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묘한 남자
- 작성자 고래
- 작성일 2026-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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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남자는 한 길가에서 커피를 마시며 무언갈 쳐다보고 있다. 거대한 산은 언제나 그곳에 있었고 그녀는 언제나 그곳에 있었다. 그녀와 함께 있는 거대한 산은 하나의 배경이었고 하나의 상징이었다. 여자의 머리는 언제나 기름이 좔좔 베어 있었고, 여자의 손에는 언제나 책이 들려 있었다. 책을 잡는 손은 살에 디룩디룩 파묻혀 있어 보기에 흉했다. 여자는 그 손으로 항상 침을 묻히며 페이지를 넘겼다. 나무가 사르르 서로 부딪힌다. 찰랑- 여자는 머리를 흔들어주었다.
남자는 그것을 보며 언제나 웃었다. 여자는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 듯, 그 책만을 보며 언제나 있었다. 남자는 그런 여자를 보며 엄마의 잔향을 느꼈다. 엄마가 얼마전에 돌아가셨다. 남자는 장례식장에서 본 사람들을 기억했다. 출판사 직원이라고 했는데, 원고료를 준다 했다. 무슨 소리인지 몰랐던 남자는 알겠다고 했다. 그러곤 무슨 명함을 줬었다. 남자는 그러거나 말거나 울며 엄마의 사진을 봤었다. 엄마는 뚱뚱했고, 그러나 책을 좋아했다. 엄마가 남자에게 줬던 책의 제목은, 기묘한 남자였다.
그런데 저 여자가 항상, 기묘한 남자를 읽었다. 남자는 눈물을 참으며, 언제나처럼 여자를 봤다. 여자가 앉아있는 의자에서 뿌드득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여자는 아랑곳 않고 읽었으나 의자가 부숴졌다. 나뭇잎들이 사락사락, 스치기 시작했다. 나뭇잎들이 바람을 불어왔다. [기묘한 남자]라는 책이 여자의 손에서 떨어졌다. 바람에 의해 페이지가 넘어갔는데, 목차에서 멈췄다.
[1.귀신을 발견했다]
그게 보이곤 다음으로 넘어간 책이다. 여자는 일어났다. 남자는 책을 집어 여자에게 건네주었다. 여자는 감사하다는 한 마디 말 없이 달려갔다. 일순 본 여자의 얼굴에선 붉은 기가 감돌았던 것을, 남자는 보았다. 남자는 기묘한 욕구에 사로잡히려 한다. 따라가고 싶다는 욕구. 남자는 저 책으로 이야길 나누고 싶었다. 남자는 달리기 시작했고, 여자는 금세 잡혔다. 여자는 당황한 듯 말한다.
"왜, 왜요?"
"그 책에 나온 산,이 산인거 알죠?"
남자는 여자의 책을 뺏었다. 남자는 3페이지를 펼쳤다.
[구로의 한구석에 있던 한 산이 있는데, 그 산이 신림산이었다. 신림산의 정취는, 으스스함을 갖추고 있어서 심령 스팟으로 유명한 곳이었다. 나는 그곳을 들어가자는 친구들의 말에 이끌려 친구들과 함께 산의 초입에서, 산을 구경하고 있다.]
"여기, 저기잖아요."
남자는 손가락으로 산을 가리켰다. 여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진짜 귀신있을지 궁금하지 않아요?"
메시지가 왔다.
"잠깐만요."
핸드폰을 들어 문자를 확인한다.
[원고료: 1000만원입니다.]
남자는 웃었다. 자신감이 생겼는지 남자는 여자의 손을 덥썩 잡고 신림산을 향했다.
얼마 걸었을까.
남자는 산의 초입에서 여자를 봤다. 여자는 평소와 같이 책을 읽었다. 그러나 손이 떨리고 있었다. 남자가 무서운건지, 산이 무서운건지, 분간이 안 가지만 남자는 커피를 홀짝 마셨다. 그러곤 말했다.
"들어가죠?"
남자와 여자가 들어가는데, 서서히 기억이 흩어짐을 느꼈다. 여자의 눈이 흐릿해졌다.
