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의 바다
- 작성자 김희수
- 작성일 2025-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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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는 바다가 보인다.
모래의 바다가 보인다.
*
오른팔이 전부 사라졌다. 이제는 완전히 외팔이가 되었다.
왼쪽 눈도 없다. 오래전에 사라졌다.
나의 정확한 병명은 아무도 모른다. 몸이 천천히 말라붙어서, 모래처럼 버석거리다가 결국엔 흩어지는 병이다. 이 오른팔이 사라지는 데엔 삼 년이 걸렸다.
이 정체 모를 병에 걸리면 몸의 어떤 부위에서 천천히 모든 수분이 증발하고, 남은 뼈와 살은 굳었다가 갈라지기 시작한다. 충분히 마르면 모래로 부서지기 시작한다. 아프지는 않은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일 것이다.
나의 왼눈. 초등학생 때 모래가 되어버린 그 자리는 비어 있다. 유리로 된 의안이 단단하게 굳은 채로 초점 없는 응시를 지속할 뿐이며 그다지 예쁘지도 않다. 낭랑 18세의 여고생 입장에서는 꽤나 속상한 일이었다.
하지만 오른쪽 눈을 감으면 왼쪽 눈은, 혹은 그 눈이 있던 비어버린 자리는 내게 무언가를 보여준다. 그것은 창백하지만 뜨거운 모래가 멈추지 않는 어떤 풍경. 끝도 없는 모래의 바다가 보인다.
한때 그 광경은 날 수렁에 빠뜨리고 악마와 신벌의 존재를 믿게 했으나, 이제 더 이상 그곳은 지옥으로 보이지 않았다. 너무도 익숙해진 탓일 것이다. 다만 알 수 없는 호기심만은 이따금씩 나타났다.
-나는 모래로 흩어지고 말 거에요.
-그런 말씀 마세요. 진행 속도는 더 이상 빨라지지 않잖아요. 어떻게든 원인을 찾아보겠습니다.
의사는 형식적인 말을 중얼거렸다. 그도 아는 것이다. 이 병은 낫는 종류가 아닐 거다.
-갈게요.
의사는 모니터 너머로 고개를 끄덕거렸다.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문을 열고 익숙한 길로 걸어 나가는 과정은 다소 습관적이었다. 그러니까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신경질적일 정도로 반복적이고 사무적인 복도, 그 사이에서 조금 추워진 날씨를 느끼며 나는 병원을 나왔다. 그러고는 삼 년이 지났음에도 익숙해지지 않은 왼손으로 핸드폰을 꺼냈다. 저장된 전화번호로 문자를 보냈다.
-[남은 팔뚝이 전부 떨어져 나갔어.]
답장이 오는 것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으아…빨리 와. 지금 병원이지?]
-[응.]
-[내가 갈까?]
-[아니.]
F는 가까이 산다. 대중교통도 필요하지 않을 정도의 거리기에 나는 항상 두 다리를 이용하기를 선택했다.
유일한 친구에게 향하는 이 길마저 너무나도 익숙해져 버렸고 오래되고 의미 없는 습관처럼 굳어져 버렸다. 나는 언제나 정해진 경로 위에서만 살고 있을지도 몰랐다.
나는 소리를 내지 않으려고 했다. 거리에는 사람이 없었고 비교적으로 자연의 소리를 들을 수 있었기에, 이 아까운 순간을 나의 보잘것없고 천박한 소리로 채우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어깨에 붙여 놓은 비닐봉지는 그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날카로운 바람이 스칠 때마다 그 시커멓고 보기 싫은 물건이 말을 하는 듯했다. 나는 비밀봉지가 할 법한 말을 떠올려 보았다.
(나는 여기에 있어. 언제나 아직도 여기에 있다고. 잊지 마.)
-...나 드디어 미쳤나 봐.
너무도 어이없는 생각에 나는 그만 웃어버렸다. 비밀봉지가 그딴 말을 한다니. 집착 심한 전남친 같잖아.
바스락바스락. 비밀봉지는 계속 말을 했다. 나는 질릴 때까지 그 말들을 해석했다.
(어이. 나를 무시하고 싶지? 마치 너의 오른팔은 멀쩡한 것처럼 생각하고 싶지? 하지만 절대로 아니라고. 네 오른 어깨에 흉측하게 붙어 있는 이것은 사람의 팔이 아니라 석유에서 나온 찌꺼기야. 쓰레기나 담는 데 쓰이는 것이지. 네 몸에서 떨어지는 모래알들은 그렇다면 뭐겠어? 당연히 그냥 쓰레기라고. 저기 지나가는 사람들의 눈빛이 보여? 정신병자나 불쌍한 장애인을 보는 눈빛이잖아….)
