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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혈의 딱지는 사랑으로 굳어지곤 했다.

  • 작성자 선 혁
  • 작성일 2026-01-08
  • 조회수 150

[체인소맨 : 레제편] 감상평


애니메이션을 막 좋아하거나 즐겨보는 편은 아니지만 이 <체인소 맨>이라는 작품 만큼은 원작을 찾아볼 정도로 좋아하는지라 지금 상당히 떨립니다. 길어도 읽어주세용~ 헤헤


2025년 9월 26일 한국을 강타한 이 애니메이션 영화는 대중들을 충격으로 휩싸이기엔 충분했습니다. 흥행으로만 놓고 보면평점은 각각 네이버에서 9.27점, 롯데시네마/메가박스 9.5점으로 애니메이션 영화& 99분이라는 짧은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도ㅡ요즘 영화들을 생각하면 더욱이ㅡ높은 평점이며, 주제곡인 <Iris out>은 J팝 멜론차트 신기록을 달성, 실시간 차트 최고기록을 달성하며 작품을 제외한 음악적으로도 큰 성과를 이루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영화의 인기 그 진가는 대중매체에서 익히 우리가 찾아볼 수 있다. 개봉한지 꽤 됐음에도 우리 주위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고요. 이렇게까지 흥행한 일본 애니메이션 [체인소맨 : 레제편]은 왜 이렇게까지 우리를 열광시키기에 충분했는가? 여러 전문가들이나 어려운 해석 싹 빼놓고 오로지 청소년인 제가 본 시점으로서 얘기해봅시다.


먼저 탄탄한 스토리 구성이 있겠습니다.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주제와 그림체ㅡ잔인해유ㅡ이기도 하고, 원작을 보지 않았으면 이해하기 힘든 부분들도 꽤 있음에도 이들을 일일히 설명하지 않고 작 중에서 표현하려는 그 자연스러움이 저에게는 잘 와닿았습니다. 원작을 보지 않고 이 영화만을 보더라도 충분히 흥미와 여운을 남길 수 있을 정도의 빠른 스토리 구성과 진행, 주인공의 감정묘사나 서브 스토리까지, 그리고 정말 시선을 돌리지 못하게 할 만큼 짜임새가 있었습니다.

이는 영화를 접한 모든 관객들을 위한 배려이자 작품성을 한층 더 끌어올리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영화를 본 많은 사람들은 “음악이 훌륭하다” “전투씬이 인상적이다” “레제 예쁘다” 등등 각각 다양한 평이 나오지만, 저는 무엇보다 ‘연출’ 부분에서 아주아주 훌륭한 영화라고 생각했습니다.

원작….아니, 이 영화만 보셔도 알겠지만 [체인소 맨]이라는 영화 자체가 매우 난잡하고 난해한 부분이 있습니다. 정리되지 않은 느낌이랄까? 그런게 잘 느껴지고 매력이지만, 오히려 이걸 잘 연출하고 녹여내지 못한다면 시끄럽고 시청자들의 집중을 흐리는 역효과를 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이 영화를 보고 다른 애니메이션들과 격을 둔 것은, 이 모든 리스크들을 감당하고 오히려 ‘화려하다’ 고 생각할만큼 카메라의 구도나 긴장감을 몰입시키고, 관객들을 조용히 시키는 그런 연출들이 정말….이루 말할 수 없이 좋았습니다. 먼저, ‘빛’을 정말 잘 사용하는 것 같습니다.

반짝반짝 이런 빛이 아니라, 스크린 너머 관객들에게 전해지는 시각효과들, 번쩍이고, 몽환적이고, 관객들이 장면 하나하나를 훑어보게끔 하는 그 치밀한 빛의 사용이 너무 인상깊었고, 인물들의 묘사 역시 매우 뛰어났습니다. 다른 애니메이션ㅡ특히 귀멸의 칼날ㅡ과는 다르게 내면 묘사를 줄이고, 인물들의 대사나 표정, 어조에서 드러나게끔 하는 내부적인 연출조차 저는 너무 인상이 깊었습니다.


인물, 그래요 인물 나온김에 인물 감상도 해봅시다.

