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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 - 단계

  • 작성자 구포대교
  • 작성일 2025-07-01
  • 조회수 381

계단에 서 있었다뒤를 돌아보니문득 그런 생각이 든 것이다울퉁불퉁하고 가파른그런 계단이 내 발을 받치고 있다고그 아래의 풍경이 아주 위태롭게 날 노려보았다어디까지 올라갈 셈이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그저 길을 걸었을 뿐이었으니까그것은 아스팔트였고시멘트였고콘크리트였고우레탄이었고일종의횡단보도였다빨간불일 때는 횡단해서는 안 됩니다초록불이 깜빡일 때만 건너실 수 있습니다. 25초가 너무 짧다고 느껴지신다고요그래도 어쩔 수 없어요그것이 규칙이니까요앞선 인간들이 만든규칙그 법을 따라 걸었을 뿐이란 생각이다.

그것들은 모두 지그재그로 접혀져 있었다나를 끝없이 하늘로 올려 보내고 있었다앞선 인간들도 모두 하늘 너머우주 속으로 사라진 것일까투명한 공포가 나를 감싸 안았다날개 없는 인간의 무력함이매섭게 날아와 꽂혔다한 걸음 한 걸음씩올라가야 하는 거라고최선을 다해서.


그럼요인간은 올라가기 위해 태어났는걸요하늘을 동경하는 것은 태고의시초의시작에서부터 깃든 본능이랍니다.


어느 대단하신 인간의 목소리가 선명하게 속삭였다.

당신은......토머스 에디슨위대한 인류의 선지자속삭임의 정체는 당신인가.

인류는 이제 비행할 수 있었다수많은 비행기가 낮과 밤을 누비고그런 비행운들로 어질러진 하늘 아닌가모험의 시대는 끝났다지구는 인간의 발자국들로 뒤덮였다.


바람은 높아이젠 날 수 있겠어.


우린 강철의 날개를 달았다고하늘 높이 날아올라도 녹는 일이 없지이제 발과 다리는 필요가 없어잘라내야겠지계단을 오를 필요는없다고.

그렇게지구를 돌았다태양계를 회전하는회전하는지구를 회전했다.

그리고 지구의 축에 섰다북극점이었다새하얀 파랑색들로 얼룩진거대한 원이었다그것이 과녁의 정중앙이라도 되는 듯화살이 쇄도했다.

폭발이 일고 나서야그것이 비행기였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부러진 날개가 빙산에 부딪혔다붉은 열풍이 한 차례 휩쓸고 지나간 후불길 사이를 유유히 걸어오는 한 사내가 있었다그는......슈퍼맨이었다라고 생각해버렸다슈퍼맨이어여만 할 것만 같은 사내였다올곧은 몸에 올곧은 눈빛올백머리그 올백머리가 나를 사로잡았다.

당신은 누구십니까?

비행삽니다.

비행사는 소매의 불씨를 탁탁 털어냈다역전의 영웅과도 같은 비주얼이라생각했다.

비행사는 나를 지나쳐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그 뒷모습에 나는 당황할 수밖에없었다비행기를 타고 다시 날아오르면 되는 것 아닌가그의 어깨를 두드리자비행사가 나를 내려다보았다.


한 번의 비행을 위해선무수한 계단을 밟아야 하는 법입니다많은 이들이 모든 성공에는 노력이 동반되어야 한다고 말합니다맞는 말이나 부연설명이 필요합니다성공을 향해 도약하기 전출발대에 서는 것에도 거대한 노력이 필요합니다대다수의 사람들은 출발선보다도 뒤에서 시작을 합니다그들에겐 일생일대의 목표였던 것이사실은 출발선에 불과했다는 진실은그들을 절망케 합니다그리곤 포기와 좌절로 귀결되죠몇은 만족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그들이야 말로 진정한 패배자입니다포기와 좌절은 수긍입니다자신의 처지를 바라보고 판단할 줄 아는 자들입니다만족은 외면입니다스스로의 야망과 갈망을 숨기기에 급급하고가면을 준비하는 자들입니다그것이대다수의 인간들인 것입니다소수의 인간들만이출발선을 넘습니다그러나 그 이후엔 더 큰 시련들이 기다리고 있는 것입니다전 하늘을 뛰어넘어 우주를 넘보았습니다당신이 방금 본 것이 그 대가입니다한 번의 실패로저는 출발을 거꾸로 넘어 이곳에 당도해 있습니다성공은 실패의 자식입니다이 실패를 견뎌야만 저는 성공에 닿을 수 있습니다저는 계단을 올라야만 합니다.

