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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을 감싸는 사랑을 품는 정-영화 <어쩌면 해피엔딩 >을 중심으로

  • 작성자 송희찬
  • 작성일 2025-11-20
  • 조회수 299

1:사랑을 말하는 시-진은영 <청혼>, 이병률 <언젠가는 알게 될 모든 것들>

사람들은 사랑을 오해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사랑을 심하게 구부러뜨리거나 질투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요

나는 사랑을 사랑하기 시작했고

개인적입니다


{중략}


꽃을 떨어트린 줄기가 땅을 파고들어 열매를 맺는 것이 땅콩입니다

그것을 줄기로 치느냐 뿌리로 치느냐 관점의 차이는 있습니다

사랑은 계속해서 내 앞에서 헷갈려 하지만요


사랑이 약속 장소에 나오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난 사랑을 사랑하는 것이고

사랑은 이성적으로 나를 오해하기 때문입니다


{중략}


사랑을 감각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이번 생의 암호를 풀 수 없을 텐데

어떻게 이러고 삽니까


사랑이 후방에라도 있는 겁니까

ㅡ 이병률 <언젠가는 알게 될 모든 것들>中


나는 오래된 거리처럼 너를 사랑하고

별들은 별들처럼 웅성거리고


여름에는 작은 은색 드럼을 치는 것처럼

네 손바닥을 두드리는 비를 줄게

과거에게 그랬듯 미래에게도 아첨하지 않을게


어린 시절 순결한 비누 거품 속에서 

우리가 했던 맹세들을 찾아


{중략}


나는 인류가 아닌 단 한 여자를 위해

쓴잔을 죄다 마시겠지

슬픔이 나의 물컵에 담겨 있다 투명 유리 조각처럼

ㅡ 진은영 <청혼>中


'사랑'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시집을 제일 먼저 떠올리곤 한다. 나 같은 경우, 진은영 시인의 시집 <나는 오래된 거리처럼 너를 사랑하고>와 이병률 시인의 <누군가를 이토록 사랑한 적>이 제일 먼저 떠오른다. 특히 진은영 시인의 시집에 수록되어 있는 <청혼>과 이병률 시인의 작품 속에 있는 <언젠가는 알게 될 모든 것들>은 '사랑'의 이미지와 그와 관련된 진술들을 하고 있다. 그러나 두 작품에서 말하는 사랑의 특징은 비슷하다. 바로, 다채로운 색감, 양면성이 있는 존재.

이병률 시인의 시에서는 '사랑'을 땅콩으로 비유한다. 그는 땅콩의 생물학적 관점에서 이를 발견한다.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부르고 행동하는지에 따라 변화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한쪽을 보면 기쁨이지만, 다른 면을 보면 슬픔이자 아픔이라고 이야기한다. 이는 추상어인 '사랑'의 양면성이다. 

또한 그의 시뿐 아니라, 진은영 시인의 시에서도 '사랑'의 양면성이 드러난다. 그녀는 청자를 '오래된 거리처럼 사랑'하고 있으며 이를 응원하듯 '별들은 별들처럼 웅성거린다'고 한다고 첫 연에서 말한다. 그러면서 마지막에는 '슬픔이 나의 물컵에 담겨 있다'라고 화자는 이야기한다. 그러나, 여기서 담겨 있는 슬픔은 자신의 슬픔만이 아니다. 마지막 연 앞에 두 행에서 화자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나는 인류가 아닌 단 한 여자를 위해 쓴잔을 죄다 마시겠지"라고. 이 말처럼 화자는 고백하는 타자를 위해, 타자도 고백하는 화자를 위해 그들의 슬픔을 함께 나눈다. 즉 사랑은 아픔을 이해하고 함께할 수 있는 것. 아픔조차도 털어놓을 수 있어야 한다고 시에서는 이야기한다. 이는 즉 자신의 아픔을 나누어야 기쁨과 화해가 된다는 사랑의 양면성을 다시 한번 더 비추고 있다.

