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어긋남을 어떻게 다루고 있는가―마중도 배웅도 없이(박준)를 읽고
- 작성자 박하해
- 작성일 2025-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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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회수 429
조부상을 당했다.
장례식장에서 책을 읽었다. 제목은 마중도 배웅도 없이.
시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시집을 읽기 시작한지도 얼마 되지 않았다. 박준 시인의 전작도 읽어보지 않았다.
이렇게 말하는 건 내가 쫄리기 때문이지. 필자가 이 밑으로 쓸 건 해석이 아닌 감상이다. 틀렸다고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계속해서 어긋남에 대해 말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낯선 이미지들을 차용하는 것 대신에 친숙한 소재들을 활용해서 그것들 사이의 '맞지 않음'을 보여준다.
그게 꼭 남겨진 사람의 넋두리처럼 보였다.
죽음은 불공평하다.
필자는 이번 기회에 그걸 깨달았다.
그러나 거기에 대고 박준 시인은 이렇게 말한다.
모든 건 원래 다 불공평하다.
그래. 세상에 원해 공평한 건 없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도, 미워하는 마음도 다 양쪽이 똑같을 수 없는 거다.
내가 한 가벼운 실수가 누군가에게는 중범죄처럼 느껴지고 (초승과 초생參)
내 믿음과 현실이 같을 수는 없고 (공터參)
사람과 사람 간의 관계가 끊어지는 시점과 내가 그 사람을 끊어내는 시점이 같을 수는 없고 (마음을 미음처럼參)
내가 바라보는 그 사람과 실제 그 사람은 같을 수 없고 (눈參)
죽음은 사람을 기다려주지 않는다. (상參)
그런 어긋남들은 종종 우리를 슬프게 한다. 울게 하고, 비통하게 하고, 화가 나게 한다.
그런데도 살아야 한다.
왜냐면 원래 세상은 불공평한 거니까.
진실을 깨닫고 세상이 무너진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세상은 안 무너진다. 원래 그렇게 생겼으니까.
못 받아들여도 상관 없다. 세상은 원래 불공평하니까.
그냥, 원래 그런 거다.
사람은 원래 어긋난 걸 못 받아들이고, 세상은 원래 어긋나 있다.
우리는 어긋남을 어떻게 대우하고 있는가.
우리는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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