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계절 앞에서 폭싹 속았수다
- 작성자 송희찬
- 작성일 2025-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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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에 들어가기 전, 본문은 최신 드라마의 스포일러가 있으니, 유의 바랍니다.
2025년도 상반기 대한민국 콘텐츠 중 가장 영향력 있는 작품이 무엇인가는 질문에 나는 고민하지 않고 이 작품을 말할 것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라고. 이를 증명하듯 제61회 백상 예술대상 드라마 부문 작품상을 받았으며, 제4회 청룡 시리즈 어워즈에서는 대상을 받았다. 이처럼 <폭싹 속았수다>는 올해 상반기 나온 한국 시리즈 중 높은 위상과 인기를 보인다. 그럼, 왜 이 드라마가 이런 평가를 받을 수 있었을까? 아마도, 우리의 삶을 담아서 그러지 않았을까? 이를 알려주듯 드라마의 중심 내용은 다음과 같다.
1.춘하추동-작품의 구성
드라마는 4주 동안 4개의 시리즈로 나누어 방송되었다. 한 주에 4화씩 총 16부작. 그렇다면, 이가 의미하는 것은 뭘까? 이는 각 화의 제목을 보면 알 수 있다. 1화 <호로록 봄> 4화 <꽈랑꽈랑 여름>, 7화 <자락자락 가을>,12화 <펠롱펠롱 겨울> 마지막으로 15화 <만날, 봄> 이로 볼 때, 드라마의 각 시즌은 춘하추동, 즉 삶의 사계절을 그리고 있다.
1-1:춘-사랑과 시작
어떤 사람들은 봄이라는 계절을 보면, 사랑을 떠올리곤 한다. 그도 그런 게, 봄에는 새로운 생명이 태어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드라마의 시작인 1막은 애순과 관식의 사랑을 보여준다. 물론 봄에도 미세먼지 같은 불청객이 있는 것처럼. 그들의 봄에도 좋은 일만 일어나지는 않았다. 야반도주한 부산에서 여관 주인에게 돈을 뜯기고, 관식의 할머니인 천우보살의 반대, 그리고 애순의 엄마 광례의 죽음까지. 모두 봄 파트에서 일어났다. 그런데도, 관식과 애순은 금명,은명,동명을 출산하고, 애순의 친할머니 춘옥이 관식과 애순에게 배를 사주고, 애순이 제주 도동리 부 계장이 되는 등 뜨겁고 행복한 일들이 그들을 반겼다.
1-2:하-갑작스러운 이별 그리고 연대
그러나 늘 행복할 것 같았던, 그들에게도 태풍이 몰아쳤다. 바로 태풍과 함께 찾아온 동명의 죽음. 애순이 금명이를 챙기고, 관식은 마을 사람들과 도량을 정비하러 갔을 때, 사건이 벌어졌다. 이 때문에 한동안 애순과 관식은 슬픔에 빠져 있었다. 그와 더불어, 자식인 금명과 은명도 죄책감에 사로잡혀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슬퍼할 시간이 없었다. 그들이 애도하고 슬퍼할 수 있던 시간은 단 사흘. 관식은 금명의 시험지와 육성회비를 보고, 다시 배를 탔고, 애순 역시, 웃지 못하는 은명을 보고 정신을 차리게 되었다. 마치 시어머니인 권계옥의 "살민 살아져."라는 말처럼.
하늘이 그들이 살아가는 것을 보고 도왔을까? 금명은 학교에서 늘 좋은 성적을 받아왔고, 그 덕분에 애순의 꿈이었던 육지 대학인 서울대에 입학하게 되었다. 그와 더불어 애순은 도동리 최초의 여자 계장이 되었다.
1-3:추-어지러운 삶
하지만, 3막에 다다르고서 분위기는 많이 바뀌게 되었다. 금명이 일본 유학을 보내기 위해, 애순은 지금 껏 살아온 엄마 광례집을 팔고 이사를 하게 되었다. 금명을 더 좋게 키우고 싶었기에. 그러나 금명은 많은 시련을 겪게 된다. 서울로 올라와 박영범과 사랑을 맺고, 대리시험을 거부했다가 도둑 누명을 받는 등, 그녀 역시 평탄한 삶을 살지 못했다. 심지어 영범과의 약혼이 깨지고, 이별하고 자살하려는 모습까지. 그녀의 삶이 평온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줬다.