2:사랑을 말하는 뮤지컬 영화 <어쩌면 해피엔딩>

이와 같이 사랑의 양면성을 보여주면서, 사랑의 구성 중 '정'을 보여주는 뮤지컬 영화가 있다. 바로, 2025년도 토니상 수상작인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의 영화 버전이다.


ㅡ 2-1: 인간에게 받은 행복과 상처 같은 사랑


영화는 뮤지컬 원작처럼 버려진 헬퍼봇 올리버와 클레어의 로맨스 성장 이야기다. 영화의 시작은 제임스에게 버려진 로봇 올리버의 일상으로부터 시작된다. 그는 매일 같은 가수의 음악을 듣고, 식물에게 물을 주며, 매일 오는 택배를 받는다. 이는 그의 루틴이고 학습된 내용이었으며, 그의 세상이었다. 그러던 그의 세상에 클레어라는 6 버전의 헬퍼봇이 찾아오게 된다. 그녀가 찾아온 이유는 배터리 충전. 클레어의 버전인 헬퍼봇 6은 내구성이 약하고, 배터리 충전이 잘되지 않는 버전이라 나온다. 그녀와 반대되게 헬퍼봇 5버전인 올리버는 단단한 내구와 배터리로 알려진 버전이라고 설명이 나온다.

  배터리는 로봇에게는 주식이며, 내구성 역시 본인의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클레어는 올리버보다 더 약한 존재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를 토대로 클레어의 시점으로 이 장면을 보면, 그녀는 자신의 약점을 올리버에게 공유한 것이다. 물론 생존을 위한 어쩔 수 없던 선택이었다. 하지만, 인간을 부정적으로만 바라보던 그녀가 다른 이에게 용기 내어 도움을 요청한 점으로, 인간을 긍정적으로만 바라보던, 올리버에게 세상 밖으로 나가게 해주는 한 걸음이 되었다. 그렇게 만난 그들은 제임스와 반딧불을 찾기 위한 여행을 떠나게 된다.

  ㅡ

여행 초반 올리버는 인간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자주 나타난다. 예를 들어, 모텔 장면이 이를 나타낸다. 올리버는 열심히 일하고 있는 모텔 직원을 보며, '나중에 그를 도와줘야겠어.'라는 식으로 클레어에게 이야기한다. 이는 곧 헬퍼봇의 가장 큰 특징인 도움을 주고 싶은 욕망이다. 그러나, 지금 그들이 있는 이 모텔은 로봇 출입이 불가한 곳. 그런 곳에서 로봇인 것을 들킨다면, 그들은 고물상에 팔리거나, 쫓겨나는 등의 불상사가 생긴다. 이는 올리버도 알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의 세상에서 인간은 아직도 '사람은 제임스처럼 좋은 친구다.'라는 식으로 기억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하지만, 그의 세상은 제임스의 가족과 만난 뒤 산산조각이 난다. 그 이유는 제임스는 몇 해 전 죽었고, 그의 가족들은 올리버의 도움을 필요로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올리버는 제임스네 와 만나기 전까지 클레버에게 이런 말을 했다.

"만약, 제임스가 죽었더라도 그의 가족들에게 도움을 줄 거야. 도움이 필요하지 않은 사람은 없으니까."

그런 그의 선언이 무색하게도, 그는 제일 믿고 좋아했던, 주인인 제임스와 그의 가족에게 최종적으로 버려지고 말았다. 그가 믿었던 믿음과 사랑하던 세상이 한순간에 무너졌다. 그런 모습을 표현하기 하듯, 제임스 가족과 헤어지고, 클레어랑 이야기하는 장면은 어둠만 담고 있다. 아주 어두운 밤을.