주인공 ‘덴지’는 고자입니다. 어…그 고자도 맞긴 한데, 청소년이지만 빚에 얹혀 살고, 어릴적부터 그를 이끌어줄 부모나 보호자가 없었기에 매우 본능적이고, 이에 따라 학교도 다니지 못했습니다.

16살ㅡ나랑 동갑ㅡ이지만 보면 볼수록 아주 단순하고, 그만큼 충동적인 부분들이 있습니다.

여주인공 ‘레제’는 초반에 등장할때는 평범하게 덴지를 마주친 동갑 여학생같지만, 이는 사실 모두 조작된 연기였고 본모습은 덴지를 암살하러 온 소련의 공작원이죠.ㅡ왜 소련이냐 하시는데, 이 애니메이션 세계관에서는 2차 전쟁이 일어나지 않아 러시아라는 게 없습니다. 아직 소련임ㅡ 태어날 때부터 임무만을 위해 교육받은 병기로서, 덴지처럼 학교를 다니지 못했고 기본적인 교육을 받지 못했습니다. 더 많은 인물이 작중에 나오지만, 오늘은 이 두명만 제대로 심층감상 해봅시다.


덴지는 임자가 있습니다. 마키마라고 원래부터 덴지를 소유하고, 지옥같은 환경에서 구해주고 실질적인 어머니 역할을 해주는 인물이 나옵니다. 당연하게도 어리고 단순한 우리 덴지는 마키마를 사랑해요. 정신적인 지주로서 자신을 맡깁니다. 하지만 그 감정도 잠시, 비가 오는 날 공중전화 부스에서 우연히 들어온 여성 레제에게 혹하여 그녀의 말을 따라 카페를 가고, 이 카페에서 적지 않은 시간들을 둘이 보내면서 아직 청소년인 덴지는 마음의 갈피를 잡지 못합니다.

정신적, 심리적 기둥으로서 자신을 보살펴준 마키마, 같은 나이와 많은 공통점으로서 ‘현재’ 자신과 시간을 보내주는 레제 사이에서 사랑을 두고 내적으로 갈등이 생깁니다.


덴지는 잠시 뒤로 하고, 우리는 레제와 덴지가 시간을 보내며 주된 장소가 되는 “학교”에 주목해보아야 합니다. 앞서 말했듯 덴지는 학교를 다니지 못했어요. 카페에서 우연히 그 얘기가 나왔고 레제는 ‘야밤에 둘이 학교 가지 않을래?’ 라고 합니다, 이내 둘은 밤에 만나 학교에서 행복한 시간들을 보냅니다. 덴지는 이때까지만 해도 그녀가 암살자인 줄 몰랐을테고, 레제도 이를 밝히지 않고 즐거운 데이트를 보냅니다. 우리 잠시 학교라는 장소를 봅시다. 레제는 학교를 다니지 못했지만 이 장소에서 덴지를 가르쳐주고 마치 자신은 와본 것처럼 주도하고 행동합니다.

레제는 왜 덴지를 죽이지 않았을까요? 저는 그녀가 내심 덴지를 좋아했던 것도 있지만, 같은 미숙한 청소년으로서 발걸음을 맞춰보고싶지 않았나 싶습니다. 여기서 레제는 방심한 그를 죽이고 특파원으로서 임무를 완수할 수 있었지만, 이를 인지하고 있음에도 애써 억누릅니다. 이는 그녀가 ‘임무를 부여받은 살인병기’ 가 아니라 잠들어있던 사랑의 감정이 싹을 틔웠음을 엿볼 수 있습니다.

이는 덴지도 마찬가지예요, 소년이지만 궂은 일과 많은 살인ㅡ동료의 죽음ㅡ을 보며 피폐해지고 정신적으로 많이 방황할 즈음에, 레제라는 여성은 한줄기 빛과 같았을 것입니다. 같은 16살로서 몰랐던 것을 그녀와 발걸음을 맞추며 알아가고, 서로를 바라보는 과정에서 덴지는 그녀처럼 여태 느끼지 못했던 것들을, 속에 품어두었던 피할 수 없는 그 푸르름을 느끼지는 않았을까요?