또한 은명 역시 부상길의 딸, 부현숙과 눈이 맞아 아이를 가지게 되었다. 이를 그대로 보여주듯, 3막의 첫 제목은 <바람은 왱왱왱 마음은 잉잉잉>이다. 그들의 삶이 강한 바람을 맞게 되었다.
1-4:동-우리는 자라고, 우리는 녹고
그렇게 악착같이 살아온 그들에게도 겨울은 존재했다. 1997년 IMF로 인해, 금명은 대기업에서 잘리게 되었다. 그러나 그 사이에도 사랑이 피는 것일까? 한때 극장에서 그림을 그리던 충섭과 결혼하게 되었다. 하지만, 결혼식 이후, 은명은 친구인 박철용에게 속아 분청사기 범죄에 연루되었고, 관식은 은명을 빼 오기 위해 배를 팔았으며, 금명 역시 사업을 하다가 실패의 맛을 맛보게 되었다. 하지만 그들의 삶에는 나름대로 돌파구가 있었다. 바로 아무 대가없이 했던 선행들. 관식이 배우인 정미인이 자살하는 것을 막은 것처럼.
그래서일까? 정미인이 애순과 관식의 식당을 홍보하면서, 가계는 잘 되기 시작했다. 또한 금명의 교육사업이 성공하였다. 그 덕분에 관식은 기타와 함께 김광석의 노래를 배우는 등의 취미생활을 하게 되었다. 그러나, 삶은 그들의 행복이 반갑지 않은가 보다. 그들이 행복을 느낄 시간을 충분히 주지 않는다. 그들 앞에 관식이 녹슬게 했다. 그가 루마티스에 걸렸다. 그는 이제야, 행복해졌는데, 그 행복을 충분히 누리지 못하고 여러 번의 항암치료 끝에 결국 생을 마무리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가 삶이 끝나도, 그의 자취는 주변에 남아 있었다. 그렇기에 그들은 하루를 살아냈다. 특히 애순 같은 경우 관식과의 추억을 담은 시집 <폭싹 속았수다>를 편찬하며 드라마의 대표적인 줄거리는 끝이 난다.
2.희노애락의 입체적 구성-인물의 삶
위 드라마는 두 인물, 어쩌면 많은 사람의 삶을 그리고 있다. 그러나, 주연인 애순, 관식, 금명, 은명의 삶뿐 아니라 부상길, 박영범,박충섭, 권계옥, 전광례 등 조연 캐릭터들 역시 입체적으로 그려냈다. 이를 느낄 수 있었던 부분은 한 삶이 다른 삶들과 연계시키고, 대조시키는 것으로 만들어졌다. 특히 이 부분에서 주연인 관식과 조연인 상길의 차이는 이를 더 부각했다.
관식은 무쇠 같은 사람이다. 하지만 상길은 결혼 했음에도, 복덕방 미숙과 정분이 나는 등 가족에게 소 울리 했다. 이에 따른 결과는 그들의 말년에서 드러났다. 관식은 가족끼리 오순도순 살지만, 상길은 부인 영란과 이혼하는 등의 모습으로. 드라마는 이를 통해 두 인물의 삶을 대비시키는 동시에 현숙과 은명을 필두로 연계시킨다. 그로 인해, 상길은 변화되려고 노력하는 입체적인 인물로 묘사가 되게 했다.
또한 관식 역시 무쇠가 녹스는 과정을 주변 인물들과 함께 나눔으로 극복하고 좌절하는 모습을 각 화마다 보여줬다. 그 때문일까? 드라마가 전반적으로 하나의 상태로 치우쳐지지 않는다. 희망을 느끼게 하고, 다시 부스고, 희망을 주는 그런 모습으로. 그 덕분에 드라마 속 인물들이 지나치게 작위적이지 않았고, 입체적인 삶으로 그려지게 되었다.