그러나, 무너진 그와 반대로 클레어는 인간에 대한 애정을 느끼게 된다. 그녀는 주인에게 버려진 기억이 강하게 남아있는 로봇이다. 그녀가 버려지는 과정은, 올리버보다 더 비참했었다. 그녀는 주인을 돕기 위해, 강도를 저질렀다. 그렇기에 클레어는 경찰들에게 테이저건을 맞은 뒤, 고물이 버려진 곳. 마치 쓰레기장으로 묘사된 공간에 둬지게 되는 식으로 버려졌었다. 그랬던, 로봇이기에 인간들을 보는 태도가 작은 자신의 세상에만 있었던, 올리버와 달랐다. 그녀는 냉소적이었고, 인간을 두려워했다.

그랬던, 그녀가 올리버를 만나고, '사랑'이라고 불리는 감정. 어찌 보면, 그의 일부인 '정'을 다시금 느끼게 된다. 결국 그들의 생존에 필요한 배터리 같은 존재를 다시 가지고 배우게 된다. 그런 올리버이기에, 그에게 상처를 주고 싶지 않아서, 클레어는 그에게 이런 말을 한다.

"올리버, 그들이 널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어. 근데, 난 네가 필요해."

결국 올리버는 상처받았지만, 클레어는 그가 가지고 온, 제임스의 유품에 관심을 가졌다. 

그 이유는 인간이 우리에게 무엇인가를 남긴 거 처음 본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그녀의 세상에서 인간은 상처만 준 존재가 아니라, 우리를 사랑하는 존재로 받아들이게 된다.


제임스네 집에서 나온 뒤, 그들은 근미래에 멸종한 반딧불이를 보러 생태 연구소로 갔다. 카메라에 잡히는 반딧불들은 스스로 빛을 내며, 생태 연구소를 돌아다녔다. 그런 모습을 학습했던, 클레어로서 반딧불은 '스스로 빛을 낸다'라고 정의했다. 하지만, 반딧불은 타인에게 스스로 빛을 보여주지 못한다. 어둡고 깜깜해야만 빛을 보여줄 수 있다. 이는 그들의 사랑과 매우 유사하다. 상처받은 마음이나, 너무 긍정적인 사랑만 있을 때는 빛이나, 어둠이 스스로 돋보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반딧불을 그들이 처음 본 시점. 그들은 사랑의 양가성을 보고 배웠기 때문에 이들의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있었다.

 마치 이병률의 시에서 나온 이 구절처럼

"사랑을 감각하지 않으면, 우리는 이번 생의 암호를 풀 수 없을 텐데"


즉 둘은 이 여정을 통해 서로 몰랐던 사실을 직면할 수 있게 되었다. 그 사실이 상처로 가득한 진실적인 사랑이든, 상처가 감싸고 있었던, 진실한 점이든. 서로 다른 생각을 가졌던 둘의 정서가 섞이고, 그들의 사랑으로 변화하는 순간. 그들의 내면은 한 걸음 성숙하게 되었다. 

이는 진은영의 <청혼>에서 나온 투명 유리잔 속 담긴 슬픔과 닮았다. 잘 보이지는 않지만, 확실히 존재하는 사랑과 아픔이라는 점에서.


 2-2: 로봇의 사랑, 기억의 이별.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서로를 사랑하고


영화의 후반부에는 이번 여정으로 다져진 그들의 로맨스를 그리고 있다. 서로의 상처와 그로 얻은 깨달음을 알기에, 그들의 사랑은 빈 곳을 메어주고, 깨달음을 채워주는 여정이 되었다. 로봇이기에 인간과 같은 사랑을 나눌 수는 없었다. 그렇지만, 그들은 그간 학습해 온 인간을 통해 '사랑'이라는 것을 시작했다. 평범한 인간들처럼. 질투와 다툼 그리고 키스 등의 행동을 했다. 하지만 그들은 인간이 아니고, '사랑'을 생성할 수 없게 프로그래밍이 되어 있기에 그들의 행동은 보통의 인간과 달랐다.

그러나, 그들은 '사랑'을 했다. 타인의 무릎에 누워 있는 것과 함께하는 순간을 고마워하는 것 등 인간과 비슷한 부분으로 비슷하게 행동하려고 노력하며 지냈다. 다만 진은영 시인의 화자처럼 '아첨하지'는 않았다.