둘은 학교를 떠나기 전 수영장을 갑니다. 여기서 레제는 너 물 못들어오냐며 먼저 옷을 벗습니다.ㅡ진짜 다 벗어요ㅡ 그냥 보고 코피 흘리며 넘어갈수도 있겠지만, 저는 레제가 간접적으로나마 그녀의 본 모습과 감추지 않고 먼저 그를 받아들이려는 마음을 보았습니다.

이에 따라 덴지도 빨개벗고 둘이 잘 놀아요. 덴지도 그녀에게 마음의 문을 열었다고 받아들였습니다.


둘은 학교를 벗어나 불꽃놀이 축제로 갑니다. 불빛 사이로 푸릇푸릇한 서로를 바라보면서 시간을 보내고는, 산에 올라가 이 영화의 주되는 대사를 덴지에게 말합니다. 

“나랑 도망치지 않을래?” 

저는 이 대사를 보고 꽤나 충격을 받았어요. 그녀가 소련의 일원으로서 임무를 두고, 자신의 정체성을 버리면서까지 그와 함께하고 싶었다는 걸 직접적으로 말한 것이기 때문이예요. 그녀는 그 말을 하고 후회하지 않았을 것 같아요. 임무<덴지 라고 속으로 생각했나보죠, 도망치자고 먼저 용기를 내줬건만 우리 덴지는 그 진심을 몰라줘요. 어버버대다가 둘은 이내 입을 맞춥니다. 근데 전 여기서 충격을 넘어 육성으로 소리를 질렀어요. 감동의 비명이 아니라 레제가 덴지의 혀를 깨물어 잘라버렸거든요, 아프겠다아……


이후 상황들은 전투신으로 넘어갑니다. 레제도 일 못하면 죽으니까 정신 차렸나봐요? 덴지가 소속된 공안과 덴지 본인과 레제가 격렬하게 싸우며 데이트의 연장선을 이어나갑니다.

저는 이 모습이 화려해 멋있으면서도, 사랑싸움이 아닐까 생각해보았습니다. 이건 작가도 노린게 아닌가 싶어요. 둘이 건네는 말들 보면 달콤살벌합니다. 서로를 증오하지 않고, 어쩔 수 없이 싸우는 느낌이 들어요. 둘은 한 도시를 작살내면서 서로 피를 튀기며 두번 없을 사랑을 나눕니다.

이제 영화는 절정으로 향해 나아갑니다. 싸우다가 이대로는 안되겠는지 덴지는 그녀를 묶고 바다에 던지려는데, 그 닻 역할을 자신으로 대체합니다. 마지막으로 둘은 포옹을 나누고 바다에 잠겨 익사…..

하진 않고 어디 해변가로 떠밀려갑니다. 먼저 정신을 차린 레제는 그가 자신의 셔츠를 벗어 그녀를 덮어줬음을 깨닫지만, 상황은 이미 파국으로 치닫았기에, 보고싶으면 카페로 오라는 덴지의 외침을 뒤로 하고 해변을 벗어납니다.

여기서 잠시, 작가는 영화 중 '물' 이라는 요소를 3번 사용했는데, 세번 모두 제가 보기에는 뜻이 있었습니다. 첫번째 물은 덴지와 레제가 비가 내리는 학교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들이닥친 괴한을 레제가 덴지 모르게 죽이면서 본 모습을 드러낸 것 이때 비에 젖은 레제의 어두운 표정이 처음 드러나면서 스파이라는 것까지 간접적으로 드러납니다. 두번째 물은 앞서 말한 수영장, 서로가 서로의 나신을 보며 순수한 모습을 내비친 것, 마지막이 이 서로의 약속을 나누고 헤어진 해변이라고 생각해요. 정말 발단 전개 절정 순으로 잘 짜여지지 않았나요? 저는 이 후지모토 타츠키(원작가)가 의도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물이 나올 때마다 덴지와 레제 서로가 씻겨나가며 드러나는 부분들을 주목할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둘 모두 주어진 환경과 어린나이에도 짊어져야 했던 것들이 영화 중간중간 씻겨나가며 '16살 청소년'의 모습을 드러낸 것이 아닌가 생각해보았습니다.