3.연대로 나아가기-함께 모인 애도
위 드라마는 입체적인 삶을 그리기 위해, 많은 고난을 주었다. 그 중 대표적인 게 동명의 죽음이었다. 그의 죽음은 작품의 큰 중심축이었다. 은명이 상처를 느끼게 된 이유, 관식이 무너지는 이유, 애순이 단단해지는 이유가 되었다. 그러나 그들은 스스로가 이 슬픔을 메우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그들이 살 수 있었던 것은 주변 사람들의 연대였다. 대표적으로 시어머니 계옥의 대사
"너만 바라보는 산 자식이 둘이다. 살암시민 살아진다."와 친할머니 춘옥의 대사
"부모는 죽으면 하늘로 보내는데... 자식은 죽으면 여기서 살린다." 같은 대사들이 있다.
이 두 어른의 대사 덕분에 관식과 애순은 끝까지 살아가고, 삶을 이겨낸다.
또한 이 사건을 제외하고도, 그들은 타인의 도움을 받는다. 그 중 대표적인 게 주인집 하르방, 할망 그리고 해녀 이모들이다. 해녀 이모들은 죽은 애순 엄마의 광례 대신 엄마의 역할을 해줬다. 그녀가 힘들어할 때, 그들은 애순을 지지해 줬으며, 도와줬다.
또한 주인집 두 어른은 애순네 밥통에 쌀을 넣어주고 나름 도와준다. 그리고 이렇게 말한다.
"배불뚝이 배 곯는 꼴 보자고 할 사람 누게 있나?"
"사람 혼자 못 산다이. 같이 글라 같이 가. 같이 글민 백 리 길도 십리 된다."
이 말처럼 그들 주변에는 늘 좋은 어른들이 있었고, 그 덕분에 그들은 좋은 삶을 나아갈 수 있었다.
4.절망적인, 그러나 상대적인 웃음
위 작품은 다양한 인물들의 삶을 입체적으로 그린다. 하지만, 그런 부분에 있어, 주인공들, 특히 관식은 좋고 행복한 삶을 살지 못했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의 의견도 맞다. 보편적인 행복의 기준에서 본다면, 그의 삶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아들이 죽고, 아들이 감옥 가고, 이른 나이에 죽고. 하지만 과연 그도 그렇게 느꼈을까? 나는 그렇지 않다고 말할 것 같다. 그 이유는 관식은 애순과 자식들을 많이 좋아했으니까. 이를 보여주는 대사는 여러군대 있었다. 마지막 화인 16화 때 관식은 애순에게 유언으로 이런 말을 했다.
"나 막판에 너무 울지 마. 오애순이가 울면 나는 그렇게 죽을 맛인데. 당신 울면 너울너울 못가"
또한 금명의 나래이션에도 묻어 있었고, 애순의 시에도 그의 마음이 묻어 있었다.
"소년의 일생에는 한 소녀가 있었다. 소년은 일평생 그 소녀의 세상을 지켰다."
<금명 나래이션 中>
아홉 살적부터 여적지,
당신 덕에 나 인생이 만날 봄이었습니다
당신 없었으면 없었을 책입니다
다시 만날 봄까지,
만날 봄인 듯 살겠습니다
<오로지 당신께:오애순>
이처럼 그의 삶에서 제일 중요한 가치는 애순과 가족이었다. 그렇기에 관식이 가족들과 늘 함께했던 시간은 그에게는 행복이었다. 단지, 가난했을 뿐, 그의 삶은 늘 행복이었다.
5.다시 봄
앞에서 말했듯 그들 주변에는 좋은 어른들이 많았다. 또한 관식과 애순도 그런 어른이었다. 대표적인 사례로 관식이 정미인을 구하고, 부산에서 여관 주인에게 당할 뻔한 여자를 구해주는 등. 알게 모르게 선행을 쌓아왔다. 이는 금명에게 반지 도둑 누명을 씌운 제니 엄마에게 가정부이자, 부산에서 애순,관식이 구해준 여인이 이렇게 말함으로 증명했다.
"덕 쌓고 살아라. 부모 업도 고대로 덕도 고대로 간다이"
이 말처럼 우리의 행동이 후대에도 영향을 미치고, 우리 역시 선대의 영향을 받는다. 드라마상에서 악착같이 애순을 살게 하려는 엄마 광례와 죄책감과 고통 속에서도 가족을 지키려고 했던, 관식까지. 그들의 고통이 우리를 싹트게 했고. 그들은 우리의 녹음이 되었다.