나는 비닐봉지가 바스락거리며 하는 말들이 너무 웃겨서 계속 쿡쿡거렸다. 몸에 쓰레기봉지를 달고 다니는 인간이라니. 바보나 할 법한 발상이다.
-즐거운 대화였어, 비닐봉지 씨.
병원에서 몇 블록 떨어진 낡은 아파트를 올랐다. F가 사는 곳은 406호. 그녀는 거기서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비밀번호를 눌렀다. 1212. 전화번호 뒷자리나 생일이라고 생각했지만 둘 다 아니었다. F는 무슨 뜻인지 알려주지 않았다. 나도 더 물어볼 가치는 없다 생각해서 묻지 않았고.
-그러고 보니 12월 12일이 맞다면 얼마 남지 않았네.
일주일 정도 남은 시점이었다. 날씨는 추워지는 중이었다.
-왔어?
F는 웃는 낯이었다. 그녀는 한 손으로 커다란 유리병 하나를 들고 있었다. 집 안에 놔두어도 됐을 텐데 굳이 꼭 끌어안고 지키고 있었다.
-응. 모래가 많아.
-이런.
그녀는 나를 집 안으로 데려가면서 유리병을 내게 들이밀었다.
-보여?
유리병에는 못 보던 스티커 하나가 붙어 있었다. 귀여운 여우 캐릭터였다. 아래에는 F.M.이라고 써 있었다.
-저 알파벳은 뭐야?
-으잉, 역시 여우에는 관심이 없네. 귀엽지 못한 자식.
그녀는 그렇게 말하면서 웃었다. 하지만 그 알파벳의 정체를 알려줄 생각은 없어 보였다.
-앉아봐.
F가 사는 작은 집의 거실에는 크고 낮은 탁자가 하나 있었다. 우리는 그곳에 앉아서 몇 번 해 봤지만 여전히 어려운 작업을 했다.
-저번보다 많긴 하네.
단단히 밀봉해놓은 비닐봉지를 벗기고 그 안에 쌓인 모래알들을 전등에 비춰 보았다. 확실히 양이 많았다.
-내 어깨라고.
중얼거린 말에 F는 또 웃었다. 나랑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곤 하는 쿡쿡거림이었다. 그녀는 비닐봉지를 조심스럽게 옮겨 들었다.
-병 좀 열어봐.
F의 유리병 속에는 이미 모래가 잔뜩 있었다. 전부 내 팔이었던 것들이었다. 내 몸이 모래로 변한다는 걸 알게 된 날부터 그녀는 어떻게든 그 모래알들을 모아 놓으려고 애를 썼다. 전부 버리려는 나를 어떻게든 뜯어 말리면서 그렇게 모래를 모았다. 결국 내 팔은 F의 집에 보관되게 되었다.
그리고 우습게도 눈은 의사가 연구하겠답시고 가져가 버렸다.
-이런 거 기분 나빠서 어떻게 집에 가지고 있는 거야. 건조 인간이잖아.
-너니까 나도 하는 거야.
F는 순식간에 장인의 자세가 되어 마지막 모래알 하나까지 유리병 속에 털어 넣었다.
-좋아, 오른팔 컬렉션은 끝났어.
-다른 것도 수집하겠다는 말처럼 들리는데.
-불길한 말 하지 마.
F는 유리병을 꼭 닫았다. 나는 유리병에 모셔진 건조 오른팔을 보며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저 여우는 말이지. 어디서 본 건데, 여우 그림을 선물하면 그 여우가 받은 사람을 지켜주는 수호신이 되어 준대. 별로 특별할 것 없는 이야기지만 그냥 귀여워서 하나 붙여 놨어.
나는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렇구나.
-좀더 감동받은 반응을 보여 주라고.
그 말에 우리는 잠시 웃었다.
*
엄마와 아빠는 사이가 좋다. 얼마나 좋냐면, 중년의 나이에도 서로를 미친 듯이 사랑해서 매일 일주일차 커플같이 얼굴을 붉혀댄다. 둘이 조용하다 싶으면 방구석에서 키스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다만 둘은 서로를 너무나도 많이 사랑해서 다른 것들에는 그만큼의 사랑을 주지 못하는 것 같았다. 잘릴지 말지 위태위태한 직장이나 가끔 굶어 죽을 위기에 처하는 금붕어나 집에서 밥 먹은 기억이 까마득한 딸내미를 보면 알 수 있다.
사실 그들만 그런 것은 아니다. 세상 사람들은 모두 좋은 사람들이라 자신이 사랑하는 것들에 온 정신을 쏟는다. 학교에서 아이들이 친한 애들끼리만 붙어다니고 자기들끼리는 욕을 해도 웃어 넘기는 장면에서 깨달았다. 그들은 정말 진심으로 사랑하는 좋은 사람들이구나. 아주 끈끈해서 서로를 잡고 지탱해주겠구나. 아마 끼어들긴 늦은 거겠지.