이후 장면은 갑자기 덴지가 집에서 가방을 싸는 장면이 나옵니다. 보면 가방이 꽤나 두껍고, 돈도 챙기는 걸 볼 수 있죠. 덴지는 정말 그녀와 도망치려고 했나봅니다. 덴지도 평탄한 인생을 보낸 것은 아니거든요. 어린 나이에 악마들을 죽이고…동료들이 죽고….그런 것들에게서 내심 도망치고 싶었나봅니다. 상황은 넘어가 지하철을 기다리는 레제. 레제는 그 지하철을 타지 않고 카페로 달립니다. 여기서 잠시, 저는 연출의 치밀함을 엿보았어요. 그녀가 가는 길이 극초반 덴지에게 카페로 오라 말하고 먼저 카페로 가던 길과 동일했거든요. 같이 카페를 가는 걸음과 골목이지만 더욱 어둡고, 초조하고 불안하다는 것을 그녀의 걸음걸이에서 표현한 것이 수미상관을 좋아하는 관객으로서 더욱 시선을 집중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 골목, 꽃다발을 든 채 그녀를 기다리는 덴지를 5m앞에 두고 그녀가 올 것이라 예상한 마키마에게 살해당합니다. 마키마는 덴지를 ‘사랑’ 이 아니라 지배와 소유함으로서 도망가게 둘 수 없었기 때문이죠. 레제는 피를 흘리며 창문 너머로 자신을 기다리는 덴지를 향해 들리지 않는 고백을 전합니다. 


“나도 사실은 학교를 가본 적이 없어”


덴지는 아직까지도 그녀가 자신을 찾으러 오지 않았다고 믿고있을 겁니다.

카페에서 그 꽃다발을 손에 쥐고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그 해변에서의 약속을 저버렸다고,

자신은 그녀에게 중요하지 않았다고.

떠올리지는 않았을까요?

그녀는 그렇지 않았는데.

약속을 지키려

달려왔는데.


[체인소맨 : 레제편]은 정말 짜임새도 훌륭하고, 원작을 완벽하게 살리면서 음향과 완벽한 성우들을 배치함으로서 그 감정을 최대로 이끌어냈다고 생각합니다. 관객들이 정말 영화에 몰입하게 하고, 감정을 알게 하고, 마지막에는 그 비참함과 슬픔을 나누게하죠. 애니메이션 영화 중에 최근들어 이정도의 감정선을 보여주는 작품이 있었나 돌아볼 정도입니다. 결과적으로 원작을 모르던 관객들을 향한 호기심도 이끌었고, 영화 자체의 흥행도 일본 영화 중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저는 이 영화가 액션 판타지물보다는 청소년 로맨스물에 가깝다고 생각해요. 애초에 그게 메인 스토리이기도 하고, 중간중간 나오는 묘사와 목소리들이 모두 사랑을 향하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이런 영화는 정말 흔치 않았던 것 같아요. 그만큼 메리트가 있고, 어려운 주제를 담고서도 그걸 추진력삼아 한층 더 작품성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화약과 피의 잔향이 짙은 두 미취학아동의 사랑이야기!

[체인소맨 : 레제편] 

저는 정말 강추합니다. 영화가 예뻐요.


여기까지 쓰는데 정확히 1시간 24분 걸렸네요.

영화러닝타임보다 짧은 감상문이라니…

신나서 너무 막 쓴거같기는 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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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1500
  • 선 혁

    많이 난잡한가요...? 감상문은 처음인데, 검토도 안하고 그냥 내버렸네요;;

    • 2026-01-08 17:39:49
    선 혁
    0 /1500
    • @선 혁 글에 애정이 묻어있어서 좋았어요( ・∇・)

      • 2026-01-08 20:01:41
      0 /1500
    • 선 혁

      @율 으헤ㅔㅎ헤 감사합니다 역시 뭘 아시는군요 ㅎ

      • 2026-01-09 00:45:14
      선 혁
      0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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