2
남자는 하찬우라는 사람이 되었다. 남자는 그 소설 속 주인공이 하찬우인 것을 기억했다. 하찬우의 태생은 강원도의 작은 시골 마을이었다. 하찬우의 아버지는 마을 촌장이었으며, 어머니는 옷 가게를 하셨다. 하찬우는 항상 가기 싫은 곳이 하나 있었는데, 그곳은 절이었다. 절에선 언제나 절을 해야 했는데, 무릎이 남아나지 않음을 언제나 느꼈다. 이것을 왜 해야 하느냐며 엄마에게 물어봐도 돌아오는 대답은 그냥 하라는 대답 뿐. 눈앞에 보이는 장엄한 불상과, 켜져 있는 촛불을 멍하니 보며, 열린 창문으로 보이는 햇살을 보며, 하찬우는 절을 할 뿐이었다. 무릎을 꿇고 이마를 조아리는 것이, 하찬우는 이상하게도 편했다. 왜 편한지는 몰랐다.
그렇게 108번을 하고나면, 하찬우는 집으로 가서 공부를 한다. 공부를 하며, 차라리 절에서 절하는 것이 나았다고 생각하지만, 다음 날 절에 가면 공부하는 것이 나았다고 생각한다. 하찬우는 이 기묘한 루프에 갇혔다. 하찬우는 언제나 절에 갔고, 집에 와 공부를 했다. 그 안에서 바뀌는 것이라곤 없었다. 그러나 하찬우는 기억했다. 분명히 달랐던 때가 있었다고. 평소와 같이 집으로 가는 길, 그 기억이 해동됨을 느꼈다. 그 기억 속에는 한 이름이 있었는데,
그 이름은 최현미,
남자의 어머니였다.
3
하찬우이기 이전에 남자였던 그는 당황했다. 남자의 아버지는 항상 보이지 않았다. 어렸을 적 돌아가셨다 했고, 엄마는 그 이름을 꺼낸 적이 없었다.
남자가 생각을 해도, 기억은 이미 해동되어 갓 잡은 생선처럼, 팔딱팔딱 뛰기 시작했다. 생선의 맹한 눈을 보는 듯 했다.
하찬우는 17살 무렵에, 한 여자를 보았다. 길거리를 걷다가, 돌뿌리에 넘어져서 쓰러져 있을 때, 한 여자가 다가와 손을 내어주었다. 하찬우는 여자의 손을 잡고 일어났다.
"괜찮아요?"
하찬우는 여자를 보았다. 여자의 모습은 어렸을 적 짝사랑했던 누군가를 닮아 있었다. 심장이 뛰었다. 진짜인지, 아닌지, 알 수 없었다.
"이름이?"
"최현미입니다."
하찬우는 그 뒤의 일을 기억하지 못했다. 혀를 밀어넣었고, 최현미는 받았을 뿐이다.
하찬우는 그 후 모습을 감췄다. 최현미의 머릿속에 하찬우는, 기묘한 남자였다.
4
남자는 옆에 있는 여자를 보았다. 그리고 책을 보았다. 여자는 뚱뚱했다. 엄마도 뚱뚱했다. 책의 저자는 엄마였다.
남자는 말했다.
"엄마?"
남자는 아버지가 하찬우였는가, 이걸 보여준 이유는 무엇인가, 하는 의문에 휩싸였다. 여자의 눈은 흐릿했다. 여자는 남자를 빤히 보다가, 말했다.
"아들, 내가 이걸 왜 보여주는지 모르겠어?"
남자는 그때, 하찬우와 같은 감각을 느꼈다. 무릎이 꺾이는 듯한 감각. 남자의 기억은 18살로 흘러가는데, 남자는 혈기 왕성한 고2였다. 남자는 길거리를 걷는다. 길거리를 걷는데 어떤 사람이 보였다. 남자는 그 여자를 붙잡았다. 그 여자는 어렸을 적 짝사랑했던 누군가를 닮아있었기 때문이다. 혓바닥을 집어넣었다.
"속죄하라고."
문득 여자의 모습이 어렸을 적 짝사랑했던 그 모습과 비슷한 것을 느꼈다.
혀를 밀어넣었고, 여자는 받았을 뿐이다. 남자는 그 후 모습을 감췄고, 여자의 눈은 또렷해졌다.
여자에게 남자는, 기묘한 남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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