사랑하는 것, 자신의 취향에 맞는 것, 왠지 그냥 좋은 것, 보고 싶은 것, 재밌는 것, 아름다워 보이는 것, 안아보고 싶은 것….
-내게는 해당사항이 없군.
결론은 빨랐다.
학교는 더 이상 다니지 않는다. 집에도 오래 있지 않는다. 만나는 친구는 F하나뿐이다. 모두 병의 핑계를 댔더니 아무도 반박을 시도하지 않았다. 안타까운 척 공감하는 척 천천히 끄덕여지는 고개들.
나는 최근 배경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사람들 사이의 끈적이는 관계의 실에 묶이는 것은 질색이었다. 그냥 예쁘고 스쳐 지나가지만 언제나 그 자리에 있는 배경이 되고 싶었다.
가정사나 학창 시절의 그 미묘한 아싸 생활이 이런 생각들의 원인이냐고 묻는다면 나는 변명할 말이 없다. 그러한 아싸 생활의 원인은 또 무엇이냐고? 나도 모른다. 어쩌다 보니 흘러 흘러 그렇게 되었다. 어쩌다 보니, 라는 말은 헛소리라고 지적해준다면 나는 또 변명할 말이 없다.
그냥 이리 되었는데 어쩌라고. 이랬어야 했다 그랬어야 했다 재단하는 말은 듣기 싫다.
-안녕하세요? 오늘이 마지막이라고 하셨죠.
정신과 의사가 물었다. 그러고 보니 나는 저 사람의 이름도 모른다.
-네.
-아쉽게 됐네요. 그래도 시작할게요.
정신과 의사는 말을 하기 시작했다.
-지금껏 본 환자분의 상태는…많이 나아졌어요. 근거를 말하자면 최근에 하신 꽃 이야기 같은 게 있죠. 환자분이 그런 아름다운 것들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긍정적이라고 봐요.
나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절대 아니다. 꽃은 아주 옛날부터 좋아했다.
-배경이 되고 싶다고 하셨죠. 아름다운 경관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누구나 마음을 놓을 수 있는, 변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뜻이겠죠?
아니다. 사람이 되고 싶다고 한 적은 없다.
-또, 산에 관한 이야기. 하기 싫었던 운동, 그러니까 등산이라는 걸 시도해보는 건 좋다고 생각해요.
싫어하는 정도는 아니었는데.
-연애는 하고 싶다는 거죠? 그 친구분, 잘 지낸다고 하셨잖아요. 충분히 가능성이 있고….
걔는 동성이고 나는 일단 이성애자인데. 내가 얘기를 안해주긴 했지.
정신과 의사는 나름의 근거로 이것저것을 설명했다. 그리고 나는 하나하나 반박할 수 있었다. 정신과 의사라는 사람이 이런 뻔한 심리도 못 봐주는 걸까.
-…음, 정말 끝났네요. 사실 상담을 멈추라고 권해드리고 싶지는 않지만, 환자분께서 멈춘다니 어쩔 수 없죠. 마지막으로 등산, 꼭 가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그리고 그 말 이후, 꼭 그 말 때문은 아니지만, 나는 여기에 있다.
-힘들어.
몸이 힘들다는 말이다. 나는 두 다리가 멀쩡할 때 돌아다니기 위하여 여기저기 유명하다는 곳은 닥치는 대로 방문했다. 맘 같아선 외국까지 가고 싶었지만 돈이 없어서 포기해야 했다.
지금 온 곳은 벚꽃이 예쁘게 핀다는 산. 벚꽃은 안 피었지만 그냥 왔다.
-춥고.
패딩을 입었는데도 추웠다. 차가운 바람이 내가 막지 않은 곳만 골라서 파고드는 듯했다.
뚜벅뚜벅, 아직은 모래가 안 된 두 다리가 움직인다. 힘들어서 죽을 것 같았는데도 움직이려 하니 움직여졌다. 그렇다면 정말 말 그대로 죽을만큼 힘든 건 아니라는 뜻이겠지.
그래도 정상이 멀지 않은 길이었다. 내 하나뿐인 눈이 산길을 훑었다.
저기 지나가는 사람들은 아마 오늘 보고 다시는 볼 일 없는 사람들일 것이다. 그렇다면 그들은 내게 배경일 뿐이다. 나도 그들에게 배경으로만 보일 것이고. 보기 좋은 배경이 못 된다는 것이 아쉬웠다.