6.삶의 계절 앞에서 폭싹 속았수다
이처럼 드라마는 입체적인 삶 속 연대를 그려내고 있다. 하지만, 지금 우리 주변을 보면, 연대가 잘 보이지 않는다. 부모를 죽인 자식, 자식을 죽인 부모의 내용을 뉴스 속에서 쉽게 보게 된다. 지금 같은 시기 위 드라마가 히트한 이유는 뭘까? 아마도, 자극적인 콘텐츠와 혐오가 판치는 세상에서의 도피 때문인 것 같다. 그렇기에 지금 이런 드라마가 많이 필요하다. 선대들에 대한 감사와 후대에 대한 존중이 필요할 시기다. 그러니 우리 모두 서로의 삶을 안아주고 토닥이는 말 "폭싹 속았수다" 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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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희찬
- 2026-01-19
한류 즉 한국 문화는 근 몇 년간 세계적인 인기를 얻게 되었다. 김치와 한국 김 같은 전통 음식과 질 좋은 식자재로부터 시작해서 싸이와 방탄소년단이 세계적으로 퍼트린 케이팝과 2024년도 한강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과 넷플릭스 ,, 같은 한국 드라마와 예능 그리고 한국을 배경으로 한국계 감독이 만든 까지. 요 근래 우리 문화는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졌다. 적어도, 한국이 세계 문화 시장에서 일본과 중국 더 나아가 서양 국가만큼의 위치에 올랐다고 생각한다. 특히 주변 국인 중국과 일본은 각각 세계에서 중국은 쿵후, 일본은 사무라이와 닌자 같은 이미지로 연상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김치와 마늘, 분단국가라는 이미지로만 소비됐다. 그러나 이제는 이런 이미지에서 벗어나 좀 더 세련된 연상으로 바뀌게 되었다. 대표적으로 에 나온 사자 보이즈의 모티브인 저승사자가 있다. 이처럼 인식은 세계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의 전통문화는 삶 속 어디에 있으며, 우린 얼마나 이에 대해 인지하고 있는지 한 번 돌아볼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국악은 얼마나 듣는지, 대중 한식을 제외하고 전통 한식을 얼마나 아는지에 대하여.1: 한식에서 변화란지금 당장 떠오르는 한식 아무거나 떠올려 보면, 김치찌개, 된장찌개, 떡볶이, 칼국수 등등 시장에서 자주 보거나, 집에서 자주 해 먹는 집밥들이 떠오를 거다. 그러나, 더 나아가 고려와 조선, 더 나아가 고대 시대까지 왕가와 양반가 그리고 평민의 식탁에 올라온 음식들을 바라보면 우리가 아는 음식보다 더 많다. 대표적으로 신선로, 수구래 볶음, 승기 약탕 같은 것들이 있다. 이런 음식들은 그나마 고서에 남아 있어, 후대에게 쉽게 그 방법을 전해 줄 수 있었다. 그러나 구전으로만 전달되는 집안 내림 음식 같은 경우는 시대마다 만드는 법이 다르고 갑자기 그 조리법 자체가 사라지는 경우도 많다. 이처럼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한식은 현대 춘장 떡볶이처럼 비교적 역사가 짧거나, 조리 방법 자체가 다른 경우가 많다.특히 그런 식품 중에 으뜸은 김치가 아닐까 싶다. 우리가 자주 먹는 김치는 동치미와 백김치를 제외하고 모두 고춧가루가 들어간다. 그러나 고추는 조선시대 때부터 들어오기 시작했기에, 고추가 들어간 비교적 역사가 짧아진다. 그러나, 김치의 역사는 결코 짧지 않다. 배추와 무 혹은 과일로 김치를 담그는 역사는 꽤 오래전부터 전수되어 왔다. 그러나 이런 김치의 형태는 현재에도 이어진다. 특히 물김치와 백김치는 고추라는 식자재를 받아들이며 지금까지도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좋아하는 김치 종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나 이런 김치와 반대로 명성을 쭉 이어가지 못하고, 축소되고 있는 음식도 있다. 그중 대표하는 한식이 바로 떡갈비다.우선 우리가 알고 있는 떡갈비에 대하여 생각을 해보자. 얇게 다진 돼지고기나 소고기를 떡치듯 여러 번 치대어 만든 고기반찬이 떠오를 거다. 그러나 이와 비슷한 양식이 존재한다. 위 글을 읽고 있을 당신도 고깃덩어리 하나가 생각났을 거다. 바로, 햄버그스테이크. 이런 모습을 증명하