나는 추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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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밑으로 떨어져도 결국에는 지구일 뿐이었다난 인간들에게 파묻혀 위를 응시했다내가 걸어갔던 치솟은 횡단보도가 하늘을 가로지르고 있었다내가 있었던곳이다그리고,

또 다른 계단들이 곳곳에서 고갤 치켜들고 있었다하늘이 내린 햇빛처럼하지만 역방향으로 그것들이 있었다모서리들이뒤엎어진 병풍과도 같은 자세로 무한히 이어져 있었다윗부분은 볼 수 없었기에 그저 무한하다고 밖에 표현할 수 없었다.

누군가가 어깨를 두드렸다평범하게 생긴젊은 남자였다.

누구십니까?

당황했다내가 누구냐니그걸 나한테 물어보면 어쩌냔 말인가그래서 그냥,

그냥사람입니다,

하고 대답했다상대가 미소 지었고나도 잠시 머뭇거리다미소 지었다.

이곳에서 사는 것도 나름대로 괜찮답니다굳이 경주를 시작하지 않아도괜찮은 겁니다.

확실히그래 보였다괜찮은 거지계단이 무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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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몽

알렉세이 보스트리코프는 자주 악몽에 허덕였다. 그는 유령함의 함장이었다. 유령함의 이름은 k-19. 별칭, 과부제조기였다. k-19는 언 바다를 유영했다. 꿈 속 풍경은 언제나 다름없었다. 하늘은 밝은 회색에 바다는 혹등고래의 등짝처럼 검푸르다. 삭막하다. 바람은 차갑고 따갑다. 유령함은 언 바다를 깨부순다. 깨진 바다조각은 빛을 바랜 보석처럼 탁하다. 악몽에 들어서자마자 마주하게 되는 풍경이었다. 알렉세이는 유령함으로 들어가고 싶지 않지만 함장은 유령함에 들어가야만 한다. 유령함은 냄새로 가득하다. 땀과 기름과 방사능의 냄새가 얽히고설킨 통로를 흐른다. 그 사이로 유령이 걷는다. 유령은 방사능에 피폭되어 죽어있다. 온몸에 피딱지를 점철한 채로, 조용히, 알렉세이를 관통한다. 알렉세이 혼자만이 숨을 쉬었다. 함장은 점점 목이 죄어오고 점점 뜨거워지는 내부를 느낀다. 느낀다. 느낌은 점점 헛것이 되어간다. 먼 것이 되어간다. 먼 세상이 되어버린 먼 과거는 현실로부터 분리된다. 그는 그제야 꿈인 줄 알고 안도의 숨을 몰아쉬는 것이다. 그의 잠자리는 항상 식은땀에 젖어있다. 그의 악몽은 현실에 기반했다. 기억의 재구성이었다. 1961년 7월 3일. 기록보다는 기억으로 더 선명히 남은 날. 북대서양의 밤바다처럼 혼란하던 감정이 선명했다. 잊을 수 없었다. 매일 밤 그의 꿈속으로 침투해왔으므로. 원자로의 온도를 조절하는 냉각수가 고장이 났다. 누군가가 원자로실에 들어가 파이프를 수리해야만 했다. 자칫하면 핵미사일이 터질 위기였다. 잠수함이 터지면 알렉세이를 비롯한 모든 승조원들의 죽음은 고사하고 미군과의 전쟁까지 번질 터였다. 미군의 영해였으므로. 죽음을 각오해서라도 막아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그리하여 승조원들은 죽음의 방으로 밀어 넣어졌다. 싸구려 방역복을 입고, 문 앞에서 차례를 기다렸다. 알렉세이는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함장이란 명찰을 달고, 지켜볼 뿐이었다. 알렉세이는 악몽을 꿔서라도 그날을 잊지 않기로 다짐했다. 그들을 잊지 않기로, 그는 맹세했던 것이다. 포프스티예프, 코칠료프, 리지코프, 오도츠킨, 카셴코프, 펜코프, 사브킨, 차리토노프.......그들이 없었더라면 그의 지금도, 고국의 지금도 없었을 것이다. 그들의 죽음은 숭고했다. 모든 인민들에게 추모를 받아 마땅한 죽음이었다. 그날로부터 귀환한 후일에도 죽은 사람들이 많았다. 그들은 마땅한 추모를 받지 못했다. 사건이 극비로 부쳐진 탓이었다. 알렉세이가 다시 함장으로 불리는 일은 없었다. 그는 연금으로만 삶을 연명하는 검소한 노인이 되어 있었다. 그의 일상은 단출했다. 오전엔 주로 독서를 하며, 오후에는 주로 외출을 한다. 볼가 강을 따라 산책을 하거나 시내의 카페에서 시간을 죽이거나, 했다. 30년 전의 그였다면 쳐다도 안 봤을 따분한 취미가 이제는 삶의 단단한 기둥이 되어있었다. 알렉세이는 커피는 즐겼을망정 음주는 특별한 날이 아니라면 하지 않았다. 어쩌면 그 맨정신이, 악몽의 원천일지도 몰랐다. 광장으로 나가 사람들을 구경하는 것도 오후를 구성하는 또 하나의 패턴이었