몇몇 나이든 사람들은 힘내요, 얼마 안 남았어요, 하는 말을 남겼지만 대답하진 않았다.
습관처럼 튀어나와서 모르는 이들에게 베푸는 선의는 선의가 아니다. 그건 친절해 보이는 자기 자신을 보고 뿌듯해하고 싶은 마음일 뿐. 상대를 배경으로만 치부하기에 나올 수 있는 행동이다. 그래서 나도 그들을 배경으로만 취급했다.
정상은 정말로 얼마 안 남았다. 차갑게 식은 계단이 삐걱거렸다.
-오.
슬슬 정상이 보였다. 천천히 계단을 올랐다.
-와아.
탁 트인 정경이 보였다. 세상 그 무엇보다도, 가장 예쁜 마음보다도 보고 싶던 것들. 나는 자연과 풍경이 좋았다. 사람을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짓눌러 버리는 압도적인 경치가 좋았다.
겨울의 산. 헐벗었다지만 그 넓이와 무한해 보이는 하늘과 절벽은 위용을 잃지 않았다. 반해버릴 만큼 아름다웠다.
한참을 보다 주변을 둘러보았다. 왜인지 아무도 없었다.
-야-호!
해보고 싶던 것을 했다. 조금 뒤 메아리가 돌아왔다.
한 번으론 아쉬웠다. 몇 마디 더 하고 싶었다.
-예쁘다아!!!
좀 바보같은 말이었다. 어떤 말을 더 할까 생각하다가 갑자기 생각나는 게 있었다.
-...예쁜 배경처럼, 사라져 버리고 싶어!!!
한 마디로 압축해 봤다.
-신기루가 되고 싶어!!
기분은 상쾌했다.
*
이틀 뒤. 병세가 갑자기 극도로 나빠졌다.
언제나처럼 가고 싶은 곳을 찾아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모래가 우수수 쏟아졌다.
-어?
눈이 힘없이 감겼다, 자연히 그 사막이 떠올랐고, 너무 많아서 보다가는 미쳐버릴 것 같은 모래알들이 보였다.
깨어났을 때는 저녁이었다. 그리고 두 다리가 없었다.
하체가 무너지고 있었다. 내가 보는 중에도 천천히 모래로 변하고 있었다.
-...드디어 배경이 되나?
나도 모르게 중얼거렸을 때였다. 갑자기 몸의 사화(砂化)가 빨라졌다.
눈에 보일 만큼의 속도였다. 천천히 쏟아지던 모래에 흐름이 생겼다. 나는 다시 말해 봤다.
-나는 배경이 된다.
따닥.
수분이 증발한 몸이 경직되는 소리였다. 이젠 아랫배 근처까지 이미 모래다.
나는 이틀 전 본 산의 모습이 떠올랐다. 아름답던 그 풍경.
차마 충동을 참을 수 없었다. 말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느낌.
-나는…배경이 되고 싶어.
전신은 모래가 되었다.
나는 완전히 모래가 되기 직전 내 기일이 될 날짜를 떠올렸다. 12월 12일이군.
최근에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날짜였는데. 하지만 어디서 들은 날짜인지는 결국 떠올리지 못했다.
*
사막. 사막이다.
왼눈에 징하게 보이던 그 사막이다. 마침내 그곳에 나는 왔다.
몸을 내려다보니 반쯤은 모래였다. 아니, 전부 다 모래였다. 모래들이 뭉쳐서 내 몸과 비슷한 형태를 이루고 있었다.
-됐네, 배경이.
나 때문에 돈을 물처럼 써야 했던 엄마아빠는 안심했겠지. 나를 필요로 하지 않지만 내가 있어야만 했던 모든 장소들. 그들 모두 이제는 안심했을 것이다.
…F에게는, 조금 미안하지만.
나는 사막의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밤하늘이었다. 식어버린 밤의 사막만큼이나 차가워 보였고 거기엔 아름답다는 말만 나오는 별들이 반짝였다.
-별…이렇게 많이는 처음 봤어.
간직해두고 싶은 광경이었다.
나는 폰을 꺼내려고 주머니를 뒤적거리다 아무것도 없다는 걸 알았다. 표정을 살짝 찡그렸다.
-아까운데.
하지만 앞으로 여기 계속 있다면 계속 보게 될 것이다. 나는 여기에 뭐라도 있나 보려고 걸음을 옮겼다.
밟으면 발이 닿는 대로 무너지는 모래언덕을 힘겹게 올랐다. 하지만 조금 더 높아졌을 뿐 더 높은 모래언덕들만 눈에 띄었다.
움직이는 데 쓴 시간만 한참.
가장 높은 모래언덕을 오르는 데 체감상 3일가량 걸렸다. 몸이 모래라서 그런지 힘들진 않았지만 올라가기는 더 힘든 것 같았다.
