공장이 필요했습니다.’
모든 이야기가 끝난 후 수명은 정신 보건 심판위원회에서 승민과의 이야기를 털어놓으며 말한다. 자신도 이제 세상을 향해 날아오를 준비가 되었다고. 이로써 퇴원을 선고받은 그는 승민의 말처럼 병원 밖으로 나가 세상을 마주한다. 수명은 멀어진 세상을 두려워하며 걸음을 멈추지만 그것도 잠시일 뿐. 그는 승민이 건넨 시계를 움켜쥔 채 총구를 들이대는 세상을 향해 자신의 과녁을 들이댄다. 그리고 소리친다.
‘컴 온, 렛츠 트위스트 어게인.’
수리희망병원에서 승민이 자유를 외치며 부르던 그 노래를. 자신을 죄어오던 운명을 거슬러, 자신의 인생을 상대하기로 결심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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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단순하면서도 힘 있는 서사 전개와 생생한 장면 묘사로, 책을 덮는 독자에게 알 수 없는 벅참과 씁쓸함을 남긴다. 그렇기에 나는 그 감정을 온전히 이해하고 나서야 이 글을 쓸 수 있었다.
이 책은 방황하는 청춘에게 짜릿하고 웃음 가득한 이야기로 삶을 살아가는 방법을 말하고 있다. 다만 헤매고 주저앉는 나날들이 있더라도 한 발을 내놓아 보라고. 더 이상 스스로와 세상을 두려워하지 말고 질주해 보라고. 그러니 나는 승민의 내 심장을 쏘라는 말은 끝없는 절망의 세상 속에서 소리치는 그 무엇보다도 찬란한 단말마였다고 생각한다. 다만 돌아보지 않고, 더는 주저하지 않으면서. 스모키 산맥을 정복하던 그때처럼 활짝 가슴을 내보인 채로.
‘숨는 놈 말고, 견디는 놈 말고, 네 인생을 상대하는 놈. 있기는 하냐?’
또한 마지막 비행을 준비하며 승민이 한 말은 주저앉아 있던 수명을 일으킬 뿐만 아니라 무력하게 정해진 길을 따라 살아가는 청춘에게 존재에 대한 날카로운 물음을 던진다. 이러한 일침으로써 우리는 비로소 알 수 있다. 살아간다는 것은 스스로를 겨누는 일이자 운명을 뚫고 자신에게 다다르는 여정이라는 것을. 결국 이 문장이야말로 이 책이 전하고자 한 삶의 본질이 아닐까.
‘나는 바란다. 어디에 닿을지, 다다른 곳에 무엇이 있을지 스스로 두려워하지 않기를. 뒤돌아보지 않기를. 한 발, 한 발 갈 수 있기를.’ - 작가의 말
나는 몇 달 전 학교를 그만두었다.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나는 더 이상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부정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니 이제는 오지 않은 시간에 청춘을 바치지도 무력하게 머물러 있지도 않으려 한다. 유치하고 어리석다 해도 상관없다. 나는 이미 한 발을 내디뎠으니, 이제 힘껏 질주할 차례다.
“Come on, let’s twist again.”
승민과 수명처럼, 내 심장을 세상에 조준하면서.
chubby checker-Let's Twist Ag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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