  • 구포대교
  • 2026-02-01
바느질 없이 이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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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포대교
  • 2026-01-17
눈높이

아들이 아버지를 이해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그것은 내가 평생을 살며 가슴에 안고 있는 생각이다. 당장 내 아버지만 봐도 그렇다. 우리 아버지는 독립운동을 하다 죽어버린 할아버지를 이해하지 못했다. 홀어머니 아래에서 자란 아버지는 자신을 위해 살려 평생을 노력했다. 이기적이기 위해 다짐했다. 아버지는 초라한 지붕 아래서 초라하게 돌아가셨다. 태생은 의지보다 질겼다. 의지보다 질긴 태생. 이보다 알맞은 말이 있을까. 없다고나는 생각한다. 그러니까 아버지를 이해하지 못하면서도 아버지를 닮아가는 운명에 놓인 사람들이 아들이라고, 나는 생각하는 것이다. 아무리 이기적으로 살려 해도 그러지 못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태생적으로 이기적인 인간들이 있는 것이다. 불행히도 이러한 진실을 깨달은 아들은 거의 없다. 나 역시 아버지가 죽고, 손주를 바랄 나이가 되어서야 깨달았으니 어련할까. 그러니까 나는, 내가 아버지와 닮아가고 있음을 느끼는 것이다. 아들에게 감추고 싶어지는 것이 많아지는 나이가 되어버린 것이다. 아들이 나의 키를 넘어섰을 때, 아내가 나보다는 아들에게 의지할 때. 부끄러워하는 자신을 발견했으며, 부끄러워하는 자신이 부끄러워진 것이다. 그러면서도 아들은 아직 내 어깨에다 자신을 기대려하는데, 그러한 인식과 현실의 부조화가 어색하고, 심지어는 믿기지가 않는 것이다. 그것이 내가담배를 피게 된 경위다. 나이 50이 다 되어 갈 즈음에 처음 핀 담배. 비약된 인과관계는 혼란한 마음속에 숨어있다. 적어도 아버지의 영향이 있었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우리 아버지는 뒷마당에서 담배를 피고는 했다. 이기주의를 고수하려던 아버지는 우습게도 밖에서 피라는 어머니의 말을 고분고분하게 따랐다. 몇 차례의 욕설이 있긴 했지만, 눈 내리는 시린 겨울 와중에도 꿋꿋이 밖에 나가 추위에 떨며 담뱃불을 붙이던 장면은 아직 선명한 모습으로 기억 속에 남아있다. 집 안에서의 발언권이 축소되며 아버지는 흡연의 횟수를 늘려갔다. 난 한심하단 눈으로 그의 등을 바라만 봤었다. 가장의 짐 다량이 내게로 옮겨졌을 때였다. 아무렴 나와는 큰 상관없는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다만 산책하던 도중 편의점 하나가 우연히 눈에 들어왔고, 우연히 5000원 권 지폐가 있었고, 우연히 담배를 한 값 산 것이다. 그 과정에서 아버지의 생각을 안 한 것은 아니지만, 아니 크게 했지만, 모두 우연히 일어난 일일지도 모른다. 사람 마음은 아무도 모르는 것이니. 본심과는 무관하게 나 스스로의 선택이라 믿었다. 담배를 피자 아버지를 이해하게 되는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꼴사납게 기침을 했고, 그러면서도 다시 입에다 가져다댔다. 몇 번의 도전으로 흡연은 익숙해졌고, 오래지 않아 그것은 습관으로 굳었다. 중독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미지수지만, 밝은 전망은 아니라고, 나는 생각한다. 쉰을 바라보는 나이에 시작한 담배는 생활의 여백들을 틈틈이 채워줬다. 그 만족감이 꽤 크다. 그러므로 나는 쉽게 담배를 놓지 못하리라, 생각한다. 그 사실에 관해서는 거부감이 없으면서도 나를 압박해오는 건 지금의 가족

  • 구포대교
  • 2025-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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