그리고 나는 볼 수 있었다. 정말 무한하게 펼쳐진 모래알들의 바다를. 우주만큼이나 넓은 바다를.
풍경으로 보자면 정말 멋진 모습이었다. 내가 본 어떤 것보다도 환상적이고 꿈에서나 어른거릴 것 같은 이미지였다.
다만,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마음에 들지는 않았다.
그 가장 높은 언덕에서 나는 내려가지 않고, 끝나지 않는 밤의 하늘을 응시했다. 별들은 영원할 것처럼 반짝였다.
그 속에서 나는 시간을 잊었다.
정말 자연의 일부가 된 것처럼. 아주 오랜 시간이 흐른 것 같기도 했고, 단지 찰나를 겪은 것 같기도 했다.
시간은 그 속에서 의미가 없었다. 조금 전과 지금이 완벽하게 똑같은 곳이니까. 변하지 않는 무한의 공간이니까.
흐르는 시간은 일백.
천.
만.
억.
그리고 세는 게 의미 없는 거대한 숫자.
내가 누구인지도 슬슬 기억나지 않을 때쯤, 뭔가가 내 몸을 툭 쳤다.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여우 한 마리가 나를 올려보고 있었다.
-어?
생각지 못한 일이었다. 나뿐인 줄 알았는데.
-여기도 생명체가 있네?
여우는 나를 계속 봤다. 그러다가 입을 열고, 예상치 못한 말을 했다.
-파타 모르가나.
-응?
무슨 뜻인지 모를 말이었다. 여우는 잠깐 뜸을 들이다가 말했다.
-내 이름이야.
*
오래 전, 아주아주 오랜 시간을 되감아 나타난 옛날. 투명한 사람이 살았습니다.
투명한 사람은 아무에게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오직 자기 자신만이 자신의 얼굴을 알았습니다. 그 얼굴은 너무나도 아름다웠지만 누구도 볼 수 없는 색깔이었답니다.
그가 돌아다니면 누구도 그를 눈치채지 못했고, 말을 걸기 전까지는 인기척도 느끼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그는 화려한 옷을 입었습니다. 몸에 장식을 달고 눈에 잘 보이는 붉은색 윗도리에 금색으로 번쩍이는 자켓, 진한 초록색 바지. 신발까지도 온갖 자잘한 장식을 달아 잘 보일 수 있게 했습니다.
사람들은 이제 그를 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의 모습은 너무나도 우스꽝스러웠습니다. 억지로 웃음을 참으며, 사람들은 그 투명 인간을 대했습니다.
투명 인간은 행복했습니다. 누구나 그를 보면 환하게 웃어 주었으니까요.
하지만 곧 투명 인간은 다시 외로워졌습니다. 그 아름다운 얼굴을 누구도 볼 수 없다는 것이 너무나 슬펐거든요.
그래서 그는 그림을 연습했습니다. 온갖 물감을 이용해 그에게만 보이는 그 아름다운 얼굴을, 투명색 피부 위에 그려 보려고 했습니다.
그 모습은 아름다워 보일지도 몰랐지만, 실은 기괴했습니다. 그림을 배운 지 얼마 되지 않아 솜씨가 좋지 못했거든요. 그래서 사람들은 그 모습을 보고 두려움을 느꼈습니다.
그들의 입에서 미소는 사라졌지만, 오히려 누구나 존댓말을 쓰고 그에게 욕을 하지 않았습니다. 투명 인간은 행복했습니다. 모두가 그를 훌륭한 사람으로 존중해 주는 것 같았거든요.
하지만 사람들은 그런 투명 인간은 점점 두려워하게 되었습니다. 그의 얼굴이 기괴하게 그려질수록 사람들은 더 어려운 태도를 취했고, 투명 인간은 그것을 보고 자신이 더 존경받는다고 생각했거든요. 시간이 지날수록 그의 얼굴은 무섭게 변해갔습니다.
중간쯤, 투명 인간은 스스로도 자신이 무서워 보인단 것을 알아챘습니다. 지나치게 건조하고 감정 없는 괴물로 보였던 겁니다. 하지만 투명 인간은 이제 그 모습을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억지로 그런 모습을 더 연기하면서, 그런 인물로 받아들여지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사실 그의 진짜 얼굴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누구도 알아 주려고 하지 않았고, 다가가려고도 하지 않았습니다.
투명 인간은 점점 주변에 사람들이 줄어드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는 자신이 잊혀졌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때, 한 아이의 말이 들려옵니다.
“와, 저 경치 좀 봐!”
