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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락은 끝이 아니라 변화를 향한 시작이다

  • 작성자 캔디
  • 작성일 2026-05-31
  • 조회수 67

"지푸라기를 잡았다면 그 지푸라기를 의지해 떠오르면 된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이라는 말은 보통 절망적인 상황에 처했을 때 쓰는 말이지만 이 문구는 절망을 희망으로 바꾼다. 지푸라기에 의지해서 다시 일어서면 그만이라는 듯.

나는 손원평 작가의 <아몬드>라는 소설을 읽고 큰 감명을 받았다. 탄탄한 문장력과 청소년인 우리들에게 큰 위로가 되어줄 수 있는 책이었다. 하지만 이번엔 손원평 작가의 후속작 <튜브>에 관해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아몬드>는 청소년의 우정과 사랑이라는 소재로 청소년들의 관심을 끌었다면 <튜브>는 중년 남성의 이야기로 우리가 앞으로 나아갈 세상과 삶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하게 한다. 그렇다면 왜 작가는 중년 남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웠을까? 그것은 아마 이미 세상에 찌들 때로 찌들어버린 중년을 내세우면서 남성적인 어조로 투박하게 세상을 바라보는 인물상을 내세우고 싶었던 게 아닐까?


<튜브>


-프롤로그: 추락

김성곤이 강물에 뛰어들어 자살 시도를 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과연 그가 삶을 포기하고 싶은 이유는 무엇인가. 작가는 왜 첫 장면부터 이렇게 시작했을까? 그건 아마 포기하고 싶은 삶 속의 모습을 가장 시각적으로 나타낸 것이다. 

또한 그는 굳이 왜 투신을 선택했을까? 이는 추락하는 그의 모습으로 바닥까지 떨어져버린 그의 삶을 시각적으로 형상화함으로써 절망의 끝을 보여준다. 그러나 그의 생각과는 다르게 몸은 필사적으로 움직인다. 마치 어떻게 해서라도 살고 싶다는 듯. 하지만 절망의 끝에서도 역설적으로 생의 목소리가 요동치고 있음은 우리에게 삶의 의미를 생각하게 만든다. 여기서 튜브의 의미가 드러난다. 물 속에서 떠오르게 해줄 수 있는 존재로 가라앉아버린 성곤을 떠오르게 할 수 있는 존재로 그려진다. 인간은 결국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늘 줄타기를 하고 있다.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 이 줄타기를 받아들여야 하는가. 

이 책에서 서술자는 이 이야기를 끝이 아닌 시작으로 묘사한다. 죽음이 아닌 변화를 택한 김성곤을 따라가보자. 죽음조차 뜻대로 되지 않던 그의 삶을 들여다보자.


-1부: Back to the Basic

말 그대로 '초심으로 돌아가라'는 뜻이다. 일단 여기까지도 김성곤은 죽음을 바라고 삶을 원망한다. 노숙자를 보며 '안정된 삶'이라 여기는데 이는 차라리 현실에서 벗어나 저들처럼 사는 게 나을 것 같다는, 한마디로 그의 체념을 보여준다. 그런 그가 깨달음을 얻는 순간이 온다. 작지만 확실한 깨달음. 펴진 등. 그건 행복과 젊음, 자신감의 상징이었으며 그때의 자신을 느끼며 이 자세를 따라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이 모든 게 사라져버린 지금, 김성곤의 펴진 등은 그저 스스로를 지탱하기 위한 안간힘의 상징으로 묘사된다. 그러나 일단 해보기로 한다. 몸의 자세를 바꾸면 삶의 자세도 달라질 것이다. 작가는 김성곤을 크게 바꾸지 않는다. 가족의 사랑, 친구와의 우정 이런 게 아니라 그저 단순히 등을 펴는 것이다. 무너진 삶을 다시 세우는 것은 몸을 곧게 세우는 것임을 표현한다. 삶 속에서의 변화는 그리 큰 걸 요구하지 않는다. 튜브란 거창하지 않다. 그저 우리의 마지막 구원이 되어줄 아주 사소한 장치이다. 그렇게 그는 초심으로 돌아간다.

Back to the Basic!


-2부: 영혼의 서랍

여기서는 김성곤이 예전에 함께 일했던 진석이라는 인물을 다시 만남으로써 시작된다. 성곤은 진석을 통해 과거의 본인이 어떤 사람인지 듣기를 원했다. 하지만 진석의 기억 속 성곤은 그다지 좋은 모습이 아니었고 다가가려는 성곤을 진석은 자꾸만 밀어낸다. 좋지 못한 기억을 가진 사람과 가까워지고 싶어 하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이들을 보며 관계는 언제든지 회복될 수 있음을 느꼈다. 그 방식은 우리가 찾아가는 것이며 정답은 없다. 성곤은 꿈을 일깨워주는 법을 택했다. 진석은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었는데 그 음악을 진석에게 들려주었다. 그에게 꿈을 일깨워준 것이다. 