- 송희찬
- 2025-12-25
*:본문에 들어가기 전, 싱어게인3 1호(이바다).25호(강성희) 듀엣곡인 최백호의 의 가사와 멜로디를 듣고 본문을 감상하시면 좋겠습니다. https://youtu.be/FArnw42Z2NA?si=KEO65YTtYfJuUtk_ ㅡ 책을 덮고, 밖을 바라봤다. 눈이 내린 뒤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나무는 아무것도 맺지 않은 가지에 눈꽃 같은 얼음꽃을 피웠다. 또한 주변에 있는 학교 근처 무덤과 논밭을 이루는 토지 역시 제 기능을 잃은 것처럼 얼어 있었다. 위 모습은 2025년 12월에 본 필자의 동네 풍경인 동시에, 겨울마다 봤던 모습이기도 하다. 이처럼 12월은 찬 바람이 불고, 눈이 내리는 등 추위와 관련된 것들을 마주하게 된다. 이런 시기가 다가오면, 몇몇 학교에서는 겨울 방학과 졸업식이 이루어진다. 그 이유는 12월이 지난 1월부터 우리는 한 살씩 더 먹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필자에게 12월은 추운 겨울인 동시에 이별에 달이기도 하다. 함께 1년을 보냈던, 친구들과 교실에 이별을 고해야 하기에. 그러나 이와 반대로 새로움을 맞이하는 시작의 계절이기도 하다. 한 학년이 올라가고, 새로운 사람과 새로운 공간을 만나게 되기에. 이처럼 12월은 끝없는 만남과 끝없는 이별에 달이다. 이러한 시간의 성격은 권누리 시인이 쓴 시집 속 유령 같은 화자들은 이런 모습을 보여준다. 떠난 이에 대한 깊은 슬픔과 명랑한 기대 같은 것들이 차곡차곡 쌓이면서 여러 인간일 수도 있는 한 인간의 삶을 진솔하게 보여준다. 이는 시집의 첫 시편 에서부터, 마치 윤회를 기억하는 존재처럼 존재를 드러낸다. ㅡ 죽지 마 명령하면 안 되니 어제는 피아노를 샀어 가끔 치려고 명랑하게 창문 너머 비행기가 밥그릇은 언제나 비어 있고 천장에 달라붙은 열기가 깔깔 웃으면 이 이상 살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구르기 위한 언덕을 갖고 싶어 처박힐 우물도 자랑 없이 칭찬도 없이 청소기 헤드로 빨려들어가는 정오 함께 있을까 조금만 더 울어보고 ㅡ 전문-12~13p Beginner 한국어 해석으로는 초심자라는 뜻이다. 이 제목처럼 위 시의 화자는 이별의 초심자처럼 묘사된다. 떠난 이, 특히 죽은 사람에게 "죽지 마"라는 말로 붙잡아 명령하고 싶지만, 화자는 결코 명령하지 못한다. 역으로 떠난 이에게 "안 되니"라고 물어본다. 그러면서도 화자는 "어제 피아노를 샀"고 창문 밖을 날고 있는 "비행기"와 자신의 빈 "밥그릇"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눈다. 이는 조심스럽게 타자를 붙잡고 싶은 화자의 욕망을 그려낸다. 하지만, 이는 "청소기 헤드"가 이물질을 빨아들이듯, 하루 중 제일 밝은 "정오" 즉 밝음과 관련된 것들을 빨아드리게 된다. 대표적으로 삶의 에너지, 웃음 같은 것들을. 그렇기에 타자와 화자는 함께 있으면, 서로 빛을 갉아먹을 것 같았기에, 초심자처럼 조심스럽게 이야기하며 타협한다. 이런 타협은 시에서 화자가 조금 더 나아지게 만드는 배경이 된다. 시의 마지막에서 화자는 타자에게 "함께 있"기를 청한다. 동시에 화자가 우는 모습으로 마무리 맺어진다. 하
- 송희찬
- 2025-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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