그 말에 투명인간은 눈이 번쩍 뜨였습니다. 그는 당장 모든 옷을 벗고 물감을 지웠습니다. 태초의 투명하고 순수했던 모습 그대로 돌아갔습니다. 그리고 그는 모든 세상의 아름다운 장소들을 찾아다녔습니다.
그곳에서 그는 가장 아름답고 화려한 존재였습니다. 세상에 둘도 없는 경치와 자연이 모두 그와 하나가 되었습니다. 이제 그는 진정으로 행복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면서 점점 더욱 투명해지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어느 날 거울을 본 투명 인간은, 자신의 얼굴을 더 이상 볼 수 없게 되어버렸습니다.
세상 누구도 그의 얼굴을 볼 수 없게 된 겁니다. 뿐만이 아니었습니다. 목소리가 안 나오고, 바닥을 치거나 악기를 불어도 소리가 나지 않았습니다. 달콤한 꿀을 발라도 냄새가 나지 않았습니다.
투명 인간은 자신이 드디어 자연이 되었다고 생각했습니다. 가장 위대한 존재가 되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세상에 투명 인간은 어디에도 없어져 버렸습니다.
백 년이 지났습니다. 방황하던 투명 인간을 누군가가 붙잡았습니다. 그녀가 말했습니다
-나 네가 보여.
그녀는 화가였습니다. 세상 모두가 볼 수 있도록 투명 인간의 얼굴을 그려 주겠다고 말했습니다. 투명 인간은 화를 냈습니다.
-난 위대한 자연이고 가장 아름다운 별빛이야!
하지만 화가는 고개를 저었습니다.
-넌 사람이야.
화가는 떠나려는 투명 인간을 붙잡고 그림을 그렸습니다. 몇 겹의 물감이 덧칠되고 투명 인간의 몸에 생기가 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거울에 비친 얼굴을 본 순간, 투명 인간은 한참 전에 잊어버리고 말았던 자신의 얼굴을 떠올렸습니다.
그는 이제 투명 인간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모두가 볼 수 있는 존재이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이었습니다.
*
-신기루처럼 사라지고 싶다고 했어?
이야기를 마친 여우는 나를 올려다보았다.
나는 힘겹게 뱉었다.
-응.
여우는 고개를 갸웃했다.
-왜?
-모두가 나를 잊어버리길 바라니까.
여우는 고개를 저었다.
-아닌 걸 알잖아.
나는 부정해보았다.
-아니긴 뭐가 아니야. 모든 사람은 날 잊어야 해.
돌아올 말은 예상한 말이었다. 이미 한참 전부터, 그 질문이 나에게 돌아오기를 바랐을지도 모른다.
-너라는 모래를 유리병에 모으는 그 아이마저도?
나는 입을 닫았다.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았다.
-사라지고 싶다면서? 그러면 왜 그 아이와는 계속 친하게 지냈어? 왜 너의 몸을 모으도록 내버려두었어?
여우는 웃었다. 어떻게 여우가 웃었다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는 분명한 미소를 지은 것 같았다.
-진짜 신기루를 볼래?
여우가 고개를 돌렸다. 나도 그와 같은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멀찍이, 사막 끝자락에 아른거리는 게 있었다.
-파타 모르가나. 수평선에 일렁이는 신기루라는 뜻이야.
일그러진 거울처럼 흔들거리던 그것에 어떤 모습이 떠올랐다.
F의 모습이었다. 그녀는, 내가 예상했던 그대로의 행동을 하고 있었다. 울면서 내 방 바닥에 흩어진 모래알들을 모으고 있었다. 언제나처럼 그 커다란 유리병에.
나는 그걸 보다가 결국 말해버렸다.
-저건 신기루가 아니야.
여우가 물었다.
-왜?
나는 다시 입을 다물었다. 이 사막에 들어오기 전 했던 말이 생각났다. 나는 배경이 되고 싶다고 했었지. 그리고 그 말을 하자마자 나는 여기로 왔다.
말은 분기다.
지금 여기서 말한다면, 모든 게 바뀌고 말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나는 저항하지 못할 것이었다. 반드시 그리 되고 말 거라는 필연성이 있었다. 나는 입을 다물려고 애를 썼다. 그리고 동시에 내 입은 열렸다.
-전부 진짜니까. 영원히 사라져서는 안 되는 거야. 신기루처럼 허망하게라면 더더욱.
여우는 다시 웃었다. 쿡쿡거리는 웃음이었다. 왠지 나와 닮았다고 생각되었다.
-잘 가.
모래로 된 몸이 흩어지기 시작했다. 순서는 같았다. 왼눈부터 시작해 오른팔, 그리고 하체에서 전신으로.
하늘을 올려다봤다. 별이 보였다. 허망하게 반짝이는 영원한 별빛.
-아, 12월 12일. 네 집 비밀번호였지.