이 부분에서 나는 "포기하지 마. 네 꿈이었잖아."를 속삭여준 부분 같아서 서로의 밴드가 되어 상처를 덮어준다고 느꼈다. 자신만의 제스처로 따라 부르면서 포기했던 꿈을 다시 마주하며 오랜만에 살아 있음을 느꼈다. 드디어 외면했던 꿈에 다가감으로써 진석은 삶의 의미를 발견하게 된 것이다. 둘은 이후에도 다시 만났고 동업하기로 한다. 둘은 서로의 조력자이자 구원자가 된 것이다.

인생에서 짧게 지나갔던 인연들을 당시에는 눈치채지 못할 때가 많다. 하지만 그들 중 누군가는 우리의 인생의 한 축이 되어줄 사람일 수 있다.


-3부: 지푸라기 프로젝트

이 부분은 성곤이 가족과 가까워지는 과정을 담고 있다. 물론 그의 아내 란희는 성곤에게 살갑게 대하지 않지만 성곤은 이전과는 달리 가족에게 다가가려는 모습을 보였다. 조금씩 그가 변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아서 희망적이었다.

"잘됐으면 좋겠네."

란희가 아직 성곤에게 마음이 있고 여전히 그의 앞날이 밝았으면 하는 바람이 담겨있는 구절로서 3부에서 가장 마음이 따뜻해지는 부분이었다.

그들에게는 아영이라는 아이가 하나 있었는데 항상 부모가 싸우는 것을 보며 자란 아이다. 중학교 2학년인데 벌써 삶의 길은 다 정해져 있고 공장의 상품처럼 무슨 라벨이 붙여질지는 정해져 있는데 희망을 품는다는 게 헛된 것이라는 말을 하게 된다. 우리와 비슷한 또래인 아이가 벌써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게 가슴이 무거웠다. 이 글을 읽는 사람들 중에도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이 있을 것이다. 어린 나이인 그들의 언어가 가슴깊이 남았다. 성곤과 진석은 인생을 바꾸기 위한 앱을 만들었다. 김성곤처럼 목표를 정한 이들을 아무 비판 없이 응원해주는, 그리하여 삶의 의미를 더해줄 수 있는 그런 어플. 유튜브에서도 담담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으며 시청자들과 가까워지게 된다. 그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며 서로와 자신의 삶에 대해 한 발짝 다가선 것이다. 

가장 인상깊었던 구절은 '삶의 가장 큰 딜레마는 그것이 진행한다는 것이다.' 나는 이 말이 잔인하면서도 약간의 위안이 되었다. 삶은 결국 흐른다. 매일이 죽을 것 같아도 우리는 또다시 살아간다. 물의 흐름을 막을 수 없듯이 그 위에서 떠다니는 우리의 삶 또한 막을 수 없다. 삶은 흐른다. 좋든 싫든. 그저 되는 대로 최선을 다하며 사는 삶, 그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 이 소설이 우리들에게 남기고 싶었던 위로와 격려가 아닐까?


-4편: 악수

여기서는 박실영이라는 인물이 큰 역할을 한다. 원래 성곤은 실영을 이해할 수 없었지만 대화를 통해 이해하게 된다. 

박실영의 대사 중에 "세상에 던져졌으니 당연하지요. 태어나길 원하지도 않았는데 좁은 배 속에 꼼짝없이 갇혀 있다가 갑자기 발가벗겨진 채로 세상에 던져졌잖아요. 인간은 탄생부터가 외롭고 불안한 거예요. 그러니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무슨 수로 알겠어요."라는 대사가 심금을 울렸다. 

우리 삶을 관통하는 말로써 인생에 정답은 없고 각자가 자신의 길을 만들며 나아가는 것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듯하다. 김성곤도 이 말을 듣고 박실영의 생각을 비로소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이 부분 또한 김성곤이 다른 사람을 이해할 수 있을 만큼 마음을 열고, 이전과는 삶이라는 존재를 다르게 바라본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성곤과 진석은 이전과는 달리 더 이상 삶을 두려워하지 않고 이제는 당당히 고개를 들어 마주할 수 있게 되었다. 

다시 처음 시작했던 오피스텔로 들어간 후, 삶과 동등한 입장에서 악수를 나누기로 한다. 그 후 둘은 각자의 길을 걷게 된다. 그리고 오랜만에 만나서 이전에는 없던 웃음을 지으며 이 소설은 마무리된다. 


-에필로그

당신은 이미 김성곤을 만났을지 모른다. 보다 행복해진 김성곤과 부딪히는 게 그다지 기분이 나쁘지 않다. 당신은 그가 어떤 삶을 겪어서 오늘에 이르렀는지 모른다. 우리는 서로를 기억하지 못하겠지만 그의 등은 곧고 얼굴이 처음과는 꽤 다르다는 것을,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가고 있음은 알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우리 주위에 누군가는 김성곤일지 모른다. 진석일지 모른다. 혹은 당신이 그들과 비슷한 삶을 살아가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 책은 그들에게 희망의 씨앗을 건넨다. 씨앗은 오랜 시간 동안 고된 과정을 거쳐야 결국 아름다운 꽃이 되어 향기를 내뿜는다. 성곤의 변화 역시 오랜 시간 동안 고된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것이다. 이 소설은 당신의 하루가 지금은 흙 속에 파묻혀 있을지라도 결국에는 아름다운 꽃을 피워낼 것임을 느끼게 한다.

캔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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