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장례식장에서, 너에게
- 작성자 A
- 작성일 2025-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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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따라 하늘이 참 맑다. 그치? 나 원래 비 오는 날 안 좋아했잖아. 그때도 멍하니 하늘을 봤는데, 비가 올 것처럼 하늘이 어두워서 정말 짜증 났었어. 근데,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맑아졌다니! 웃기지 않아?
이런 게 삶이라는 건가 봐. 어느 날엔 우중충 비가 내릴 것 같이 어둡다가 어느 날엔 이렇게 참 맑고 밝네? 이럴 줄 알았으면 좀 더 참아볼 걸 그랬어. 앗, 후회는 안 하기로 다짐했었지. 까먹었네.
사람들이 내 사진을 보고 울어. 난 웃고 있는데 말야. 그렇게 내 웃음이 안쓰러웠나? 이상했나? 그건 좀 아쉽다. 좀 더 환하게 웃고 찍을 걸. 그런 생각을 하면서 사진을 보니까 내가 봐도 좀 이상한 웃음이네. 뭐, 괜찮아. 꽤 오래갈 사진이지만, 저것도 내 모습 중 하나니까!
부모님이, 친구들이, 선생님들이, 잘 보지도 못한 친척과 처음 본 사람들이… 계속 울어. 신기했어. 날 회상하며 이렇게 운다고? 이상하게도 기분 좋았다? 내가 이렇게 소중한 존재라고 말하는 것 같잖아. 근데 좀 속상해. 내가 옆에 있을 때도 이렇게 해주지. 아무튼 진짜로 계속 울어. 내 이름을 부르기도 하고, 막 소리 지르기도 해. 큰소리는 싫어하는데 말야. 좀 조용히 해줄 수는 없나?
마음 다 잡고 뛰었는데, 시원섭섭하다. 막상 내가 뛰었을 땐 자유로웠어. 나를 스치고 지나가는 바람이 그렇게 시원했고, 상쾌했지. 근데 지금은 아닌 것 같아. 뭐, 지금은 바람을 느끼진 못하지만, 바람에 따라 흔들리는 하얀 국화들이 너무 신경 쓰이네.
있잖아. 내가 너한테 힘들다고 했을 때, 뭐라고 대답 했는지 기억해? 난 기억하는데. '왜?', '무슨 일 있어?'였어. 그게 나쁘다는 건 아니야. 그냥, 내가 태생부터 이기적인 사람이라서인지 이유를 묻는 것보단 감정을 공감해줬으면 했었거든. 사람들은 참 이유를 많이 물어. 이유가 없으면 힘들고, 슬퍼하면 안 되기라도 한 듯이. 웃기다니까, 정말.
아무튼! 네가 이유를 물었을 때, 난 내 가족들도 잘 모르는 내 이야기를 몇 개 털어놓았어. 그 뒤론 네 태도가 어땠더라… 그래. 나만 신경 썼지. 솔직히 말해서 그게 좋긴 했지만, 불편하기도 했어. 이제야 너한테 말해보네! 너는 나를 신경 썼지만, 내가 몇 번 괜찮은 척했더니 원래대로 돌아가더라. 나는 또 '역시'하며 넘기고. 무한굴레였다니까? 몰랐지!
그날, 바람이 내게 휘몰아칠 때 너가 제일 많이 생각났어. (사실 거짓말 좀 보탠 거야) 내가 사라진다면 넌 어떨까. 내가 이대로 끝나면 너는 나를 어떻게 기억하고, 추억할까? 찰나에 스쳤던 마음 아픈 가느다란 인연?
내가 그래서 머뭇거렸잖아. 원래 12시 정각에 뛰어내리려고 했는데 말야. 너 덕분에 20분은 더 살았다. 고마워.
결국 너도 우네. (어떻게 아냐고? 난 널 계속 지켜보고 있거든~)
안 울었으면 오히려 더 속상했을 것 같아~ 그러니까 맘껏 울어. 울음소리가 나한테 더 선명하게 들리게, 내가 후회하게.
나 후회 많이 했어. 후회 안 하겠다고 마음먹었지만 또 현실은 다르더라.
난 인터넷에 떠도는, 어른들이 하는 어설프고 가슴에 안 닿는 위로보다 네 말 한마디가 더 위로되었어. 그리고 후회했어. 좀만 더 버틸걸. 너랑 좀만 더 웃으면서 살 걸.
앗. 자책하라고 한 말 아니야. 그 말이 날 살려주진 못했다고? 네 탓이라고? 음… 아닌데. 아까 말했잖아. 너 덕분에 20분은 더 살았다고. 그게 살린 거잖아~
나 농담하는 거 아냐. 진짜야. 100% 진심.
그러니까, 울 땐 울고! 내가 그리울 땐 사무치게 또 그리워하고! 그리고 또 몇 번이고 일어서는 거야. 나 위에서 다 지켜보고 있다~ 울고 싶을 땐 꼭 울기. 뭐, 특수한 상황에서는 특. 별. 히. 제외 해줄게. 아무튼.
그럼 앞으로 더 잘 지내야 해?
(갑작스럽다고? 내가 알아. 근데 남은 시간이 얼마 없어ㅠ)
내가 남겨준 몫까지, 잘. 최대한 행복하게, 즐겁게.
그럼 안녕!
*추신
행복하지 않아도, 즐겁지 않아도 되니까 나랑은 최대한 늦게 보는 거야. 약속!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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