나도 결국 쿡쿡 웃었다.
*
나는 깨어났다. F의 아파트였다.
옷이 없었다. 돌아온 것일까. 고개를 돌리니 뚜껑이 열린 채로 바닥을 굴러다니는 유리병이 있었다.
유리병에 써 있는 알파벳은 F.M. 아마 파타 모르가나일까. F가 그걸 알고 썼을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그 위에 붙어 있던 작은 그림은 더 이상 없었다.
그 여우. 귀여운 얼굴의 사막여우. 자신을 수평선에 아른거리는 신기루라고 소개했던 그 여우.
-가 버렸나 봐.
조금 전 이미 한 이야기지만, 말은 분기다.
내 말에 맞춘 듯 동이 텄다. 햇살이, 투명하지도 않고 모래가 되지도 않은 내 몸을 비췄다.
햇살이 세상을 비추어 그림자들을 몰아내는 시각. 몽환과 환상이 꿈으로 지워지는 시각.
이제, 환상에서 깨어날 시간이었다.
10년 후의 추신.
의사가 가져간 왼눈은 결국 돌아오지 않았어,
깨어나 보니 머리도 짧아졌고 말이야.
그래도 나를 F가 양지바른 곳에 뿌려버리지 않은 것을 고맙게 생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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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누나와 함께 빨갛게 터지는 꽃을 찾으러 갈 거야.그런 글씨가 써 있는 편지는 구겨졌다.밤하늘은 충분히 밝은 빛만 있다면 좋은 배경이 되어 준다. 그리고 인류는 그 사실을 너무나도 오래, 김이 빠질 정도로 이용해 왔다.밤하늘에 빛나는 별, 새파랗고 큰 달, 불꽃놀이, 네온사인….너무 많다. 검은 배경에 번쩍이는 장식을 박아놓는 문화는 너무 길고 고리타분했다.그래서 그 어두운 배경 사이를 마라톤 선수마냥 질주하는 연경은 아직도 빛의 미학에 매료되어 있는 인간들을 욕했다.-비켜주세요!!!영문을 모른 채 웃다가 거칠게 밀쳐지고 고함을 지르는 사람들 사이로, 연경은 필사적이었다. 그녀의 발을 묶는 수많은 인간들에게 미안하면서도 그들을 욕할 수밖에 없었다.-애가 죽는다고!!그녀의 필사적인 외침은 군중의 들뜬 심장박동 사이로 스러졌다.*연경에게는 동생이 하나 있었다. 어리고 정신병을 얻은 불쌍한 동생이었다. 그 아이는 아주 어릴 때부터 아무도 보지 못하는 것을 보았고 아무도 듣지 못하는 것을 들었다. 그래도 연경은 동생을 사랑했다. 동생은 정신병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싫어하기에는 너무 사랑스러운 생명체였다. 연경은 그럴 필요가 없었음에도 동생을 키우다시피 하며 전력을 다해 돌봤고, 그런 연경을 보며 아무것도 모르는 동생 민규는 멍한 표정으로 헤실헤실 웃었다.민규는 착한 아이였지만 소통이 잘 되지 않았다. 말을 하면 항상 이상한 대답이 돌아왔다. 자폐증까지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연경은 분명히 민규가 감정을 느끼고, 외부에서 들어오는 자극에 반응하고 있다는 걸 알았다. 그건 확신이었지만 반쯤은 이유 없는 믿음에 근거하고 있기도 했다.민규는 종이접기를 자주 했다. 뭘 접으려고 한 건지는 역시 알아볼 수 없었다. 하지만 그 아이는 항상 웃던 그 표정 그대로 연경에게 그것들을 주었다. 연경이 종이접기 책을 가져와서 설명해줘도 민규는 자기가 접고 싶은 것만 접었다. 그리고 그것들은 대부분 대충 구긴 휴지 같은 형태였다.나이를 먹고 글씨를 쓸 수 있게 되자 민규는 편지를 적기 시작했다. 그건 문장의 형태를 분명하게 띠고 있어서 놀라울 때도 있었고, 반대로 활자를 아무렇게나 조합해놓기만 해서 걱정을 불러올 때도 있었다. 어쨌든 의사는 그걸 좋은 징조로 보았다.다만 민규는 그런 편지들을 의사에게 보여주는 걸 싫어했다. 입은 웃었지만 눈빛이 그랬다.그리고 동생의 정신병이 문제가 되기 시작한 것은 나중. 동생이 초등학교 3학년 때, 불이 난 학교를 보았을 때였다.-꽃이다!! 꽃이다!!!학교에서 겨우 탈출시킨 민규의 눈에는 광기가 번들거린다고 느껴질 정도로 편집증적인 집착이 서려 있었다. 그의 눈은 학교의 불길에서 떨어지지 않겠다는 듯 깜빡이지도 않았다. 그래서 그 눈에선 눈물이 흘렀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민규는 계속 꽃이라는 말을 외쳐댔다. 무슨 뜻인지 전혀 알 수 없었고 이해하려는 시도는 정신병이라는 이름 앞에서 멈춰버렸다.민규는 이상한 아이가 되었다. 그는 불꽃 비슷한 것만 보면 예의 그 정신병을 보이며 꽃에 대한 헛소리를 몇 시간이고 늘어놓았다.
