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톱
- 작성자 나나니
- 작성일 2026-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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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체의 몸에서 나와 19년. 나는 이제야 진정한 그들을 마주했다. 알집에서 갓 빠져나온 벌의 애벌레같이 어디서나 우글거리기 일쑤다. 그 잔털이 빽빽한 거칠한 다리 부절로 끼긱거리는 소리를 듣자니 귓속 안쪽 여린 살이 자극받아 괴성을 지른다. 내가 인간을 고분자 세포덩어리로 보기 시작한 것은 채 얼마 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껏 살아온 삶에 비해 지금의 감정은 지나치게 짙어서 고통스러울 정도로 입체적이게 느껴진다.
모체는 지금 시기가 내 인생 중 가장 중요하다고 한다. 사실 잘 확신이 서지 않는다. 그것이 말 할 때 튀기는 단백질 분해 효소가 내 정신을 진득히 녹여 알아듣는 것에 난항을 겪는다. 내가 아직도 기억하는 모체의 말은 내 손가락이 유난히 길고 하얗고 손톱도 매끈하고 아름답다는 것이다. 이것은 또한 내가 그들과 다르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매끈하고 무기질적인 내 손톱이 그것을 뒷받침한다. 그 생각에 이르자 비릿한 쾌감이 등을 타고 흘렀다.
영화관에 도착했다. 예전에는 영화 보는 것을 참 좋아해 모체와 함께 자주 왔었다. 그것이 일종의 가정 내 문화가 되어 계절마다 영화를 보는 것이 굳어졌다. 지금은 조금 꺼려지긴 하지만 모체와의 관계 유지는 중요하니까 그냥 하고 있다. 이번에 볼 영화는 감정 과잉의 신파 영화였다.
내 옆자리에는 어떤 소녀가 앉았다. 그것은 처음엔 작게 훌쩍이더니 영화가 계속될수록 얼굴을 잔뜩 찡그리고선 제 감정에 못 이겨 움찔댔다. 그 안구에서 끈적거리는 액체가 떨어지니 나는 무의식적으로 몸을 피했다. 내 뱃속에서 알집이 우글거리는 것을 외면하기 위해 노력하던 중, 그것의 액체가 내 손 위에 툭, 하고 떨어졌다.
내 뱃속 우글거리던 알집이 터져 나온 다지류의 그 빽빽이 들어찬 다리가 자글거리며 내 뱃가죽을 긁어댄다.
올라오는 구토를 참으며 화장실로 향했다. 가며 본 내 손은 누렇게 변색된 듯 보였다. 몸이 움직이질 않는다. 피하지 못한 나를 저주하고 그 소녀의 들썩거리는 흉곽을 보며 눈 앞이 흐려짐을 느꼈다. 머리가 이상해질 때쯤 화장실에 도착해 손을 씻었다. 내 손톱이 오염되었다. 내 성역이 유린당했다. 손을 다 씻고 돌아가던 중 내 발에 걸려 그만 넘어지고 말았다. 내 손톱이 바닥을 긁었다. 만저본 표면에 거칠함이 느껴졌다. 지금 이 모양새는 영락없는 유기물이었고, 나는 뇌 주름 사이사이에 타르덩어리가 낀 듯한 두통에 그 자리에서 머리를 부여잡고 몸을 웅크렸다.
사실 알고 있었다. 손톱 따위는 다르다는 증거가 될 수 없다.
내가 영화 보기를 멈추지 않은 이유도 관계 유지 따위가 아니었을 것이다. 그건… 그건 애정을 가졌기 때문이다. 무엇에?
그녀가 다가온다.
“엄마.”
나는 어른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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