그렇게 좋은 관계로만 지냈던, 그들이었다. 하지만, 그런 존재였기에 이별의 순간은 금방 찾아왔다. 초반에 나왔던, 클레어의 배터리 고장과 클레어의 기종이 다른 기종에 비하여, 내구성이 좋지 않았다는 설명이 이를 암시하듯, 그들의 이별은 클레어의 고장으로부터 시작되었다.

그녀의 고장을 알아버린, 올리버는 클레어를 살리기 위해 고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그들은 버려진 존재. 고칠 수 있는 부품도 모두 단종된 상태다. 이를 아는 클레어는 올리버에게 자신을 고치려고 하지 않는다. 결국 그들은 서로가 고통스러워하지 않게, 함께 했던 기억을 지우려고 했다.

하지만, 클리버는 올리버에게 자신의 기억을 지워달라고 말하면서도 이는 기억해 달라고 했다. 

"화분은 햇볕에 너무 오래 두지 마."라든지, "밤에 외출할 땐, 노란 비옷 꼭 안 입어도" 된다는 등, 그녀가 없어진 삶에서도 올리버가 잘 살 수 있을 방법에 대하여 이야기한다. 

그런 그녀의 말에 그는 자신과 했던 아름다운 추억을 잊지 말아 달라고 이야기한다.

  그렇게 하게 되면, 그들은 아무 변화 없이 아픔을 짊어지고 살아야 한다. 이를 누구보다 잘 아는 두 로봇이기에 그들은 결국 이렇게 말한다.

"그건 지워야만 해. 그건 버려야만 해. 그건 잊어야만 해"

그렇게 결국 그들은 서로의 기억을 지우는 것 같은 묘사가 나온다.


하지만, 영화의 마지막은 앞에 묘사와 다르게 묘사된다. 기억을 잊은 클레어가 이웃인 올리버에게 찾아와 처음처럼 "저, 충전 좀 해도 될까요?"라는 식으로 처음과 수미상관을 만든다. 

그러나, 올리버는 처음과 달리, 모든 것을 기억하는 존재처럼 그려진다. 초반에 클레어를 거부했던, 모습과 달리, 그녀를 집으로 쉽게 드렸다. 또한 자신을 본 적이 있냐는 클레어의 물음에 그는 슬픈 눈과 기쁜 미소로 화답하며 영화는 끝이 난다.

이런 정황과 묘사로 봤을 때, 올리버는 클레어의 기억을 지우지 않았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영화는 사랑이 이병률 시인이 말하는 것처럼 '사랑은 이성적으로 나를 오해하'는 것이라 말하고 싶은 것이 아니었을까?

3:사랑의 기본 단위 정

이처럼 사랑은 양면성을 가진다. 상처를 주기도 하고, 가르침을 주기도 하고, 행복과 기쁨을 나눠주기도 한다. 진은영의 시의 별들처럼 '웅성거리고' 이병률의 시처럼 '사랑은 오해하는 것'이며 '풀어내야 할 암호' 같은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많은 사랑을 나누고 배운다. 동물도, 사람도 그리고 로봇도 그렇다.

그런 감정들이 학습되고 쌓인 게 '사랑'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런 사랑이 남기고 간 상처와 기쁨은 '정'이라고도 정의한다. 즉 사랑과 정은 같은 존재이며 양면성으로 강한 잔향을 남긴다. 마치 부모의 가르침처럼 사랑과 아픔을 동시에 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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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송희찬
  • 2025-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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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송희찬

    글에서도 언급했듯 본문에 나온 <어쩌면 해피엔딩>은 뮤지컬이 아닌, 올해 개봉한 뮤지컬을 토대로 한 영화라는 점 다시 알립니다.(물론, 뮤지컬과 전체적인 내용은 같지만, 디테일한 부분은 영화와 뮤지컬과 살짝 다릅니다.)

    • 2025-11-21 07:52:10
    송희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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