- 김희수
- 2025-11-04
고준산은 별로 모범적인 삶을 사는 놈은 아니다. 저걸 좀 보라."쒸발!!"보라. 담배를 물고 실수로 밟은 껌에 욕부터 뱉는 모습을 보라. 아무래도 모범적이진 않다.매 순간순간 멀어져야 내 인생일 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놈이지만 정작 멀어지긴 쉽지 않았다. 이미 너무 많은 시간을 함께해 버렸기 때문이다."씹...야, 피방 가자."준산은 지금이 시험 기간이고 그것도 시험 이틀 전이란 걸 모르지 않는다. 그냥 알 바가 아니라서 저러는 것이다."미쳤냐. 이틀 뒤에 시험이야.""그걸 내가 모를 것 같아?"담배를 탁탁 털면서 싱글거리는 모습이 얄미웠다. 한 대 칠까 고민하다가 말았다."피방! 피방!""나 돈 없어.""내가 내준다니까. 그것도 못할 거 같냐?"고준산은 그 이후로도 약 삼십 분 간 피씨방을 외쳤다. 나는 오늘 내가 학원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한 뒤 보고 있던 학원 교재를 집어던졌다."그래, 가자. 망할 놈아.""그래!! 그거지! 렛츠 고!!"그는 그렇게 말하고는 사악하게 웃었다. 나는 혀를 내둘렀다. 인간의 욕망을 사람 모양으로 빚어 놓으면 저런 모습이 될 것이다.하지만 그렇게 나쁘기만 했다면 나는 진작에 그와 멀어졌을 것이다. 그에게 나름 따뜻한 부분이 있어서 나는 그를 친구로 남겨두었다.흔쾌히 피씨방 비용을 계산한다거나 피씨방 주인한테는 깍듯하다거나. 주로 그가 하고 싶은 일에 도움이 되는 방향이기는 했지만 그는 일진 같은 종류의 인간은 아니었다.피씨방에 도착하자 준산은 마치 집에 온 것처럼 자연스럽게 자리를 잡고 게임을 켰다. 나는 시험을 걱정하면서도 게임을 켜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시험 생각은 곧 머릿속에서 사라졌다."저거 잡아!! 잡아! 죽여!!"고준산이 내 화면을 보면서 외쳤다. 나는 게임 속에서 총을 발사했고 총알은 날아서 바닥과 벽에 맞았다. 그리고 내 캐릭터는 나를 눈치챈 적에 의해 죽었다."오! 오오!! 이게 인간이야? 넌 벽이 적 대가리로 보이나 봐?"고준산이 미친놈처럼 웃으면서 내 어깨를 두들겼다. 어쨌든 못한 건 사실이었기 때문에 나는 시선을 슬쩍 돌렸다.한두 판이 끝난 뒤 고준산이 자리에서 일어났다."나 잠깐 화장실 좀. 좀 걸려."한 대 피고 온다는 뜻이다. 그는 주머니를 뒤적거리면서 피씨방을 나갔다. 컴퓨터에는 게임 화면에서 자동 사냥이 돌아가고 있었다. 나는 게임을 한 판 더 하려다 밥을 먼저 주문했다.그런 식으로 내 시험 전 이틀은 날아갔다.*"이것이 인간의 성적...?"당연히 시험이 끝난 뒤 내가 받은 성적은 믿을 수 없는 수준이었고 나는 내 이전 성적들을 떠올렸다. 아주 급격한 우하향 곡선이었다. 나는 이 성적의 원인을 찾아 헤매다가 피씨방을 떠올리고는 더 이상 생각하기를 포기했다. 어차피 의미도 없을 것 같았다."인생을 버리라니까?"내 성적을 본 고준산이 진지하게 조언했다. 이미 몇 번 들은 이야기라서 나는 그러려니 했다. 저놈은 애초에 돈이 많아서 저렇게 살아도 되지만 난 딱히 그렇지 않았다.슬쩍 본 고준산의 성적은 7등급대를 달리고 있었다. 그에게는 오히려 우상향 곡선일지도 모르는 성적이
- 김희수
- 2025-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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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희수
- 2025-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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